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ed by 박재환 2004-5-4] 확실히 잡다한 영화에 대한 백과사전식 지식을 가졌고 영화는 이래야 한다는 뚜렷한 신념을 가진, 게다가 굉장한 수다쟁이인 쿠앤틴 타란티노는 최근 두 편의 영화를 잇달아 내놓았다. 자신의 결혼식장을 피로 물들인 자들을 지구 끝까지 찾아가 복수를 펼치는 한 브라이드의 이야기를 과감하게 두 편의 영화로 나누어 영화팬들에게 던져 놓은 것이다. 외국에선 1편을 보고 나온 사람들의 90%가 기꺼이 2편을 보겠다고 답을 했으니 제작자인 미라맥스의 하비슈타인의 입이 찢어질 만도 할 것이다. 실제 2편은 1편보다 더 좋은 흥행성적을 보이고 있다. 1편에서 일본 녹엽정에서 팔목, 손목이 댕강댕강 잘리며 피가 용솟음치는 잔인함과 흥겨운 음악이 즐거운 볼거리였다면 2편은 [펄프 픽션] 못잖은 입담을 선사한다. 게다가 이 희대의 이야기꾼 타란티노는 폭력으로 얼룩진 영화에 웬걸로 '모성애 자극'이라는 감성 코드로 팬들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수완도 발휘했다.
1편에서 우마 서먼은 결혼식이 열리는 텍사스의 벨파소의 한 예배당에서 '데들리 바이퍼'의 반갑잖은 습격을 받는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브라이드(우마 서먼)는 손만 보이는 남자에게 "뱃속의 아이는 자기애야."라고 말한다. 생각할 틈도 없이 우마 서먼의 머리에는 총알이 박힌다. 그리곤, 한동안 코마 상태에 빠졌다가 기적같이 깨어난 브라이드. 그는 데드리 바이퍼 일당을 찾아 복수극을 펼치기 시작한다. 복수가 잔인하고 살벌하게 펼쳐지면서 이야기가 줄~줄~ 늘어나게 되었다. 그래서 타란티노는 과감하게 2부작으로 댕강 잘라 관객을 찾은 것이다.
2편은 1편의 심화학습편이자 종결판이다. 그 손만 보이던 남자는 누구이며, 왜 신부는 뱃속의 아이의 아버지를 버리고 황량한 버팔로 예배당에서 불쌍하게 머리에 총알이 박힐까? 그리고 대릴 한나는 왜 애꾸눈이 되었는가. 그리고 오리엔탈 필름 매니아 타란티노가 삼고초려 했다는 유가휘는 무슨 역할로 나올까. 등등 138분이 결코 짧지 않도록 재밌게 꾸려나간다.
1편은 대부분의 평론가들로부터 폭력과다라는 지적을 받았다. (당연히 나도 그런 주장을 펼쳤고..) 물론 2편도 폭력적이긴 마찬가지이다. 요즘 영상세대는 폭력과잉의 세대이다 보니 이 정도 칼부림이나 피바다는 즐거운 볼거리에 불과할 것이다. 그래도 폭력적인 것을 폭력적이라고 지적해야하고, 이런 폭력비디오물을 계속 보면 부시의 이라크파병부대 군인같이 또라이가 될 소지가 있다는 점까지 일러둔다.
[킬 빌]에서는 우마 서먼 말고도 즐거운 출연진이 있다. 옛날 홍콩영화에서 날고 뛰던 유가휘이다. 1편에서 유가휘는 루시 리우가 이끄는 [살인병단88]이라는 똘마니의 리더로 나온다. 대머리에 검은색 안대를 찼기에 그의 매력을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2편에서는 유가휘의 매력을 십분 만끽할 수 있다. 하얀 눈썹(白眉道人)과 긴 수염의 '파이 메이' 역으로 출연한다. 유가휘는 여기서 산타 클로즈같은 코믹한 느낌을 준다. [소림사 36방]같은 옛 영화에서 깐똘이 같은 느낌을 주었던 유가휘는 이 영화에서 코믹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사실 벽안의 미녀에게 쿵후를 가르치는 유가휘에게서 [와호장룡]에서 장쯔이에게 도와 기를 가르치는 주윤발 못지 않은 사부의 두터운 정을 느낄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홍권(洪拳)을 익힌 유가휘는 장철, 강대위 시절 이후의 홍콩무협영화에서 반짝 빛을 발했다. 물론 빛을 발한 데에는 그의 대머리도 한몫 했다. 홍콩 무협물의 광팬 타란티노 또한 유가휘를 대머리의 쿵푸대가로 인식하고 있었단다.
타란티노는 아시아영화 뿐만 아니라 잡다한 B급 영화에 두루 통달한 사람이다. 그가 한국의 정창화 감독 작품까지 들먹인 적이 있을 정도이다. 이 영화에는 홍콩, 일본의 영화인을 마구잡이를 끌어들인 셈인데 한국영화인이나 태권도는 왜 넣지 않았을까? 이 영화에서 브라이드가 킬러의 삶을 마감하고 조직에서 손을 떼려고 할 때 그녀를 암살하러 침입하는 여자 킬러가 있었으니 바로 '헬렌 킴'(Helen Kim)이다. 아마 한국계인 모양이다. 피와 살인의 장면이 넘쳐나는 이런 폭력극에서 임신했다는 것이 너무나 인간적인 이 장면에서 [베티 블루 37.2]의 한 장면이 연상된다.
타란티노 영화는 재밌다. 138분이 길긴 하다. 폭력장면이 길어서가 아니라 수다가 길어서이다. 꼬마아이 Perla Haney-Jardine가 아주 귀엽다 ^^ (박재환 2004/5/4)
[미니버 부인] 2차세계대전 프로파간다의 고전 (윌리엄 와일러 감독 Mrs. Miniver 1942) (0) | 2008.03.06 |
---|---|
[아라비아의 로렌스] 영웅신화 (0) | 2008.03.05 |
[내가 마지막 본 파리] 남자는 여자를 사랑했다 (0) | 2008.03.05 |
[얼터드 카본] 넷플릭스 사이버펑크 SF (Altered Carbon 2018) (0) | 2008.03.04 |
[킹콩] 영화감독의 꿈, 영화팬의 꿈 (1) | 2008.02.26 |
[쥬라기 공원3] 살아나는 공룡들의 섬 (0) | 2008.02.26 |
[제이콥의 거짓말] 거짓말과 희망 (0) | 2008.02.26 |
[인사이더] 담배소송, 흡연과 폐암의 관계 (1) | 2008.02.26 |
[아이, 로봇] 로봇이 생각을 한다...고 프로그래밍된다면.... (0) | 2008.02.26 |
[그린 마일] Of Mouse and Men (0) | 2008.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