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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피로 지킨 나라, 영화로 꽃피운 역사
코로나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영화산업이 바닥부터 흔들리고 있다. 극장가는 한파를 맞았고, 제작사들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올해 중국에서 흥행 최고기록을 세운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지목된 우한의 투쟁을 그린 [최미역행]이 아니다. 관후(管虎) 감독의 [팔백](원제:八佰)이란 작품이다. 지난 8월 개봉되어 ‘띄어 앉기’ 속에서 무려 30억 위앤(5천억원)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도대체 어떤 영화이기에 코로나로 꽁꽁 얼어붙었을 극장을 저렇게 달구었을까. [800]은 1930년대 항일전쟁시기의 격전을 다룬 영화이다. 느낌이 올 것이다. ‘애국’과 ‘항일’이라는 정서적 충격파로 가득한 프로파간다 영화이며, 이른바 ‘국뽕’영화일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영화는..
2020.12.11 -
넷플릭스-사자의 몫, "The Lion Sleeps Tonight"
넷플릭스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신작들을 쏟아내고 있다. 너무 많은 작품들이 쏟아지기에 채 알려지기도 전에 리스트 뒤쪽으로 밀려날 지경이다. 작년 공개된 작품 중에 ‘리마스터드: 사자의 몫’(원제: ReMastered:The Lion's Share 감독: 샘 컬먼)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꼼꼼하게 보지 않으면 존재감 없이 밀려날 그런 수많은 작품 중의 하나이다. 다시 꺼내본다. 넷플릭스는 유명 아티스트의 궤적을 따라가는 8편의 [리마스터드] 시리즈를 내놓았다. 로버트 존슨, 빅토르 하라, 샘 쿡, 잼 마스터 제이, 밥 말리 등이 대상 아티스트이다. 아마 팝송에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이 시리즈에 매료될 듯하다. ‘사자의 몫’은 어떤 작품일까. ‘The Lion Sleeps Tonight’이..
2020.12.10 -
[최미역행] “마스크 쓰고 영화 봅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올해 초, 마치 피휘(避諱) 하듯 ‘우한바이러스’ 대신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부르기 시작한 이 전(全) 지구적 재앙은 70억 지구인의 삶과 생명을 옥죄고 있다. 그런데 연말이 다가오면서 한 때는 진앙지로 여겨졌던 중국은 어느새 코로나 청정국까지는 아니지만 ‘방역 모범국’이 되어가고 있다. 중국의 통계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면 현재 중국의 확진자 수는 834명이란다. 사태 초기부터 지금까지의 누적 확진자는 93,004명, 사망자 수는 4,749명이란다.(11월 25일까지, 중국인터넷종합) 한국은 확진자수는 어제 하루 382명 증가하여 31,735명이 되었고, 누적 사망자 수는 513명이다.(11.25 0시기준) 정말 믿을 수 있는 수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사태초기의 급박..
2020.11.26 -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그 전엔 땀 흘리며 연습을 했다”
이 영화는 ‘조지아’ 영화이다. 트럼프의 운명을 가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미국의 조지아 주가 아니다. 소련 시절엔 ‘그루지야’로 불리던 곳이다. 내가 아는 그루지야는 고르바초프 서기장 시절의 소련에서 외무부 장관을 지낸 에두아르드 셰바르드나제가 소련 붕괴 후 그루지야의 대통령을 지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입김에서 벗어나고파 ‘그루지야’ 대신 영어식으로 ‘조지아’라고 불러달라는 나라이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영화 (영어 제목: And Then We Danced)를 보았다. 레반 아킨 감독은 스웨덴 사람이다. 특이한 영화이다. 영화는 조지아의 민속춤을 추는 남자 이야기이다. 왠지 집시풍일 것 같은, 왠지 서커스단 같은, 아니면 아예 키예프의 정통 발레를 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다 틀렸다. 조지아는..
2020.11.26 -
[엽문 리부트2020] 영혼불멸의 중화체육영웅
'일본 제국주의‘에 주먹 하나로 맞서 싸운 중화영웅 ’ 엽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또 한 편 개봉한다. 견자단의 이후 수많은 유사품이 쏟아졌다. 그중에는 왕가위 감독의 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과 라는 혼란스러운 제목으로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다. 오늘 개봉되는 영화의 제목은 (중 국원제: 宗師葉問)이다. 주인공은 두우항(杜宇航)이다. 우리나라의 ’ 태권도‘에 맞서 중국이 국제 스포츠 게임에 내세우는 ’ 우슈‘ 국가대표로 2002년 부산 아시아게임에서 은메달을 받은 운동선수 출신이다. 견자단의 ’ 엽문‘ 시리즈에도 출연하기도 했고, 에서 엽문을 이미 한 차례 맡았었다. 견자단의 ‘엽문’이 대성공을 거둔 후 ‘엽문’은 적어도 ‘진진’(이소룡의 정무문 주인공)보다는 더 유명해진 인물이 되었다...
2020.11.26 -
[BIFF리뷰] 지아장커 다큐멘터리 ‘먼 바다까지 헤엄쳐 가기’
지난 주 막을 올린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는 68개 나라에서 출품된 192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코로나사태로 최소한의 범위에서 영화제가 운영된다고는 하지만 상영편수가 대폭 줄어든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영화가 딱 한 차례씩만 상영되는 까닭에 영화팬들의 접근이 쉽지만은 않다. 어렵게 소개되는 영화 중 중국 지아장커(賈樟柯) 감독의 다큐멘터리 (원제: 一直游到海水變藍/ Swimming Out Till the Sea Turns Blue)라는 작품이 있다. 중국 산시(山西)성 펀양(汾陽) 출신의 지아장커 감독은 1987년 로 충격적인 데뷔를 한 후 , , , , , 등 내놓는 작품마다 명확히 중국 이전 세대의 영화감독과는 다른 자신만의 영상미학과 주제의식을 관철시키고 있다. 는 베니스황금사자상..
2020.10.29 -
[알피니스트-어느 카메라맨의 고백] 산사나이 산에 묻히다
지난여름 중국영화 가 잠깐 극장에 내걸렸었다. 1960년, ‘공산’ 중국이 건국하고 어수선하던 그 시기에 최초로 에베레스트 산 정상을 정복한 중국등반대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극화한 작품이다. 산은 그곳에 그대로 있는데 인간은 기를 쓰고 그곳을 정복하기 위해 발버둥 친다. 때로는 눈사태에, 때로는 추위에 목숨을 잃어가면서 말이다. 그곳에 왜 오르려할까. 오래전 영국 산악인은 “산이 있으니까”라는 선문답으로 산악인의 도전을 규정지었다. 15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은 그렇게 산을 오르는 산악인의 마음을 어느 정도 헤아릴 수 있게 한다 . 는 대한민국 산악영화의 대표적인 촬영감독으로 알려진 고(故) 임일진 감독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4차례의 히말라야 원정에 함께 했던 사람들의 도전과 그 이면의 이야기..
2020.10.14 -
[밥정] 님아, 이 상을 받으소서! (박혜령 감독)
요즘은 TV예능프로그램에서 셰프, 요리사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이전에는 ‘한국의 맛’을 소개하는 다큐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었는데 말이다. 바로 그런 한국의 정통 맛을 소개하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TV 교양프로그램을 만들던 박혜령 감독의 역작 이다. 전국을 떠돌며 식재료를 찾아, 독특한 삶의 철학을 담은 음식을 만든다는 방랑의 세프 임지호가 주인공이다. “자연에서 나는 것은 아무 것도 버릴 것이 없다”라는 음식철학을 가진 그는 잔디, 잡초, 이끼, 나뭇가지 등을 재료로 한 요리들을 선보였다. 이 영화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미슐랑 별을 노리고 만드는 미각의 절정도, 바글바글 손님을 불러 모으는 삼대 맛집의 숨겨진 손맛도 아니다. 혀 끝이 아니라 심장과 영혼을 완전히 잠식하는 소울푸드를 내놓는..
2020.10.14 -
[보테로] 내 그림은 뚱뚱해 (돈 밀라 감독 Botero,2020)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자신의 심장이 부풀어 오르는 듯한 느낌과 함께 푸근함을 온몸으로 느낄 것이다. 그가 그린 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뚱뚱하고, 비만형이고, 모든 것이 풍성하다. 그게 그의 예술혼이고, 창작의 기본 콘셉트다. 보테로 전시회는 우리나라에서도 몇 차례 열렸다. 그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개봉된다. 캐나다 돈 밀라 감독의 이다. 보테로와 그의 가족들이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예술가 보테로의 삶과 작품세계를 되돌아보는 형식이다. 봉준호 감독의 에서 박 사장(이선균)네 유치원생 아들(정현준)이 그린 낙서 같은 자화상(실제로는 아티스트가 그린 그림임!)을 보고 박소담이 굉장한 의미를 두며 아동심리학적 평가를 내리는 장면이 있다..
2020.09.23 -
[나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 다이어트와 정체성 (謝沛如 감독 大餓 Heavy Craving ,2019)
작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에서 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대만영화 (大餓/Heavy Craving)가 라는 제목으로 개봉된다. 다이어트를 보여주는 좀더 직접적인 제목으로 공개되는 셈이다. 영화는 105킬로그램의 뚱녀가 어떤 이류로 다이어트를 시도하다가 부딪치는 사회적 편견과 자아승리를 다룬 여성영화이다. 물론, 그렇게 보지 않아도 된다. 표준 체중/체형에 대한 관점이나 타인의 시선은 언제나 주관적인 판단이 따르니 말이다. 올해 서른 살의 주인공 쥐앤(차이지아인/蔡嘉茵)은 엄마(커슈친/柯淑勤)가 운영하는 방과후돌봄센터(安親班)에서 조리사로 일하고 있다. 오늘도 맛있는 음식을 푸짐하게 만들어 아이들의 점심으로 내놓는다. 아이들은 쥐앤을 ‘공룡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놀리지만 참을만하다. ..
2020.09.21 -
[공포분자] 공포는 디테일에 있다 (양덕창 감독, 恐怖分子 The Terroriser 1986)
양덕창(楊德昌/양더창, 에드위드 양) 감독은 후효현(허샤오센)과 함께 대만이 자랑하는 세계적 감독이다. 과 을 비롯하여 대만 신낭조를 대표하는 걸작들을 남긴 감독이다. 이중 과 , 는 이른바 양 감독의 ‘타이베이 3부작’으로 불린다. 흔들리는 대만의 모습을 다양한 방식으로 필름에 잡아낸다. 코로나사태 속에 (원제: 恐怖分子)가 17일 한국에서 개봉된다. 1986년 대만에서 개봉된 이래 무려 34년 만에 한국극장가에 정식으로 선보이는 셈이다. 물론 이 영화는 시네마떼크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적이 있다. 그리고 오래전 ‘분도비디오’라는 전설적 단체에 의해 비디오도 출시된 적이 있다. 그 영화를 이제 극장에서 정식으로 만나보게 되는 것이다. 물론, 대만에서 디지털 리마스터링 되었지만 여전히 화면은 클래식..
2020.09.17 -
[ 천수위의 낮과 밤] 안분지족의 삶 (허안화 감독 天水圍的日與夜/The Way We Are, 2008)
지난 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SWIFF2020)가 개막되었다. ‘여성과 영화’라는 어젠더를 결합시킨 SWIFF는 확실한 컨셉트와 관계자의 열정으로 꽤나 중요한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제한적인 범위에서 행사가 치러지지만 영화제의 관록을 보여주듯 훌륭한 프로그래밍과 알찬 행사를 준비했다. 오래 주목받는 프로그램은 홍콩 허안화(許鞍華) 감독 회고전이다. 허안화 감독은 1970년대 초중반에 TV방송사(TVB)에서 지금 봐도 인상적인 사회파 드라마를 다수 찍었고, 홍콩 신낭조(누벨버그)의 대표주자로 홍콩영화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수많은 작품을 내놓았다. 회고전을 통해 초기 TV드라마 네 편과 (79), (90) ,(06), (09) ..
2020.09.14 -
[카일라스 가는 길] 길 끝에서 만나는 힐링 (정형민 감독 Journey to Kailash , 2018)
‘힐링’이라는 말이 일상의 분잡함과 현대의 속도전에 지친 도시인의 영혼을 위로해 준다는 의미로 널리 쓰이기 전에, 그 영혼의 안식처가 되었던 곳은 주로 인도였다. 그리고, 언제가부터 티베트의 고산, 산티아고의 순례길 등이 그 목록에 추가되었다. 오늘 갈 곳은 ‘카일라스 산’이다. 정형민 감독의 다큐멘터리 이다. 카일라스 산은 중국 땅인 티베트의 서남부 강디스산맥에 우뚝 솟은 6656미터 높이의 영산이다. 중국어로는 깡런보치(岡仁波齊峰)봉이라고 불린다. 지리학적으로는 티베트 고원을 흐르는 수많은 대하천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여기서 샘솟은 물들이 흘러 흘러 브라마푸트라강, 인더스강, 수틀레지강, 갠지스강이 된다. 이곳은 불교의 세계관에서 우주의 중심에 있다는 수미산(須彌山)으로 취급되며, 티베트불교를 비롯..
2020.09.04 -
[반교:디텐션] 비정대만 非情臺灣 (쉬한치앙徐漢強 감독 返校 Detention 2019)
작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대만영화 (返校, Detention)(감독: 쉬한치앙/徐漢強)이 지난 주 한국극장가에 정식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대만의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소개되면서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대만현대사의 비극을 지나칠 수 있다. 실제 는 우리나라의 ‘택시운전사’와 ‘1987’을 섞어놓은 것만큼 큰 아픔과 생채기를 품고 있는 작품이다. 먼저, 오랫동안 대만현대사의 비극을 이야기할 때 후효현(허우샤오센) 감독의 를 많이 언급한다. 일본이 항복한 것은 1945년이었다. 한반도가 남북으로 쪼개질 때, 중국 대륙에서는 공산당과 국민당이 건곤일척의 싸움을 계속했고 장개석의 국민당군은 후퇴를 거듭하더니 결국 대만까지 내몰렸다. (국민당은 패색이 짙어지면서 대만을 수복의 전초기지로 준비..
2020.08.18 -
[작은 소망] 삶의 끝, 절박한 소원 하나! (전우생 田羽生 감독 小小的愿望 The Last Wish,2019)
지난 주 극장가에 중국영화가 한 편이 조용히 내걸렸다. (小小的願望)이란 작품이다. 작년 중국에서 개봉된 이 영화는 한국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류덕환, 김동영, 안재홍이 출연한 (2016)이 원작이다. 개봉 당시 30만 관객을 동원했던 는 솔직담백하게, ‘온리 그것!“만을 목표로 달려가는 고등학생의 청춘의 치기를 유감없이 담아낸 청춘 코미디이다. 그 영화가 어떻게 중국의 영화제작자 눈에 든 모양이다. 중국영화 을 감상하기 전에 먼저 알아둬야할 것은 지금, 현재 중국에서는 영화등급제도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즉, 모든 영화가 눈높이를 낮춰, 누구나 볼 수 있는 수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온리 그것!’인 이 작품의 온전한 재미를 중국영화에서 구현할 수 있을까. 그 의문..
2020.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