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법칙] 장현수 감독의 열혈남아 (장현수 감독, The Rules Of The Game 1994)

2019. 10. 1. 18:38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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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환 1998.10.7.) 추석 전날 조선일보 연재만화 <<광수생각>>'영화'를 다루고 있다. 1983, 1984... 올해도..똑같이 반복되는 텔레비젼의 재탕삼탕을 꼬집으며 "...우리는 배우가 아니라 대사를 욀 필요는 없습니다. 광수생각.."이라고 나왔다. 여기 광수생각 팬이 제법 많으리라 생각되는데, 불행히도 난 광수를 그렇게까지는 좋아하지 않는다. 창의성보다는 감성만 풍성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의 도날드 닭과 비교하면 더욱더... (그래서 그런 작가를 택한 조선일보의 상업성이 더더욱 무섭고 말이다) 어쨌든, 이번 추석에도 이런저런 많은 영화가 쏟아져 나왔다. 게다가 올해는 특별히 케이블TV까지 가세하여, 집밖으로 나갈 틈을 안 주고 꼬박 갇혀 보내게 되었다. 그 많은 영화 중에서 가장 흥미를 끌었던 것은(NHK의 위성방송으로 방영된 존 트라볼트의 춤바람 영화말로는) <게임의 법칙>이 가장 볼만했던 것 같다. 이 영화는 언젠가 비디오로 잠깐 봤는데 (<열혈남아>보다 먼저 보았음..그래서, 한 동안 정체성의 혼란을 느꼈음) 언젠가 꼭 곱씹어 봐야지..하고 있었는데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장현수 감독에 대해 알아보려고 IMDB에 버금가는(.굉장한 뻥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의 데이터베이스를 뒤져보았다. 얼마 전에 개봉된 <남자의 향기> 말고... 눈에 확 띈 것은 1992<걸어서 하늘까지>의 감독이란 것이다. - 주제가가 히트친 텔레비전 드라마 말고 - 화들짝 놀랄 수밖에.. 당시. 제대하고 처음 본 한국영화 같았는데, 너무너무 좋아했던 우리 영화였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물새의 테마>라는 곡과 여주인공 배종옥이 소매치가 하다 잡힐 때의 슬로우모션 장면이다. 참 멋진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정보석의 "씨바씨바"하는 욕지거리도 당시에는 쇼킹했었고 말이다. 그 감독의 94년 작품으로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이다. 박중훈이 충분히 연기파 배우라는 것을 느끼고, 이경영이 참 다재다능한 배우이고, 오연수가 참 ... 배우란 걸 (..이건 괜히 하는 소리같네..^^) 실감하게 된다. 

이야기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열혈남아>식 무대포의 비참한 인생말로와 <미드나이트 카우보이>스타일의 밑바닥 남정네의 우정이다. 물론 제목만 차용한 <게임의 규칙>과는 하등 상관이 없다. 

박중훈이 연기하는 용대는 놈팽이다. 하는 것 없이 미용실에서 일하는 오연수 찾아가서. 생각나면 그 짓하는(딱 한번이었지만) 그런 놈팽이이다. 연수는 이 믿을 것 없는 놈에게서 무슨 내일, 가능성을 봤는지 평생을 매달린다. 미용실 커튼 뒤에서 둘이서 갑작스런 섹스를 할 때 연수가 외치는 절망적인 소리 "오빠 , 오빠 나 영원히 사랑할 거지..? 오빠 나 사랑하는 거 맞지?" 용대는 그런 연수를 데리고, 서울로 무작정 상경한다. 그리고 기차에서 사기꾼 이경영에게 가진 돈 홀랑 털리고 말이다. 용대는 연수를 돈 몇 백에 팔아버리고, 주먹계에 발을 들여놓으려 안달이다. 결국 똘마니가 되어, 이런 저런 쓸데 없는 짓거리를 하다, 결국 개같이 죽게 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이경영은 제비족에, 사기꾼에 끊을 수 없는 도박에 빠져 밑바닥 인생을 전전한다. 그가 암흑가의 한 보스의 돈을 등쳐먹었다가 결국 박중훈에게 잡혀 발목을 잘린다. 한국판 느와르의 가장 멋진(?)- 여하튼 돋보이는 장면인 것은 사실이다. 

박중훈이 암흑가의 똘마니가 되고 나서, 골프를 배우고, 멋진 옷(하나도 안 멋지지만, 그런 하와이언 셔츠는 그런대로 천박한 계급성을 나타내어 주기도 한다)과 핸드폰을 지급받는 것은 그들만의 계급상승인 셈이다. 연신 ". 남자라면 말야. 진짜 싸-나이 라면 말야, 벤쯔 600 탁 몰고, 핸드폰 딱 들고 하루를 살더라고 멋지게 사는 거야....."라고 떠드는 박중훈에겐 현재의 비참함과 내일이 암울함이 적절히 녹아있다. (열혈남아에서도 핸드폰이 그 당시 그 집단의 체면과 위상을 상징하였다) 그가 뛰쳐온 시골 후배에게 전화로 떠드는 박중훈의 연기는 정말 압권이었다. ", 난데, 너 아직도 촌구석에 처박혀 있어? 이거 핸드폰이야. 걸으면서 전화하고 있어. 올라와. 내가 일자리 하나 봐줄게..." (..가끔 극장에서 핸드폰 받는 사람만 보면 박중훈 - 내세울 것이라곤 핸드폰 밖에 없는 박중훈 - 이 아닌가 생각 든다. "아 난데, 여기 극장이야..아직 방구석에 처박혀 비디오나 보고 있어? 여기 올라와. 내가 한 엑스트라 봐줄게..." 극장에선 제발 끕시다.. ) 

이경영이 도박에서 (하우스에서 포커 치는 장면!) 못 벗어나는 꼴을 보라........... 도박벽은 절대 못 고친다. 손가락, 팔목 잘라내도 못 고친다. 아예 시작을 하지 말지어라....) 발목까지 잘린 그가, 나중엔 비럭질을 하며 (동성애) 겨우 입에 풀칠하는 비참한 꼴을. 그러나, 그는 박중훈에 비해서는 희망이 있고, 밝다. 그의 꿈은 사이판에서 하우스 차리고, 금발아가씨 딜러로 데려놓고 인생을 즐기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마지막에 박중훈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는 울부짖는 그 장면은 그야말로 <한국식> 버디이며, 퀴어이다. 오연수도 이경영도 박중훈의 마지막 선택을 반대하지만, 박중훈은 이제 그의 "마지막 15"을 유명해지는 길을 택한다. 한 건만 하고, 사이판으로 튀는 거야. <미드나이트 카우보이>는 워낙 본지가 오래되어 가물거리지만, 플로리다로 뜨려는 두 밑바닥 인생을 볼 수 있었다. 똘마니는 소모품이다. 그가 죽이려는 작자가 누구이든지 상관없듯이, 그는 그 임무를 끝으로 사라지는 존재였던 것이다. 

, 암울하게 끝나버린 우리의 박중훈을 보라. LPG 가스통에 머리통을 몇 대씩이나 맞고, 삽자루에 뒤지게 얻어터지는 류덕화나 장학우보다 훨씬 사실적이고 실감나지 않은가. 아마 이 영화가 조금만 일찍 나왔음 아류작의 오명을 벗고, 패왕의 자리를 꿰찼을 영화이지만, 우리나라 영화는 그런 폭력성의 미학을 거부하는 사회적 인식이 있는 것은 무시못할 사실이다. 박중훈이 "사이판으로 가는 거야.."하며, 전화부스에서 특유의 그 호탕한 웃음과 공허하게 울리는 이루지 못할 꿈에서는 관객이 어떤 동정감마저 느끼게 된다. 영화 내내 꼴통소리만 듣던 그 꼴통이 꼴통같은 미소를 짓다 한방에 날려버리는 - 산산히 부서지는 꿈을 보면서, 주먹 세계의 허망함과 인생의 비참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서도 참,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 이 영화는 강제규가 각본을 썼다. (박재환 1998/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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