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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폴] 스토리텔러와 리스너가 함께 완성하는 판타지
인도 북부 펀잡 주 출신의 타셈(타르셈/Tarsem Singh) 감독이 제니퍼 로페즈 주연의 사이파이 심리호러 (2002) 이후 내놓은 두 번 째 작품 이 최근 ‘4K 복원’이라는 거창한 명분으로 극장에 다시 내걸렸다. 이 영화는 2008년 연말 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되었었다. 그 때 관람객 수는 2만 8천명. 을 기억한다면, 그리고 의 미학적 소문을 들었다면 극장에서 확인해볼만한 작품이다. 영화는 1915년, 미국 캘리포니아가 배경이다. 오렌지농장이 있고, 넓은 들판과 강물이 흐는 이곳은 나중에 ‘할리우드’가 되는 곳이다. 영화의 시작은 아마 흑백무성 촬영현장인 듯하다. 강물을 가로지르는 철교 위. 기차가 달려오고, 배우가 다리에 뛰어내리는 액션을 펼친다. 마치 사고가 난 듯 모든 사람들..
2025.01.09 -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2024)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최근 들어 가장 각광받는 일본 영화감독이다. 로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칸영화제 각본상을, 으로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심사위원 그랑프리)을 수상하더니 신작 로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까지 거머쥐었다. 세계 3대영화제를 석권한 감독이라니! 대단하지 않은가. 그야말로 초(超)기대작이다. 이 영화는 의 음악작업을 한 이사바시 에이코의 의뢰로 시작되었다. 먼저 기존방식으로 영화를 완성한 뒤, 라이브공연을 영상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 기획대로 영화 와 라이브 무성영상 [GIFT]가 완성된다. 영화는 음악가의 작업실이 있는 나가노현 야쓰가타케산(八ヶ岳)에서 촬영이 진행되었단다. 도쿄에서 차로 두어 시간 달리면 도착하는 곳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아직 눈이 녹지 않은 산림을 보여준..
2024.04.09 -
[댓글부대] 여론은 막는 게 아니고, 만들어내는 거야~ (안국진 감독, 손석구 주연)
‘생계밀착형 코믹잔혹극’이라고 홍보된 를 감독했던 안국진 감독이 신작 로 다시 한 번 ‘한국사회’를 잔혹하게 들여다본다. 이번엔 ‘여론’이다. 사람들은 어떤 말에 귀가 솔깃하여 자신의 주의주장을 보강/합리화하고 개인과 사회의 운명을 결정지을 ‘판단’을 내리게 될까. 이건 결국 인간의 뇌를 자극하는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발휘되는 대중심리전이다. 단순한 루저들의 키보드전쟁으로만 봐서는 절대 안 될 고도의 정치적 수단인 것이다. 정.말.로! 2015년 출판된 장강명 작가의 는 ‘온라인으로 대동단결한’ 한국사회의 맹점을 지적한다. 온라인(인터넷)세상이 얼마나 대단하고도 허술한지를. 인간 자체의 순진함에 기댄 온라인 댓글부대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먼저 원작소설부터 읽어보자. 소설은 임상진 기자라는 인터넷매체..
2024.04.09 -
[1980] 그 날, 그들의 마지막 만찬 (강승용 감독, 김규리 백성현 주연)
1980년 5월의 광주 이야기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의 함성과 피로 채워진 그날들의 비극은 이제 역사의 유물이 되어간다. 해마다 5월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그날의 함성, 그날의 피울음을 되새기지만 피해자도, 가해자도, 방관자도 늙어가고, 죽어가고, 기억에서 사라져간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독특하다. 아직도 잊지 않고 기억해준다는 것이, 잊지 말라고 보여준다는 것이. 영화 ‘1980’은 영화 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전두환과 군인들이 광주시민들의 숭고한 민주화 의지를 총과 탱크, 그리고 헬기 소사로 무참하게 짓밟아버린 이야기이다. 이 장대한 비극의 서사시를 어떻게 영화에 다 담을 수 있을까. 강승용 감독은 광주도청 뒷골목에서 중국집을 하는 철수네 가족 이야기를 통해 그날의 이야기를 전한다. ..
2024.04.09 -
[당신이 잠든 사이] "리멤버 썸딩" (장윤현 감독, 추자현 이무생 주연)
장윤현 감독이 오랜만에 돌아왔다. 장윤현 감독은 ‘충무로’로 대변되던 한국영화가 새로운 물결로 꿈틀거릴 때 독립영화단체 ‘장산곶매’에서 활동하며 독립영화 를 찍었던 인물이다. 그는 1997년 한석규, 전도연 주연의 영화 을 통해 화려하게 상업영화계에 데뷔했다. 이어 이라는 하드코어 스릴러를 내놓으며 한국영화의 장르적 확장을 주도했다. 이후 그의 행보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중국에서 한 작품을 만들었지만 ‘정치적 유탄’을 맞아 개봉이 좌절되었고, 사드로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에 돌아왔지만 이번에 코로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만든 작품이 바로 오늘(20일) 개봉하는 라는 소품이다.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혹은 미스터리 멜로이다. 그의 대표작 멜로와 미스터리를 기억하는 영화팬에게는 반가운 귀환작이 아닐..
2024.04.09 -
[닭강정] "힘내세요,넷플릭스" (이병헌 감독, 류승룡 안재홍 주연)
2013년 [힘내세요,병헌씨]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주인공을 통해 청춘의 열정과 현실을 그린 유쾌한 작품이다. 극중 주인공 이름이자, 그 영화감독의 이름이 무려 ‘이병헌’이었다. ‘배우 이병헌’ 말고! 톱스타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메리트가 되거나 혹은 항상 (검색에서) 발목이 잡히는 모태 딜레머의 화신이다. 이병헌 감독은 과 을 거치더니 에서 드디어 “빵~” 터뜨린다. 그리고 그에겐 항상 ‘영화미학’이라는 영화감독의 잣대 말고 ‘말맛’이라는 미슐랭가이드 같은 기대심리가 덧붙었다. 지난 15일(금) 공개된 도 그러하다. 공개 전부터 류승룡과 안재홍의 말맛과 닭강정의 레시피가 더 궁금하다니! 영화는 ‘박지독’의 원작 웹툰을 따라간다. 인천 송도인지, 서울 여의도인지 그런 도..
2024.04.09 -
[돼지와 뱀과 비둘기] 중국 극장가를 놀랜 대만영화 ‘주처제삼해’ (넷플릭스)
지난 주 넷플릭스에 공개된 는 작년 10월 대만에서 개봉된 영화이다. 이 작품은 이 달초 중국(대륙)에서도 개봉되어 흥행 성공을 거두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넷플릭스’ 덕분에 만나볼 수 있게 된 작품이다. 우선 제목부터 설명해야겠다. 무슨 동물보호캠페인 같은 영화이지만 범죄물,느와르이다. 주인공이 사람을 꽤 많이 죽인다. 거의 집단학살 수준이다. 영어제목(The Pig, The Snake and The Pigeon)을 한국 제목으로 옮긴 이 작품의 중국어 원제는 ‘周處除三害’(주처제삼해)이다. ‘주처’(周處)라는 인물이 세 가지 해로운 것을 제거한다는 뜻이다. 중화권에서는 조금 알려진 이야기이다. 주처는 동오(東吳) 시대의 역사인물이다. 삼국지의 ‘위-촉-오’ 할 때의 그 오(吳)나라 사람이다. 어려서 애..
2024.04.09 -
[랜드 오브 배드] 라스베이거스 워게임 (리암 헴스워스, 러셀 크로우 주연)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의 뉴스화면을 장식한 것은 러시아 탱크를 저지하는 RPG의 위력을 보여주는 영상들이었다. 그런데 전쟁이 길어지면서 전쟁의 양상은 미사일과 드론으로 넘어가는 듯하다. 드론이 가성비 최고의 전쟁무기로 자리 잡는 최초의 전쟁이 되어버린 듯하다. 13일(수) 개봉되는 할리우드 전쟁영화 (원제:Land of Bad)에서도 그런 ‘전쟁무기’ 드론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 나온다. 미 공군 TACP(전술항공통제관) 하사 키니(리암 헴스워스)는 켈로그의 시리얼 중 어떤 걸 먹을지 영양정보를 보며 고민 중이다. 이어 곧바로 필리핀 팔라완 군 기지에서 델타포스팀과 함께 작전에 투입된다.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인 아부 사야프에 피랍된 CIA요원 구출작전이란다. 키니의 역할은 델타팀과 함께 정글을 ..
2024.04.09 -
[원 앤 온리] 피, 땀, 눈물의 느낌표 (동성붕 감독, 왕이보 주연)
오랜만에 ‘중국’영화가 한국 극장가에 소개된다. 작년 중국 영화산업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지난해 중국 극장 흥행 총수익은 549억 위앤(10조 원), 관객 수는 13억 명에 이른다. 중국 영화 시장점유율은 84%이고, 1억 위안 이상 수익을 올린 영화 73편 중 50편이 자국 영화였다. (한국 영화시장의 경우, 지난 해 매출액은 1조 2614억원, 전체 관객수는 1억 2514명이었다) 작년 중국 흥행작이었던 (熱烈)이 13일(수) 한국에서도 개봉한다. 한국 개봉제목은 이다. 영화는 ‘스트리트 댄스’에 인생을 거는 청춘의 열정을 담고 있다. 젊은 사람이 뭔가 꿈을 안고 모든 것을 건다는 것은 아름답지 않은가.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왕이보(왕일박)가 주연을 맡았다. 딩레이(황보)는 항저우에서 스트리..
2024.04.09 -
[로기완] “원웨이 티켓” (김희진 감독, 송중기-최성은 주연)
넷플릭스 영화 은 멜로드라마인가, 정치드라마인가, 액션물인가. 용필름이 제작했다고 하니 느와르를 기대했을 수도, 송중기가 나왔으니 멜로가 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런데, 탈북자가 주인공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분명 자유를 찾아, 목숨 걸고 사선을 넘었을 테니. 그런데 이상하다. 적어도 원작을 읽은 사람이라면 은 자유를 위한 투쟁은 아닐지라도 ‘살아야한다는 절박함’은 느껴야할 것인데 말이다. 이야기는 송중기가 한밤에 차가운 도로를 적신 핏자국을 걸레로 문지르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누군가 죽은 차가운 땅. 이곳은 중국 연길이다. 로기완은 2019년 엄마와 함께 탈북, 연길에 숨어살다가 공안의 단속에 쫓기다 엄마가 트럭에 치어 죽고, 기완만이 어렵게 위조여권으로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한 것이다. 로기완은..
2024.04.09 -
[로봇 드림] 우정의 조건 (파블로 베르헤르 감독)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는 말은 인간은 저 혼자 살 수 없으며,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관계를 유지해야만 자신의 존재를 영위하고,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주로 경제적 이유나 정치적 이유로 이런 명제가 납득된다. 그런데, 꼭 인간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혼자보다는 여럿일 경우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으니. 여기 흥미로운 영화 한 편이 개봉된다. 13일(수) 개봉하는 스페인 파블로 베르헤르 감독의 (원제:Robot Dreams) 이라는 애니메이션이다. 거대로봇의 지구 지키기나 소년소녀의 꿈 이야기가 아니다. ‘개’ 한 마리와 ‘로봇’ 한 대의 상호작용과 유대, 관계와 우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마치 사람처럼, 사회적 동물을 의인화한 작품이다. 배경은 1980년대 뉴욕 맨..
2024.04.09 -
[파묘] “나 한국 사람이에요!” (장재현 감독)
장재현 감독이 꾸준히 한 우물을 파고 있다. 과 에 이어 이번엔 로 오컬트 무비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파묘’는 파 들어간 땅의 깊이만큼, 첩첩이 쌓인 관의 무게만큼 한국적 신비로움과 우리 땅의 소중함을 전해준다. 덤으로 공포감과 긴장감, 극강의 몰입감으로 영화 감상의 재미를 더한다.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가 나뉜다. 이 둘은 하나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감독은 영화의 허리를 동강 자른다. 영화를 처음 볼 때는 이상했지만, 두 번 볼 때 더 많은 것이 보이고, 그 ‘동강난 허리’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영화가 시작되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이른바 ‘MZ세대’ 무속인인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을 만난다. 스튜어디스는 화림이 일본사람인줄 알고 일본말로 서비스하고 화림은..
2024.03.08 -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호기심은 지구소녀를 각성시킨다” (김다민 감독)
진화론을 이야기하거나 인간의 지적 능력의 획기적 도약 순간을 설명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그때 외계인이 지구에 왔다!”이다. 도 그랬고, 에서도 그랬다. 이제 한국 영화판에서 엄청난 우주 비밀을 밝히는 초특급 SF가 만들어졌다. 와 와 함께 나란히 극장에서 영화팬을 매혹할 영화 이다. 김다민 감독의 장편영화 감독데뷔작이다. 넷플릭스의 의 극본작업에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다. 특이하다. 어쨌든 일단 이 막걸리를 마셔보자. 이 영화는 저예산 독립영화이다. UFO도 광선검도, ET도 등장하지 않는다. 애당초 그런 할리우드 SFX는 기대하지 마시라. 영화는 유치원 나이의 어린 동춘이가 아빠의 휑한 정수리를 쳐다보다가 질문을 던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아빠, 대머리가 영어로 뭐에요?”라고. 질문은 좋은 것이다...
2024.03.08 -
여기는 아미코] “아미코에겐 친구가 필요하다, 오버!” (모리이 유스케 감독)
지난 주 개봉된 일본영화 (원제: こちらあみ子)는 같은 날 개봉된 한국영화 와 함께 본다면 영화적 충격이 배가될 듯하다. 의 11살 소녀 동춘이는 순수한 호기심이 안드로메다까지 뻗어가는 작품이고, 의 주인공 아미코는 순수한 호기심이 비극을 잉태한다. 그렇다. 이 작품은 철저한 비극이다. 영화는 이마무라 나쓰코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바다가 보이는 히로시마의 교외에 살고 있는 아미코는 순진하고 순수한 아이이다. 하교 종이 울리자 아미코는 열심히 ‘노리’를 찾는다. 아미코는 노리가 좋지만, 노리는 귀찮아하는 모습이다. 호기심이 많은 것인지, 아직 철이 덜 들었는지 아미코의 산만한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 하지만 아미코는 아빠, 엄마, 오빠와 행복하게 살고 있다. 아이답게 정원에는 ‘금붕어 무덤’..
2024.03.08 -
[대결! 애니메이션] “훗, 아니메에 인생을 걸어봤어?” (요시노 코헤이 감독)
한창 일드가 인기를 끌 때, 일본드라마의 특징을 ‘특정 직군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라고 분석했다. 세대를 이어가는 노포(老鋪), 투철한 직업정신 등이 드라마에 녹아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루는 직업군도 다양하다는 것이다. 일반적 직장인 수준을 넘어 파견 직군에 대해서도 돋보기를 들이대는 식으로 말이다. 요즘은 한국 드라마에서도 그런 요소를 쉽게 만난다. 물론, 한국에서는 ‘로맨스’나 ‘멜로’가 빠질 수 없겠지만 말이다. 내일(6일) 개봉하는 일본 영화 은 그런 일본의 특정 직업군의 화려하고도, 고달픈, 그들만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바로 애니메이션업계의 속사정이다. 흥미롭다. 극중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일본을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인 애니메이션의 시장규모는 연 2조엔, 매 분기 양 50편의 신작이..
2024.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