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ed by 박재환 1999-6-27] 금세기 마지막 대작영화로, 지난 백여 년간 인류가 성취한 과학기술 - 특히 영상매체분야의 CG에 있어서의- 금자탑으로서, 인간 상상력의 압축판으로 거론되어오던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협(Star Wars: Episode I The Phantom Menace)>의 대한민국 상영 첫날 첫회분(6월 26일 00:01분 상영)을 강남역 시티극장에서 보았다. 이미 이 영화에 대한 왠만한 정보는 줏어들었고, 이미 불법복제된 VCD를 두번이나 보았고, 이 영화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극단적 영화평도 익히 보았기에 영화를 새삼스레 볼 필요가 있을까 했지만, 그래도 궁금증과 호기심, 그리고, 막연한 기대감은 어찌할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결국 극장으로 달려가서 영화를 보게되었다. 보기 전에 두 가지 이야기만 먼저 하자면. 시티극장은 상영 첫날 자정(00:01)부터 총 10회의 상영이 예정되어 있었고, 보름 전부터 예매를 했었다. 하지만 오늘 막상 가서야 3,4회분(새벽 4시와 7시쯤부터 시작 하는 것)은 상영취소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누가 그 시간에 영화보겠는가? 우리나라에서 그 정도의 열성 스타워즈 팬이라면 1회 상영에서 다 소화될 것이다. 입장료는 6,000원이었다. 매표소에 물어보았다. 새벽에 하는 것은 조조 아니냐고? 그러니 '조조'없다고 카운터가 이야기한다. 이런.... 1회분은 다행히(?) 매진이었고, 색다른 광경을 보았다. 다스베이더의 그 흉칙한 헬맷(마치 우리나라 전경들 헬멧 같은)을 서고 온 관객이 있었다. 그리고 영화시작할 때 - 그 유명한 자막 스크롤 될때 환호성을 지르는 관객이 꽤 많았다. 아마, <엑스 파일>이나 <록키 호러 픽쳐 쇼> 이외에 이렇게 영화자체에 사랑과 관심을 표시하는 영화팬이 존재하는 작품은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극히나 드문 일에 속한다. 그럼 영화 보자.
◆ 꿈으로서의 스타워즈
이 영화는 조지 루카스의 장대한 대하 우주서사극 (Sci-Fi 오페라라고도 한다)의 그 첫 출발점이다. 이미 77년부터 매니아를 양산한 이 전쟁(?)드라마 <스타워즈>에도 그 찬란한 시작과 놀라운 출발, 그리고 안개 속에 가득찬 현실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지 루카스는 이 영화를 (9부작이 아닌) 6부작으로 완성시킬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리고, <에피소드2>는 2002년에, <에피소드3>은 2005년에 차례로 선보일 것이라 공언했다. 이 영화는 상당히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영화 시작할때 올라가는 그 스크롤에 포함되는 내용 이상의 것은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마치 신문의 새 영화 소개란에 몇줄로 끝날 수도 있을 그러한 스토리로 모든 것이 커버되는 단순함을 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부극의 경우처럼 그러한 단순함은 때로는 교훈과 신념, 희망과 휴머니즘으로 포장되어 열광적 환호를 받게 되는 것이다. <스타워즈>는 그 장대한 드라마구조만큼, 할아버지 세대에서 손자세대로 이어지는 상상력 풍부한 역사와 극히나 개인적인 가계도를 지닌다. 그리고, 여왕의 권위와 입법원의 존재, 불법을 일삼는 아우트 로가 혼재하는 정치적 인간사회를 내보인다. 그러니,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단순화할 수 있는 만큼 또한 그 등장인물의 숫자만큼 많은 에피소드를 창출해 낼 수 있다. 그것은 마치 전혀 주요 인물이 될 것 같지 않았던 해적 우주화물선 선장 한 솔로만큼 누구나 핵심역할을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이 영화를 두고 '아이들 영화'라고 단정짓는다면 상당히 유감이다. 만약 그 '아이들'이 미국의 '아이들'을 가리킨다면 우리는 불행하게도 그 '아이들'보다 못한 상상력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부재하는 것이다. 그들이 꾸는 미래의 장구함과, 그들이 그리는 우주의 광대함은 통상 우리가 생각하고 우리가 단정짓는 한계를 월등히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 현실로서의 스타워즈
시티극장에는 스타워즈와 나란히 <이재수의 난>이 개봉된다. 그리고 스타워즈 상영시작 전에 보여준 예고편은 <안나와 나>, <네브 빈 키스>,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비치> 등 헐리우드 영화만 보여주었다. 가장 놀라운 것은 2000년 여름에나 개봉될 폭스사의 새 만화영화 <Titan A.E.>란 것의 예고편을 벌써 한국의 여름극장가에서 틀어주는 것이다. 물론 스타워즈의 전세계 배급사는 폭스이다. 폭스는 벌써 <스타워즈> 하나로 엄청나게 많은 덕을 보고 있는 것이다. 한편에선 한국영화 다 죽는다고 울부짖으며 스크린쿼터에 목 매달지만 여전히 한국의 극장가에선 헐리우드산 블록버스트에 어중이떠중이가 다 몰려가고 있는 것이다(경박한 나처럼!). <스타워즈>란 영화에서 한국이 배울 것은 사실 한정되어 있다. 컴퓨터그래픽이란 것도 사실 자본만 뒤받침된다면, 마치 기상대에 슈퍼컴퓨터 한 대 더 갖다 놓는 것처럼 누구나 만들어 볼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두 대는 있어야할 워크 스테이션이 PC 한 대로 땜박질 할려면 <쉬리>의 그 미니어처 건물 폭발씬 같이, 아쉽지만 '애정 어린' 시선으로 덮어 두어야하는 영상 결과물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제다이 기사'나 '포스를 가지라'는 개념도 결국은 도교나 선불사상의 망가버전, 사이파이 이야기거리 아닌가. 만약 우리도 그런 것을 만든다면 김용옥 교수에게 부탁하면 더 멋진 '기' 철학이 영상에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퇴마록>에서 안성기가 연기했던 것처럼 어색하고 역시 '애정을 가져야' 수용할 수 있는 그런 '아쉬움'이 남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영화란 것은 그 보이는 것을 따라하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결국은 감상의 차원에서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리라. 여기서 영화인의 임무와 책무를 영화팬에게 떠넘기는 강요를 말리고 싶은 이유이다. <쥬라기 공원>을 보고 공룡 발자국을 찾아다니는 어린아이가 한국에 하나라도 더 생기면 과학발전에 도움이 되듯이, <스타워즈>를 보고선 밤하늘의 별을 쳐다보기 위해 망원경 하나 사 달라고 조르는 아이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 결국은 더욱더 현실적인 도움이 되는 것이다. 어쩜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는 심형래는 한 사람으로 족한지도 모른다. 영화감독이 되든, 시나리오 작가가 되든, 영화에서 환상과 꿈, 혹은 현실과 아픔을 그릴려는 사람이라면 그런 점에서 모든 영화를 곰곰 씹어보고, 뜯어보고, 다시 보아야 하는 모양이다.
◆ 영화로서의 스타워즈
이야기했듯이 <스타워즈>는 향후 만들어질 - 그리고 이미 만들어진- 후속영화들의 그 출발점으로서 많은 배경과 인물의 등장을 보여준다. 이는 C-3PO의 탄생 신화만큼이나 미국적이다. 그것은 생물이 진화하는 것보단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덧붙임과 추가, 그리고 한 '유형'으로의 창조에 해당한다. <Ep.1>에서 진짜 가장 말많은 캐럭터는 자자 빙크스(Jar Jar Binks)란 놈이다. 이제 영화에서는 영화인(혹은 컴퓨퍼조작자, 혹은 '인류'라고할 존재)에 의해 창조된, 실제 인간보다 더 많은 캐럭터를 보게 된다. 이는 C-3PO나 R2D2의 출연이 한때는 어색하고, 장난감같은 이미지로 다가서던 시절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수용의 관점에서 외계인이나 사이보그는 마치 인류처럼, 돌고래나 '래쉬'처럼 자연스레 인간과 조화를 이루며 영화를 꾸려나가게 하는 것이다. 이제 우주 대전은 인류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의 문제, 혹은 모든 피조물의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루카스가 밝힌바에 따르면 <에피소드2>는 아나킨의 젊은시절(18세 전후?)로 그의 로맨스가 주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 나이의 날렵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출연여부는 내년 초나 되어야 최종결정이 날 것 같다. 그리고, 현재의 컴퓨터 과학기술의 발전상황으로 보아 우리는 2002년에는 정말 상상도 못할 광경을 보게될 지도 모른다. (자자 빙크스는 '겅간'이라는 생물종족이다. 이들 캐럭터 디자인에 한국출신의 여자디자이너가 참여하였다고 한다) 에피소드2나 3에 더많은 한국의 영화인 혹은 기술자가 참여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 영화는 적어도 캠코더로 몰래 찍어 복제된 VCD로 봐서는 절대 못 느낄 규모와 재미를 제공한다. 그리고 결코 극장 <예고편>에 보여준 것이 결코 이 영화의 전부가 아니란 사실이다. 칙칙하고 작은 화면에서 느끼는 어둡고 지루한 느낌과, 몇 분짜리 예고편 클립으로는 결국 맛볼 수 없는 장대함과 놀라움이 철철 흘려넘친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좋게 본 사람은 <에피소드2,3>을 볼 것이고, 이 영화에 그다지 흥미를 못 느낀 사람은 <에피소드2,3>을 보지 않을 것이다. 그 차이는 사실 <이재수의 난>을 본 사람이나 <스타워즈>를 본 사람의 차이만큼이나 아무런 차이가 없다. 결국 영화란 것은 취향의 문제이고 더 궁극적으로는 오락의 차원이니 말이다. (박재환 1999/6/27)
[미션 임파서블2] 액션 오페라 (0) | 2008.05.20 |
---|---|
[스피드 레이서] 달려라 번개호! (0) | 2008.05.19 |
[캐논볼2] 마구 달리자! 미친 듯 달리자!! (핼 니드햄 감독 Cannonball Run II, 1984) (0) | 2008.05.14 |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 제 '27억 광년' 공화국 (0) | 2008.05.03 |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공격] 두 배의 공허함 (0) | 2008.05.03 |
[혹성탈출] 팀 버튼의 유인원행성 (0) | 2008.05.03 |
[에이리언 2020] Birds in the Space (데이빗 토히 감독 Pitch Black 2000) (0) | 2008.05.03 |
[마이너리티 리포트] 2054년, Strange Future (1) | 2008.05.03 |
[매트릭스] 선(禪)의 경지에 오른 오락 (0) | 2008.05.03 |
[우주의 침입자] 누에고치, 인간을 파먹다 (0) | 2008.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