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박재환이 한창 감수성이 민감했던 1998년에 쓴 리뷰입니다. 2014년 4월 23일 조금 수정합니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은 현대 할리우드의 테크놀로지가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환상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유선방송에서 <포세이돈 어드벤쳐>가 방영되기에 <타이타닉>의 아버지뻘이 되는 이 영화로 재난영화의 전형을 보기로 했다.
'타이타닉'과 '포세이돈'은 같은 듯 다른 것이 많은 영화이다. 타이타닉은 당시의 제조기술의 총화로서 첫 항해에서 침몰한 것에 비해, 포세이돈은 마지막 항해에 나서던 길이었다. 둘 다 선박회사 높은 분의 명령으로 무리한 항해를 하다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
연말연시. 폭풍우를 뚫고 한 척의 거대한 여객선이 검푸른 파도를 헤쳐가고 있다. 초호화 거대 여객선 ‘S.S. Poseidon’이다. 하지만, 곧 이 배는 선장의 충고를 무시한 선박회사 측의 명령에 의해 폭풍우 속을 전속 항진하다가 좌초한다. '타이타닉'처럼 뒤쪽에 물이 점점 차더니 그 무게 때문에 톡 부러진 것이 아니라 위아래가 완전히 뒤집힌다. 그리고, 그 뒤집어진 배의 공간 속에서 스코트 목사(진 해크먼)가 살아남은 자들을 이끌고 프로펠러(배의 가장 얇은 철판이 그쪽 부위란다!)쪽으로 가서는 결국 탈출에 성공한다는 이야기이다.
그 과정은 "항상 분투하라!"고 이단에 가까운 설교만을 해대던 목사와 항상 불평불만에 사로잡힌 어네스터 보그나인 두 사람의 트러블과 단결이 삶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기어오르고, 헤엄치고, 잠수하고, 헐떡대며 겨우 구조되기까지 그랜드호텔 식의 인간드라마가 곁들여진다. 초로에 여행을 떠나는 잉꼬부부, 무대에서 노래를 불러주는 대가로 공짜 탑승한 자매, 전직 창녀를 와이프로 선택하여 알뜰살뜰 아껴주는 부부, 매 끼니 밥보다 더 많은 약을 먹는 신사. 결국 그 배에서, 살아남은 자는 얼마 안 된다. 게다가. 끝까지 살 것 같았던 셜리 웬터즈 아줌마도 죽고, 진 해크먼도 마지막에 죽는다. 살아남은 자들은 이제 그 죽은 자의 몫까지 살아야 한다는 무거운 주제만을 남겨두고 말이다.
이 배의 선장으로 출연한 배우는 레슬리 닐슨이다. 코미디 <총알 탄 사나이>의 배우 말이다. 그 웃기던 아저씨에게서 저렇게 미끈하게 젊고 의무감에 가득한 시절이 있었다니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진 해크먼은 등장 때부터 전투적인 발언으로 관객에게 투쟁의식을 고조하며 삶이란 싸워 쟁취한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그가 마지막 배 밑바닥에서 최후의 관문을 앞에 두고. 하느님에 대해 저주하듯이 울부짖는 말.
"무엇을 더 원합니까. 여기까지 올 동안 당신 도움받은 적 없어요. 우리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얼마나 더 죽어야 합니까. 얼마나 더 목숨이 필요합니까..." 그러면서 그러며. 공중에 매달려 헤치를 돌려서 연다. 인상 엄청 쓰면서... 그리곤 힘에 부쳐 떨어져 최후를 맞는다. 남은 사람들은 이제 책임감으로 교화된 어네스트 보가나인 고집불통을 뒤따라가서 헬기 타고 온 구조대에 전원 구조된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과는 비교가 안 된다. 어설픈 특수효과가 눈에 띤다. 하지만 타이타닉 나오기 전까지. 1970년대 작품이란 것만 염두에 둔다면. 괜찮은 볼거리도 많다. 특히 뒤집어진 배의 파티장에서의 아비귀환은 아카데미 특수효과상을 탈만했다. 특히 떨어지는 장면.. 유리창이 박살나는 장면..등등.
다시 이 영화나 타이타닉을 보게 된다면, 선장의 역할과 태도에 대해 유심히 지켜볼 것 같다. (박재환 199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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