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개봉영화(50)
-
[선희와 슬기] 선희의 거짓말, 하얀 거짓말 (박영주 감독, 2018)
한국 독립영화 는 여러모로 연약한 10대 청소년의 심리를 살포시 잡아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공개되어 화제가 된 넷플릭스 에 등장하는 고등학생들과는 많이 다르지만 그렇다고 전혀 없을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어느 학교에나 한두 명씩은 있을 법한 그런 아이의 이야기이다. 선희(정다은)는 외롭다. 쉬는 시간에 옆에 와서 말을 걸어주는 친구가 없다. 모두가 어울리는 친구 생일축하 놀이에도 끼고 싶다. 같이 노래방에도 가고, 같이 남친 이야기 같은 것도 하고 싶다. 그런 선희에게 정미(박수연)가 유일하게 살갑게 말을 건다. 고맙다. 눈물이 날 것 같다. 선희는 그 친구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해주고 싶다. ‘빵 먹고 싶지 않니?’ ‘아이돌 콘서트 티켓이 필요하구나..’ 선희는 그렇게라도 말을 걸..
2020.05.22 -
[앵커] “아무도 안 도와 줘요!” (최정민 감독,2018)
[리뷰] 앵커 “아무도 안 도와 줘요!” * 주의. 영화 줄거리 있음 * TV채널을 돌리다보면 광고시간에 각종 사회복지 지원기관 단체의 코끝 찡한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어려운 형편의 어린 아이,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사람들의 사연을 듣게 되면 나 자신이 어렵더라도 전화 한 통, 계좌 하나 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여기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된다. 24일(금) 늦은 밤, KBS 1TV 독립영화관에서 방송되는 최정민 감독의 (2018)란 작품이다. 여기서 말하는 ‘앵커’는 배의 닻이나 뉴스 진행자와는 관계없다. 육상 릴레이 경기에서 마지막 주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경남) 산청의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학생 육상경기를 만나게 된다. 릴레이 경기에서 산청여고 유니폼을 입은 마지막 주자 한주(..
2020.04.22 -
넷플릭스 ‘두 교황’과 로버트 해리스의 ‘콘클라베’
작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스크린을 통해 넷플릭스는 더 킹 헨리 5세>, 두 교황>, 결혼이야기>, 내 몸이 사라졌다> 등 네 편의 작품을 공개했다. 조그만 화면으로만 감상하기엔 아까운 작품들이고, 여러 면에서 영화배급(유통)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실감하게 하는 작품들이다.작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넷플릭스는 , , , 등 네 편의 작품을 ‘극장’ 공개했다. 조그만 화면으로만 감상하기엔 아까운 작품들이었고, 여러 면에서 영화배급(유통)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실감하게 하는 작품들이다. 넷플릭스 종교극 ‘두 교황’ 은 2013년 실제 일어났던 가톨릭교계의 초대형 이벤트(!)를 다루고 있다. 교황은 종신제이다. 선종(서거)하지 않는 이상 권좌에 ‘존재함으로서’ 전 세계 교인들의 신심..
2020.02.06 -
[메이트] 센 척하는 남자, 질척대는 여자, 사치스런 연애 (정대건 감독 Mate, 2017)
17일(금) 밤 12시 40분 KBS1TV 에서는 정대건 감독의 독립영화 ‘메이트’(2018)가 방송된다. 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과정 10기 정대건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더 이상 상처받기 싫은 남자 ‘준호’(심희섭)와 가진 건 마음 하나뿐인 여자 ‘은지’(정혜성)의 달콤씁쓸한 현실공감 연애성장담이다. 포토그래퍼 준호(심희섭)는 아침 댓바람에 여친으로부터 이별을 통보받는다.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키우는 소라게에 물을 주고, 라면을 끓여먹고 오늘도 옥탑방을 나선다. 운 좋게 한 달 간 잡지사에서 일하게 된다. 그곳에서 잡지에 글을 쓰는 은지(정혜성)를 만난다. 둘은 같이 취재 다니며 자연스레 감정이 생긴다. 하지만, 남자는 “나 연애 잘 못 해요. 적성에 안 맞아요”란다. 여자도 마찬가지. 88만..
2020.01.17 -
[미드웨이] 1942년 그 해 여름, 태평양에서는 (롤랜드 애머리히 감독 Midway 2019)
히틀러의 유럽침공으로 시작된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은 처음부터 주도적으로 추축국과의 전쟁에 뛰어들진 않았다. 미국은 태평양 너머에서 벌어지는 전쟁에도 마찬가지 였다. 일본이 조선을 유린하고 중국을 박살낼 때에도 말이다. 직접적 이해당사자가 아니었고, 지금과 같은 군사동맹의 관계도 아니었기에. 영국의 처칠이 애타게 참전을 부탁해도 미국 조야는 엇갈린 반응이었다. 그만큼 참전의 대가- 희생이 클 것이고, 국내에 찬반논쟁이 많았다. 그런데, 그런 상황은 1941년 일거에 바뀌고 만다. 영화의 시작은 1937년, 도쿄의 미국대사관에 무관으로 파견된 해군장교 에드윈 레이턴이다. 신년 모임에서 일본해군의 야마모토 이소로쿠를 만난다. 원래 이런 자리가 탐색전 자리. 야마모토는 일본이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미국의..
2020.01.07 -
[백두산] 남남북작 영화 (이해준 김병서 감독, ASHFALL 2019)
지난 19일 개봉한 한국영화 (감독:이해준&김병서)이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는 백두산이 화산 폭발을 일으키며 북한을 거의 무정부상태로 만든다. 이어 곧 남한마저 집어삼킬 후속폭발의 징후가 관측되고 이를 막기 위한 특별한 작전이 펼쳐지게 된다. 1,2편으로 한국영화 CG의 완성도와 중요성을 높인 덱스터스튜디오가 다시 한 번 CG신기원에 도전한다. 백두산이 터졌다어느 날 갑자기 백두산이 터졌다. 엄청난 파괴력은 한반도 남쪽에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것은 재앙의 전주곡일 뿐이다. 서울에서 백두산 화산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 중인 프린스턴 대학의 로버트, 한국명 강복래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백두산 아래에 꿈틀대던 마그마 방이 계속 세력을 확장, 2차,3차,4차 폭발로 이어질 것이란다. 막을 방법은? ..
2019.12.27 -
[인터뷰] 이병헌, “백두산도, 다음 작품도 기다려지는 배우...”
충무로 연기의 신(神), 이병헌이 연기인생에 처음으로 재난영화에 출연했다. 백두산 화산폭발에 이은 한반도 재난을 막기 위한 ‘남북합작’ 군사작전을 펼치는 북한사람을 연기한다. 변함없이 빨려 들어가는 눈빛 연기와 허를 찌르는 코믹연기를 만끽할 수 있다. 영화 이 개봉된 다음날 미국 아카데미 회원인 이병헌을 만나 ‘세계 속의 한국영화’에 대해 들어보았다. - 영화를 보고 나니 어떤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이 반 이상이 CG인 영화이다. 나도 관객이 된 것처럼 영화를 보니 굉장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언론시사회가 있던 날 16개관에서 지인시사회가 있었는데 다들 재밌게 보셨다고 이야기하시더라. 눈빛과 어감으로 보아 정말 재밌게 보신 것 같더라. 다행이다.” -시나리오에서 특별히 마음이 갔던 지점이 있다면. “정..
2019.12.27 -
[시동] 자기에게 어울리는 일을 찾는 만 가지 길 (감독 최정열,2019)
마동석이 중국집 주방장을 하는데 전직이 의심스럽다고? 보나마나 개과천선한 조폭이겠지. 뭐, 그 정도만 짐작해도 이 영화 시동>(감독 최정열)을 감상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시동>은 마동석의 슈퍼 주먹질보다는 찌질한 청춘의 헛발질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다. 물론, 그것이 정답이 아니어도 된다. 감독의 연출 의도는 명확하다. 이 길이 아니면 저 길로 가면 된다. 청춘은 아름답고 인생은 기니 말이다. 대신 영화는 짧다. 102분! 학교 가는 것은 싫고, 대학 가는 것에 대해선 생각조차 하지 않는 18살 택일(박정민)은 엄마(염정아)와 사사건건 부딪치다가 마침내 집을 나온다. 호기롭게! 가진 것은 탈탈 털어도 1만원 플러스 몇 푼. 무작정 오른 버스. 도착한 곳은 군산터미널이다. 내리자마자 ‘빨강머리’(최성..
2019.12.26 -
[인터뷰] 하정우 “쉬지 않고 달리기” (영화 백두산)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산은 화산활동이 완전히 끝난 사화산(死火山)이 아니다. 지금도 지표 아래에서는 마그마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언젠가 다시 한 번 포효할 휴화산(休火山)이다. 만약, 그 백두산 화산이 폭발한다면? 한반도 전체를 뒤덮는 재난이 발생한다면? 에서 무너지는 빌딩에서 살아남았고, 붕괴된 에서 살아 돌아온 하정우라면 무슨 비책이 있을지 모른다. 영화 의 주인공 하정우를 만나 ’비상탈출 화산폭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전작 ' PMC: 더 벙커' 느낌도 많이 난다. 와 비교하면? “보다 재밌다. 이 영화의 최종 흥행스코어를 예측하는 게 조심스럽다.” 지난 연말 개봉되었던 ' PMC: 더 벙커' 는 167만 관객이 들었다. 은 첫 주말에 2백 만 명 관객을 훌쩍 뛰어넘으며, 벌써 천만 관객에 ..
2019.12.26 -
[아이리시맨] “자네가 페인트칠 좀 한다고 들었는데....” (마틴 스콜세지 감독 The Irishman 2019)
올해 넷플릭스 경영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팬들이 가장 기대했던 작품 중의 하나가 마틴 스콜세지(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아이리시맨>(The Irishman)이다. 이 작품은 2004년 발간된 찰스 브랜트의 회고록 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책은 1940~50년대 미국 노동운동사에서 최고의 조직 장악력을 보이며 톱스타급 인기를 누렸던 전미트럭운전사노조(팀스터즈)의 지미 호파 위원장 실종사건의 전말을 담고 있다. 책이 출간되자마자 흥미를 느낀 로버트 드니로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영화로 만들기로 마음먹었지만 다른 프로젝트들 때문에 프로젝트는 한참 뒤로 밀렸고, 10여년이 흐른 뒤에야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오랜 시간 공들여 시나리오를 다듬었고, 주류영..
2019.12.12 -
[그날은 오리라] 홍콩광복의 그날은.... (허안화 許鞍華 감독 明月幾時有 ,Our Time Will Come 2017)
영화가 개봉되기 전 언론시사회가 열린다. 영화기자들과 평론가들이 먼저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한 기사를 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극장에서 그런 언론시사회를 건너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극장대관료조차 벌충하지 못할 저예산, 비주류영화의 경우이다. 흥행을 기대하지 못하는 경우, 조용히 개봉되거나 곧장 VOD 플랫폼으로 넘어간다. 때에 따라서는 Vimeo 플랫폼을 활용한 프리뷰 시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12월 12일 개봉된다는 중국영화 그날은 오리라>도 그런 경우이다. 2017년 중국에서 개봉된 이 영화의 원제목은 명월기시유>(明月幾時有)이다. 송나라의 명문장가 소동파의 시가(詞)의 제목이다. 영화의 배경은 1941년 말, 일본이 중국대륙을 침공, 남하하면서 영국에 할양된 홍콩(과 구룡)마저 집어삼키던 그 때..
2019.12.10 -
[유랑지구] “중국SF, 태양계를 뛰어넘어 안드로메다로~” (곽범 郭帆 감독 流浪地球 The Wandering Earth, 2019)
중국영화를 이야기할 때 주의할 점은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표현의 자유와 공산당국과 치열하게 싸우는 작가주의 독립영화부터, 해외영화제에서 중국의 영광을 휘날리는 영화, 그리고 10억이 훨씬 넘는 중국영화팬들을 사로잡는 대중영화까지 그 스펙트럼은 넓고도 찬란하다. 여기에 그런 중국 영화토양에서 급속성장한 최신 흥행대작을 만나게 된다. 지난 2월, 우리가 설이라 부르는 대목인 ‘춘절’에 개봉된 SF영화 유량지구>이다. 충무로에서도 성공적인 SF영화는 만들지 못했다. 중국이 선수를 친 것이다. 중국이라면 ‘마데 차이나’로 이야기하는 ‘믿지 못할 짝퉁’을 먼저 떠올리지 모르겠지만 중국SF는 무시 못 할 무언가가 있다. SF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황당한 이야기의 기원은 중국이..
2019.12.10 -
[영화리뷰] 나를 찾아줘, 처절한 영애씨
한류대스타 이영애가 친절한 금자씨>이후 14년 만에 출연한 영화 나를 찾아줘>는 스릴러이다. 6년 전 잃어버린 아들, 지금은 13살이 되었을 ‘실종아동 윤수’를 찾아 전국을 헤매는 가슴 아픈 드라마이다. 영화는 정연(이영애)이 황량한 갯벌을 휘청거리며 걸어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바다가 저 멀리 밀려나고 암초가 튀어나온 갯벌 끝에 눈이 머문다. 이제부터 정연의 힘겨운 6년의 삶이 펼쳐진다. 아들을 잃어버리고 삶은 망가진다. 아빠(박해준)는 차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헤맨다. 전단지를 돌리며. 엄마 정연은 병원에서 일하며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박해준이 어이없는 교통사고로 죽고, 정연은 절망에 놓이게 된다. 그 때 걸려온 전화 한 통. “당신 아들인 것 같다. 갯벌에서 일하더라.” 정연은 ..
2019.12.09 -
[인터뷰] 이영애 ‘처절한 영애씨’
드라마 으로 한류드라마의 위상을 드높였던 이영애는 지난 2005년 박찬욱 감독의 를 마지막으로 새로운 영화작품이 없었다. 그동안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고,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영화 로 다시 스크린에 나섰다. 김승우 감독의 데뷔작이다. 6년 전 아이를 잃어버리고, 애타게, 처절하게 실종아이를 찾아나서는 간호사 정연을 연기한다. 개봉을 앞두고 이영애를 만나 오랜만에 영화에 출연한 소감을 들어보았다. 이영애와의 인터뷰가 특별했던 것은 인터뷰장소가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이었다는 점. 고급스러운, 한류대스타의 품격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전엔, TV에 아프거나 힘든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나오면 내가 도와줄 게 없을까하고 다가갔었다. 그런데 정작 엄마가 되고 나니 그런 뉴스는 차마 못 보겠..
2019.12.09 -
[인터뷰] 유재명 “나를 찾아줘” (나를 찾아줘)
지난 달 말 개봉한 영화 (감독 김승우)는 이영애가 이후 14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하는 작품이라 관심을 받았다. 영화는 6년 전 실종된 아이를 찾는 이영애의 처절한 몸부림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이 영화에는 최근 스크린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유재명이 이영애의 대척점에 서서 영화를 타이트하게 이끈다. 늦깎이 결혼에 최근 아이를 낳은 배우 유재명을 만나, 영화와 연기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개봉을 앞두고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 자리였다. “이런 자리는 아직도 낯설다. 아마 말을 잘 못하는 것 같아 영화사에서 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는 모양이다.”고 말문을 연 유재명은 놀랍도록 적확하고, 화려한 언변으로, 그리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언론시사회에서 완성된 작품을 처음 ..
2019.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