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ed by 박재환 2002-7-7] 죠지 루카스가 클래식 3부작을 끝내고 그 전 세대로의 여행을 시작했다. 1999년 <에피소드1>에서 아나킨 스카이워크의 어린시절을 재현하기 위해 디지털 버라이어티쇼를 펼쳤던 그가 다시 그 두 번 째 이야기로 영화팬을 흥분시킨다. 기본적으로 스타워즈는 장대한 saga이며, 미국인들이 좋아할 창조 신화이다. 그것이 세월이 가고, 헐리우드 영화의 영향력 확대에 맞물러 전세계적인 우주 쇼로 변이, 혹은 전락해 버렸다. 이제는 영화팬 누구나 아나킨 스카이워크가 누구고 팔라틴이 누구이며, 요다가 어떤 존재인지 안다. (그들이 누군지 모른다고? 몰라도 된다!) <에피소드 2>는 확실히 헐리우드의 휘황찬란한 디지털 영상기술을 맘껏 뽐낸다. 그 한편, 우리는 루크 스카이워크와 한 솔로, 그리고, 레이어 공주의 아날로그적 활약상을 정말 그리워하게 된다.
그렇다. <에피소드2>는 철저히 스타워즈 매니아를 위해 개발된 최첨단 쇼다. 죠지 루카스는 장대한 영화줄거리를 이어가기 위해 시나리오를 써내려갔고, 그 시나리오의 이야기를 확인시키기 위해 인물들을 등장시키며 대사를 창조해 나간다. 관객들이 그 복잡한(사실 전혀 복잡할 것도 없는) 관계도를 암기할 동안 호화찬란한 영상으로 입막음을 해버린다. <스타워즈> 시리즈에 대해서는 나 자신도 이미 이전 작품의 리뷰를 통해 필요 이상으로 떠들었다. 엔키노사이트 가 보면 '진짜 한국토종 스타워즈 매니아'인 김정대 씨의 엄청난 자료들이 있다. 개봉에 즈음하여 월간지 주간지고 가리지 않고 영화잡지는 <스타워즈>의 신비로움과 위대함을 칭송하기에 바빴다.
들어가기 전, 미국에선 5월 16일 목요일 개봉되었다. 올 1월 1일. 개봉날짜가 확정되기도 전에 미국의 열혈 팬 두 사람은 극장 앞에 텐트를 치고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리기 시작했다. (월드컵 입장권을 구하기 위해 기다리는 한국 축구팬의 열정처럼...) 그 두 사람은 다섯 달을그렇게 생활했다. 직장인은 인터넷으로 업무를 보았고, 학생은 인터넷으로 출석을 하고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개봉일에는 턱시도를 차려입고 자신의 바이블인 <스타워즈 에피소드2>를 보고 나와서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앞으로 예닐곱 번을 더 볼 것이다."고 했다. 개봉일 날, 아이를 키우던 한 미국의 어머니. <스타워즈>가 너무나 보고싶어 밤 12시. 아이를 재우고는 극장으로 달려간다. 이 어머니의 행동을 주의 깊게 살펴보던 이웃이 경찰에 신고한다. 자녀방치혐의로... 아이는 출동한 경찰에 의해 보호소로 넘겨졌고 그날 이후 어머니는 그 아이를 만나보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아이를 돌려 받기 위해 힘겨운 법정싸움을 벌여야만 한다.
이 두 가지 에피소드는 죠지 루카스의 <스타워즈>가 얼마나 미국인의 일상에 파고든 문화현상인지를 극단적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에피소드1>이 개봉될 때(1999.6.26 시티극장 밤 12시)의 일이다. 한 열성팬이 다스베이더의 검은 투구를 뒤집어서고 영화상영하기 전 아주 잠깐 열광적인 세레모니를 펼쳤다. 밤12시에 첫 회가 상영된 이 기이한 한국 데뷔전에서 그 멋진 스크롤이 올라갈 때 객석에서는 예의 휘파람소리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휘황찬란한 영상의 프리퀄이 한국에서 시작된 것이다. <스타워즈>에 대한 일련의 소동은 마치 <록키 호러 픽셔 쇼>의 국내 개봉때 일었던 소동처럼 무언가 언밸러스한 느낌이 든다. <스타워즈>가 미국사회에서 보여주는 엄청난 화제성과 위대함이 태평양을 건너면서 해외토픽란과 컬럼 사이에서 위태로운 외줄타기를 하는 것이다.
<<프리미어>> 7월에 실린 죠지 루카스의 말을 들어보자. "..멋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기본의 팬들은 이 영화에 대해 투덜거린 거리고,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싫어할 것입니다. 우리가 해왔던 영화들 모두 그런 반응을 얻었습니다. "(104페이지)
나는 <스타워즈 에피소드2>를 정말 재미없게 보았다. 아나킨과 아미달라가 연애를 하게되고, 악의 기운이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게 되고, 우주의 평화는 경각에 달려있다는 것을 영화내내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 첫 장면 아미달라의 암살위기 장면에서 갑자기 <천사몽>을 떠올린 것은 왜일까? 광선검을 들고, 우주선이 날아다니고, 끔찍한 클론들이 바글대는 영상을 보면서 줄곧 '죠지 루카스는 전쟁광 아닌가'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니 우리가 그 시절 8비트 오락실에서 하던 <인베이더> 같은 전자오락도 결국 '게임시작'부터 '게임오버'까지 줄곧 적기를 쏘아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이 영화의 전투 씬도 그러하다. 우주의 평화나 우리 팀의 승리를 위해 끝없이 클론을 죽이고 드라이언을 절단내야 한다. 조그만 화면에서 펼쳐지는 전자오락의 손 맛이 대형화면의 눈 맛이 된 셈이다. 관객들은 한 게임을 이기면 다음 챕터로 넘어간다. 이제 루크 스카이워크의 운명이 그렇게 잉태된 셈이다.
<스타워즈>는 그 역사가 시작될 떄 아마츄어리즘의 열정이 가득하였지만 이제는 프로페셔널한 기술력이 모든 것을 압도해 버린 '영화팬에겐' 비운의 드라마이다. 아나킨과 아미달라의 로맨스가 지루했다거나 작위적이었다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해서든 루크 스카이워커와 다스 베이더가 애증의 관계로 맞싸워야하니깐 말이다. 어설픈 엑스 윙 전투기가 '데스 스타'를 박살내던 그 1977년 오리지널 1편이 너무너무 그립다. 에피소드1과 2는 확실히 풍요로운 디지털 영상을 창조해냈지만 오리지널의 긴박감과 갈등구조가 전해주는 '멋진 신세계'에는 한참이나 못 미친다. 그것이 허탈할 뿐이다.
구관이 명관! (박재환 200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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