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 림] 철이 영희 크로스~

2013. 7. 11. 16:46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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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도 어김없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대거 극장가에 몰려와서 자기네들끼리 치열한 육박전을 펼친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퍼시픽 림> 또한 그런 블록버스터 백병전의 한 축이다. 델 토로 감독은 멕시코 출신으로 일찍이 <크로노스> 같은 영화를 통해 판타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영화감독이다. 재능 있는 감독에게는 기회를 주는 할리우드는 그를 모셔다가 <미믹>,<헬 보이>,<판의 미로> 같은 판타지를 맡겼다. 그의 신작 <퍼시픽 림>의 제작비는 무려 1억 8천만 달러! 스필버그도 아니고, 캐머런도 아니면서 이런 천문학적 버젯의 영화를 떠안다니. 영화에 대한 기대나 감독에 대한 신뢰가 대단했던 모양이다.

 

 

외계 괴물 vs. 초거대 로봇

 

태평양 심해의 갈라진 틈 사이에 놀라운 생물체가 은거하고 있었다. 이곳은 우주로 열린 포털이며 호시탐탐 지구정복을 꿈꾸는 우주괴물 ‘카이주’가 암약하고 있었다. 카이주가 지상으로 나타나면 도시는 쑥대밭이 된다. 지구인들은 초거대 로봇을 만들어 이들과 맞서 싸운다. 이들 로봇의 덩치는 25층 높이의 크기. F-35A도 일인 조종이 가능한데 이들 거인 로봇을 다루기 위해서는 특별한 조종사가 필요하다. 두 사람이 뇌파로 – 정신적으로 – 연결된 ‘예거 시스템’으로 2인 1조, 완벽합일 신공(神功)을 펼치는 것이다. 이들은 각기 로봇의 우반부, 좌반부를 맡는다. 거대로봇과 두 인간조종사의 뇌파가 결합하는 기술을 ‘드리프트’라고 부른다! 파워가 받쳐주는 나라에서는 막강 로봇을 운용한다. 미국에서는 ‘집시 데인저’, 중국에서는 크림슨 타이푼, 러시아에서는 체르노 알파, 호주에서는 스트라이커 유레카를 만든다. 하지만 카이주의 위력 앞에 지구인들은 거대로봇의 무식한 육박전을 포기하고 대신 거대한 방파제, 즉 만리장성을 쌓아 카이주의 침략을 막는 방어책을 택한다. 하루아침에 ‘예거’들은 실업자가 되는 셈. 7년 전 형과 함께 예거를 몰며 카이주들과 백병전을 펼쳤던 주인공 롤리(찰리 헌냄)는 전투에서 형을 잃고는 겨우 살아남아 ‘만리장성’ 쌓는 막노동꾼으로 숨어든다. 카이주와의 전쟁을 총지휘하던 범태평양방위군 사령관 스탁커(이드리스 엘바)는 ‘만리장성’의 무용성을 주장하며 따로 예거시스템을 고집한다. 스탁커 사령관의 요청으로 롤리는 다시 한 번 예거 ‘집시 데인저’의 조종간을 잡는다. 이번에는 일본 여자 마코(키쿠치 린코)와 드리프트를 하게 된다. 박살나는 예거들과 커져만 가는 카이주. 지구의 운명은 어찌될까.

 

델 토로 스타일

 

 

 

분명 ‘퍼시픽 림’은 오타쿠에 준하는 열성팬들이 열광할 영화이다. 거대로봇에 대한 로망, 피규어 상품에 대한 열정, 에반게리온까지 이어지는 애정 등이 뒤범벅되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무한한 기대와 애정을 품을 수밖에. 게다가 감독 또한 나름 자기의 영상미학을 갖춘 길예르모 델 토로 아닌가. 이름이 낯설다고? 그럴 수도 있다. ‘퍼시픽 림’은 그런 델 토로의 영상미학과 초거대 로봇에 매료되는 영화팬 말고도 여름 시즌에 무더위와 장마 짜증을 날려버린 초강력 볼거리로 가득하다. 물론 재패니메이션에서 보아온 유아적 성장통과 장엄한 동료애, 엔진에 심장을 연결시키는 듯한 메디컬 기계공학 같은 소소한 클리셰가 없는 듯 숨어있다.  더 크고 더 파워풀하며, 결정적으로 더 컴컴한 액션 씬이 영화팬들을 열광시킨다. 극장 문을 나설 즈음이면 델 토로 감독의 이름은 잊을 테지만 말이다. 물론 오타쿠라면 러시아 로봇과 중국 로봇의 차이점을 설명할 수 있고 호주 로봇이 언제 어느 장면에 등장했는지 기억해 낼지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 나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2인 1조의 치명적 ‘예거시스템’을 왜 만들었을까. 백업 시스템으로 만든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델 토로에게 물어봐야할 듯. 안드로이드 OS에, 클라우딩 기술을 적용하면 전 세계 오타쿠들이 힘을 합쳐 카이주를 몰살시키는 ‘신박한’ 작전도 가능할 텐데 말이다. 속편이 만들어진다면 우선 조종방식부터 재검토해야할 듯하다.  (박재환, 201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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