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정치인

2013. 3. 8. 09:34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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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Over The Rainbow”의 선율이 남아있는 주디 갤런드의 1939년도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클래식 중의 클래식이다. 캔사스 농장의 소녀 도로시가 강아지 토토와 함께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오즈라는 마술나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펼치는 이야기이다. 프랭크 바움이 쓴 원작소설은 1900년에 나왔었고 후속편이 계속 나와 모두 14권이 발간되었단다. ‘오즈’의 원작소설이 나온 지 거의 100년이 지나서 ‘위키드’라는 소설도 나왔고 그게 뮤지컬로 만들어져서 큰 인기를 끌었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마녀들의 이야기이다. 이렇게 지난 100년 동안 꾸준히 인기를 누린 ‘오즈의 마법사’가 새로이 영화화 되었다. 그동안 할리우드의 기술발전을 염두에 둔다면 이젠 마녀가 빗자루 타고 하늘을 날거나, 원숭이 어깨에 날갯죽지를 붙이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게다가 눈에 확 들어오는 ‘3D’로 만들었다. 정말 ‘그레이트’하고 ‘파워풀’한 오즈의 마법사이리라.

 

마술사, 사기꾼, 그리고 오즈의 마법사

 

캔사스의 시골 장터의 뜨내기 마술사 오스카는 오늘도 순박한 시골사람을 상대로 현란한 말솜씨와 재빠른 손동작으로 ‘마술’을 펼친다. 여자를 공중 부양시키고, 외투 안에서 비둘기를 꺼내는 것은 마술사에겐 식은 죽 먹기일 따름이다. 그런데 그 마술을 마치 예수님의 부활이라도 되는 양 보고 있던 휠체어를 탄 한 소녀가 애처롭게 소망한다. “제발 절 걷게 해 주세요.”라고. 마술사는 “그건 내가 할 수 없는 일이야.”라고 처량하게 말할 수밖에. 그동안 서커스가 펼쳐지는 곳마다 염문을 뿌리고 다녔을 마술사 오스카는 쫓기듯 열기구를 타고 달아나게 된다. 그가 가까스로 내린 곳은 ‘오즈’라는 곳이다. 세상이 현란한 원색의 원더랜드이다. 그곳에서 처음 만나 빨간 마녀 테오도라(밀라 쿠니스)는 (열기구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온 오스카가 ‘위대한 마법사’라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그를 데리고 ‘노란 벽돌길’을 따라 에메랄드 성으로 온다. 오스카를 반기는 또 한 명의 녹색마녀 ‘에바노라’(레이첼 와이즈)는 오스카에게 가득한 황금의 방을 보여주며 ‘오즈 왕국을 위협하는 사악한 마녀’를 물리쳐 준다면 이 모든 보물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 ‘황금에 눈이 먼’ 오스카는 ‘사악한 마녀’를 물리치기 위해 날개달린 원숭이와 길을 떠난다. 중간에 다리가 부러진(망가진!) 도자기 소녀를 만난다. ‘위대한 마법사’인 오스카는 도자기 소녀의 다리를 금세 고쳐놓는다. (단지 접착제를 사용했을 뿐인데....) 오스카가 만난 ‘사악한 마녀’는 하얀 마녀 ‘글린다’(미셀 윌리엄스)였다. 그런데 글린다의 말은 또 다르다. ‘진짜 사악한 마녀’는 자신이 아니라고! 오스카의 세 명의 마녀들 틈바구니에서 진짜 마녀(들)를 물리치고 오즈의 사람들에게 평화를 안겨줘야 한다. 사랑을 택하든, 오즈의 평화를 취하든. 에메랄드 성 가득한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전지전능한 마법사님. 저희들을 사악한 적들의 공포로부터 구원해 주소서~ 제발..."

 

마술사와 정치인의 공통점

 

시골마을의 마술사는 열심히 마술재료를 챙겨 능수능란하게 눈속임을 펼친다. 마술이란 것이 그러한 것처럼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면 된다. 그걸 의심하고, 조롱하면 ‘마술’이 무의미해진다. 하지만 인간이란 의심하는 게 본성이다. 오스카같이 잘 생겼거나 여자를 잘 유혹하는 특출한 재능을 가졌으면 더더욱 그러하다. 이점에서 디즈니판 ‘오즈의 마법사’는 기존의 풍성한 동화적 상상력과 디지털 기술에 덧붙여 놀라운 정치적 우화를 담고 있다. 휠체어 소녀의 소원이 두 발로 땅을 딛고 일어서기를 희망하듯 소소한 백성들은 세상의 평화와 개인의 안녕을 기원한다. 사악한 악마로부터 보호받기를 원하고, 절대적 힘을 가진 마법사가 '어디선가 하늘에서 뚝 떨어져'  자신들을 영원히 구원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종교적 성자와 함께 정치적 리더를 간절히 희구하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뛰어난 언변을 가진 마술사’만큼 적합한 인물이 어디 있으리오. ‘가짜 구세주’는 적절한 마술 소도구를 이용하여 적절히 자기 몸값을 올린 셈이다. 물론 디즈니 영화답게 최악의 상황에 내던져진 ‘우연한 주인공’은 절대 대중의, 그리고 소녀의 희망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희망이면 희망을, 환상이면 환상을 적절히 안겨줄 것이다. 마술로 장미꽃을 만들 듯이 ‘장밋빛 환상’을 안겨주는 것이다. 그래서 에메랄드 성에 평화가 오고, 백성이 기쁨의 환호를 지른다면 성공한 정치인인 셈이다.

 

오즈의 무지개 저 너머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의 샘 레이미 감독은 ‘이블 데드’ 시리즈의 호러 영화로 유명하다. 그러다가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연출하며 블록버스터 감독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런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성인용 미드 ‘스파르타쿠스’시리즈의 프로듀서까지 있다는 것을 보면 참으로 광폭재능을 보여주는 영화인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누구나 아는 ‘오즈’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화려한 디지털/CG기술로 거듭 만들면서 풍성한 이야기 거리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할 것은 이 영화가 ‘디즈니 영화’이고, ‘오즈의 마법사’가 주인공이란 것. 당연히 아이들에겐 꿈과 기쁨을 안겨주는 영화이다. (박재환, 20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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