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영화리뷰(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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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앤 온리] 피, 땀, 눈물의 느낌표 (동성붕 감독, 왕이보 주연)
오랜만에 ‘중국’영화가 한국 극장가에 소개된다. 작년 중국 영화산업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지난해 중국 극장 흥행 총수익은 549억 위앤(10조 원), 관객 수는 13억 명에 이른다. 중국 영화 시장점유율은 84%이고, 1억 위안 이상 수익을 올린 영화 73편 중 50편이 자국 영화였다. (한국 영화시장의 경우, 지난 해 매출액은 1조 2614억원, 전체 관객수는 1억 2514명이었다) 작년 중국 흥행작이었던 (熱烈)이 13일(수) 한국에서도 개봉한다. 한국 개봉제목은 이다. 영화는 ‘스트리트 댄스’에 인생을 거는 청춘의 열정을 담고 있다. 젊은 사람이 뭔가 꿈을 안고 모든 것을 건다는 것은 아름답지 않은가.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왕이보(왕일박)가 주연을 맡았다. 딩레이(황보)는 항저우에서 스트리..
2024.04.09 -
[본 투 플라이] 타산지섬(他山之殲).. "Made in China 스텔스의 위협"
한국극장에서 중국영화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젠가부터 한국관객들은 ‘느와르 아니면 갬블러’ 일색인 홍콩영화도 안 보는데, ‘중화제일주의’로 무장한 중국영화를 볼 리가 있겠는가. 그리고 중국이 자기네들 인민해방군 건군90주년(2017), 중화인민공화국 건국70주년(2019),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2021)을 맞으며 쏟아낸 기념대작 역사물들은 더더욱 한국영화팬들의 발길을 끊어놓았다. 게다가 한국전쟁(중국에서 말하는 이른바 ‘항미원조전쟁’) 70주년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한국인의 신경을 건드리기도 했다. 그 와중에 한국극장가에 이른바 ‘국뽕스타일’의 중국영화 한 편이 개봉되었다. 다행히 한국역사를 건드린다거나, 우리 땅을 도발하는 프로파간다는 아니다. 오히려 우리나라 국방관계자, 방위산업체 종..
2023.11.24 -
[녹야] 판빙빙-이주영의 녹초가 된 하룻밤 (한슈아이 감독,2023)
지난달(2023년 10월)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중국의 판빙빙과 한국의 이주영 배우가 주연한 중국영화 (원제:綠夜/Green Night)가 지난 1일 한국극장가에 개봉되었다. 는 ‘LGBT’스타일의 느와르 영화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지독한 멜로물이기도 하다. 영화는 한국 인천항의 국제여객터미널 보안검색대에서 시작된다. 판빙빙이 연기하는 진샤는 이곳을 이용하는 승객의 입국심사를 담당하고 있다. 검사대에서 ‘삐~’소리가 나면 좀더 꼼꼼하게 승객의 휴대품 검사를 한다. 방금 가방 하나만 메고 온 ‘녹색머리’의 여인(이주영)이 수상하다. 그리고 진샤는 이 녹색여인과 함께 악몽 같은 이틀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초록머리’ 여자는 인천과 중국(옌타이)을 오가며 마약을 옮기는 운반책이..
2023.11.24 -
[만강홍: 사라진 밀서] "배고프면 오랑캐의 살로 배를 채우며,목마르면 흉노의 피를 마시리라" (장예모 감독)
지난 주 막을 내린 아시안게임은 중국 쩌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서 열렸다. 항저우의 서호(西湖) 인근에 악왕묘(岳王廟)가 있다. 우리나라로 친다면 ‘이순신’급 민족영웅으로 떠받드는 중화민족의 영웅 악비(岳飛) 장군의 묘이다. 중국 인구는 14억 정도이고, 다민족국가이다. 물론 한(漢)족이 90%이상을 차지한다. 중국도 오랜 역사를 거쳐 이민족의 침략을 받았다. 12세기경에는 북방민족이었던 여진족이 요나라를 멸망시키고 금(金)을 세운 뒤 남쪽의 송(宋)을 정벌하려 남하한다. ‘금’의 군사공세에 젊은 악비(岳飛)는 의용군에 입대하여 혁혁한 군사적 승리를 이끈다. 악비의 군대가 고군분투했지만, 송은 연전연패하더니 1126년 ‘정강의 변’이라는 일컬어지는 변고가 생긴다. 결국 송은 금나라에 패하고, 화북을 ..
2023.11.24 -
[유랑지구2] 사과나무 대신 로켓을 개발하는 인류 (곽범 감독,2023)
[삼체](三體)로 휴고상을 받은 중국 작가 류츠신(劉慈欣)이 2000년에 SF잡지에 처음 발표한 는 중국작가, 혹은 중국SF의 스케일이 할리우드 버금가고, 사이즈가 롤랜드 애머리히 뺨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단편을 곽범(郭帆 구오판)감독이 영화로 옮겼는데 그야말로 어머어마했다. 설정은 대단히 과학적이다! 어느 날 태양이 급속팽창, 급속 노화한다는 것이다. 중국과학자는 300년 내에 태양이 팽창하여 지구를 삼키고, 태양계가 소멸될 것이란 것이다. 이런 천문현상은 별들의 역사에서 일반적인데, 과학자들은 100억 년 뒤에 실제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단다. 아주 먼 미래의 일로 여겨지던 재앙이 300년 뒤에 발생한다면? 과연 인류는 사과나무를 심을 것인가? 미래 세대를 위해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
2023.07.23 -
[천룡팔부:교봉전] 김용이 쓰고, 견자단이 보여준 ‘항룡이십팔장’
신필(神筆)이었던 고(故) 김용(金庸/진융) 작가는 살아생전 모두 15편의 무협소설을 내놓았다. 홍콩 무협영화 전성기에는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가 수도 없이 재생산되었다. 오랜만에 그의 소설을 영화로 옮기 작품이 극장에 내걸렸다. (그리고, 원작소설 챙겨보는 동안 이미 IPTV로 넘어갔다!) 지난 1월 25일 개봉되었던 은 김용 작가가 1963년부터 홍콩의 >(明報)에 연재하던 무협소설이다. 반세기 전에 나온 소설이지만 지금 봐도 스케일과 캐릭터, 전해주는 정서가 가히 우주 급이다. ● 김용과 무협소설 김용은 소설가이면서 언론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역사전문가이다. 그는 유장한 중국역사를 배경으로 수많은 인물이 얽히고설킨 사랑과 열정의 드라마를 유려하게 소설로 써내려갔다. 그의 소설..
2023.07.22 -
[라이드 온] “아버지의 시대는 다 지나갔어요” (성룡 류호존, 감독:래리 양)
언제적 성룡인가. ‘성룡’의 충실한 팬이라면 ‘취권’ 전부터, ‘프로젝트A’ 이후 오랫동안 그를 사랑해 왔으리라. 명절엔 항상 성룡과 함께 웃고 떠들었던 추억이 단지 류승완 감독에게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아마 홍콩이 중국으로 ‘영예롭게 넘어가던’ 그 즈음부터 성룡 영화는 한국에서 왕년의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성룡은 레전드 액션스타 아닌가. 이렇게 떠나보낼 순 없을 것이다. 그 옛날의 영광을 추억 속에 묻고 있는 쓸쓸한 영화 한편이 곧 개봉된다. 성룡 주연의 이다. 중국어 원제목은 (龍馬精神)이다. 그 옛날의 날고,뛰고,구르던 성룡을 떠올리며... 필름은 돌아간다! 루오(성룡)는 왕년엔 정말 잘 나갔던 전설의 스턴트맨이었다. 오랜 세월동안, 영화관객들을 아찔하게 만들었던 극..
2023.07.21 -
[만주의 호랑이] 호랑이는 그곳에 있어 (BIFAN2022)
최근 열린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소개된 중국 영화 중 흥미로운 작품이 하나 포함되었다. 중국 극장가에서 지난 1월 개봉되었던 겅쥔(耿軍) 감독의 [만주의 호랑이](원제:東北虎/Manchurian Tiger)라는 작품이다. 감독도, 출연하는 배우도 낯선 작품일뿐더러 우리가 기대하는 혹은 상상하는 중국영화는 아니다. 후보 감독의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2018)라는 작품에 가까울 듯하다. 풍광은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는 ‘먼 훗날 우리’(後來的我們) 느낌이다. 헤이룽(흑룡)성의 한 스산한 탄광촌을 배경으로 ‘중국 동북부’지방 특유의 무겁고, 답답하고, 둔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쉬둥은 지금 탄광촌에서 중장비를 운전하고 있다. 광산노동자는 아니었다. 학교 선생님이다. 아내..
2022.10.24 -
[열대왕사] 무더운 여름밤, 외로움과 죄책감의 무게 (중국 원쓰페이 감독,2021)
오랜만에 극장에서 만나게 되는 중국 범죄영화 [열대왕사](熱帶往事)의 영어제목은 ‘Are You Lonesome Tonight’이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1960년 불러 아직까지 사랑받는 곡이다. 그런데 이 노래는 1927년 찰스 하트가 처음 불렀었다. 프랭크 시나트라도 불렀고. 영화 분위기로 보자면 양덕창 감독의 [고령가소년살인사건]에서 꼬마친구가 부른 곡에 가깝다. 영화는 광동성 광저우를 배경으로 한다. 낡은 승합차를 타고 다니며 에어콘을 수리하는 수리기사 왕쉐밍(펑위엔)은 어느 늦은 밤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다. 누군가를 들이받은 것이다. 겁에 질린 왕은 시신을 강가에 내다버린다. 그리고 무더운 여름밤 죄책감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왕은 양후이팡(장애가)의 집에 에어콘 수리를 나갔다가 자신이 친 사람..
2022.10.24 -
[원 세컨드] 필름시대의 부성애 (一秒鐘 장예모 감독,2021)
중국현대사를 ‘중국입장’에서 약술하면 이렇다. 1949년 모택동이 천안문광장에서 ‘5천년의 폐악’을 일거에 뒤집고 인민의 나라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을 선포한다. 그런데, 나라가 틀을 잡기도 전에 한국전쟁이 터지고 ‘미 제국주의’가 중국을 집어삼킬까 전전긍긍한다. 전쟁이 끝나자, 이번엔 자연재해가 이어지고 수백만이 굶어죽는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공산국가 중국이 생존할 길은 암담하다. 모택동은 홍위병을 앞세워 문화대혁명을 일으킨다. 전혀 문화적이지 않았던 인성말살의 10년동란(十年動亂)이 이어진다. 그리고 1976년, 모택동이 죽고 4인방이 몰락한다. 이 때 등소평이 전면에 등장하며 ‘돈이면 최고’인 현대중국이 비로소 탄생한 것이다. 10년간 문을 닫았던 대학도 다시 열리고, 신입생을 다시 뽑기 시작한..
2022.05.22 -
[엔드게임:나는 킬러다] 프로로 살다가 잃은 것이 있다면 (요효지 감독,2021)
한때 홍콩영화가 한국극장가의 흥행보증수표였던 적이 있다. 성룡과 주윤발을 필두로 장국영, 유덕화, 주성치 등이 극장가를 쥐락펴락하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유덕화는 지금도 영화를 찍고 있단다. 작년 개봉된 황정민 주연의 [인질]은 유덕화가 제작하고 출연했던 영화 ‘세이빙 미스터 우’를 한국에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내일(20일) 개봉하는 영화 ‘엔드게임: 나는 킬러다’는 유해진 주연의 한국영화 ‘럭키’를 중국에서 리메이크한 것이다. 물론, ‘럭키’는 일본영화 ‘열쇠도둑의 방법’(2012)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즉, ‘열쇠도둑의 방법’과 ‘럭키’, ‘엔드게임:나는 킬러다’는 같은 내용이라는 것이다. 무명배우와 청부살인업자의 뒤바뀐 인생을 담고 있다.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의 또 다른 버전인 셈이다...
2022.01.24 -
[청춘적니] 그녀와 함께 한 3650일 (굴초소+장정의)
최근 중국영화 한 편이 개봉되었다. 얼핏 보면 말랑말랑한 대만 청춘영화로 오해하기 쉬운 ‘청춘적니’(靑春的你)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청춘의 너’라는 뜻이다. 중국 원제목은 ‘我要我們在一起’이다. ‘난 우리가 함께 하길 원해’란 뜻이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이렇게 간절하게 ‘함께 하기’를 기원할까. 영화는 눈보라가 몰아치는 벌판에서 시작된다. 이곳은 중국 서북부 신장지역. 뤼친양은 눈보라 속에서 위태롭게 측량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오늘은 그녀를 안지 3650일. 내일은 그녀의 결혼식. 달려갈 것이야.”라고 말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영화는 곧장 10년 전의 청춘의 한 때로 달려간다. 고등학생 뤼친양은 그야말로 ‘일견종정’(一見鍾情), 첫눈에 링이야오에게 반하고 만다. 하지만, 모든 청..
2022.01.24 -
[BIFF리뷰] 장예모 감독 ‘원 세컨드’ , 시네마천국이 '항미원조'를 만날 때
중국 ‘5세대 감독’에서 아직도 작품을 발표하는 사람은 장예모(장이머우)와 진개가(천카이거)이다. 그중 장예모의 창작열은 대단하다. 을 거쳐 30년 동안 여전히 중국영화계의 장인으로 남아있다. 이나 , 만 떠올릴지 모르겠지만 그의 작품은 대부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되었다. , , , , , 가 중국영화의 깊은 유산, 장예모의 열정을 확인하게 해 준 작품이었다. 이번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중에도 그의 신작이 포함되어 있었다. (원제:一秒鐘/One Second)이다. 영화는 장예모의 영화에서, 그리고 그의 인생에서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문화대혁명’을 다룬다. 그런데, 천안문의 광기가 아니라 저 먼 (중국의) 서북지역 감숙성 오지 마을에서 펼쳐지는 ‘문혁의 그림자’를 담아낸다. 장예모의 장기..
2021.10.31 -
[공작조:현애지상] 장예모의 항일 첩보전
최근 중국영화 한 편이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한국전쟁 당시 중국 포병대와 공병부대의 활약을 담은 중국(입장에서의) 애국영화 ‘금강천’(한국제목: 1953 금강대전투) 수입을 둘러싼 소동이었다. 그 영화에는 한국군과 북한(인민)군은 한 사람도 등장하지 않는다. 의외로 미군도 몇 명 등장하지 않는다. 하늘에선 미군 전투기가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서 밤낮없이 포격을 퍼붓고 중국의 인민지원의용군이 금강천을 건너기 위해 사투를 펼친다는 내용이다. 여하튼 그 영화 수입은 좌절되었고, ‘한국전쟁을 다룬 중국영화는 한국극장에서 상영해서는 안 된다’는 기준이 생겨버렸다. 이 즈음 또 한 편의 중국영화가 소개된다. 이번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다. 외교용어로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지혜가 필요한 모양이다. 서로 이견을 ..
2021.10.31 -
[내가 날 부를 때] 나의 누나, 나의 동생
부산국제영화제에서나 만나볼 수 있던 중국영화가 조금씩 국내극장에서도 소개되고 있다. 9일 개봉되는 [내가 날 부를 때](원제:我的姐姐)는 올 4월 중국에서 개봉되어 8억 5천만 RMB(1533억 원)의 흥행수익을 올린 흥행작품이다. 중국의 스타급 감독의 작품도 아니고, 흥행 대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도 아니며, 중국공산당 창당100주년에 즈음하여 최근 몇 년간 극장가를 호령한 중국현대사 관련 영화도 아닌데 이렇게 높은 흥행수익을 올린 것은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현재의 중국 여성의 지위를 엿볼 수 있다. 중국에서의 여성 지위라니?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유롭고, 자의식 강하고, 존중받을 것 같은데 말이다. 영화는 중국 사천성 성도(成都 청뚜)를 배경으로 한다. 집을 떠나 간호사로 힘..
2021.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