한국영화리뷰(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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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전야] 피, 땀, 눈물의 노동필름 (장산곶매 1990)
‘한국영화’라는 카테고리를 묶을 수 있는 시발점은 일제강점기였던 1919년 10월 27일, 서울 단성사에서 ‘의리적 구투’라는 ‘영상물’이 상영되면서부터이다. 지난 100년의 세월에서 최고의 한국영화는 무엇일까. 나운규의 ? 봉준호의 ? KBS와 한국영상자료원은 고심 끝에 12편의 걸작을 선정했다. 지난 10월 11일 를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 밤 걸작한국영화를 내보내고 있다. 오늘밤 여덟 번째 작품은 이다. 1990년 공안의 눈과 전경의 방패를 뚫고, 노동회관에서, 대학가에서 상영되던 ‘노동필름의 최고봉’이다. 영화 는 88서울올림픽까지 연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탄압받던 노동자들의 피눈물 나는 노동조합 결성기를 담고 있다. 동성금속 단조반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모두 소박한 꿈이 있다. 하지만 끝없이 이어..
2019.11.29 -
[우묵배미의 사랑] 멋진 인생 (장선우 감독 1990년)
KBS는 매주 금요일 밤 ‘한국영화 100년 더 클래식’ 연작물을 방송 중이다. 1919년, 서울 단성사에서 선보인 우리영화 ‘의리적 구투’의 개봉 100년에 맞춰 KBS와 한국영상자료원이 함께 기획한 ‘100년의 한국영화 걸작 12편’이다. 지난주에는 일곱 번째 시간으로 장선우 감독의 (1990)이 시청자를 찾았다. 실업자로 놀고 지내던 배일도(박중훈)는 치마공장에 취직되어 처(유혜리)와 어린 자식을 이끌고 서울을 떠나 경기도 외곽의 한적한 시골마을 우묵배미로 오게 된다. 공장에서 함께 일하는 민공례(최명길)에게 끌리게 된다. 평소 남편(이대근)의 폭력에 시달렸던 공례는 능청스럽기까지 한 일도의 저돌적인 접근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되더니, 끝내 둘은 밤기차로 ‘외도’에 나선다. 1970년대 산업화..
2019.11.29 -
[길소뜸] 임권택 감독 (1986년)
KBS 1TV에서는 ‘독립영화관’이 방송되던 금요일 밤에 ‘한국영화 100년 더 클래식’이라는 기획전을 내보내고 있다. 1919년 10월 27일 서울 단성사에서 최초의 한국영화로 평가받는 ‘의리적 구투’ 개봉 100년에 맞춰 KBS와 한국영상자료원과 힘을 합쳐 ‘100년의 한국영화 걸작 12편’을 매주 내보내고 있다. 오늘밤에는 그 여섯 번째 작품으로 한국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그린 임권택 감독의 (1986)이 시청자를 찾는다.여의도 KBS에서 ‘이산가족 찾기’ 방송이 한창이던 1983년 여름, 화목하고 부유한 가족을 꾸려나가던 화영(김지미)은 남편(전무송)의 권유로 방송국에 아들을 찾으러 가다가 회상에 젖는다. 화영은 해방과 함께 황해도의 작은 마을 길소뜸으로 이사를 가서 고아(이상아)가 되고, 아버지 ..
2019.11.15 -
[바람 불어 좋은 날] 가진 것은 청춘뿐일지라도 (이장호 감독 1980)
은 1980년 11월 27일 개봉된 작품이다. 유신이 저물고, 서울의 봄을 거쳐 암울한 한국사회에 한줄기 빛처럼 세상에 나온 충무로 영화이다. 영화는 (지금은 강남의 금싸라기 땅이 되었을) 당시의 ‘서울변두리’ 개발지역에 터를 잡은 시골 촌놈 출신 세 명이 펼치는 청춘의 이야기이다. 길남(김성찬), 춘식(이영호), 덕배(안성기)는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지만 청춘의 꿈을 안고 내일의 위해 오늘도 열심히 산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어제까지 논밭이었고, 여전히 논밭이 보이는 이 땅의 원래 거주민들은 농사지을 땅을 잃거나, (부동산업자의 농간에) 빼앗기고 정든 땅을 떠나야했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여관에서 일하는 길남은 진상고객과 다투면서도 꿈이 있다. ‘나까무라도, 왕서방도 어서 옵쇼 모시는 웰~컴..
2019.11.13 -
[리뷰] 윤희에게, 엄마와 딸의 오타루 여행
2017년 연말에 개봉된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전형적인 독립영화이다. 천안의 작은 이발소 주인은 암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모시고 아버지의 첫사랑을 찾아 서울로 올라오며 ‘아버지가 젊은 시절’ 품었던 영화감독의 꿈을 카메라에 담는다. 아버지는 ‘찰리 채플린’이 되어 왕년의 꿈을 이룬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TV에서 방송되면 마음이 푸근해지고, 삶이 아름답게 보이는 잔잔한 영화였다. 그 영화를 만든 임대형 감독이 두 번째 내놓은 작품 윤희에게>는 지난달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잔잔한 울림을 남겼다. ‘여자’ 윤희, 편지를 받다 윤희(김희애)는 남편(유재명)과 이혼하고 고교졸업반인 딸 새봄(김소혜)과 함께 ‘그럭저럭’ 살고 있다. 공사장 식당의 ..
2019.11.07 -
[바보들의 행진] 하길종 감독의 꿈, 죽은 자의 꿈 (하길종 감독 The March Of Fools, 1975)
한국영화 역사 100년을 맞아 KBS가 마련한 의 네 번째 작품은 하길종 감독의 눈물과 한이 서려있는 1975년 작품 이다. 이 작품은 당시 대표적 청년작가였던 최인호가 신문에 가볍게 연재했던 청춘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시절, 캠퍼스의 청춘이 맞닥쳤던 이야기가 해학적으로, 현실적으로, 절망적으로 그려낸다.영화는 입대를 앞둔 병태(윤문섭)과 영철(하재영)의 신검장면부터 시작된다. 병태는 합격, 영철은 불합격 받는 모습과 함께 그들의 캠퍼스생활이 시작된다. 배경은 신촌 Y대학이다. 당시 대학생들의 캠퍼스 생활은 이렇다. 학과대표가 “이웃 여대랑 단체미팅 잡았다”부터 시작하여, 당구장, 학사주점, 과 대항 축구, 과 대항 술마시기 등등으로 일면 낭만적인 캠퍼스 라이프, 따분한 교..
2019.11.01 -
[오발탄] (유현목 감독, 1961)
한국영화 탄생 100년을 맞아 KBS와 영상자료원이 마련한 대형 프로젝트 ‘한국영화 100년 더 클래식’이 지난 주 김기영 감독의 방송에 이어 오늘 밤 두 번째 시간으로 유현목 감독의 을 방송한다. 영화와 함께 백승주 아나운서와 영화잡지 의 주성철 편집장이 영화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눈다.은 소설가 이범선이 1959년 발표한 단편소설 을 유현목 감독이 영화로 옮겼다. 당대 충무로 최고의 스타였던 김진규, 최무룡과 함께 서애자, 김혜정, 노재신, 문정숙, 윤일봉 등이 출연한다.계리사 사무소 서기인 철호(김진규)는 전쟁통에 미쳐 끊임없이 “가자!”를 외치는 어머니(노재신), 영양실조에 걸린 만삭의 아내(문정숙)와 어린 딸, ‘양공주’가 된 여동생 명숙(서애자), 실업자인 퇴역군인 동생 영호(최무룡),..
2019.10.30 -
[휴일] 그 때, 신성일은 왜 그랬을까 (이만희 감독, 1968)
한국영화 탄생 100년을 맞아 KBS와 한국영상자료원이 마련한 대형 프로젝트 ‘한국영화 100년 더 클래식’이 (김기영 감독), (유현목 감독)에 이어 지난 18일 늦은 밤 이만희 감독의 이 영화팬을 찾았다. 은 한국영화사, 특히 검열의 역사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1931년 생 이만희 감독은 1961년 으로 영화감독에 데뷔를 한 후, (63) 등 흥행감독이 되었다. 하지만 곧바로 (65)는 반공법 위반으로 옥고를 치러야했다. 검열을 통과해서 상영허가를 받았지만 검찰이 당시 반공법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당시 검찰의 영장청구 논지는 ‘감상적 민족주의를 내세웠고’, ‘국군의 묘사가 허약하며’, ‘북괴병사를 찬양’하고, ‘양공주 참상을 과장했다’는 등의 이유였다. 이만희 감..
2019.10.29 -
[야구소녀] “주수인, 힘 내!” (최윤태 감독 Baseball Girl 2019)
한국에서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붐이 일기 시작할 때 허영만 작가가 이라는 재밌는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김용화 감독이 로 영화화했었다) 야구를 사람만 하라는 법이 있냐며, 고질라가 타석에 들어서면서 펼쳐지는 ‘스포츠-애니멀’ 드라마였다. 그런데, 원래 프로야구에는 ‘프로야구에는 남자만 하는 법’이라는 규정이 있었던 모양이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야구소녀’를 보고 알게 된 사실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한 줄 설명이 나온다. “한국 프로야구 출범 당시 ‘의학적으로 남성이 아닌 자’는 부적격 선수로 분류됐다. 1996년, 규약에서 이 문구가 사라진 뒤 여자도 프로야구 선수로 뛸 수 있게 되었다”수많은 스타들이 한국에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동안 여자 프로야구선수가..
2019.10.16 -
[하녀] 외도의 끝, 파국 (김기영 감독 The Housemaid 1960)
1919년 10월 27일, 일제강점기 서울 시내에 위치한 극장 단성사에서는 연극이 아닌 특별한 볼거리가 시전되었다. 연쇄극이라 불리던 ‘필름’ 상영이었다. 35mm 흑백무성필름 1권 정도의 길이였다고 하니 10분도 채 안 되는 영화였다. (필름이, 실물이 남아있지 않으니 정확한 런닝타임은 알 수가 없다) 바로, 이 날이 우리나라 국산영화 탄생의 기점이다. 올해로 100년! 한국영화 100년에 맞춰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KBS도 특별히 을 편성하여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 12편을 방송한다. 지난 10월 4일, 그 첫 번째 주자로 김기영 감독의 가 선정되었다. 우리나라 영화판에서 가장 기이한 인물로 손꼽히는 김기영 감독의 필름은 반백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만신창이가 되어 겨우 전해졌다. 영상자료..
2019.10.15 -
[판소리 복서] 병구 리턴 (정혁기 감독 My punch-drunk boxer, 2019)
오래전 주말 낮이면 TV에선 항상 프로 복싱을 중계해주던 때가 있었다. 특별한 오락거리가 없던 시절이었기에 두 남자가 사각의 링에서 원초적 혈투를 펼치는 이 리얼 스포츠 드라마는 꽤 인기가 있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엔 두 가지가 남아 있다. 시합이 끝나고 클로징 멘트를 하는 아나운서와 해설자 옆으로 애 어른 할 것 없이 달라붙어 카메라에 얼굴 내보이려고 애쓰는 모습과, 시합 시작할 때 나오는 다이내믹한 음악, BGM. 찾아보니, 프랑스 군가 ‘Sambre et Meuse’와 영화 록키의 테마뮤직 ‘Gonna Fly Now’ 등이 사용되었다. 홍수환, 유재두, 염동균, 박종팔, 장정구, 유명우 등등 기라성 같은 챔피언들이 전설로 남은 가운데, 요즘 누가 복싱을 하나. 충무로에서 한다. 그 서글픈 스포츠를,..
2019.10.14 -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김치를 담그다, 문득 생각나다 (이나연 감독,2018)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로 24회째를 맞이한다. 어제(3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근사한 건물, ‘영화의 전당’에서 화려한 개막식과 함께 열흘간의 영화축제가 시작되었다. 위대한 거장들의 거창한 작품들과 함께, 내일이 더 기대되는 영화감독의 소품들도 씨네필들을 기다린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단편영화 세 편이 오늘 밤 KBS 시간에 방송된다. 권성모 감독의 (임예은 홍지석 김도영,25분), 이나연 감독의 (신지이 손정윤 함상훈,28분), 김덕근 감독의 (최준우 박지호 김영선,19분)이다. 이나연 감독의 는 제목부터 궁금해진다. 영화가 시작되면 지혜, 지훈, 지윤 삼남매가 한자리에 모여 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랜만에 둘러앉은 것 같다. 아버지는 아예 언급 되지 않고, 엄마에 대한..
2019.10.04 -
[게임의 법칙] 장현수 감독의 열혈남아 (장현수 감독, The Rules Of The Game 1994)
이번 추석에도 이런저런 많은 영화가 쏟아져 나왔다. 가장 흥미를 끌었던 것은 이 게임의 법칙>이 가장 볼만했던 것 같다. 이 영화는 언젠가 비디오로 잠깐 봤는데 (열혈남아>보다 먼저 보았음..그래서, 한 동안 정체성의 혼란을 느꼈음) 언젠가 꼭 곱씹어 봐야지..하고 있었는데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장현수 감독은 1992년 걸어서 하늘까지>의 감독이다. 내가 좋아하는 우리 영화였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물새의 테마>라는 곡과 여주인공 배종옥이 소매치가 하다 잡힐 때의 슬로우모션 장면이다. 참 멋진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정보석의 "씨바씨바"하는 욕지거리도 당시에는 쇼킹했었고 말이다. 그 감독의 94년 작품으로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이다. 이야기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열혈남..
2019.10.01 -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이명흠 대위와 772명의 학도병 (곽경택 김태훈 감독 Battle of Jangsari, 2019)
* 이명흠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이명훈 대위의 모델이 된 군인이다.* 지난 25일 개봉된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감독:곽경택 김태훈)은 특별한 영화이다. 한국전쟁 당시, 한반도의 한 지점에서 일어난 전투를 다룬다. 공산당이 쳐들어왔고, 국군이 낙동강 밑으로 내몰렸고,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바로 그 시점의 이야기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별로 이야기하려 하지 않고, 들으려고 하지 않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 그리고 영화가 전해준 이야기를 알고 나서는 좀 더 다르게 이 영화를 생각하게 만든다. 왜, 2019년에 이 영화가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인천상륙작전과 장사리 상륙작전, 양동작전, 혹은 성동격서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2019.09.27 -
[호우시절] 한국남자, 중국여자, 그것도 사천미녀! (허진호 감독 好雨時節, A Good Rain Knows, 2009)
중국(시가)문학에서 '비'는 주요한 소재로 쓰인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망향가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수호전에는 송강을 일러 '급시우'(及時雨)라 했다. 도움이 필요할 때, 딱 때를 맞춰 적절하게 등장하는 요긴한 인물이란 뜻이다. 두보는 ‘호우시절’(好雨知時節)에서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리는 비”라고 읊었다. 농업사회에서는 비가 내려야할 때와 그 양을 생각한다면 합당한 의미가 떠오를 것이다. 최근 과거의 아픈 기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애써 잊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화로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세월호, 성산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사건 등 국가적 재난사고를 경험한 한국인의 기억과 고통, 그리고 성장을 다룬다. 2009년에 개봉된 영화 호우시절>은..
2019.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