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아미코] “아미코에겐 친구가 필요하다, 오버!” (모리이 유스케 감독)

2024. 3. 8. 11:50일본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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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개봉된 일본영화 <여기는 아미코>(원제: こちらあみ子)는 같은 날 개봉된 한국영화 <막걸리가 말해줄거야>와 함께 본다면 영화적 충격이 배가될 듯하다. <막걸리가 말해줄거야>의 11살 소녀 동춘이는 순수한 호기심이 안드로메다까지 뻗어가는 작품이고, <여기는 아미코>의 주인공 아미코는 순수한 호기심이 비극을 잉태한다. 그렇다. 이 작품은 철저한 비극이다. 영화는 이마무라 나쓰코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바다가 보이는 히로시마의 교외에 살고 있는 아미코는 순진하고 순수한 아이이다. 하교 종이 울리자 아미코는 열심히 ‘노리’를 찾는다. 아미코는 노리가 좋지만, 노리는 귀찮아하는 모습이다. 호기심이 많은 것인지, 아직 철이 덜 들었는지 아미코의 산만한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 하지만 아미코는 아빠, 엄마, 오빠와 행복하게 살고 있다. 아이답게 정원에는 ‘금붕어 무덤’이라는 팻말까지 달아놓는다. 아마 기르던 금붕어가 죽은 모양이다. 이 아이의 순수함의 끝은 어디일까. 어느 날 엄마가 병원에서 유산한다. 동생을 바라던 아미코는 순수한 마음에 정원 한 쪽에 ‘남동생의 묘’라고 팻말을 붙여놓는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엄마의 손을 끌고 보여준다. 엄마는 대성통곡하고 그날로 이 집안은 온통 우울해진다. 엄마는 말을 잃고, 오빠는 집을 나가버리고, 아빠는 의욕을 잃는다. 이제 아미코는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다. 몸에선 냄새가 나고, 학교는 맨발로 돌아다닌다. 그렇고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지만 아무도 아미코에 신경 쓰지 않는다. 아미코는 베란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가 무섭다. 어쩌면 태어나지도 못하고 죽은 남동생의 귀신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귀신은 없어! 귀신은 무섭지 않아!”라고 소리쳐도, 무섭고, 외로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곤 언젠가부터 이상한 사람들이 보인다. 어쩌면 오래 전에 죽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사람들.


순수하고 순진한 아미코가 또래의 모습을 보이며 시작하는 영화는 얼핏 패밀리 드라마 같다. 토토로의 메이가 떠오를 만큼. 하지만 영화는 조금씩 삐걱거리고, 절뚝거리고, 흔들리며 아미코는 열외인물이 되어버린다. 아미코 집안의 비극의 근원은 무엇일까. 아미코는 어릴 때부터 유독 엄마의 얼굴에 있는 커다란 점에 집착한다. 이상하거나, 특별할 것이다. 하지만, 엄마는 그걸 감추고 싶었는지 모른다. 가족은 화목해 보이지만 들어가면 벽이 있고, 균열이 커진다. 가족은 화목한 듯하지만 제대로 보살피고 보듬을 줄 모른다. 

 아미코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외로웠다. 소녀는 친구를 원하고, 손을 내밀고, 도움을 청하고, 고함을 지른다. 하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아미코는 사고뭉치라며, 제멋대로 행동하는 아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아미코는 노란 워키토키만을 붙잡고 “나 여기 있어!”라고 애타게 무전을 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다. 아미코를 연기한 오사아 카나의 연기는 가히 괴물급이다.

 마지막에 맨발의 아미코는 바다를 바라본다. 콧노래를 부른다. 저 멀리 ‘그’ 사람들이 배를 저으며 아미코에게 손짓을 한다. 아미코는 자신을 반겨주는 사람들이 그리운 것이다. 바닷물이 아직 차다.

▶여기는 아미코 (원제: こちらあみ子/Amiko) ▶감독: 모리이 유스케(森井勇佑) ▶원작: 이마무라 나쓰코(今村夏子) ▶출연: 오사와 카나(大沢一菜/아미코), 이우라 아라타(井浦新/아버지), 오노 마치코((尾野真千子/엄마) ▶배급:슈아픽처스 ▶개봉:2024년2월28일/전체관람가/1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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