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리뷰(451)
-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괴로운 밤, 마동석이 샌드백 치는 영화
마동석의 핵 펀치가 커다란 스크린에서 다시 한 번 불을 뿜는다. 이번에 마동석의 핵주먹을 맛볼 상대는 악마들이다. 현생의 악당들을 평정한 마동석이 이제 마계의 존재들을 쳐부수는 것이다. 화끈한 불맛이 필요한 극장가에 일대 센세이숀을 일으킬 작품 아닌가. 그런가? 지난 30일 개봉된 영화 는 ‘고스트버스터스’처럼 위험에 처한 사람들의 의뢰를 받고 악마를 무찌르는 ‘데몬 헌터스’이야기를 전해준다. 구마의식을 치르는 신부님 대신 주먹과 라틴어 주문으로 악마를 혼쭐내는 퇴마사가 등장한다. 는 신경정신과 전문의 정원(경수진)이 병동에 있는 동생 은서(정지소)의 이상증세를 관찰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언젠가부터 은서의 몸에 악령이 든 것 같다. 도시는 악마를 숭배하는 세력이 활개를 치고 잔혹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
2025.05.06 -
[바이러스] “이게 다, 바이러스 때문이야...”
내달 7일 개봉하는 영화 는 파란만장한 사연을 갖고 있다. 영화의 원작은 2010년 출간된 이지민 작가의 소설 이다. 작가의 또 다른 소설 는 정지우 감독에 의해 로 영화화 되었다. 도 충무로의 부름을 받았다. 누가 보아도 영화적 스토리 라인에, 괜찮은 흥행요소가 한 가득이다. ‘로맨스 영화’에서 조건이나 여건, 성격이 안 맞는 두 청춘이 기어코 이어지려면 어떤 마법 같은 설정이 필요할까. 돈 많은 재벌? 출생의 비밀? 첫눈에 빠지고 마는 매력덩어리? 다 필요 없다. 이지민 작가는 ‘러브 바이러스’를 사랑의 묘약으로 끌어들인다. 여기에 전염되면 다국적제약회사의 그 어떤 신약도 소용이 없다. 소설 는 그렇게 영화로 만들어진다. 2019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열심히 찍었다. 그런데 맙소사! 코로나 사태가 터진..
2025.05.02 -
[파과] 킬러의 정명론(正名論) (민규동 감독, 이혜영 김성철 주연)
과일가게에서 ’낙과‘(落果)나 ’못난이 사과‘ 같은 상품을 만날 때가 있다. ’정품‘보다는 조금 싼 가격으로 유통된다. 그런데 ‘파과’라니. ‘파과’는 상품성이 없는 과일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구병모 작가의 소설에서는 ‘파과’를 ‘낙과’ 정도로 이야기한다. 흠이 있어서 사람들의 손이 잘 가지 않지만 충분히 맛있는 상품이라고. 구병모 소설 는 민규동 감독의 영화에서 ‘킬러’의 유통기한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때는 1975년. 눈보라가 휘몰아치던 어느 날 밤, 소녀 하나가 비틀대더니 쓰러진다. 그 소녀를 거두어준 사람은 미군부대 앞에서 장사를 하는 류(김무열) 부부이다. 소녀는 그 가게에서 식모살이를 시작한다. 그러다가 정당방위에 준하는 첫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식당주인 류는 소녀에게서 ‘킬러’의 자질, ..
2025.05.02 -
[하이퍼나이프] Birds of a Feather... (박은빈, 설경구주연, 디즈니+)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8부작 드라마 (감독:김정현)는 메디컬드라마의 외피를 두른 심리스릴러이다. 주인공은 ‘뇌’수술에 관해서는 탁월한 실력을 가진 두 명의 외과의사이다. 한 사람은 의학도라면 누구나 닮고 싶어하는 화타의 실력을 가진 의대 교수 최덕희(설경구)이다. 어느 해인가 그의 수술실에 영민한 학생, 정세옥(박은빈)이 들어온다. 세옥은 스승이 가진 모든 의술을 흡수하여 제 것으로 만들고 싶어 안달이 나있다. 스승은 그런 열정적 제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그런데, 청출어람(靑出於藍), 후생가외(後生可畏)이다. 제자의 실력은 분명 자신의 자신을 뛰어넘을 기세이다. 그런데 그 제자가 두렵다. 히포크라테스의 고귀한 선서는 어디 가고 제자는 오직 뇌수술, 인간의 뇌에만 관심이 있다. 메스를 들고..
2025.05.02 -
[야당] “대한민국 검사는 대통령을 만들 수도, 죽일 수도 있어” (황병국 감독 2025)
16일 개봉하는 영화 은 어찌 보면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영화이다. 국민을 도탄에 빠뜨리는 마약이 흘러넘치고, 집법기관의 아슬아슬한 함정수사가 펼쳐지고, 범죄자와 검경 사이에서 위태롭게 줄타기하는 정보원이 있다. 한국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악독한 경찰, 검사, 정치인들이 여지없이 등장한다. 그들은 서로 손을 잡고, 서로를 이용하며, 결국 내버린다. 그리곤 저 밑바닥까지 갔던 인물이 복수에 나선다. 때는 바야흐로 대선(대통령선거) 기간. 이제 초고속 인터넷이 깔린 대한민국에서 유튜브와 망원카메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새로운 게 있나? 황병국 감독의 이다. 대리운전을 하던 강수(강하늘)는 고객이 건네주는 음료수를 마시고는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는 어느새 마약쟁이가 되어 교도소에 가게 된다. 그는 ..
2025.05.02 -
[승부] 스승과 제자, 흑백의 운명을 두다 (김형주 감독, 이병헌 주연,2025)
세기의 라이벌이라 불릴 만한 승부가 있다. 정치판엔 YS와 DJ, 마운드에는 최동원과 선동열, 링 위에선 김일과 이노키, 음악사에선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있었다. 이들은 시대와 조건이 무르익은 곳에서 서로를 향해 치열한 결투를 벌였고, 그 장면은 역사가 되어 대중의 기억 속에 영원히 각인된다. 그들이 견뎌냈을 시간들과 고독, 그리고 잠 못 이루던 밤들은 그 자체로 위대함의 증거다. 그 대결의 무대가 바둑이라면, 인간의 사고가 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지략 대결과 전략의 예술이 펼쳐질 것이다. 영화 는 조훈현과 이창호, 이 위대한 승부사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훈현은 싱가포르 호텔에서 열린 제1회 응창기배 바둑대회 결승대국에서 중국의 섭이평을 꺾고 커다란 우승배를 들어올린다. 이미 조훈현을 한국에서 적..
2025.05.02 -
[로비] 비즈니스의 완성은 골프장에서 이뤄진다 (하정우 감독)
요즘 유행하는 챗GPT에 유망 IT기술을 가진 스마트업 대표로서 인허가권을 가진 공무원(골프광)에 대한 로비 비법을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챗GPT는 “고위 공무원에게 로비를 진행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입니다. 윤리적인 문제와 법적인 제약이 있을 수 있으므로, 로비 활동이 법적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이 경우, 골프가 담당자의 취미라면, 그 취미를 기반으로 한 합법적이고 윤리적인 접근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몇 가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라며 아주 길게,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하정우는 챗GPT 아니어도 살면서 많이 보아왔을 것이고, 실제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며, 피부로 실감했을지 모른다. 그 모든 것을 영화 에 쏟아 붓는다. 고위공직자 골프접대의 알..
2025.05.02 -
[백수아파트] 대동단결 아파트 ‘백수’결사대 (경수진 고규필 주연, 이루다 감독)
경수진이 주연을 맡은 저예산영화 [백수아파트]는 마동석의 '빅펀치픽처스'가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다. '대중'영화에 대한 촉이 남다른 마동석은 '범죄도시' 말고도 저예산의 영화를 곧잘 만든다. 적당한 액션과 적절한 스토리, 괜찮은 감동코드나 공감 요소가 있으면 적절한 규모의 예산으로 다양한 작품을 내놓으며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적응하고 있다. 거울(경수진)은 조카들과 함께 새벽부터 동네를 휘저으며 '지역사회의 질서와 안녕'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재래시장에 불법 정차된 생수배달 트럭을 붙잡고 일장연설을 한다. 이런 오지랖에 진절머리가 난 동생 두온(이지훈)은 누나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그런다. 거울은 이제 인근 아파트에 한 달간 월세로 들어가 살게 된다. 오지랖 넓은 거울에게는 어디를 가나..
2025.05.02 -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진영, 다현 주연)
아이돌 출신인 진영(BIA4)과 다현(트와이스)이 주연을 맡은 영화 는 대만영화(那些年,我們一起追的女孩,2011)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최근 ‘청설’과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잇달아 개봉되며 ‘대만영화 붐’이라도 인 것 같다. 대만 오리지널은 1994년 대만의 소도시 창화현의 고등학교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한국판은 2002년 강원도 춘천의 고등학교 교실에서 시작된다. 어떤 역사적 공통점, 혹은 청춘의 공감이 있을까. 봉의산 기슭의 ‘동춘천고등학교’(실제 그런 학교는 없다) 거리엔 ‘Be the Reds!’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보인다. 월드컵 분위기이다. 그 시절, 그 또래 학생은 비슷하다. 대학진학에 목숨을 걸거나, 도색잡지에 탐닉하거나, 꿈도 없이 책상만 지키는 학생들이 섞여있다. 그렇게 교실 ..
2025.05.02 -
[검은 수녀들] 구마의 길, 연대의 힘 (송혜교 전여빈 주연,2025)
‘파묘’의 장재현 감독이 한예종 시절에 만든 단편영화 [12번째 보조사제](2014)는 명동 인근 한 오래된 아파트에서 행해지는 김 신부와 최 부제의 구마(驅魔) 의식을 담고 있다. 여고생의 몸에 든 악령을 쫓아내기 위해 금지된 종교의식을 행한다. 장 감독은 이 이야기를 로 스케일을 키운다. 톱스타 김윤석, 강동원이 캐스팅된 영화에서는 박소담의 몸에 스며든 악령을 쫓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의 제작사(영화사집)는 다시 한 번 인간의 몸에 사로잡힌 악령을 내쫓기 위한 굿판을 펼친다. 지난달 개봉된 이다. 이번 작품에는 장재현 감독이 관여하지 않았다. 영화는 전작의 어두운 그림자를 뛰어넘기 위한 전복의 방식을 택한다. 서울에 ‘12형상’이 다시 나타났다. 이번 희생자는 여고생이 아니라 어린 소년 희진(문우..
2025.05.02 -
[히트맨2] 웹툰작가가 된 전직 국정원요원 (권상우 주연,2025)
2020년, 한국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개봉한 영화가 있다. 바로 권상우 주연의 이다. 당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240만 관객을 모으며 선전했다. 은 국정원의 비밀 암살요원 ‘준’이 돌연 웹툰 작가의 꿈을 위해 조직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요원 생활에서의 모든 기억이 국가기밀로 봉인된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웹툰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선택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국정원, 심지어 웹툰 편집장까지 위험에 빠뜨린다. 그로부터 5년 후, 가 개봉한다. 그 사이 국정원이 희화화되거나 K콘텐츠의 주요 소재로 활용될 정도로 분위기가 충분히 유연해진 모양이다. 웹툰 전업작가 김수혁(권상우)의 창작활동은 계속된다. ‘암살요원 준’은 러시아, 중국, 일본을 ..
2025.05.02 -
[중증외상센터] “나는 메스를 든 의사이다” (넷플릭스)
메디컬 드라마는 한국시청자에게 꽤 인기가 있다. ‘그레이 아나토미’, ‘E.R’, ‘굿 닥터’, ‘하얀 거탑’ 등등. 생각해보면 ‘M.A.S.H’와 ‘허준’도 인기가 있었다. 응급실의 긴박한 상황, 끔찍한 사고현장, 전장의 한 가운데에서 죽어가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들의 이야기는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24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새 시리즈 는 그런 작품이다.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어 ‘인간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신의 손’을 가진 의사들의 이야기이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출중한 실력을 가진 외상전문의 백강혁이다. 그가 유명무실한 ‘중증외상센터’에 부임하면서 펼쳐지는 헌신과 혁신의 수술현장이 펼쳐진다. 먼저 알아둬야 할 것은 백강혁은 ‘듣보잡’ 의대 출신이고, 그 ‘중증외상센터’는 한국최고의 대..
2025.05.02 -
[말할 수 없는 비밀] 쇼팽의 남자, 비밀의 여자 (서유민 감독, 도경수 원진아 주연)
2008년 한국에서 개봉된 대만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원제:不能說的秘密)은 대만영화의 존재감과 주걸륜(周杰倫,Jay Chou)의 천재적 음악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주걸륜은 이 영화에서 주연과 함께 감독과 각본을 맡았다. 물론, 피아노 연주도 직접 했다. 그는 3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운 ‘모차르트’였다. 대만판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예술고등학교로 전학 온 상륜(주걸륜)이 캠퍼스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연주소리에 이끌려 연습실에 들어갔다가 그곳에서 한 여학생(샤오위)을 만나면서 펼쳐지는 미스터리한 인연, 운명의 사랑을 담고 있다. 그 여학생은 누구이며, 그 피아노 연주곡은 무엇일까. 관객들은 치기어린 피아노 배틀과 그림 같은 대만(신베이의 딴수이) 풍광, 그리고 주걸륜-계륜미의 매력에 흠뻑 빠져 ..
2025.01.18 -
[아침바다 갈매기는]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박이웅 감독, 2024)
바닷마을의 30대 남자는 무엇을 꿈꾸는가. 치열한 생활전선을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어촌마을 사람들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바다에서의 거친 삶과 뭍에서의 힘든 생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풍어와 만선의 꿈은 사라지고 낙오된 삶에 대한 회환과 분노가 많은 작품을 통해 보여주었으니. 여기에 ‘베트남 신부’가 끼어든 풍경이 있다면? 영락없이 오늘의 한국사회의 이면일 것이다. 로 평단의 주목을 받은 박이웅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이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에 이어 곧바로 극장에서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부산영화제에서 ‘뉴 커런츠상’, ‘KB 뉴 커런츠 관객상’,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등 3개의 트로피를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어떤 이야기일까. 강원도 양양의 남애항에서 ..
2025.01.11 -
[1승] 1등만 기억하는 세상, 1승을 기원하는 사람들 (신연식 감독,2024)
코트 위에서 불꽃 스파이크가 작렬하는 스포츠 ‘배구’를 소재로 한 영화 이 관객들을 만난다. ‘페어러브’, ‘조류인간’, ‘프랑스 영화처럼’, ‘로마서8:37’ 등 개성적인 작품을 감독하고 와 의 각본을 쓴 신연식 감독이 작심하고 만든 대중적 작품 은 승리와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들이 해체 직전의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에서 단 한 번의 승리를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충무로 최강의 아우라를 가진 송강호가 절망의 배구팀을 이끄는 감독으로, 충무로 최고의 연기변신을 자랑하는 박정민이 그 배구팀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관종’ 구단주로 출연하여 장윤주 등 오합지졸의 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울고 웃게 만든다. 과연 프로의 세계에서 선수를 춤추게 하는 것은 돈일까, 칭찬일까. 서브한 공, 토스한 공, 스파..
2025.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