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개봉영화(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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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카우보이] 노인들의 우주여행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Space Cowboys, 2000)
(박재환 2000/10/5)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처음 본 것은 아마도 TV에서 방영된 몇 편의 ‘마카로니 웨스턴’이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더티 해리> 시리즈가 소개되었고, 엄청 인상 찌푸리는 무법자 이미지에서 언젠가부터 스타감독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느 해인가 용서받지 못할 자>로 확실한 작가감독이 되었다. 이번 베니스 영화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평생공로상을 안겨 주었다. 영화예술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지속적으로 했다는 것이다. 그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신작 스페이스 카우보이>는 여러모로 재미있는 영화이다. "암스트롱이 달나라에 발을 내딛는 순간 자살하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다면...." 여기 그러한 사람들이 온다. 저 광활한 우주를 향해, 한없이 미약한 인간이 만든 부실한 우주선을 타고 지구..
2019.09.20 -
[쓰리 킹즈] 보기드문 미국산 전쟁코미디
... 이 영화는 이래로 힘들게 만난 무척 잘 만든 블랙코미디이다. 영화는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중동 아라비아 반도에 위치한 인구 200만도 안 되는 작은 나라, 하지만 석유가 펑펑 쏟아져서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훌쩍 넘는 쿠웨이트는 입헌군주제 국가이며, 20세기 초부터 강대국의 보호국-속령으로 현대사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웃한 이라크와 이란, 그리고 사우디 아라비아에 둘러싸여 민족주의적 성향을 간혹 보이면서도 여전히 친서방주의적 국가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이란과 이라크가 그렇게 오랫동안 싸울 때에도 여전히 국가의 안위를 보존한 것을 보면 굉장한 '실리적' 외교노선을 가지고 있는 것도 같다. 미국의 군사작전 암호명인 작전(Operation Dese..
2019.09.17 -
[상하이 눈] 웨스트 와일드 카우보이 재키 찬
이 성룡영화라는 것은 110분의 본영화가 끝나고 이어지는 NG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성룡의 매력은 그 NG장면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연기를 하다 실수하여 겸연쩍어하는 모습이나, 커다란 위험을 넘긴 후 파안대소하는 주먹코 성룡에게는 일반 톱스타들에게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인간적인 매력까지 느낄 수 있다. 성룡(재키 찬)의 미국 진출은 이미 10여년 전에 나 같은 영화로 한차례 시도한 적이 있었다. 지금와서는 성룡의 최고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아크로바틱한 묘기나 목숨을 건 스턴트 장면이 오히려 당시에는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었다. 단지 아시아에서 온 이소룡의 아류, 혹은 우스꽝스런 포즈의 묘기꾼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성룡은 조용히 아시아 땅에서 차츰차츰 인기와 명성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그..
2019.09.17 -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 규칙은 지켜라
.................... 이 영화 의 불편부당한 감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몇 가지 주관적인 경험담이 모여야만 그런대로 "아, 그럴수도 있겠구나"하고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 영화의 내용은 이러하다. 용감한 해병대 샤무엘 잭슨 대령에게 특수임무가 떨어진다. 예멘의 미국대사관이 극렬시위대에 둘러싸여 상당한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명령에 의해 함정에서 헬기로 대사관 옥상에 도착한다. 수백 명의 시위대가 대사관에 돌을 던지고, 여기저기서 위협사격을 가하고 있다. 군중심리에 의해 이들 시위대의 행동은 점차 과격해지고, 미국 대사는 황급히 이곳을 철수하기로 하고, 성조기를 뚤뚤 말아 헬기를 타고 가 도망가버린다. (대사관 건물은 미국 땅이다. 이건 어느나라, 어느 상황에서도 똑같다. ..
2019.09.17 -
[글래디에이터] 차원이 다른 스파르타쿠스 (리들리 스콧 감독,2000)
(박재환 2000.5.22.) 올해의 타이타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스케일이 큰 영화이다. 또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만들었을 스파르타쿠스>라는 찬사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여지없이 리들리 스콧 감독의 글래디에이터>일 뿐이다. 이 영화는 밀레니엄을 맞이하여 헐리우드가 그동안 축적된 디지털 특수기술과 아날로그 스펙터클을 적당히 배합하여 만든 로마 대서사극이다. 벤허>나 쿼바디스> 혹은 클레오파트라>에서 느꼈던 그 장대한 스케일과 웅장함은 극장내 관객들을 흥분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하다. 이 영화는 영화 시작 10분 동안 숲 하나 -그렇다고 우리나라 수목원 정도의 규모가 아니다. 실제 산 하나를 깡끄리 태워버린다. 이 장면은 영국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산을 벌채하려는 영국 산림관..
2019.09.14 -
[단적비연수 - 은행나무침대2] 한국형 대작영화의 전형? (박제현 감독 Gingko Bed 2, 2000)
(박재환 2000.11.12.) 단적비연수>의 극장개봉을 앞둔 지난 2일, 서울 시네코아에서는 지방배급업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첫 시사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른바 흥행업자들 외에 영화관계자, 기자들도 다수 참석하여 지난 1년 동안 그들이 가장 기대하고 흥분해마지 않았던 강제규필름의 단적비연수>를 관람하였다. 녹음과 편집, 그리고 컴퓨터그래픽 작업 등 후반작업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공개된 이 영화는 평론가들로부터 거의 실망에 가까운 평을 받아야했다. 그런데, 배급업자들은 '감각적으로' 흥행요소를 찾아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 영화가 서울에서만 60개, 전국에서 140개 스크린에 내걸리는 선택을 하였다. 이른바 비천무2>라는 말은 비천무>의 작품성을 희화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이기도 하..
2019.08.31 -
[섬] 그 섬에는 악어가 산다 (김기덕 감독 The Isle, 2000)
(박재환 2000.4.6) 올해 개봉된 영화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김기덕 감독의 네 번째 영화 을 들고 싶다. 이 영화는 몇 개의 장르 관습과 한없는 열정에만 사로잡힌 채 만들어지는 많은 한국 영화들 중에서 가장 치열한 작가 정신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만들며 희열을 느낄 수 있고, 관객이 그 영화를 보고 나서는 감독의 의도에 공감하든 아니면 반발하든 하나의 느낌을 명확히 가질 수 있는 영화가 흔치 않은 요즘, 이 영화는 정말 기이할 정도의 매력을 가진다. 첫 시사회에서부터 흘러나온 찬사와 놀라움은 이제 점점 더 층을 넓혀간다. 김기덕 감독은 이미 , , 으로 한국 영화팬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던 영화감독이다. 서른이 넘어서야 영화라는 매체를..
2019.08.25 -
[해변으로 가다] 2000년 한국호러영화 (김인수 감독 Bloody Beach 2000)
(2000년에 쏟아진 한국호러영화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만 본 것 같네요. --;) 올해(2000년) 충무로에서 만들어진 호러영화란 것을 몇 편 본 사람으로서는 이런 영화의 리뷰를 쓸 때마다 한계상황에 봉착한 듯 난감해진다. 여름방학이 다 끝나가도록 서울에서는 아직 개봉관도 잡지 못한 개그맨 출신의 김정식 감독의 데뷔작 로부터 시작하여, , , 그리고, 부천영화제에서 미리 선보였던 몇몇 작품들, 그리고 이번 주말에 개봉될 영화 까지. 여름 한 시즌동안 국내영화팬들이 극장에서 과연 한국산 호러물을 두 편 이상 볼까 의문스런 상황에서는 이런 영화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이 조금은 안쓰럽기도 하다. 모르긴 해도 국내 영화발전과 평균적 영화팬들의 만족과 기쁨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와 '폭넓은..
2019.08.17 -
[더 셀] 무의식의 세계에서 범인 찾기 (타셈 씽 감독 The Cell 2000)
(박재환 2002.9.27.) 더 셀>은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럭저럭 재밌는 영화에 속한다. 언젠가 케이블 채널에서 제니퍼 로페즈가 공연하는 걸 보여주었는데 그 노래 잘하는 가수가 왜 이런 영화에 나왔을까 생각해 보았다. 이 영화는 절대적으로 이미지 하나로 승부하는 작품이다. 여성 몸매를 부각시키려는 수작은 부리지 않고 온통 화려한 색조로 스크린을 도배하는 캔버스 전략을 세웠다. 흰색과 붉은색, 그리고 온갖 원시적 색채감으로 충만한 더 셀>은 그렇게 관객과 영화의 융합을 일단 가로 막은 채 진행된다. 아이고, 눈 아파라.제니퍼 로페즈는 연구원이다. 구체적으로 무슨 연구를 하는지, 무슨 직책인지는 알 수가 없다. 어쨌든 이 노래 잘 하는 가수가 흰 가운을 입고 의사같이 행동한다. 물론 흰 가운을..
2019.08.15 -
[존 말코비치 되기] 신체강탈자의 놀라운 경험 (스파이크 존스 감독 Being John Malkovich, 1999)
(박재환 2000/5/10) 우선, ‘존 말코비치’에 대해서. 배우이며, 제작자이고 곧 극영화 감독 데뷔도 준비 중인 이 대머리 아저씨는 금년 초에 개봉된 뤽 베송의 에 출연했었다. 그 작품 외에도 많은 영화에 나왔었다. , , , 등에서 선 굵은 연기를 한 중견배우이다. 많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연극인으로 더 유명하다. 그의 친구 게리 시니즈와 함께 시카고의 Steppenwolf Theatre 컴퍼니를 설립하여 연기와 연출, 그리고 세트 디자인까지 하였단다. 그는 적어도 헐리우드 내에서는 손꼽히는 지성파 연기배우인 것은 사실이다. 그의 이름이 들어간 라는 황당무계한 이 영화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실소와 경악, 놀라움과 지적 흥분마저 자아내게 한다. 관객은 결코 존 말코비치의 인간성을 배우거나 그의 연..
2019.08.15 -
[로망스] 아름다운 여인의 아름다운 방황 (카트린느 브레야 감독 Romance, 1999)
성인드라마가 제대로 평가받기란 쉽지 않다. 진지한 삶의 모색, 진정한 사랑의 의미, 철학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담히 그린 이야기는 더더구나 관객에게 접근하기 어렵다. 지난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2000)에서 최고의 화제를 불려 일으켰던 작품 중의 하나인 이다. 이 영화는 전주영화제 기간 동안 기자 대상 시사회 한 번과 일반 상영 두 번으로 5백명 가까운 관객이 미리 관람할 수 있었다. 국제영화제의 힘이란 것이 적어도 한국영화팬에게는 색다른 기회를 제공한다. 도, 도, 도 그런 식으로 소개되었다. 일부관객들은 그러한 영상에 쉬이 동의할 수 없어 자리를 뜨는 경우가 있었다. 이 영화는 프랑스에서도 선정적인 화제를 몰며 제작이 시작되었다. 여성감독 까트린느 브레이야가 이태리의 유명 포르노 배우 로코 시프레디..
2019.08.15 -
[개 달리다] X나게 달리다 (최양일 감독 犬、走る DOG RACE ,1998)
(박재환 2000/5/25) 일본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한국계) 영화인 중에 최양일 감독이 있다. 물론, 그는 재일교포이고 일본에서 ‘최양일’보다는 ‘사이 요우이치’로 불리운다. 산케이신문에 난 그의 프로필은 ‘在日朝鮮人 2世’이다. 조총련계 영화사에서 일한 그는 북한 국적을 가졌었고, 94년에 한국 국적을 취득했었다. 98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인디 다큐멘타리 입국금지>(감독:박성미)를 보면, 일본에 사는 그러한 사람들이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 겪어야하는 수모 – 일본 관계당국에 의한는 모멸감이라기보다는, 한국 외교기관의 경직성에 초점을 맞추었었다-를 짐작할 수 있다.일본이란 나라에서 조선 반도인의 피가 흐르는 그가 겪었을 이중의 고통은 짐작할만하다. 한국인이라는 굴레는 그의 성장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
2019.08.14 -
[아메리칸 사이코] 과중한 스트레스, 과도한 살인 (매리 헤론 감독, American Psycho 2000)
(박재환 2002/7/15) 오늘 중앙일보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벨리 지역의 베이비시터(보모) 연봉이 4만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날만 새면 천만장자가 수십 명 태어나는 실리콘밸리답게 이곳에는 단순히 ‘졸부’만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부와 명성의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요트, 고급 아파트, 스포츠 카, 고급 오디오 등등. 물론, 이런 이야기보다 앞선 시절의 부자이야기가 존재했었다. 레이거노믹스의 최대수혜자이기도한 월 스트리트의 잘 나가는 금융맨들이 그러했었다. 그들이 하루에 결정하는 돈이 수억에서 수십 억 달러에 이르다보니 이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그들은 보통 나이 30이 되기 전에 은퇴하고, 그들의 평균수명도 상당히 짧다고. 이들이 매일매일 다루어야하는 ‘판돈’과 ‘격무’를 생각해 본다..
2019.08.11 -
[암전] 유덕화, 유청운, 그리고 두기봉 (暗戰 Running Out of Time 1999)
(박재환 2002/12/28) 홍콩영화에 있어선 확실히 열성팬이 존재한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우상에게만 집중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이른바 고독한 작가영화, 아니면 자기만의 영상스타일리스트를 선정해 두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쓰레기','킬링타임용 무비'에서 제 나름대로 건져낸 보석들을 하나씩 갖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 대표적인 홍콩영화인이 바로 '두기봉'감독이다. 두기봉 감독의 작품에 대해서는 서극 감독에 대해서만큼 논란이 많다. 홍콩의 형편없는 제작시스템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영화 스타일을 지켜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 두기봉 감독의 에 대한 얉은 리뷰를 썼다가 많은 비난을 받았었다. 그래서 이런 말부터 한다) 그럼, 은 어떨까. 의 시놉시스만 언뜻 읽으면 를 연상한다. 게리 그레이..
2019.08.09 -
[스터 오브 에코] 식스센스보다 조금 늦은... (데이비드 코엡 감독 Stir of Echoes 1999)
(박재환 2000.3) 이 영화의 원작자 리쳐드 매드슨(Richard Matheson)은 트와라이트 존>, 천국보다 아름다운>(What Dreams May Come)을 썼고, 오래 전에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오늘이 있게 한 소품영화 의 작가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베이비시터가 읽고 있는 책 (줄어드는 남자)의 원작도 바로 리처드 매드슨이다. 원작자의 면면만 보더라도 이 영화가 쉽게 식스 센스>의 아류로 치부할 수 없음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식스 센스>의 매력은 주인공이 자신이 이미 죽은 줄도 모르고 현세에 연연하는 애틋한 러브스토리와 한 맺힌 사자(死者)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년의 사연을 극히 영화적으로 꾸몄다는 것이 평단과 흥행 면에서 두루두루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2019.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