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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FF리뷰] 해변의 금붕어, “아무도 모른다, 하나만 안다”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JIFF) 국제경쟁부문에 출품된 일본 오가와 사라(小川紗良) 감독의 영화 (원제:海邊の金魚)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지금 현재 일본 사회의 한 면을 엿볼 수 있는 ‘유사가족’을 다룬 영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는 지금 위탁시설에서 살고 있다. ‘고아원’ 같은 커다란 건물은 아니지만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이 꽤 많이 모여 사는 위탁가족 집 같다. 아주 어릴 때 이곳에 와서 이제 18살이 된 하나는 시설을 떠날 때가 되었다. 그동안 정이 든 이 곳에서 아저씨와 함께 어린 아이들을 돌보며 잘 살아간다. 어느 날 8살 하루미가 새로 들어온다.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언젠가 부모가 찾아와서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는 하루미를 바라보며 자신의 과거가 떠오른다...
2021.05.07 -
[JIFF리뷰] 첫 54년 - 약식 군사 매뉴얼 “이스라엘은 어떻게 그 땅을 차지했나”
혹자에게 영화감상은 우표수집과 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특히 역사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볼 때는 말이다. 지난 주 막을 올린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즈] 섹션에서 소개되는 이스라엘 아비 모그라비 감독의 다큐멘터리 (원제:The First 54 Years – An Abbreviated Manual for Military)을 보면 그러하다. 러닝타임 110분짜리 이 작품을 보면서 우리가 몰랐던 중동 그 지역의 감춰진 역사의 한 면을 보게 된다. 한국 사람이 갖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생각은 주로 웅장한 음악의 OST와, [탈무드], 그리고 유대인의 우수한 DNA에 관한 전설 같은 이야기이리라. 아마도 21세기 이전, 영문 시사잡지를 보았던 세대라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펼쳐지던 폭동, ..
2021.05.04 -
[JIFF리뷰] 짱개 “나는 어느 나라 국민이지?”
들어가기 전에 우선 설명부터. 국가인권위원회는 작년 8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함께 성별·장애·종교·성적지향·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모욕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긴 '혐오표현 대응 안내서'를 전국 학교에 배포했다. 여기에는 중국인을 비하하는 '짱개'나 흑인을 지칭하는 '흑형' 등을 혐오표현이라 적시했다. 그런데 [짱개]를 내세운 영화가 소개된다. 난감하다. 그런데, 감독이 ‘자신의 처지’를 그보다 더 적확하게 내세울 수가 없었나보다. 지난 주 막을 올린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시네마천국] 섹션에서 상영되는 작품 중 장지위(張智瑋) 감독의 영화 제목이 바로 (Jang-Gae: The Foreigner)이다. 감독의 영문표기(Chang Chih-wei)를 봐서 그가 대만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다...
2021.05.04 -
[겟 더 헬 아웃] 엉망진창이네~ 개판 좀비판 국회의사당
어느 나라든 여론조사를 하면 가장 신뢰도가 낮은 등급을 받는 직업군이 정치인이다. 영화평론가보다 더 낮은 등급을 받는다. 해외뉴스에서는 멱살잡이를 넘어 격투기를 펼치는 국회의원 모습을 심심찮게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한때(?) 그랬다. 난장판 국회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나라가 바로 대만이다. 대만은 총통(대통령)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고, 의원이 바뀌어도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만큼 다혈질인 모양. 그런 모습을 날카롭게 풍자한 영화가 (Get The Hell Out 감독:왕이판)이라는 작품이다. 중문제목은 ‘逃出立法院’(‘입법원=국회’를 탈출하라)이다. 얼마나 난장판이기에? 상상을 초월한다. 작년 대만에서 개봉되었고, 지난 주 개막한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불면의 밤] 섹션에서 소개..
2021.05.03 -
[화이트 타이거] 닭장 속의 닭이 봉황이 되는 법
지난 200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8개 부문을 휩쓴 영화 는 감추고 싶은 비참한 인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의 원작소설을 읽어보면 영화보다 훨씬 쓰레기 같은, 막장의 인도 모습에 놀라게 된다. 그런데 소설을 쓴 작가가 인도 외교관이었다는 사실에 더 놀라게 된다. 자기 나라 얼굴에 먹칠을 하는 작품을 쓰다니. 그에 맞먹는 작품이 하나 더 나왔다. 지난달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The White Tiger, 감독:라민 바흐라니)이다. 하얀 호랑이(백호)이다. 백년에 한번 나올까말까 한 대단히 성스러운, 영물이다. 개천에서 용 나듯이, 인도 쓰레기 하수구에서 과연 백호가 나올 수 있을까. 인구가 14억이나 되는 이 나라는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라고 한다. 소와 사람이 나..
2021.04.09 -
[천녀유혼:인간정] 이개형-진성욱을 기억하라
명말청초를 산 포송령(蒲松齡, 1640-1715)은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을 만큼 가난한 삶을 산 서생이었다. 그런데, 그가 남긴 작품은 400년이 지나서 빛을 보고 있다. 그는 동네에 전해져오는 전설, 괴담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이야기만을 채록하여 문집으로 남겼다. 수백 편의 짤막한 이야기로 채워진 괴담집 이다. 괴이한 것을 좋아하거나, 환상적인 스토리를 원한다면 이 이야기 책에서 한 편을 뽑아내어 색칠하고 CG를 더하면 된다. 그렇게 나온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천녀유혼’이다. 장국영-왕조현이 나왔던 그 작품(1987)이다. 물론 그 전에 쇼브러더스 시절 이한상 감독의 작품(1959)도 있고, 서극의 애니메이션도 있으며, 유역비의 (2011)도 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워낙..
2021.04.08 -
[커피 오어 티] 중국사람이 커피에 빠진다면
지난 주 극장에 중국영화 한 편이 내걸렸다. ‘커피 오어 티’(원제: 一点就到家)이다. 그 옛날 홍콩영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대만영화는 지금도 꾸준히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에 비해 중국영화는 어찌 된 일인지 한국극장가에서 맥을 추지 못한다. ‘중국스타일' 영화의 한계일 것이다. 이제는 ‘산업적 규모’로 따지자면 할리우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국에서는 해마다 엄청난 ‘그들만의 영화’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만으로도 충분히 산업을 꾸려나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커피 오어 티]는 중국영화이다. 포스터에는 굳이 홍콩의 ‘진가신’(陳可辛)이 제작을 맡았다고 강조한다. [첨밀밀]. [명장] 등을 감독했던 인물이다. 감독은 진가신 영화의 편집을 줄곧 담당했던 데렉 후이(許宏宇)가 맡았다. ..
2021.04.06 -
[스파이의 아내] 구로사와 기요시, “731부대를 고발한다”
일본식 독립영화 시스템에 성장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1997)를 기점으로 부산국제영화제가 사랑해 마지않는 일본의 대표적 작가주의 영화감독이다. 호러를 시작으로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어온 그의 최신작은 1940년대 일본의 불온한 분위기를 담은 (スパイの妻)라는 작품이다. 는 (일본의 입장에서 보자면) ‘파격적 내용’의 작품이라 투자를 받지 못해 하마터면 엎어질 뻔한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일본의 공영방송인 NHK의 지원으로 ‘8K’ 화질로 만들어졌다. 일반적으로 현재 보급되는 UHD(울트라HD)가 4K인데 이보다 더 선명하다는 것이다. 8K는 풀UHD로 불리기도 한다. 찍어도 내보낼 방송사도, 볼 TV도 별로 없는 상황에서 ‘올림픽’을 앞두고 NHK가 자사의 4K/8K채널에 내보낼 콘텐츠로 기획..
2021.03.31 -
[중경삼림] 왕가위 1994년 홍콩 러브스토리
코로나 때문인지 웬만한 영화는 다 ‘리바이벌’되는 듯하다. 그 아이러니한 잔칫상에 왕가위 영화가 빠질 순 없을 것이다. 왕가위 영화가 ‘디지털 리마스터링’이라는 화려한 왕관을 쓰고 극장에서 관객을 다시 부른다. 그리고 OTT서비스 ‘왓챠’에서도 그의 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언제 적 왕가위며, 언제적 홍콩이야기인가. 이 영화는 1995년에 한국에서 개봉되었었다. 그리고 26년 만에 다시 만나는 중경삼림. 첫사랑을 다시 만나는 느낌이랄까. 한때는 열광하던, 그러나 끝없는 자기복제로 홍콩영화란 것이 도매금으로 쓰레기취급 받을 때 왕가위는 혼자 빛났던 별이다. 시네필들은 그의 작품에 열광했었다. 홍콩의 (자기들 말로는) ‘영화로운 중국회귀’에 맞춰서 특히나 열광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중경’(충칭,重慶)은 스촨(..
2021.03.26 -
[시간의 끝에서 널 기다려] 날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인간이 유한한 존재이다 보니 시간의 흐름을 제어하는 '타임슬립'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온다. 참신한 것도 있고, 적당히 재활용한 것도 있고, 쓸데없는 시도를 한 것도 있다. 여기, 또 한편의 ‘비틀린 시간의 운명’을 다룬 영화가 개봉한다. 17일 개봉된 중국영화 (감독:야오팅팅)이다. 최근 개봉된 대만영화 에 이어 또 하나의 기묘한 시간여행 로맨스를 만나볼 수 있다. 는 첫사랑의 애틋함, 속절없는 시간의 흐름, 그리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결한 희생이 관객을 자극한다. 어린 시절 외로운 린커(리훙치)에게 손을 내민 유일한 사람이 치우옌(리이퉁)이다. 둘은 죽마고우가 되고, 소울메이트가 될 것이다. 그런데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치우옌이 어느 날 저 먼 도시로 전학을 간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고등학생이 된..
2021.02.20 -
[리뷰] 마이 미씽 발렌타인 ' 빠른 여자, 느린 남자'
아시아의 코로나 방역 우수국가는 단연 대만이다. 적절한 대응으로 남다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모든 대형 행사가 취소되거나 비대면 방식으로 축소되는 와중에 지난 11월 열린 대만 금마장 영화시상식은 예년과 다름없이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서 최고의 승자는 대만영화 이었다. 다행히 후효현이나 양덕창 감독 작품 말고도 대만영화는 우리나라에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같은 말랑말랑한 영화에서 알고 보면 끔찍한 에 이르기까지. 금마장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5개 부문을 휩쓴 은 어떤 영화일까. 영화는 나이 서른에, ‘발렌타인데이’에도 혼자 집에서 국수를 말아먹으며 라디오의 남들 사연을 들으며 한숨을 쉬는 여자(샤오치)와 시내버스를 몰며 이것저것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남자(아타이)의 ..
2021.01.14 -
[영화리뷰] 나의 작은 동무, '나쁜 시절, 착한 아이' (The Little Comrade 감독:무니카 시멧츠)
소련(소비에트연방)이 붕괴되고 독립한 나라 중에 에스토니아가 있다. 지도에서 찾아보면 러시아의 왼쪽에 위치한 이른바 발트3국인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의 하나이다. 발트해 건너편엔 핀란드와 스웨덴이 있다. 에스토니아의 인구는 130만 명이다. 참 작은 나라이다. 에스토니아어를 사용하는 이곳 사람들은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오랫동안 덴마크, 스웨덴, 폴란드, (제정)러시아의 지배를 받아왔다. 그리고 스탈린시대 소련의 점령으로 소비에트에 병합된 것이다.(USSR) 그런 에스토니아 영화를 본 적이 있는지. 14일 개봉되는 (The Little Comrade 감독:무니카 시멧츠)가 바로 극장에서 만나게 되는 에스토니아 영화이다. 이 영화를 통해 에스토니아와 러시아과의 관계를 만나볼 수 있다. 스탈린의..
2021.01.14 -
[뱅가드] “날아다니던 성룡, 이번엔 계단으로!”
‘재키 찬’이라는 영어이름이 자연스럽던 홍콩 코믹액션배우 성룡은 1954년생이다. 올해 예순 여섯의 노익장이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청룽’이라고 불리더니 사생활 문제, 친중 행보 등이 뉴스에 오르내리며 ‘취권’에서 ‘폴리스스토리’ 등의 작품을 아직도 기억하는 팬에게는 아쉬움을 넘어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어쩌겠는가 세월의 강은 액션배우의 육신과 함께 다른 요소도 앗아간 모양이다. 12월 30일 개봉예정인 영화 (원제:急先鋒)는 성룡 주연의 최신작이다. 원래 올해 초 개봉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고 지난 9월 중국에서 개봉되었다. 저조한 흥행성적을 올린 이유는 코로나 탓만은 아니었다. 그게 더 서글프다. 영화가 시작하면 미국에서 활동 중인 기업 수장이 백주대로에 범죄조직들에 납치된다...
2021.01.04 -
[굿바이] 마지막 화장사 (おくりびと,2008)
혹시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적이 있는지. 정신없이 어수선한 시간들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관속에 누워있는 마지막 모습을 보면 회한의 눈물이 쏟아진다. 세월이 흐른 뒤 그때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려보게 된다. 수많은 영화에서 봤던 그런 장면. 그런데, 누가 마지막으로 그의 육신을 어루만지고, 거친 수의를 입혔고, 어떻게 관을 장식했는지 모르겠다. 여기 일본영화 [굿바이](원제:おくりびと,2008)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우리와는 장례의식, 절차가 조금 다르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절차와 과정, 수습의 결정적 순간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도쿄의 한 오케스트라 첼리스트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가 막 베토벤의 합창 연주를 끝내고 주섬주섬 자신의 첼로를 챙길 때 청천벽력..
2021.01.04 -
[아비정전] 왕가위 전설의 초석 (阿飛正傳 Days Of Being Wild,1990)
홍콩 왕가위(왕지아웨이) 감독은 한때 많은 영화팬들의 우상이었다. 자기복제를 거듭하는 홍콩느와르와 넘쳐나는 쿵푸무협물 속에서 고고하게, 도도하게 자신만의 미학을 밀어붙였던 우직한 작가주의 영화감독의 전범이었다. 그의 전설적 작품 이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다. 물론, 그의 작품은 회고전을 통해, DVD를 통해, 왓챠를 통해 맘만 먹으면 쉽게 볼 수 있었다. 다시 보니 여전히 반갑고 우울했다. 왕가위 감독은 그 ‘화려하고도 분잡스러운’ 홍콩영화계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발을 디뎠다. 그가 각본을 쓴 작품목록을 말하면 아마 놀랄 것이다. 저런 대가가 저런 작품을? 여하튼 그런 과정을 거쳐 그는 1988년 를 내놓았다. 크리스토퍼 도일의 유려한 카메라에 잡힌 홍콩의 어두운 작품을 ‘왕가위스럽게’ 만든 것이다. 홍..
2020.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