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리뷰(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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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 “원웨이 티켓” (김희진 감독, 송중기-최성은 주연)
넷플릭스 영화 은 멜로드라마인가, 정치드라마인가, 액션물인가. 용필름이 제작했다고 하니 느와르를 기대했을 수도, 송중기가 나왔으니 멜로가 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런데, 탈북자가 주인공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분명 자유를 찾아, 목숨 걸고 사선을 넘었을 테니. 그런데 이상하다. 적어도 원작을 읽은 사람이라면 은 자유를 위한 투쟁은 아닐지라도 ‘살아야한다는 절박함’은 느껴야할 것인데 말이다. 이야기는 송중기가 한밤에 차가운 도로를 적신 핏자국을 걸레로 문지르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누군가 죽은 차가운 땅. 이곳은 중국 연길이다. 로기완은 2019년 엄마와 함께 탈북, 연길에 숨어살다가 공안의 단속에 쫓기다 엄마가 트럭에 치어 죽고, 기완만이 어렵게 위조여권으로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한 것이다. 로기완은..
2024.04.09 -
[파묘] “나 한국 사람이에요!” (장재현 감독)
장재현 감독이 꾸준히 한 우물을 파고 있다. 과 에 이어 이번엔 로 오컬트 무비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파묘’는 파 들어간 땅의 깊이만큼, 첩첩이 쌓인 관의 무게만큼 한국적 신비로움과 우리 땅의 소중함을 전해준다. 덤으로 공포감과 긴장감, 극강의 몰입감으로 영화 감상의 재미를 더한다.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가 나뉜다. 이 둘은 하나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감독은 영화의 허리를 동강 자른다. 영화를 처음 볼 때는 이상했지만, 두 번 볼 때 더 많은 것이 보이고, 그 ‘동강난 허리’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영화가 시작되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이른바 ‘MZ세대’ 무속인인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을 만난다. 스튜어디스는 화림이 일본사람인줄 알고 일본말로 서비스하고 화림은..
2024.03.08 -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호기심은 지구소녀를 각성시킨다” (김다민 감독)
진화론을 이야기하거나 인간의 지적 능력의 획기적 도약 순간을 설명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그때 외계인이 지구에 왔다!”이다. 도 그랬고, 에서도 그랬다. 이제 한국 영화판에서 엄청난 우주 비밀을 밝히는 초특급 SF가 만들어졌다. 와 와 함께 나란히 극장에서 영화팬을 매혹할 영화 이다. 김다민 감독의 장편영화 감독데뷔작이다. 넷플릭스의 의 극본작업에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다. 특이하다. 어쨌든 일단 이 막걸리를 마셔보자. 이 영화는 저예산 독립영화이다. UFO도 광선검도, ET도 등장하지 않는다. 애당초 그런 할리우드 SFX는 기대하지 마시라. 영화는 유치원 나이의 어린 동춘이가 아빠의 휑한 정수리를 쳐다보다가 질문을 던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아빠, 대머리가 영어로 뭐에요?”라고. 질문은 좋은 것이다...
2024.03.08 -
[만추 리마스터링] “탕웨이는 왜 편지를 뜯어 삼켰을까?” (김태용 감독,2010)
탕웨이와 현빈이 주연을 맡은 김태용 감독의 (2010)가 10여년 만에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다시 극장에 내걸렸다. 탕웨이는 김태용 감독과 2014년 결혼하였고, 현빈은 손예진과 결혼했다. 는 10년이 지나서 다시 봐도, 잘 만든, 완숙한 멜로 드라마이다. 아마 시간이 갈수록 더 가치를 발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된다. 탕웨이가 한적한 주택가 도로를 정신없이 뛰어내랴오더니, 순간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누군가 쓰러져 있고, 탕웨이는 허겁지겁 편지를 뜯어서 꾸역꾸역 삼킨다. 경찰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그리고, 7년 뒤, 탕웨이가 연기하는 안나는 엄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사흘의 가석방을 얻는다. 쓸쓸한 모습의 안나가 장거리버스에 앉아 하염없이 허공을 바라볼 때, 누군가 ..
2023.11.24 -
[5시에서 7시까지의 주희] '생의 마지막 2시간' (장건재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1998)에서는 사람이 죽은 뒤 머무르는 1주일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들은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에서 ‘자신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소중했던 순간을 박제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누군가는 첫사랑이었을 것이고, 누구에게는 엄마의 따뜻한 품속을 기억할 것이다. 그렇게 그 사람은 그 순간을 기억하며 정말 세상과 헤어지는 것이다. 장건재 감독의 영화 라는 영화에서도 그런 삶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게 만든다. 물론, 다른 식으로 진행되는 기억의 정리인 셈이다. 주희(김주령)는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는다. 유방암이란다. 이제 자신의 삶을 차분히 정리하든지, 건강을 되찾기 위해 운동을 하든지 할 것이다. 주희가 돌아간 곳은 대학 연구실. 교수로서..
2023.11.24 -
[화란] “형님이라 하지 말고 형이라 해!” (김창훈 감독)
영화 ‘화란’속 17세 소년 연규는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 술만 마시면 폭력을 행사하는 의붓아버지의 집에서, 좁은 방에서 의붓 여동생과 생활하면서, 시궁창 같은 삶이지만 꿋꿋하게 버틴다. 연규는 악착같이 돈을 모아 이곳을 뜰 생각이다. 대학도, 군대도, 연애도 그의 목표가 아니다. 그가 꿈꾸는 도피처는 뜬금없이 ‘화란’이다. ‘네덜란드’ 말이다! 떠들썩한 운동장. 연규는 한참 생각한 끝에 돌멩이를 하나 움켜지더니 달려가서 학생 하나의 머리를 내리친다. 이복여동생 하얀을 괴롭힌 것에 대한 응징이다. 하지만 연규는 정학 당하고, ‘합의금 300만원’을 고스란히 떠안아야한다. 그의 편은 아무도 없다. 엄마도, 아빠도, 선생님도, 그 어떤 어른도 없다. 그때 그에게 손을 내민 사람은 동네 건달 치건이다. ..
2023.11.24 -
[해야 할 일] ‘구조조정 앞에 선 노동자의 불안과 고뇌.. 인사담당자의 경우’ (BIFF2023 리뷰)
2021년, 정재영, 문소리가 나온 드라마 는 직장인의 치열한 생존기를 다루었다. 이 땅의 회사원, 직장인들은 그 드라마에서처럼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를 위해 보낸다. 직장으로 가기 위해 만원 지하철에 시달리고, 죽도록 일하고, 다음날 다시 출근하기 위해 잠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일하고, 그렇게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한다. 아이들을 키우고, 집을 장만하고, 애들 대학, 결혼까지 생각하면서 말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직장이란 그런 곳이다. 개인의 영달이나 인간관계의 확장 같은 이야기는 한가로울 때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여기 그런 직장인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인사팀이다. 인사팀이 평소, 그러니까 한가할 때 무슨 일을 하는지는 익히 안다...
2023.11.24 -
[독전2] 리선생을 쫓았는데, 왕선생이었다니...
2018년 개봉된 이해영 감독의 은 배우들의 색깔 있는 연기와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 그리고 복잡하면서도 매력적인 스토리로 영화팬의 사랑을 받았다. 글로벌한 마약조직(판매/유통)이 있고, 미스터리에 싸인 보스가 있고, 야심에 불타는 중간책이 있고, 모든 것을 내걸고 이들을 쫓는 형사가 있다. 1편은 라스트의 한 발의 총소리 때문에 더욱 영화의 재미를 살렸고, 속편에 대한 기대감, 혹은 궁금증을 키웠다. 결국, 극장용이 아니라 넷플릭스 무비로 완성되었다. 지난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무비 에서는 전편에 이어 살아남은(!) 인물 조진웅(형사)과 차승원(중간보스 브라이언), 그리고 무서운 남매, 김동영과 이주영이 계속 출연한다. 서영‘락’ 역에 류준열 대신 오승훈이 출연하고, 한효주가 진하림(김주혁)의 ..
2023.11.24 -
[서울의 봄] 밤은 길었고, 봄은 짧았다 (김성수 감독)
박정희 대통령이 자기가 한때 믿었던 심복의 총에 유명을 달리한 것은 1979년 10월 26일이다. 독재자의 갑작스런 퇴장은 권력의 공백을 불러왔고, 야심만만한 군인들은 “다음 차례는 나야!”라며 청와대로 줄을 세운다. 그 길목에 ‘1212 군사반란’이 자리하고 있다. 김성수 감독이 재현한 그날의 이야기가 영화 으로 완성된다. 영화는 궁정동 안가에서 대통령과 경호실장을 총으로 쏘아죽인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보안사로 끌려가 고초를 당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보안사령관이자 합수부장(1026사건합동수사본부장)이 된 전두환은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기관인 중정과 청와대 경호실을 장악한다. 천생 문관이었던 최규하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지만 계엄사령관인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에 기대어야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전두..
2023.11.24 -
[30일] “우리 이전에 사랑했던가요?”
“I am loving you.”가 문법적으로 맞는 말인가? 사랑엔 국경도, 남녀도, 시제도 없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그대를 너무나 사랑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철석같이 믿었으니 둘은 결혼은 한 것이리다. 주위의 반대나, 둘의 현격한 차이도 잠시 잊고서 말이다. 그런데, 이런 결혼은 눈꺼풀에서 콩깍지가 떨어지면 금세 파경에 이른다. 여기 정열(강하늘)과 나라(정소민)가 그런 잘못된 선택으로 잘못된 길을 가게 된다. '만년 백수' 정열은 변호사가 되기 위해 미친 듯이 공부한다. 사이키조명이 신나게 돌아가는 디스코텍에서도 말이다. 그곳에서 운명의 여인 나라(정소민)를 만난다. 로코 드라마의 정석대로 둘은 주위의 극심한 반대를 이겨내고 결혼에 이른다. 그리고 온달과 평강처럼 산다..
2023.11.24 -
[거미집] “놀라운 걸작을 보여줄 거야!” (김지운 감독,2023)
영화잡지 과 의 편집장을 지냈던 이연호 기자가 2007년에 쓴 (한국영상자료원)에는 , , , , , 등 ‘지금 보아도 놀라운’ 작품을 남긴 고(故) 김기영 감독(1919~1998)의 온갖 기담이 담겨있다. 이연호 기자는 김기영 감독이 비극적인 화재사고 죽기 바로 전날 통화를 했단다. 그날 김 감독은 자신의 차기작인 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곧 놀라운 걸작을 보여줄 것이다”고 장담했었단다. 그리고, 2023년, 김지운 감독의 새 영화 에서는 송강호가 연기하는 김열 감독을 통해 ‘온갖 장애물과 훼방꾼이 가득한 영화판’에서 자기만의 걸작을 내놓으려고 발버둥치는 한 영화감독을 만나보게 된다. 1970년대, 서울 외곽의 커다란 촬영장 건물. 가건물 같이 보이지만 엄연한 당시 충무로 영화사의 스튜디오이다...
2023.11.24 -
[1947년 보스톤] “Venni, Vidi, Vinsi!“ (강제규 감독,2023)
손기정 선수가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올림픽 금메달을 땄던 것은 1936년 독일 베를린 올림픽 때였다. 아돌프 히틀러가 한껏 게르만 민족의 우월함을 만방에 과시하기 위해 ‘우쭈주’하던 시절이었다. 손기정은 올림픽 금메달을 땄지만 그의 조국은 ‘일본’이었고, 그의 국기는 ‘일장기’였으면, 시상대에 오를 때 울려 퍼진 국가는 ‘기미가요’였다. 손기정 선수는 좌절하고, 분노가 치밀었고, 억울하고, 원통했을 것이다. 그리고 해방이 되었지만 한반도는 남과 북으로 갈라졌다. 바로 그 시점의 우리나라 스포츠 사(史)이다. 외세에 맞서 오랫동안 독립운동을 펼쳤지만 국제적으로 ‘대한민국’이 공인되기 전까지, 그러니까 국제적으로는 ‘남은 미국이, 북은 소련이’ 군정을 펼칠 때의 이야기이다. 손기정 선수는 해방된 한국에서 ..
2023.11.24 -
[천박사 퇴마연구소] "뭔가 이상한 일이 생기면, 누굴 부르지?.. 강동원!"
멀쩡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시름시름 앓더니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이 무서운 말들을 쏟아내고, 이해할 수 없는 몸짓을 보이고, 어떨 때는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과잉행동을 할 경우, 그것이 단순한 육체적 질병, 정신적 결함에서 기인한 경우가 아닐 경우 어쩔 수 없이 ‘귀신이 들렸다’고 한다. 종교적인 색채를 가미하자면 ‘악령이 씌었다’고 하면 될 것이다. 이제, 인간계의 정신적 치료도, 가족애로도 극복 못할 지경에 이르면 필요한 것은? 고스트버스터나 엑소시스트가 필요할 때이다. 추석 연휴에 개봉된 영화 (감독:김성식)에 그런 존재가 등장한다. 강동원이다. 강동원은 이제 귀신을 쫓아내야 한다. 그로서는 처음 하는 일은 아니다. '전우치'에서도, '검은 사제들'에서도 해본 일이다. 이제달인에 이르렀을 그의 ..
2023.11.24 -
[다음 소희] “학교의 명예, 국가의 위신” (정주리 감독, 배두나+김시은)
중국의 영화와 관련된 법률에 시나리오 심의제도란 게 있다. (우리나라도 있었다!) 영화를 만들기 전에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하는 것이다. 그렇게 만든 영화를 해외영화제에 출품하려면 완성된 작품을 다시 승인받아야 필름을 반출할 수 있다. 창작자들은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서 해외에 자기들의 작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아장커나 로우예 감독이 그러했다. 이들 감독의 작품은 대체로 “자본주의의 물결에 휩쓸린 인민들이 겪는 극도의 불행한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중국은 이들 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며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싫어했다. 즉 ‘국가의 위신’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법으로 저지한 것이다. 어제(8일) 개봉된 우리영화 를 보면서 문득 그 생각이 ..
2023.07.22 -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 사랑의 묘약 (임성용 감독, 윤시윤+설인아)
‘첫 눈에 반하다’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자신이 경험한, 그 기묘한 감정의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설명은 할 수 없지만 문학적으로나마 표현해 보려고 했을 것이다. 만약, 그 기제(機制), 원리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인류문명에 큰 족적을 남길 수 있을지 모른다. 상업적 성공은 물론이고 말이다. 여태까지는 “알코올이 일정 수준 이상 흡수되면 테이블 맞은편의 상대가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가설이 확립되어 있다. 여기에, 전 세계 향수업계에 일대 혁신을 일으킬 실험이 시작된다. ‘첫사랑을 불러일으키는 향수’이다. 페르몬과는 다른 것이다. 여하튼 어제 개봉된 영화 이야기이다. 높은 빌딩이 줄지어 서 있는 인천 송도의 풍광이 보이고, 남자주인공 창수(윤시윤)가 오늘도 늦잠에, 허겁지겁 정류소로 달려간다. 출..
2023.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