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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스톰] 완벽한 블록버스터 무비

미국영화리뷰

by 내이름은★박재환 2009. 7. 2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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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7-26. 생각해보니 중앙극장 기자시사회에서 본 것임) 

   <퍼펙트 스톰>의 이름값은 감독인 볼프강 페터센이나 주연배우 죠지 클루니의 명성보다 더 위력적이다. 그리고 ILM의 위력은 허리케인보다 더 막강하다. 이번 여름 극장가에서 2000년 여름시즌 헐리우드 최고최강의 블록버스터를 보고 싶다면 이 영화로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그야말로 실감나는 태풍의 위력을 유감없이 전달한다. 관객은 마치 자기 발목부터 찰랑찰랑거리는 바닷물과 극장 천정으로부터 산더미같이 쏟아질 듯한 바닷물의 위력을 경험하게될 것이니 말이다.

  볼프강 페터센 감독은 오래 전 <특전 U보트>로 영화팬에게 폐쇄공간의 긴장감과 생존의 절박함을 보여줬었다. 좁은 잠수함내에서 귀에 거슬리는 초음파 신호음과 수압에 '핑-' '핑-' 튕겨져 나가는 보울트 너트의 소리는 객석까지 고스란히 그 숨막히는 공포감을 전달할 지경이었다. 그가 헐리우드로 건너온 후 만든 일련의 히트작을 보면 그의 '관객유린'의 솜씨가 장인의 경지에 올랐음을 알 수 있다. <사선에서>와 <에어 포스 원>을 보면 독일 출신이 무색해지는 오락영화의 장인솜씨를 엿볼 수 있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는 관객들을 쥐락펴락하며 스크린으로 빨아당기며, 태풍의 눈속으로 쳐박아버린다.


 이 영화는 1991년 미국 서부해안을 강타했던 '퍼펙트 스톰'속으로 휘말려들어간 어선 '안드레아 게일'호의 실화를 다룬 세바스탄 정거의 논픽션 <퍼펙트 스톰:바다에 대항한 남자들의 진짜이야기(The Perfect Storm : A True Story of Men Against the Sea)>를 스크린에 옮긴 것이다. 베스트셀러 소설답게 이 영화의 판권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했고, 특수효과를 담당할 회사가 ILM으로 선택될 때에도 화제가 되었었다. 그리고 이 엄청난 자연재난영화를 볼프강 페터센은 무리없이 이끌어갔다. 이미 헐리우드에는 태풍하나쯤 만들어내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 규모의 문제라면 <고질라>로 한계상황을 돌파했으니 말이다.

  볼프강 페터센은 소설을 읽은 관객이나, 혹은 극장을 찾을 관객들이 바라는 사항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며, 그러한 기대를 충족시켜준다. 이 영화는 타이타닉 호가 대서양 한가운데에서 두 동강나서 한 쪽이 하늘 끝으로 치쏫았다가 다시 칠흑같은 바다속으로 곤두박질쳐들어갈 때의 전율감을 영화 후반부내내 보여준다. 그것은 대지에 발을 딛고 있는 인간미물에게는 너무나 끔찍한 자연현상이니 말이다. '퍼펙트 스톰'은 영화 속에서 일기예보관이 극도의 과장된 모습으로 설명해준다. 남부에서 일어나는 태풍전선과 북부에서 내려오는 전선, 그리고 그것을 가로지르는 또다fms 전선의 3각 편대가 일시에 맞부딪쳐 기상관측사상 초유의 대폭풍이 예고되었던 것이다. 그 태풍권 속으로 안드레아 게일은 만선의 꿈을 안고 지나가는 것이다.

  물론, 볼프강 페터센 감독은 조급증환자처럼 안드레아 게일호의 어부들을 곧장 태풍 속으로 밀어넣치는 않는다. 초반 3~40분간 자연의 대재난으로 입장할 주인공들의 면면을 보여준다. 당연히 미국의 평화로운 가족의 초상이다. 사랑하는 사람- 연인, 어머니, 전처, 아들, 그리고 하룻밤 풋사랑까지. 그들의 이야기는 차곡차곡 관객이 뇌리에 쌓여 살아 돌아와야된다는 신념을 키워나간다. 태풍이 밀어닥칠 바다로 이들이 나가는 것은 최근 형편없는 어획고에 대한 보상과 바닷사람으로서의 무모함이 적절히 뒤섞인 것이다. 이들 용감하고도 평범한 어부들은 곧 들이닥칠 운명의 파도를 모른채 조금씩 태풍의 눈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페터센 감독은 후반부 태풍의 위력과 비교하여서는 전반부의 드라마적 요소를 지루하고 관습적으로 묘사하고 말았지만 그다지 흠잡을 거리는 못된다. 생사가 달린 문제이니 말이다.

  감독이 보여주러한 것은 집채같은 파도, 아니 그것보다는 백배는 더 큰 파고 속에서 나뭇잎처럼 표류하는 조각배에서 생명을 담보로 사투를 펼치는 인간군상인 것이다. <노인과 바다>에서 포획의 기쁨을 누리기보다는 귀환의 희망이 극적이듯이, 이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향해 태풍을 뚫고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태풍이 너무 크다보니 인간은 보이지도 않을 지경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영화에서 ILM이 보여주는 태풍의 위력은 정말 실감난다. 그 장면만을 보기 위해 이 영화를 본다고 해도 전혀 아까울 것이 없을 정도이니 말이다. 해안경비대가 폭풍우 속으로 헬기로 구조작업을 하거나 순시선으로 조난자를 구조하는 장면 또한 압권 중의 압권이다.

  물론, 이 영화는 태풍의 거대한 풍력 속으로 인간드라마가 몽땅 휩쓸려 들어가 버렸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스크린에서 주변인물이 되어버린 '다이안 레인'마저도 망각해 버리고말 지경이다. 영웅주의도 가족주의도 모든 것을 휩쓸고 가버리는 엄청난 파고를 만끽하라. [박재환 200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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