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리뷰(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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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탄생: 메리 개프니의 저항] "옛날 옛적에 여자노예가 있었다" (티빙-파라마운트+)
넷플릭스와 힘겨운 ‘구독자 전쟁’을 펼치고 있는 국산OTT 중 하나인 티빙에는 ‘파라마운트+’라는 일종의 ‘채널 속 채널’이 있다. [탑건], [미션임파서블], [트랜스포머]. [대부] 같은 파라마운트 영화사 작품과 함께 ‘라이어니스-특수작전팀’, ‘헤일로’, ‘더 그레이트’, ‘NCIS’ 같은 미니시리즈가 가득 하다. 미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옐로우 재킷’이나 ‘프롬’ ,‘래빗홀’, ‘와이 우먼 킬’을 찾아봤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웹(앱) 목록을 뒤지다 보니 이런 게 있었다. ‘파라마운트+ 오리지널&독점’에 올라온 ‘국가의 탄생: 메리 개프니의 저항’이란 작품이다. 사실 데이비드 그리피스 감독의 ‘국가의 탄생’(The Birth of a Nation,1915)은 미국 영화사에서 기념비적인 무성영화이..
2023.11.24 -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 소멸되는 사람, 사라지는 이야기
[박재환 2022.01.24] 참으로 슬프고도 슬픈, 똑바로 쳐다볼 수 없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한 편 개봉한다. 이 영화를 몇 명이나 볼지 모르겠지만, 이런 이야기의 이런 영화가 있었다는 사실만은 기억해야할 것 같다. 김동령과 박경태가 공동감독한 영화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이다. 제목만 들으면 마치 ‘전래동화’려니 하겠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여성비극을 담은 대한민국 현대사 고발극이다. 영화는 경기도 의정부의 한 동네를 보여준다. 배나무가 많았다고 해서 배벌, 뱃벌, 뱃뻘로 불렀던 곳이다. 이곳에는 오랫동안 미군기지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곳에는 주한미군을 상대로 ‘몸을 파는’ 여자들의 업소가 있다. ‘기지촌 양공주’라고 불리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다. 불편하겠지만 평생 ‘그 일’을 해온 사람이 주인공이..
2022.05.22 -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일본에서 분단국 민족으로 살아남기
(2021.12월) 9일 극장에서 개봉되는 [나는 조선사람입니다]는 크게 보아 일본 식민지배의 부산물이며, 좁혀보면 남북 분단의 비극이다. 해방이 된 후 일본에 체류하던 우리 민족은 수십만에 이른다. 그들은 고향을 찾아, 모국을 찾아 현해탄을 건넌다. 그런데 건너지 않은/못한 사람들이 더 많다. 그들이 나이 들고, 그들이 일본에서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이른바 재일동포 2세, 3세, 4세, 5세로 이어지며 그들의 정체성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들의 DNA와 그들의 이데올로기, 그리고, 그 정서를 느낄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바로 김철민 감독의 [나는 조선사람입니다]이다. 이 작품은 일본의 조총련 사람들에게 카메라의 초점을 맞춘다. 사전적으로 말해 ‘재일조선인’은 일본 식민 지배의 결과로 일본에 거주하게 ..
2022.01.22 -
[비 워터] 이소룡, 친구여 물이 되거라 (디즈니플러스)
지난 주 한국에서도 디즈니플러스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스타 채널과 함께 ‘내셔널지오그래픽’이 한 챕터 자리를 잡고 있다. 다큐 매니아라면 이 채널을 절대 비켜가지 못할 것이다.디즈니플러스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는 이런 작품도 있었다. “비 워터‘(Be Water) 불세출의 쿵후스타 이소룡(브루스 리)을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이소룡 다큐멘터리는 그의 사후 꽤 많이 나왔다. 반세기가 지나도 여전히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각종 설이 나돌고 있으니 그야말로 전설임에 분명하다. 미국에서 만든,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볼 수 있는 브루스 리의 생애가 궁금하다. 흥미진진! ■ 이소룡 (1940년.11.27 캘리포니아 출생 ~ 1973.7.20. 홍콩 사망 향년 32세) 이소룡(李小龍,..
2021.11.20 -
[그림자꽃] 나는 북조선의 공민이다 (이승준 감독,2021)
1989년 당시, 한국의 대학생이었던 임수경이 방북하여 김일성 주석과 포옹하는 장면이 뉴스 화면을 장식하면서 한국 사회에 일대 핵폭탄급 혼란이 야기됐다. 이후 북한에 대한 우호적, 체제 옹호적 발언이 나오면 다른(!) 진영에서는 조건반사적으로 “그렇게 좋으면 북한으로 가라!”라는 말이 나온다. 남쪽의 자유민주주의를 만끽하며 북쪽의 독재정권을 옹호하는 사람을 ‘빨갱이’라 지칭하며 북송을 권하는 ‘분리의 레토릭’이다. 그런데, 이게 가능한 일일까? 가고 싶다고, 보내고 싶다고 갈수 있는 국가시스템일까? 오늘(27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특별한 경우를 다룬다.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 탈북자’이야기이다. 은 한 ‘탈북’인사를 뒤쫓는다. 그런데 이 사람은 자신이 ‘탈북자’가 아니..
2021.10.31 -
[판문점] 뉴스타파, 미국 문서기록청, 그리고 한국전쟁 (DMZ Docs 상영작)
이달 초 열린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소개된 126편의 작품 중에 한국전쟁을 다룬 흥미로운 다큐 하나가 포함되었다. 한국 사람이라면 다 아는 ‘판문점’에 대한 역사를 다룬 [판문점](감독: 송원근 김용진)이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안고 사는 우리에겐 그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 그런데, 이것 역시 시간이 흐르고, 세월의 풍파 의해 조금씩 망각되는 곳이다. 가끔 남과 북이 첨예하게 갈등하거나, 혹은 평화에 대한 작은 기대감이 넘쳐날 때 이곳이 뉴스에 등장한다. ‘판문점’은 우리나라에서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독립언론기관 ‘뉴스타파’의 취재진이 미국의 문서기록청(NARA)에 수집한 자료를 기반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뉴스타파’라! ‘판문점’은 남과 북, 양측에 모두 특이한 위상을 ..
2021.10.31 -
[DMZ Docs리뷰] 개막작 ‘수프와 이데올로기’ (양영희 감독)
경기도 고양과 파주 일대에서 열리는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지난 9일 개막했다. 모두 126편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되는 올해 개막작은 양영희(57) 감독의 ‘수프와 이데올로기’이다. 일본에서 태어난 양영희 감독은 ‘디어 평양’(2005), ‘굿바이, 평양’(2009)을 만들었던 인물이다. 아버지가 일본 조총련의 간부였기에 양영희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일본에서의 조선인 문제를 그 누구보다도 똑똑하게 보아왔고, 남북문제를 뼈저리게 느꼈다. 이전 두 작품은 이른바 조총련계 재일동포의 북송문제를 다룬다. ‘북’조선에 경도되었던 아버지는 양영희의 세 오빠를 기꺼이 북한에 보낸다.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어린 양영희가 어떻게 평양의 가족을 뒷바라지하는지 보여준다. 이번 [수프와 이데올로기]는 ..
2021.10.31 -
[DMZ Docs리뷰] 방탄학교 “미국은 안전하지 않다, 교실도!”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DMZ Docs)가 지난 9일 개막되었다. 경기도 고양과 파주 일대에서 열리는 ‘DMZ Docs’는 다큐멘터리만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대표적 장르영화제이다. 16일까지 열리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39개국에서 출품된 120여 편의 최신 다큐멘터리가 소개된다. 비경쟁부문의 글로벌비전 섹션에서 소개되는 토드 챈들러 감독의 [방탄학교](원제:Bulletproof)는 ‘극도로 위험한 미국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이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교내 총기사건의 규모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볼링 포 콜럼바인](2002)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총기소지 규제가 ‘느슨한’ 미국에서는 어린 학생들도 너무나 쉽게 손에 총을 쥘 수 있다. 문제는 그들이 사회에, 체제에, 교우관계 등에 대..
2021.10.31 -
[JIFF리뷰] 코로네이션 “중국 반체제작가 아이웨이웨이가 찍은 우한일기”
이번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코로나 시대에 맞춘 특별섹션으로 [스페셜 포커스: 코로나, 뉴노멀]이 편성되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주영화제는 코로나 여파로 정상(?)적인 영화제운영이 힘들어졌다. 어쩌면 객석 띄어앉기, 온라인상영 병행진행, 화상인터뷰가 영화판에서는 ‘뉴노멀’이 되어버렸는지 모르겠다. JIFF를 통해 소개되는 ‘코로나 영화’에서 관심이 가는 작품은 단연 중국의 ‘코로네이션’(Coronation)이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되었다는 글로벌 재앙 ‘코로나’를 중국에서는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사실 얼마 전 [최미역행]이라는 중국 프로파간다 스타일의 ‘우한 이야기’가 개봉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의 감독 아이웨이웨이(艾未未)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반체제작가이다.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
2021.05.07 -
넷플릭스-사자의 몫, "The Lion Sleeps Tonight"
넷플릭스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신작들을 쏟아내고 있다. 너무 많은 작품들이 쏟아지기에 채 알려지기도 전에 리스트 뒤쪽으로 밀려날 지경이다. 작년 공개된 작품 중에 ‘리마스터드: 사자의 몫’(원제: ReMastered:The Lion's Share 감독: 샘 컬먼)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꼼꼼하게 보지 않으면 존재감 없이 밀려날 그런 수많은 작품 중의 하나이다. 다시 꺼내본다. 넷플릭스는 유명 아티스트의 궤적을 따라가는 8편의 [리마스터드] 시리즈를 내놓았다. 로버트 존슨, 빅토르 하라, 샘 쿡, 잼 마스터 제이, 밥 말리 등이 대상 아티스트이다. 아마 팝송에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이 시리즈에 매료될 듯하다. ‘사자의 몫’은 어떤 작품일까. ‘The Lion Sleeps Tonight’이..
2020.12.10 -
[BIFF리뷰] 지아장커 다큐멘터리 ‘먼 바다까지 헤엄쳐 가기’
지난 주 막을 올린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는 68개 나라에서 출품된 192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코로나사태로 최소한의 범위에서 영화제가 운영된다고는 하지만 상영편수가 대폭 줄어든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영화가 딱 한 차례씩만 상영되는 까닭에 영화팬들의 접근이 쉽지만은 않다. 어렵게 소개되는 영화 중 중국 지아장커(賈樟柯) 감독의 다큐멘터리 (원제: 一直游到海水變藍/ Swimming Out Till the Sea Turns Blue)라는 작품이 있다. 중국 산시(山西)성 펀양(汾陽) 출신의 지아장커 감독은 1987년 로 충격적인 데뷔를 한 후 , , , , , 등 내놓는 작품마다 명확히 중국 이전 세대의 영화감독과는 다른 자신만의 영상미학과 주제의식을 관철시키고 있다. 는 베니스황금사자상..
2020.10.29 -
[알피니스트-어느 카메라맨의 고백] 산사나이 산에 묻히다
지난여름 중국영화 가 잠깐 극장에 내걸렸었다. 1960년, ‘공산’ 중국이 건국하고 어수선하던 그 시기에 최초로 에베레스트 산 정상을 정복한 중국등반대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극화한 작품이다. 산은 그곳에 그대로 있는데 인간은 기를 쓰고 그곳을 정복하기 위해 발버둥 친다. 때로는 눈사태에, 때로는 추위에 목숨을 잃어가면서 말이다. 그곳에 왜 오르려할까. 오래전 영국 산악인은 “산이 있으니까”라는 선문답으로 산악인의 도전을 규정지었다. 15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은 그렇게 산을 오르는 산악인의 마음을 어느 정도 헤아릴 수 있게 한다 . 는 대한민국 산악영화의 대표적인 촬영감독으로 알려진 고(故) 임일진 감독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4차례의 히말라야 원정에 함께 했던 사람들의 도전과 그 이면의 이야기..
2020.10.14 -
[밥정] 님아, 이 상을 받으소서! (박혜령 감독)
요즘은 TV예능프로그램에서 셰프, 요리사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이전에는 ‘한국의 맛’을 소개하는 다큐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었는데 말이다. 바로 그런 한국의 정통 맛을 소개하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TV 교양프로그램을 만들던 박혜령 감독의 역작 이다. 전국을 떠돌며 식재료를 찾아, 독특한 삶의 철학을 담은 음식을 만든다는 방랑의 세프 임지호가 주인공이다. “자연에서 나는 것은 아무 것도 버릴 것이 없다”라는 음식철학을 가진 그는 잔디, 잡초, 이끼, 나뭇가지 등을 재료로 한 요리들을 선보였다. 이 영화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미슐랑 별을 노리고 만드는 미각의 절정도, 바글바글 손님을 불러 모으는 삼대 맛집의 숨겨진 손맛도 아니다. 혀 끝이 아니라 심장과 영혼을 완전히 잠식하는 소울푸드를 내놓는..
2020.10.14 -
[보테로] 내 그림은 뚱뚱해 (돈 밀라 감독 Botero,2020)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자신의 심장이 부풀어 오르는 듯한 느낌과 함께 푸근함을 온몸으로 느낄 것이다. 그가 그린 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뚱뚱하고, 비만형이고, 모든 것이 풍성하다. 그게 그의 예술혼이고, 창작의 기본 콘셉트다. 보테로 전시회는 우리나라에서도 몇 차례 열렸다. 그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개봉된다. 캐나다 돈 밀라 감독의 이다. 보테로와 그의 가족들이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예술가 보테로의 삶과 작품세계를 되돌아보는 형식이다. 봉준호 감독의 에서 박 사장(이선균)네 유치원생 아들(정현준)이 그린 낙서 같은 자화상(실제로는 아티스트가 그린 그림임!)을 보고 박소담이 굉장한 의미를 두며 아동심리학적 평가를 내리는 장면이 있다..
2020.09.23 -
[카일라스 가는 길] 길 끝에서 만나는 힐링 (정형민 감독 Journey to Kailash , 2018)
‘힐링’이라는 말이 일상의 분잡함과 현대의 속도전에 지친 도시인의 영혼을 위로해 준다는 의미로 널리 쓰이기 전에, 그 영혼의 안식처가 되었던 곳은 주로 인도였다. 그리고, 언제가부터 티베트의 고산, 산티아고의 순례길 등이 그 목록에 추가되었다. 오늘 갈 곳은 ‘카일라스 산’이다. 정형민 감독의 다큐멘터리 이다. 카일라스 산은 중국 땅인 티베트의 서남부 강디스산맥에 우뚝 솟은 6656미터 높이의 영산이다. 중국어로는 깡런보치(岡仁波齊峰)봉이라고 불린다. 지리학적으로는 티베트 고원을 흐르는 수많은 대하천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여기서 샘솟은 물들이 흘러 흘러 브라마푸트라강, 인더스강, 수틀레지강, 갠지스강이 된다. 이곳은 불교의 세계관에서 우주의 중심에 있다는 수미산(須彌山)으로 취급되며, 티베트불교를 비롯..
2020.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