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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타귀] 29살 날렵한 홍금보, 강시와 싸우다
여름이면 각광받던 그 시절 호러영화의 대표적 캐릭터로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드라큘라’, ‘소복 입은 여자’가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할리우드와 한국에서도 좀비가 각광받고 있다. 이들 개성강한 캐릭터들이 스크린을 지배할 때 홍콩에서는 아주 독특한 캐릭터가 한 시대를 풍미했었다. ‘강시’(僵尸)라는 것이다. ‘강시’는 ‘엎어져서 뻣뻣하게 굳은 시체’라는 뜻이다. 이미 죽어서 땅에 쓰러져 사후강직이 일어난 사람이 어떤 사유로 벌떡 일어나 콩콩 뛰며 산 사람에게 달려드는 것이다. 기겁할 일이다. 강시가 등장하는 영화로 1980년 홍콩에서 개봉된 홍금보 주연의 귀타귀>를 많이 언급한다. 이듬해 한국에서도 개봉된 이 영화가 최근 OTT서비스 왓챠에 올라와 있기에 소개한다. 복장이나 주택구조로 보아 청말..
2020.08.04 -
[에베레스트] 중국의 등산굴기 (이인항 감독 攀登者 The Climbers 2019)
작년(2019년)은 중국이 건국된 지 70년이 되는 해였다. 모택동의 공산당이 장개석의 국민당을 대만으로 몰아내고 마침내 대륙을 석권한 것이다. 수천 년 봉건체제에 신음하던 인민을 해방하고 대국굴기를 부르짖는 중국에서 작년 그들의 국경일을 기념하여 대작영화 3편이 한꺼번에 개봉되었다. (中國机长),(我和我的祖国 ), 그리고 (攀登者)이다. 세계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높다는 '에베레스트'(중국어로는 珠穆朗玛峰)를 왜 영화로 만들었을까. 영화는 1960년과 1975년에 있었던 중국 산악등반대의 에베레스트산 도전을 담고 있다. 에베레스트산은 1953년 5월 29일, 뉴질랜드의 에드먼드 힐러리가 처음 등정에 성공한 뒤 크라이머들의 도전의 무대였다. 네팔의 남쪽 경사면을 통한 등정이 아니라 중국(티벳)의 북쪽능..
2020.07.22 -
[살인연극] 로우예 감독의 치정살인극 (feat.중국의 부정부패) (로우예 감독 风中有朵雨做的云, The Shadow Play 2019)
일단은 나눠서 분류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중국의 영화사(史)를 감독중심으로 구분한다. 그렇게 장예모, 진개가는 ‘5세대감독’으로, 지아장커나 로우예는 ‘6세대감독’으로 그루핑한다. 그 이후는 모호해졌다. 중국영화산업이 숫자 하나로 구분짓기가 어려워서일 것이다. 여기 ‘6세대 감독’으로 해외영화제에서 엄청난 각광을 받았던 로우예(婁燁) 감독의 신작 살인연극>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한국관객을 만난다.살인연극>은 작년 4월 중국에서 개봉된 작품이다. 원제는 風中有朶雨做的雲>(간체:风中有朵雨做的云, The Shadow Play)이다. ‘바람에는 비를 품은 구름이 있다’라는 시적인 제목이다. 그 로맨틱하고 문학적인 제목이 ‘살인연극’으로 바뀌면서 중국적, 로우예적 이미지는 사라지고 미스터리한 살인이야기..
2020.07.13 -
[부력] 캄보디아 소년노예 차크라를 아시나요 (로드 라스젠 감독, Buoyancy 2019)
지난 2월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은 ‘국제영화상 부문’(Best International Feature Film)도 함께 받았다. 작년까지는 ‘외국어영화상’(Best Foreign Language Fim)이라는 명칭으로 불렸었다. 이 트로피를 차지한 ‘국제영화상’은 다른 부문과는 달리 미국(LA)내 극장에서 꼭 상영될 필요는 없다. 미국 영화아카데미협회가 각국 영화단체나 기관에 추천을 위임하였고, 각 나라는 그해 자기 나라의 대표작을 ‘올림픽 국가대표’처럼 보낸다. 올해의 경우 한국의 을 비롯하여 폴란드, 북마케도니아, 프랑스, 스페인 작품이 최종후보에 올랐다. 다섯 편의 최종후보에는 빠졌지만, 오스트레일리아가 국가대표로 보낸 작품은 (Buoyancy)이란 작품이다..
2020.07.02 -
[살아있다] 아파트에 갇히면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조일형 감독 #ALIVE, 2020)
뉴스도 못 들으니 외부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감도 못 잡을 것이다. 어찌할 것인가. 자는 사이에 핵미사일이 떨어졌는지, 외계인이라도 침공했는지 모를 일이다. 살아있다>에서는 좀비가 나타났단다! 어쨌든 큰일이다. 언젠가부터 ‘좀비’가 여름영화의 주인공, K무비의 간판스타가 되었다. 지난 주 개봉된 유아인, 박신혜 주연의 영화 ‘#살아있다’는 어느 날 갑자기 ‘좀비천지’가 된 서울의 한 아파트에 갇힌 청춘의 이야기이다. ‘좀비’의 공격을 방어하고, 좀비들의 추적을 따돌리고, 좀비가 없는 안전지대로 피할 수 있을까. 좀비 영화는 그들을 전멸시키지 못하면 결국 그들이 없는 곳으로 도망치는 것이니. 눈을 뜬 준우(유아인)의 방에는 게임을 아주 좋아하는 청춘의 모습이다. 모니터와 피씨, 디지털 기기들, 핸드폰, ..
2020.06.30 -
[십년 - 엑스트라] 중국, 홍콩보안법통과” 10년 뒤 홍콩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곽진 감독, 十年 浮瓜, 2015)
2020년 6월 30일, ‘홍콩보안법’이 통과되었다. 지난 2016년 4월 3일, 홍콩문화중심(Hong Kong Cultural Centre)에서 홍콩금상장 영화시상식이 열렸다. 우리나라에서는 (踏血尋梅)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곽부성 주연의 영화가 남/녀주연상, 남/녀조연상, 신인연기자상 등 연기부문 상을 싹쓸이하고, 촬영상과 각본상까지 차지했다. 홍콩영화계가 급속하게 중국영화산업으로 편입되어가고 있을 때 열린 이날 시상식에서는 어떤 작품이 최우수작품상의 영예를 누렸을까. 이날 중국매체들은 금상장 수상소식을 시시각각 전하면서도, 최고상인 ‘최우수작품상’에 대해서는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흔한 ‘인터넷 보도통제’가 이뤄진 것이다. 이 날 최우수작품상 트로피는 (十年)이라는 홍콩독립영화에 돌아갔다. 이 어떤..
2020.06.30 -
[사라진 시간] 교사와 형사, 그 누구의 삶
어려운 가정 형편 등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인문계 고등학교 취업반 학생들의 좌절과 참교육을 실천하려는 교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독립영화 〈닫힌 교문을 열며>(1992)에서 선생님 역으로 출연하며 영화계에 발을 디딘 정진영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국어국문학과 출신의 정진영이 직접 시나리오까지 맡은 작품은 사라진 시간>이다. 정진영의 커리어만큼 흥미로운 작품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어딘가 홀린 듯한 모습의 조진웅을 보여준다. 스쳐가는 사람들. 이어 한적한 소도시의 작은 집을 보여준다. 시골 초등학교 교사인 수혁(배수빈)의 집이다. 아내 이영(차수연)과 함께 하는 한촌의 행복한 모습이 지나가면 왠지 불안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그가, 그들이 시골에 내려와서 은둔하듯 사는 이유가 밝혀진다. 아내는 밤이 ..
2020.06.25 -
[소년시절의 너] 대륙의 동량지재는 어떻게 단련되었나 (증국상 감독 少年的你, Better Days, 2019)
2017년 한국에서 개봉된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로 중국영화의 다양성을 보여준 증국상 감독이 다시 한 번 주동우(저우동위)를 캐스팅하여 소년시절의 너>라는 묵직한 영화로 돌아왔다. 이 영화는 작년 중국에서 개봉되어 15억 위앤을 벌어들인 흥행작품이다. 제목에서 연상되는 대만청춘영화 같은 말랑말랑함은 기대하지 마시라. 학내폭력 사건의 시작과 끝을 보여주는 사회파 영화이니 말이다.영화는 안챠오(安橋)라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높은 빌딩과 아파트들이 즐비하고, 고가도로가 기하학적인 도시미를 뽐내는 이곳에는 서민도 있고, 불량소년도 있고, 보호받지 못하는 청춘들이 수두룩하다. 천니엔(주동우)는 대학입학시험에 모든 것을 건 수험생. 아빠는 없고 엄마는 빚쟁이에 쫓겨 사라졌다. 오늘도 악착같이 공부! 오..
2020.06.23 -
[바다로 가자] “내 고향 함경남도 단천군” (김량 감독, 2019)
남북분단의 역사에 있어 가장 극적인 장면 중 하나는 1998년,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휴전선을 넘어간 일일 것이다. 남북교류의 물꼬를 트는 이벤트였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북한(강원도 통천군 아산리)이 고향인 정 회장의 수구초심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잠깐 이웃나라를 보자. 중국-대만의 관계에서도 반백년 전 공산주의자를 피해 대만 섬으로 피난 온 자본주의 세력들도 대만에서 기업을 일구고 돈을 벌더니 하나씩 고향(대륙)으로 돌아가서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더 신기한 것은 대만(국민당) 군 장성들도 전역한 뒤 노후를 떠나온 고향-공산주의 중국-에서 보낸다고 한다.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 혹은 죽기 전 갖게 되는 소망인 모양이다. 여기 그런 심정을 엿볼 수 있는 영화가 있다. ..
2020.06.17 -
[에어로너츠] 무한의 공간, 저 위로!" (톰 하퍼 감독, The Aeronauts 2019)
하늘을 나는 인간의 꿈은 오래 되었다. 어린 시절 한 번쯤은 망토를 걸치고 담벼락에서 뛰어내리든지 우산을 펼치고 옥상에서 점프한 적이 있을지 모르겠다. 인간은 자신들 신체의 유약함을 극복하기 위해 도구를 적극 이용한다. 라이트 형제 이전에 인간들은 '열기구'란 것을 발명했다. 프랑스 몽골피에 형제가 열기구를 발명했고, 1783년 인류는 마침내 창공을 날았다. 사람이 탄 첫 비행(!)에선 25분 동안 9킬로미터를 날아갔다고 한다. 이후,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열기구 붐이 일었다. 더 높이, 더 오래, 더 멀리 날기 위해 개발된 열기구는 대중에게는 환상적인 볼거리를 제공했고, 과학자에겐 미지의 세계를 살펴볼 필수불가결한 장비였다. 19세기 중엽, ‘과학의 역사’에서 아름다운 페이지를 장식한 열기구 모험을 담은..
2020.06.15 -
[천하무쌍] 유진위 넌센스 코믹사극, “황매조 스타일~” (유진위 감독 天下無雙 Chinese Odyssey 2002)
코로나19 때문에 이런 영화도 다 극장에서 보게 된다. CGV아트하우스는 지난 11일부터 ‘All about 왕가위: 프로듀서 왕가위’ 기획전을 개최하고 있다. ‘감독 왕가위’가 아니라 ‘프로듀서 왕가위’ 작품을 만나게 된다. 그가 감독을 겸했던 (2008)을 포함하여 (1992), (2002), (1997), (2008), 그리고 (2016) 등 6편이 상영된다. 1990년대 중반 경, 왕가위가 한국에 소개되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갈민휘가 감독한 이 마치 왕가위(감독)영화인 것처럼 홍보되어 논란이 좀 있었다. 지금 와서 보면, ‘프로듀서’로서의 그의 재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듯하다. 흥행 면에서만 보자면 그다지 신통찮은 결과이지만 말이다. 은 2002년 중화권에서 개봉된 영화이다...
2020.06.15 -
[프랑스여자] 방황하는 넋 (김희정 감독,2019)
이 영화, 매혹적이다. 주인공 ‘미라’가 죽었다면? 김희정 감독의 영화 프랑스 여자>를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는 그런 상상을 해야 할 것 같다. 아닐 수도 있다. 의심되면 한 번 더 보시길.프랑스 파리로 유학 갔던 미라(김호정)가 오랜만에 서울을 찾는다. 배우가 되기 위해 부푼 꿈을 안고 파리로 떠났던 미라는 배우가 되지 못하고, 프랑스 남자와 결혼한다. 그런데 그 프랑스 남편에게 딴 여자가 생기면서 이혼한다. 그렇다고 실패한 삶일까. 트렁크를 끌고 서울로 온다. 오래 전 그와 함께 공부한 친구, 후배들이 모인다. 영화감독이 된 영은(김지영), 연극 연출가 성우(김영민)이다. 술을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지만 미라가 기억하지 못하는, 혹은 다르게 기억하는 여러 상황이 펼쳐진다. 풋내기 연기학도들이 ..
2020.06.11 -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 뻐꾸기둥지 위를 날아간 새 (디자이리 아카반 감독 The Miseducation of Cameron Post 2018)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에는 인류역사에 오랫동안 존재해온 성적 취향에 대한 간절한 종교적 치료법이 등장한다. 물론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그다지 효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미국 청소년’ 카메론 포스트가 동성에 끌려 키스를 하게 되고, 그 현장이 발각되어 특별한 기관에서 정신적 치료를 받게 된다. 독실한 기독교에서 개설한 ‘캠프’에 입소하여 같은 증세의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회개하고, 기도하고, 간증하면 새로운 삶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가능할까? 아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영화는 우리나라에 사라지지 않는 여름>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에밀리 M. 댄포스의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은 열두 살 캐머런부터 따라간다. 캐머런은 소꿉친구 아이린과 장난스런 키스한다. 그리고 소녀는 성장을 한다. 10대 청소년의 ..
2020.06.09 -
[침입자] 구해줘 아빠 (손원평 감독, Intruder 2020)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극장가는 그야말로 엉망이 되어버렸다. 언제 끝날지 모를 우울한 전망 속에 지난주부터 충무로 신작이 하나씩 영화팬을 찾기 시작했다. 첫 주자는 손원평 감독의 스릴러 이다. 영화는 등장인물간의 관계구축과 사건전개에 꽤 공을 들인 작품이다. 누가, 왜, 누구의 안전지대에 침입하였을까. 궁극적으로 그 침입자의 목적은 무엇일까.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되는 작품이다. 여주인공의 목덜미에 새겨진 문신 디자인조차도! 건축사무소에 근무하는 서진(김무열)은 클라이언트를 상대로 ‘집’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심리적 공황상태를 맞는다. 서진은 얼마 전 바로 자신의 눈앞에서 아내가 뺑소니차에 치어 죽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어린 딸 예나와 함께 부모님 집에 당분간 머문다. 집안에는 온..
2020.06.08 -
[도미노] 브라이언 드 팔마, ISIS테러범을 뒤쫓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극장가가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물론이고, 충무로 영화사들의 기대작들도 배급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그 틈새를 노려 이런저런 영화들이 앞 다퉈 극장에 내걸리고 있다. 오래전 개봉된 작품들을 기획전/특별전이라고 이름 붙여 상영하기도 하고, 생소한 영화들이 명함을 내밀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 조금은 특별한 영화가 한 편 도착했다. 감독이 ‘무려’ 브라이언 드 팔마이다. ‘캐리’(76년 작품)와 ‘드레스드 투 킬’(80), ‘스카페이스’, 그리고 ‘미션 임파서블’(1편)을 감독했던 거장이다. 게다가 영화(수입)사는 이 영화가 ‘무려’ 에 출연한 배우가 출연한 역작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궁금해질 수밖에. (Domino)라는 영화이다. 영화는 덴마크 ..
2020.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