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다크 서티] 오사마 빈 라덴의 마지막 밤

2013. 3. 13. 11:11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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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병사했다. ‘차베스’를 둘러싸고 평가는 엇갈린다. 독재자라는 악의에 찬 시선에서부터 빈민의 구세주요, 대미항쟁의 상징인물이라는 평가까지. 베네수엘라는 원유매장량으로만 따지자면 사우디 아라비아와 1,2위를 다투는 절대강국이다. 오일 파워를 밑천삼아 미국에 맞장 뜬 남자라는 것은 확실하다. 이 남자의 죽음에 대해선 올리버 스톤 감독이나 숀 펜 같은 할리우드의 많은 스타들까지 애도의 뜻을 표하였다. 그럼, 이 남자는 어떨까. 오사마 빈 라덴. 역시 미국에 맞장 뜬 사나이이다. 그는 전 세계 곳곳 -주로 미국을 대상으로-에서 수많은 폭탄테러를 일으킨 장본인으로 보고 있다. 당연히 하이라이트는 2001년 9월 11일. 납치된 민간항공기가 뉴욕의 쌍둥이 빌딩을 들이박아 수천 명이 죽었다. 이 모든 테러의 배후에는 오사마 빈 라덴이 있었다. 오사마 빈 라덴은 ‘사악한 제국 미국에 죽음의 봉기’를 한 인물이다. 미국은 이 남자를 찾기 위해 전쟁을 불사했고, 전 세계를 선인과 악인으로 양분시켜놓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를 사살했다. 영화 ‘제로 다크 서티’는 너무나 유명한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을 처단하기 위한 ‘미국인’의 집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빈 라덴은 저곳에 분명히 있다!

 

CIA의 신임 요원 마야(제시카 차스테인)이 파키스탄의 미국 대사관에 배속된다. 오직 한 목적 오사마 빈 라덴의 행방을 좇기 위해서다. 911테러 이후, 미국은 지난 10여 년간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던 이 남자를 잡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에 숨어있는 것으로 보고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국경지역 토라보라의 험난한 산맥 속 깊은 동굴 속에 이 남자가 분명히 숨어있을 것이라 굳게 믿으며 말이다. 하지만 오사마 빈 라덴은 신기루 같은 존재였다. 이미 미국의 맹폭에 가루가 되었을 수도 있고, 성형 수술하여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집요한 추격은 계속된다. 미국은 엄청난 돈을 쏟아 부으며 ‘악의 중심, 테러의 총지휘자’를 뒤쫓는다. 어떻게? 아프간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 산재한 이른바 ‘블랙사이트’에 불법 구금된 알 카에다 조직원들을 취조한다. 물론, 고문도 마다않는다. 오사마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라면 미국시민에게 적용되는 법의 정의란 필요 없다! 이미 미국정부는 빈 라덴의 목에 2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건 상태이다. 그가 살아있든 죽었든. 요원은 빈 라덴을 찾기 위해 파키스탄이고, 폴란드고, 사우디고, 아프가니스탄이고 어디든지 달려가서 정보를 캐낸다. (비인간적) 고문에, (첨단장치의) 도청에, 람보르기니를 선물하는 뇌물공세까지. 겨우 연락책(이라고 의심되는 사람)을 알아내고 그를 뒤쫓아 집 한 채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아프가니스탄이 아니라 파키스탄의 아보타바드의 한적한 마을의 3층 저택이었다. 높은 담장에 둘러싸인 그 집안에 정말 오사마 빈 라덴이 숨어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 남자는 그 집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고, 도청할 전화조차 없었다. 미국의 자랑인 인공위성을 동원하여 오랫동안 감시하지만 남자의 존재를 확인할 수가 없다. 그동안 미국 행정부가 바뀌고 테러리스트에 대응하는 자세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저 멀리 어느 산골짜기에 숨어있는, 생존여부도 불투명한 테러리스트 수장을 쫓는 것보단 더 위중한 일이 많다는 판단이 고개를 든다. 그리고 블랙사이트에 대한 인권논쟁이 불붙는다. 하지만 미국은 미국!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마침내 그 집에 대한 침투와 그 남자에 대한 처리에 대한 명령을 하달한다. 미사일 폭격도, 대규모 군사작전도 아니다. 아프가니스탄 잘랄라바드 기지에서 두 대의 스텔스 헬리콥터가 출격한다. 미군의 자랑인 네이비 실 식스팀, '데브그루(DevGru)'이다. 모두 24명의 작전 요원이 두 대의 스텔스 헬기에 나눠 타고 야음을 틈타 파키스탄 국경을 넘어, 아보타바드의 의문의 저택에 도착한다. 그리고 네이버 실은 야간투시경을 착용하고 집으로 들어가서 1층, 2층을 차례로 진압하고 3층에 있던 그 남자를 단박에 쏘아 죽인다. 그리곤 그 시신을 헬기를 싣고는 타고 국경을 넘어 기지로 돌아온다. 수 백, 수천 명의 생명을 앗아간 테러리스트, 미국에 선전포고한 그 남자는 그렇게 ‘처형’된 것이다.

 

오사마 빈 라덴 (1957~2011.5.2.)

 

오사마 빈 라덴은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건설회사를 운영했다. 사우디뿐만 아니라 중동 여러 나라의 대규모 회교 사원공사와 국가 기간산업 건설에 뛰어들어 엄청난 부를 축적하였다. 오사마 빈 라덴은 전형적인 중동 부유층 집안의 엘리트 이슬람이다. 명문대학에서 공부했고 레바논에서 서구 문명도 충분히 접했다. 미 의회 대테러리즘 특별팀의 책임자이자 국제테러리즘 전문가인 요제프 보단스키가 쓴 <<오사마 빈 라덴>>이란 책을 보면 이 인물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그는 청년시절부터 중동을 휩쓸던 어떤 종교적 각성운동에 매료되고 이슬람의 가치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중동의 현실에 위기감을 느낀다. 기본적으로 순수한 이슬람 문화를 동경하는 오사마 빈 라덴은 이슬람 신앙부흥운동의 전사로 탈바꿈한다. 당시 이란에서는 회교혁명이 일어났고,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오사마 빈 라덴은 이런 격동의 시기에 모든 것을 바친다. 아프간에 가서 대소항쟁을 이끈다. 10년의 세월이 흐른 뒤 오사마 빈 라덴은 외부의 적에 맞서 싸운 위대한 회교전사, 지하드의 영웅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위기를 느낀 사우디 왕족들은 ‘미국’을 끌어들인다. 미국이라면 이를 갈던 오사마 빈 라덴은 사우디에서 추방되어 새로운 땅 (아프리카) 수단으로 건너가서 그곳에서 새로운 혁명기지를 세우고 전 세계에서 미국을 상대로 성전을 치를 전사들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미국 대사관, 미군기지, 세계무역센터 건물 등에 잇단 테러 발생한다. 미국이 이 남자의 위험성을 깊이 인식하고 그를 찾아 나서자 그는 아프간의 깊은 산속으로 숨어들어갔고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 WTC쌍둥이 빌딩이 무너져 내리는 일련의 테러가 일어났던 것이다.

 

비글로우 감독의 집념

 

 

 

캐슬린 비글루우 감독은 <허트 로커>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뒤 오사마 빈 라덴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미국이 오사마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시도했던 아프가니스탄 토라보라 일대의 추격전을 이야기에 담고 싶었다. 물론, 실패한 작전이었다. 그러던 중 미국 해군 특수전 개발 그룹 소속 네이비실 6팀이 그를 사살하는데 성공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비글로우 감독은 영화내용을 대폭 바꾼다. 그게 <제로 다크 서티>이다. 이 영화는 CIA의 한 여자 요원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의 집념과 오사마 빈 라덴의 최후를 보여준다. CIA 여자요원의 백그라운드나 가족사는 철저히 배제된다. 단지 고등학교를 나온 뒤 10년 동안 오사마 빈 라덴만 뒤쫓았다는 이야기만 던져놓는다. 이 여자는 연애도 하지 않는다. 숙소에서 근사한 요리를 하거나 와인 잔을 기울이며 여유를 찾지도 않는다. 이 여자의 머릿속에는 오직 오사마 빈 라덴뿐이다. 왜 그렇게 집착할까. 9월 11일 무너진 타워에서 가족이라도 잃었는가. 불타는 조국애라도 가졌는가. 성조기만 보면 가슴이라도 벅차오르는가. 이 영화에서는 그런 감성적인 애국심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너무나 건조한 CIA업무는 ‘고문’장면에서도 이어진다. 오사마 빈 라덴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서라면 알 카에다 조직원에 대한 물고문도, 개목걸이를 거는 모욕행위도, 인간적 조롱에 대해서도 무감각해 진다.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미건조, 담백하게 진행된다.

 

결국 이 영화는 오사마 빈 라덴을 뒤쫓는 미국의 집념을 ‘생생하게’ 묘사한 셈이다. 파키스탄의 국경을 소리 없이 넘어 세계 최고의 종교지도자, 테러리스트 수장을 사살하는 국제법적인 논란 등에 대해서도 ‘무감각’해진다. 영화를 보다보면 그런 것은 ‘무의미’해진다. 어쨌든 ‘반미 성전의 영웅’ 오사마 빈 라덴은 그렇게 사살되었다.  ‘제로 다크 서티’는 바로 그런 이야기이다. 건조하고, 한밤의 어둠만으로 가득하다. (박재환 2013.3.13.)

 

Zero Dark Thirty  http://en.wikipedia.org/wiki/Zero_Dark_Thirty

Black site  http://en.wikipedia.org/wiki/Black_site

 

Osama bin Laden http://en.wikipedia.org/wiki/Osama_bin_Laden

Al-Qaeda http://en.wikipedia.org/wiki/Al-Qaeda

September 11 attacks  http://en.wikipedia.org/wiki/September_11_attacks

9/11 Commission Report  http://en.wikipedia.org/wiki/9/11_Commission_Report

Location of Osama bin Laden  http://en.wikipedia.org/wiki/Location_of_Osama_bin_Laden

Death of Osama bin Laden  http://en.wikipedia.org/wiki/Death_of_Osama_bin_Laden

 

 

Islamabad Marriott Hotel bombing (2008.9.20) http://en.wikipedia.org/wiki/Islamabad_Marriott_Hotel_bombing

Camp Chapman attack (2009.12.30) http://en.wikipedia.org/wiki/Camp_Chapman_att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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