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가 알려줄거야] “호기심은 지구소녀를 각성시킨다” (김다민 감독)

진화론을 이야기하거나 인간의 지적 능력의 획기적 도약 순간을 설명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그때 외계인이 지구에 왔다!”이다.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도 그랬고, <맨인블랙>에서도 그랬다. 이제 한국 영화판에서 엄청난 우주 비밀을 밝히는 초특급 SF가 만들어졌다. <파묘>와 <듄: 파트2>와 함께 나란히 극장에서 영화팬을 매혹할 영화 <막걸 리가 알려줄거야>이다. 김다민 감독의 장편영화 감독데뷔작이다. 넷플릭스의 <살인자ㅇ난감>의 극본작업에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다. 특이하다. 어쨌든 일단 이 막걸리를 마셔보자. 이 영화는 저예산 독립영화이다. UFO도 광선검도, ET도 등장하지 않는다. 애당초 그런 할리우드 SFX는 기대하지 마시라.

 영화는 유치원 나이의 어린 동춘이가 아빠의 휑한 정수리를 쳐다보다가 질문을 던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아빠, 대머리가 영어로 뭐에요?”라고. 질문은 좋은 것이다. 어린이의 호기심은 성장과 진보의 첫걸음이니. 엄마는 기뻐하며 “아, 이제 우리 동춘이도 세상을 배울 때가 되었구나”하며 영어학원을 보낸다. 이제부터 동춘이는 또래 아이들처럼 각종 학원을 다니며 세상의 지식을 흡수하기 시작할 것이다. 영어학원, 수학학원, 과학학원 등등. 물론, 부모님의 속셈은 다를 것이다. 좋은 학교 가기 위한 기초단련임을. 학부모 사이에는 각종 정보가 나돈다. “앞으로 페르시아어 특별전형이 이뤄질 것이라고.” 동춘이는 그렇게 초등학교 4학년, 11살 나이에 페르시아어학원에도 다니게 된다. 그동안 동춘이는 점점 말이 없어지고, 과묵해지고, 입이 무거워지고,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든다. 수학여행 가서 획득한 생막거리와 과학시간에 배운 누룩 담는 방법으로 자기만의 ‘술통’을 만들고, 어느 날 술통에서 발생하는 기포가 모스 신호임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 모스 신호를 번역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낸다. 이제 놀라운 포털이 열릴 것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김다민 감독은 만화를 좋아하고,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영화를 좋아했단다. 애니메이션고등학교를 갔고, 특별한 재능으로 대학을 갔고, 대학시절부터 열심히 영화판 현장 연출부를 했으며, 자신의 넘치는 상상력을 <막걸리>로 발효시킨 것이다. 영화는 사교육의 폐해를 꼬집은 사회드라마 같은데, 자세히 보면 확실히 4차원 SF임을 알게 된다. 부모가 쳐놓은 사교육의 촘촘한 그물망은 결국 우주로 향하는 동춘의 실험대이다. 초월적 상상력만이 선택된 인간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동춘은 자신의 지적 자산과 불굴의 의지로 그 티켓을 거머쥔 셈이다. 

 물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관객의 상상에 맡긴다. 동춘이 안드로메다 너머 N번째 우주로 워프 이동했는지, 아니면 지극히 현실적으로 사교육의 피해자로 장렬한 최후를 맞았는지 말이다. 김다민 감독은 물론 우주를 택한다. 이런 지구실험실의 피실험체는 세계 곳곳에서 지금도 몽상중이니 말이다.
 저예산독립영화로 이런 훌륭한 SF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은 결국 상상력의 승리일 듯하다. 상상력의 한계는 제작비나 교육시스템이 때문이 아니다. 어쩌면 아직 자기의 진정한 재능을 발견하지 못한 지구인의 인지능력의 자물쇠 때문인지 모른다. 그걸 막걸 리가 열어줄지 모른다.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감독:김다민 ▶출연: 박나은, 박효주, 김희원 ▶제작:㈜안나푸르나필름 ▶제공:(주)홈초이스 ▶배급: 판씨네마㈜ ▶개봉: 2024년 2월 28일/전체관람가/91분

[리뷰]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호기심은 지구소녀를 각성시킨다” (김다민 감독)

 

[리뷰]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호기심은 지구소녀를 각성시킨다” (김다민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