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환 1999.3.1.) 버트 레이놀즈, 딘 마틴, 셜리 맥클레인, 세미 데이비스 쥬니어, 프랭크 시나트라 등등. 한때 이름을 날리던 미국의 대중스타들(다른 TV스타들도 많이 나오지만 한국 관객에겐 낯선 배우들임)이 줄줄이 등장하는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캐논볼>이다. 1981년에 만들어진 1편의 대성공에 고무된 감독 핼 니드햄은 1984년, 속편을 내놓았다. 거의 똑같은 배우에 거의 똑같은 수준의, 거의 똑같은 영화였다.
우리나라에는 성룡이 <취권>, <사형도수>, <소권괴초>, <베틀클리크(?)> 등의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성룡영화’라고 소개된 비로 그 영화였다. 물론 2편은 국내에 안 들어왔었고 말이다. 얼마 전에 <砲彈飛車續集>이란 중국복제VCD를 하나 구해 보는데 그것이 바로 이 <캐논볼2>였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케이블TV ‘HBS’에서 방영했었고 말이다.
이 영화는 정말이지 1회용/단세포/킬링타임용/전형적 低級 무비이다. 미국 대륙의 어느 광활한 곳에서 ‘캐논볼’이란 자동차 경주대회가 열린다. 이것은 뭐 포뮬라나 르망 자동차경주대회 같은 공식적인 카 레이스가 아니라, 일반 자동차로 재주껏 달리는 것이다. 경찰에게 안 잡히고 달리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별별 희한한 수법이 다 동원된다. 경찰로, 군인으로, 수녀로, 기타 등등 기발한 변장과 작전으로 어쨌든 골인지점에 1등으로 들어가면 100만 달러의 상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영화 2편의 첫 장면은 한 아랍부호가 아들에게 "넌 지난번 경주에게 1등을 못 했으니 우리 가문의 수치다. 미국으로 돌아가서 1등하고 와라!" 그러자, 아들이 "올해엔 경주가 없는데요?" 그러자, 돈 많은 아비가 "그럼 너가 개최하면 되잖아..." 그래서 2편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구나...
100만 달러에 눈이 먼 여러 유형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중에 버트 레이놀즈도 나온다. 콧수염 그대로 나와서 사기꾼 플레이보이 역을 해낸다. (이 배우는 곧 국내에 개봉될 <부기나이트>에 퇴물 포르노 스타를 다루는 감독으로 나온다) 딘 마틴도 나오는데 반쯤은 알콜 중독자, 이미 맛이 간 배우란 느낌이 들 정도의 처량한 연기를 해낸다. 이 영화가 딘 마틴의 마지막 영화출연작이 되었다. 세미 데이비스 쥬니어라는 흑인 코미디언도 나오는데 아마 우리나라 관객에겐 이 미국 배우 세미 데이비스 주니어보다는 홍콩영화에서 최가박당 시리즈나 오복성 같은 영화에서 본 배우 ‘오요한’을 먼저 떠올리게 될 것이다. 물론 대머리 맥가 형사도 생각나고 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셜리 맥클레인과 프랭크 시나트라가 나오는데 이런 형편없는 영화에서 정말 형편없는 역할을 해낸다. 정말 미스터리이다. 테렌스 말릭 작품도 아닌데 스타들이 “나 좀 출연시켜주소” 했을 리는 없을테니 말이다. 감독 핼 니드햄은 스턴트맨 출신이다. 오래 전에 텔레비전에서 스턴트맨을 다룬 영화 <후퍼>를 보여준 적이 있는데 바로 그 영화감독이다.
그나저나, 내가 이 영화를 지켜본 것은 호기심에서였다. 오늘날 미국에서도 그 상품성을 인정받은 성룡의 첫 헐리우드 진출작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을까 해서 말이다. (이 작품은 1984년 아직도 성룡이 붕붕 날아다닐 때 만든 작품이다) 그런데... 성룡이 나오는 장면은 다 긁어 모으면 5분이 채 안 된다. 그리고 처음에 자막 올라갈 때 성룡은 12번째로 이름이 나온다. 물론 프랭크 시나트라는 성룡 한참 뒤에 나오니 <지명도가 자막순은 아니잖아요>인 셈이다. 성룡은 리쳐드 키일이란 배우와 조를 이루어 차를 몬다. 성룡영화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다 나오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일본 '미쯔비시 자동차'이다. <쉬리>에서 삼성을 지겹도록 본 관객이라면, PPL전략의 유효성을 알 것이다. 성룡은 자기 영화 모두에 미쯔비시 자동차를 등장시킨다. 그것도 최신형 프로토타입의 특수제작차를 말이다. 성룡 영화에서 한번 본 차 중에 나중에 인기를 끄는 미쯔비시 에클립스란 것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끔가다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일제차였는데 그런 차가 10여 년 전부터 성룡영화에선 항상 눈요기거리로 등장하는 것이다. PPL을 하더라도 이렇게 장기계약을 해야 강인한 인상을 남겨주는 것이리다.
성룡과 함께 나오는 리쳐드 키일이란 배우는 거구의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같은 모습이다. 로져 무어의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 철사(케이블)를 물어뜯던 그 배우이다. 여기서 그는 딘 마틴처럼 초점 잃은 눈을 선보였다. 어색하기 그지없는 역이었다. 성룡은 이 영화에서 줄곧 홍콩말을 해댄다. 온통 영어만 하는 주위에서 알아듣든 말든 말이다. (이 영화제작에는 홍콩의 실력자 레이먼드 쵸우가 참여하였다) 성룡이 <러시 아워>로, 아니 그보다 더 전에 <홍번구>같은 영화로 미국에 알려지기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미국시장을 노크, 탐색전을 펼쳐 왔던 것이다. 키 작고, 황색 피부의, 그리고 영어조차 못하는 동양계 배우에게서 미국영화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은 정해져있다. 그것은 이소룡 이래, 미학적 관점에서, 기계체조 선수 같은 날렵한 몸동작인 것이다. 이 영화에서도 실제 성룡은 덩치 큰 미국 애들을 때리고, 차고, 친다. 그게 미국인들에게는 신기하고 감탄스러운 모양이다.
영화는 말도 안 되는 헤프닝과 우습지도 않은 유치찬란의 작전들이 펼쳐지면서 관객들을 멍청하게 만든다. 그래도 관심 있는 관객이라면 이 車, 저 車 구경은 많이 할 수 있다. 람브로기니, 벤츠 스포츠카, 알파로미오, GM트럭, 미즈비시 차 같은........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은 007영화에서처럼 성룡의 미쯔비시 자동차가 호수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이다. 그리고 가장 웃겼던 개그는 한 낚시꾼의 허풍이었다. "저번에 잡은 물고기는 사진 무게만 6킬로였어....." (박재환 1999-3-1)
Cannonball Run II 캐논볼 2 (1984) 감독: 핼 니드햄 출연: 버트 레이놀즈, 딘 마틴,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제이미 파, 텔리 사발라스, 셜리 맥클래인, 성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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