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리뷰(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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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 튜더, 소박한 삶이 주는 천상의 기쁨
(박재환 2018.09.15) 타샤 튜더(Tasha Tudor)의 이름은 한번 쯤 들어봤을 것이다. ‘정원가꾸기의 달인’으로 알고 있거나, 동화 작가와 어린이서적 삽화가로 유명하다. 그림을 보면 “아~” 할지도 모를 것이다. 워낙 유명하니. 타샤 튜더(1915~2008)의 삶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가 최근 개봉되었다. 이미 그녀를 다룬 책이 수십 종이 나온 상태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은 일본에서 만든 다큐멘터리이다. NHK에서도 이미 4편의 다큐를 만들었고, 이번에 마츠타니 미츠에(松谷光絵)감독이 미공개 영상과 이후 근황까지 더해 타샤 튜더 탄생 100주년 기념작으로 내놓은 (Tasha Tudor: A Still Water Story/ ターシャ・テューダー 静かな水の物語, 2017)이다. 타샤 튜더는 1..
2019.02.11 -
[518 힌츠페터 스토리] 현장의 이방인, 역사의 기록자 (장영주 감독 5.18 Hinzpeter Story, 2018)
사건사고의 현장이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는 순간이 있다. 어디선가의 작은 움직임이 모여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경우가 있다. 데, 그 모든 것이 수월하게, 발생과 동시에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1980년 5월의 광주가 그러했다.1979년 10월 박정희 대통령이 심복의 총탄에 쓰러지며 유신의 세월은 막을 내리지만 곧바로 또 다른 군부실력자가 정권을 장악하고, 서울의 봄은 얼어붙는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함성은 광주에서 크게 터진다.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은 거리로 몰려나왔고 그들의 목소리는 금남로를 뒤덮는다. 그리고 비극은 시작된다. 지금은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불리는 역사이다.오늘날처럼 인터넷도, 1인 미디어도 없던 그 때 광주의 실상은 완전히 차단된다. 당시 현지의 언론인들은 좌절하고, 서울의 언론은 입..
2018.07.11 -
[딥씨 챌린저] 심해탐험가 제임스 카메론 (존 브루노 감독 Deepsea Challenge , 2014)
[2017.12.2] 과 , 그리고 를 만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을 위키피디아에서 찾아보면 그의 직업이 영화감독, 영화제작자와 함께 자선사업가, 발명가, 심해탐험가로 소개되어있다. 아마도 을 찍으면서 심해잠수정 몇 번 탄 것을 과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다큐멘터리 (Deepsea Challenge, 2014)를 보면 생각이 조금 달라질 듯하다. 2년 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전의 마지막 전시공간은 제임스 카메론과 NGC(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이 손잡고 진행한 ‘딥시 챌린지’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코너였다. 제임스 카메론이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 을 찍기 위해 제임스 카메론은 심해잠수정을 타고 실제 타이타닉이 침몰한 바다 밑을 ..
2018.07.01 -
[올드마린보이] “아버지는 오늘도 바다에 간다” (진모영 감독,2017)
[박재환 2017-11-02] 영화진흥위원회의 역대 흥행기록을 살펴보면 가 373만 관객을 동원하며 89위에 랭크되어있다. 바로 그 밑에 , , 등이 있다. 놀라운 기록이다. 물론, 다큐멘터리로서는 역대 최고기록이다. TV에서 한번 소개된 할아버지, 할머니의 오래된 순정스토리가 한국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바로 그 작품을 연출했던 진모영 감독이 다시 다큐멘터리로 돌아왔다. 지난 9월 열린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먼저 선을 보였던 이다. 감독의 전작을 알기에, 인터뷰 등을 통해 본 감독의 진정성을 믿기에 그의 신작에 큰 기대를 가질 수밖에.는 두 가지 포인트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른바 ‘가족으로서 아버지의 책임감’, 그리고 ‘탈북자의 남한정착기’이다. 주인공 박명호씨는 ..
2017.11.07 -
[미스 프레지던트] “한강의 기적, 촛불의 기적” (김재환 감독,2017)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흉탄’에 맞아 ‘서거’했다. ‘큰 영애’(令愛) 박근혜는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헌재에 의해 탄핵되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기이하게도 10월 26일에 맞춰 라는 다큐멘터리가 개봉한다. 제목부터 소개하자면 '미스'는 당연히 '여자'를 의미하며, '보고 싶은'의 뜻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신화(myth)와 ‘잘못된’(mis-) 등 다양한 의미도 숨기고 있다. 감독은 일부러 이런 중의적 타이틀을 삼았다고 한다.연출을 맡은 김재환 감독은 성역이 없는 작품을 찍은 것으로 유명하다. 에서는 지상파 음식프로그램의 맛집 소개프로그램을 해부했다. 시청자들이 알면서도 속는, "진짜 맛있어요~" "엄지 척!"이 화면에 나오는 그 뒷이야기를 방송사..
2017.10.26 -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 로베르 두아노] 이 사진을 아시나요 (클레망틴 드루디유,2016)
‘사진예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도 ‘키스하는 연인’이 등장하는 두 사진에는 강한 임프레션을 받았을 것이다. 하나는 2차 세계대전 종전에 기뻐서 키스하는 해군 남자와 하얀 옷의 여인을 담은 키스 사진이고 또 하나는 파리의 붐비는 거리에서 열정적인 키스를 나누는 연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앞의 사진은 앨프리드 아이젠스타트가 1945년 8월 14일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찍은 해군(조지 멘도사)과 간호사(짐머 프리드먼)의 키스 씬이다. 두 사람은 당시 서로를 전혀 모르던 사이였다. 파리 사진은 로베르 두아노(Robert Doisneau)가 촬영한 사진이다. 바로 그 사진사 로베르 두아노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그의 손녀가 제작한 (감독 클레망틴 드루디유)이다.이미 할아버지..
2017.09.07 -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거대한 농담’ (정윤석 감독,2016)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라는 제목부터 ‘불온한’ 다큐멘터리에는 ‘밤섬해적단’이라는 밴드의 기이한 활약담이 담겨있다.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상천외한 가사의 노래를 부른다. 초반부에 ‘백범살인일지’라는 노래가 나온다. (비교적 덜 알려진, 그러나 알수록 논란이 가열되는) 백범 김구의 젊은 날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런 내용이다.만주에서 있었던 일 김구가 지나가다 / 국모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네X발 왠지 모르게 화가 나는 것 같아 / 어떤놈이 일본말을 쓰는가봐김구 짱! 김구 짱! 김구 짱! 이승만 XX!정윤석의 다큐멘터리 는 “김구 짱! 이승만 XX!”이라고 소리 지르는 것으로 시작하여 밑도 끝도 없이 사회체제에 대한 불평불만을 쏟아놓는다. 게다가 제목이 ‘서울불바다’라니. 국정원이 기겁할 노릇이다. 그..
2017.09.05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냐옹~ (조은성 감독,2017)
한때는 ‘도둑고양이’로 불리던 거리의 야옹이 ‘길고양이’의 처지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만들었졌다. 오늘 개봉하는 (감독 조은성)이다. 내레이션은 씨엔블루의 강민혁이 맡았다.영화는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아무튼 어두컴컴하고 축축한 데서 야옹야옹 울고 있었던 것만은 분명히 기억한다. 나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인간이라는 족속을 봤다.”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나오는 문장이다. 우리가 본 귀여운 고양이, 혹은 불온한 고양이. 그들(고양이)은 우리(인간)를 어떤 눈으로 볼까.눈이 펑펑 쏟아지는 서울의 겨울. 이런 날씨의 거리의 고양이는 어떻게 추위와 배고픔을 이겨낼까. 는 서울의 모..
2017.08.22 -
[그림자들의 섬] “조선소 노동자여 단결하라” (김정근 감독,2014)
지난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릴 때 영화제에 참석한 국내외 영화인과 취재기자들 중 일부가 ‘희망버스’로 명명된 버스를 타고 잠시 해운대를 떠나 영도로 향한 적이 있다. 그때 그들이 향한 곳은 부산대교로 연결된 작은 섬 ‘영도’에 위치한 한진중공업 조선소 현장이었다. 조선소에는 대형크레인이 있었고, 그 크레인에서 노조위원장 김진숙이 장기간 고공농성 중이었다. 그 때, 한진중공업 노동자가 시위를 한 것도 처음이 아니었고, 노조위원장이 크레인에 올라간 것도 처음이 아니었다. 그때 김진숙 노조위원장은 왜 크레인에 올라갔을까.당시의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개봉된다. 30년 한진중공업 노동운동의 압축판이다. 이 작품은 세월호를 다룬 을 위시하여 쌍용자동차 파업의 , 용산참사를 다룬 , 삼성반도체 , 제주 ..
2017.08.20 -
[김광석/ 일어나 김광석] 김광석은 누가 죽였나 (이상호 감독,2016)
일어나 김광석 (2016 BIFAN 소개제목)(박재환 2016.7.25 BIFAN리뷰) 지금은 당사자가 반론은 고사하고 자기뉴스를 자각할 수도 없는 형편에 놓인 것으로 알려진 모 재벌회장의 민망스런 모습이 담긴 동영상과 뉴스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주, 막을 올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비슷한 ‘형편의’ 영화가 공개되었다. 당사자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한 스타의 죽음을 둘러싼 고발 다큐멘터리이다. 로 대한민국 최고의 국제영화제 하나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던 전 MBC기자 이상호의 두 번째 영화 이다.알다시피 김광석은 ‘노찾사’와 ‘동물원’을 거치면서 솔로가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였다. 1996년 1월 6일.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32살. 그리고 20년 동안 그의..
2017.08.20 -
[트윈스터즈] 페이스북 가족상봉 영화 (사만다 푸터먼, 라이언 미야모토 감독 Twinsters, 2014)
아주 어릴 적 헤어진 쌍둥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서로의 존재를 몰랐던 쌍둥이가 우연히 다시 만나니 놀라운 공통점이 있더라는 것이다. 취향이나, 식성, 혹은 배우자 직업이 같더라는 이야기. 그런 ‘쌍둥이 미스터리’에 ‘SNS 파워’가 추가됐다. 태어나자마자 각기 다른 나라로 입양되었던 쌍둥이가 SNS 때문에 상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고, 오늘밤 KBS 1TV 시간에 방송된다. 이다.는 한국, 부산에서 태어나 각기 미국과 프랑스로 입양된 쌍둥이 자매이야기이다.미국에 입양된 사만다 푸터먼은 영화배우이다. 장쯔이가 나왔던 영화 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어느 날 친구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페이스북에서 너랑 닮은 애를 봤다고. 처음엔 자신의 ..
2017.08.19 -
[소꿉놀이] 결혼과 육아, 전쟁과 ‘소꿉놀이’ (김수빈 감독 Welcome to playhouse, 2014)
(2017년 3월) 11일(토) 밤 11시 35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시간에는 2016년 2월 극장에서 반짝 개봉되었던 김수빈 감독의 ‘결혼-육아 시뮬레이션’ 다큐멘터리 ‘소꿉놀이’가 방송된다. 철딱서니 없는 인생을 살아온 무남독녀 외동딸 수빈. 스물셋 어느 날, 엄마에게 털어놓는다. “엄마,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나 사랑해? 수빈이 임신했어.” 남자친구, 아니 남편의 이름은 하강웅. 전직 뮤지컬 배우다. 결혼과 출산이 이어진다. 그리고, 진짜 결혼 생활이 시작된다. 시댁살이에 육아까지. 게다가 남편 강웅은 아내 수빈과 딸 노아를 두고 일본으로 요리 유학을 떠나겠단다. 가상결혼, 육아예능,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끝판왕이다. 영상을 만들고, 글을 쓰고, 번역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 김수빈은 엄마, ..
2017.08.19 -
[아버지의 이메일] 아버지가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 (홍재희 감독 My Father's Emails, 2012)
(박재환 2017.1.21) 오늘(21일) 밤 12시, KBS 1TV에서 방송되는 시간에는 홍재희 감독의 지극히 사적이면서, 굉장히 공적인 대한민국의 현대사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다큐멘터리 한 편이 방송된다. 지난 2014년 극장에서 잠깐 개봉된, 그리고 많은 영화제에서 상영되어 호평 받았던 이다. 은 정치적 논란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본다면 윤제균 감독의 만큼이나 한국의 비극적 현대사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다큐멘터리 감독 홍재희는 아버지 홍성섭(1934~2008)이 세상을 떠난 뒤 늙은 나이에 컴퓨터를 배워 딸에게 보낸 이메일 마흔 세 통을 본다. 아버지의 한 많은 인생, 가족에 대한 부끄러운 고백이 가득한 이야기이다. 딸 홍재희는 아버지의 이메일을 토대로 가족과 친지와 주위 사람들..
2017.08.19 -
[난징의 천사] 자살을 만류하는 중국남자 (ANGEL OF NANJING)
(박재환) 이번 주 토요일(2016.11.12)에서 일요일밤으로 넘어가는 밤 1시, KBS 1TV 시간에는 '국제영화제'에서나 힘들게 만날 수 있는 중국의 독립영화를 만나볼 수 있다. ‘난징의 천사’(ANGEL OF NANJING)이다. 물론, 이 영화는 중국영화가 아니다. 미국의 조단 호로비치와 프랭크 페렌도가 공동감독한 미국영화, 다큐멘터리이다. 중국의 현 사회모습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다. 그리고 생명의 소중함과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중국 난징(南京)에 위치한 양쯔강 창장대교는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장소이지만, 자살하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취업, 돈 문제, 인간관계, 가정 폭력, 불치병 등 다양한 삶의 고통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그 높은 다..
2017.08.19 -
[길 위에서] 부처님 오신날, 비구니를 만난다 (이창재 감독)
오늘(2016.5.14)은 음력으로 사월 초파일, ‘석가탄신일’이다. 요즘은 ‘부처님 오신날’로 부른다. 석가모니는 북인도의 가비라 왕국의 정반왕과 마야 부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올해가 불기(佛紀)로는 2560년이다. 석가모니는 29세가 되던 해에 출가했고 6년의 고행을 거쳐 보리수 아래에서 큰 깨달음을 얻어 부처(佛陀, Buddha)가 되어다.‘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토요일밤 KBS 1TV에서 방송되는 시간에는 특별히 불교의 가르침을 담은 독립영화 를 방송한다.는 2006년 ‘신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무당을 소재로 한 로 한국다큐멘터리의 새로운 획을 그은 이창재 감독이 7년 만에 다시 내놓은 작품으로 다큐멘터리 특유의 관찰의 미학으로 완성시킨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숨겨진 비구니’의 세계를 찾는..
2017.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