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신작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에 새로 내놓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는 리처드 K. 모건의 사이버펑크 소설 <얼터드 카본>( Altered Carbon)이다. 2002년 출판된 이 소설은 필립 K.딕 상을 수상할 만큼 호평 받은 SF소설이다.
소설은 300년 뒤의 미래를 다루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정신/기억/의식을 코티컬 스틱이라는 메모리칩에 모두 저장할 수 있다. 그 장치는 목 뒤에 삽입된다. 미래세계 인간에게는 이 칩이 생명의 연장도구이다. 한 육신이 죽으면 그냥 ‘시신’이 아니라 ‘슬리브’ 상태가 된다. ‘얼터드 카본’이란 한 슬리브에서 스택을 새로 삽입하면 되는 것이다. 당연히 돈 많은 사람은 좋은 육신(슬리브)을 선택하고, 자신의 메모리가 저장된 ‘스틱’만 삽입하여 계속 살아가는 것이다. 돈이 없는 사람은 끝없이 하층인의 삶을 이어가야한다 모건의 소설 <얼터드 카본>은 그런 미래를 그렸다.
넷플릭스는 레이타 칼로그리디스라는 유능한 제작자(쇼러너이기도 하다)를 통해 모건의 소설을 근사한 SF드라마로 완성시켰다.
주인공은 타케시 코바치이다. 원래는(300년 전) 할란스 월드의 하층민 출신이었다. 어린 시절 여동생 릴린과 함께 아버지에게 신체적인 학대를 받았다. 어느 날 아버지를 쏘아죽이고, 아버지의 칩을 박살낸 뒤 코바치와 동생의 삶은 갈라진다. 코바치는 특전대가 되고, 다른 행성에서 전투를 치르는 킬러가 된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언보이’라 불리는 반란군이 되어 반란군 지도자 퀠크리스트의 영적 훈련을 받는다. 작전 중 전사(살해)한다 그는 가상의 교도소에 ‘보류’ 상태로 저장되었다가 250년 뒤 깨어난다.
그를 깨운 것은 엄청난 부로 ‘므두셀라’로 불리는 권력가 로렌스 밴크로프트였다. 로렌스 같은 부자는 주기적으로 자신의 기억을 ‘원격 저장’해 둔다.(위성을 통한 ‘니들캐스트’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죽기 전 48시간이 기억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신은 살해당했다면서 조사를 의뢰한 것이다. 30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몇 번의 슬리브 교체와 정반대의 선택을 해야 했던 코바치는 진실을 향해, 기억 속을 헤엄치며 또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이 알 수 없는 세상에 내던져진 코바치는 세 여자, 자신의 등장에 놀랐던 베이시티의 크리스틴 오르테가 경위, 여동생 릴린, 그리고 기억의 잔재로 남아있는 반란군 리더 퀠크리스트, 굳이 더 보태자면 로런스의 의심스러우면 치명적인 매력의 부인 미리엄까지. 이들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며 로런스의 기억 속 살인사건의 비밀을 파헤친다. 파헤칠수록, 진실에 접근할수록 복잡한 과거들이 뒤엉켜 얼터드 카본의 세상을 혼란으로 수놓는다.
<얼터드 카본> 시즌1은 모두 10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다. 희한한, 참신한 미래의 모습을 낯익은 느와르적 SF로 채워진다. ‘블레이드 러너’(오리지널)의 우울함이 전편을 관통한다. 넷플릭스의 전략인지, 요즘 미드의 추세인지 작품은 충분히 폭력적이고, 넘치도록 선정적이며, 전하고자 하는 주제는 복잡하다. 타케시에게 점점 빠져드는 경찰 오르테가 가족의 이야기는 이 영화의 종교적 색채에 농암을 더한다.
‘얼터드 카본’이 흥미로운 것은 한 사람의 모든 것이 저장된 칩이 누군가의 육신(슬리브)에 꽂아지면서 펼쳐지는 관계의 흐름이다. ‘정신/기억’은 코바치이지만 육신은 또 다른 누군가의 정신/기억이 지배했던 다른 모습인 것이다. 자신의 적이었던 사람, 연인이었던 사람, 몰랐던 사람, 젊은 사람, 늙은 사람, 흑인, 백인 등등, 예상 못한 조합이 펼쳐진다. ‘얼터드 카본’ 시즌1을 끝까지 보면 흥미로운 논쟁거리를 만나게 된다. “내가 나쁜 놈이었어. 그래서 그 때 자살했어. 그런데, 이젠 다른 몸이네. 그럼 그 나쁜 놈은 이미 죽은 거잖아?”
결국, ‘얼터드 카본’의 세상은 ‘모든 것을 가진 자’와 ‘아무 것도 못가진 자’들이 펼치는 절대적 불공평의 대결이다. 가진 자는 돈, 권력에 이어 영생을 손에 넣는다. 하지만 인간이 영생을 얻었을 경우, 더욱 타락한다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얼터드 카본>의 전 세계 190개국 동시 공개를 앞두고 넷플릭스는 글로벌 홍보투어를 펼쳤다. 지난 달 조엘 킨나만(코바치 역), 마사 히가레다(크리스틴 역), 디첸 라크맨(릴린 역)이 제작자 레이타 칼로그리디스와 함께 서울을 찾았다. 코바치의 또 다른 얼굴이었던 ‘윌 윤 리’는 아쉽게 서울에 오지 않았다. 제작자 칼로그리디스는 원작소설의 방대함을 이야기하면서 시즌10개는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일단 넷플릭스 <얼터드 카본>의 시즌1 에피소드 10편은 2월 2일 전편 공개된다. (박재환 20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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