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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 어제의 클래식, 오늘의 콘텐츠

미국영화리뷰

by 내이름은★박재환 2010. 5. 2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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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라는 영화가 있다. 1972년에 개봉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전설적인 영화이다. 이태리계 미국이민 2세대 작가인 마리오 푸조의 베스트셀러 원작소설을 3시간 가까이 필름에 오롯이 담은 이 영화에는 말론 브란도와 알 파치노 등 성격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대부>는 개봉 이후 수많은 영화단체, 저널, 평론가들로부터 ‘영화사상 최고걸작 영화’ 라는 상찬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차례 극장에서 상영되었고 비디오와 다양한 버전의 DVD로도 거듭 공개되어 웬만한 영화 팬들은 다 본 영화로 이해되던 작품이다. 그런데 당신 그거 아시나? ‘클래식의 정의를?’ 주로 도서계통에서 일컫는 ‘클래식=고전’이라함은 ‘제목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지만 실제로 다 읽어보지는 못한 작품’을 말한단다. 예를 들어 몽테뉴의 <수상록>이나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같은 작품 말이다. (혹시, 몰라서 하는 말인데 만약 이 책을 읽었다면 정말 위대한 사람이다!) 여하튼 영화 쪽에도 클래식이 있다면 당연히 <대부>가 그 목록에 포함될 듯하다. (오래 전부터, 그리고 갈수록....) 요즘 영화팬이라면 ‘대부’라 하면 ‘러쉬 앤 캐쉬’를 생각하거나, 아니면 심형래가 찍고 있다는 <더 라스트 갓파더>를 먼저 떠올릴지 모른다.  여하튼 1972년 미국에서 개봉되었던 <대부>가 이달 한국에서 다시 극장에 내걸린다. 홍보사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에 개봉되는 <대부>는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스크린에 되살아난 영화사상 최고의 걸작’이란다. 준비되었는가. 세기의 걸작을 맞이할 경건한 자세 말이다.

마리오 푸조의 마피아

마리오 푸조는 가난한 나폴리 이민자의 아들로 뉴욕 헬스키친이란 동네에서 태어났다. 이태리 이민자 집단과 헬스키친이 배경이 되는 영화에서는 마피아의 총격전과 이들 혈족의 끈끈한 유대감을 쉽게 엿볼 수 있다. 그런데 마리오 푸조는 예상과는 달리 암흑가/ 뒷골목 경험은 없는 모양이다. 이민자의 후예로 미군에서 복무했고, 대학을 나와 기자생활을 한 아메리칸 드림의 작은 전형이다. 그는 자신의 (족속의) 백그라운드를 두꺼운 책으로 내었다. 바로 1969년 발표한 소설 <대부>이다. 그가 살아오면서 보고 전해들은, 그들의 비밀스럽고 흥미진진한 범죄이야기를 책에 담은 것이다. 소설 <대부>는 미국 대공황기를 전후하여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는 미국의 뉴욕항으로 들어온 이탈리아 이민자의 피눈물나는 미국 정착기이자, 뉴욕 일대를 세력권으로 하는 거대한 범죄조직의 영역개척사이며, 돈 비토 꼬를레오네라는 대단한 가문의 흥망성쇠를 담고 있는 대하 범죄드라마이다. 마리오 푸조는 <대부>의 성공이후 계속하여 마피아 이야기를 소설로 내놓았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갓파더

1972년 개봉된 <대부>는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을 수상했다. 그 여세를 몰아 속편이 만들어졌고 속편 역시 흥행성공과 (아카데미 사상 처음으로) 속편까지 작품상을 거머쥐는 영광을 차지했다. 영화 1,2편은 한편의 소설을 적절히 나눠서 재조합한 연대기적 크라임 스토리, 패밀리 드라마이다. 1편에서는 1940년대 미국 뉴욕 일대의 대규모 범죄 단체의 실상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나폴리에서 사람을 죽이고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 1세대 돈 비토 꼬를레오네는 이제 이곳, 자유의 땅 미국 뉴욕에서 자리를 잡았다. 뉴욕 일대를 주름잡는 5대 마피아 가문의 하나인 꼬를레오네 파의 보스이다. 영화의 첫 장면은 위대한 보스, 갓파더의 딸 코니의 결혼식 장면이다. 대저택에서는 보스의 외동딸의 결혼식에 어우리는 성대한 파티가 화려하고 떠들썩하게 진행된다. 그 시간에 돈 비토 꼬를레오네는 여전히 저택의 안락의자에 파묻혀 꼭 처리해야할 업무라도 되는 듯 ‘대부’ 일을 하고 있다. 누군가가 와서 어려운 청탁을 한다. 대부는 그 사람이 자신에게 존경을 표시하고, 친구로 삼을만한 사람이라고 판단하면 기꺼이 그 청탁을 들어준다. 결혼식 날 들어온 청탁은 두 가지이다. 자신의 딸을 만신창이로 만들어놓은 양키 놈을 손 봐달라는 이태리 이민자의 요청과 이제는 퇴물이 되어가는 락의 왕년의 인기 가수가 탐나는 새 영화의 주인공 캐스팅을 부탁하는 것이다. 위대한 보스 돈 비도 꼬를레오네는 이 요청을 받아들인다. 30분 정도 이어지는 결혼식 장면에서는 이런 카리스마 넘치는 갓파더의 일상과  그의 세 아들의 각기 다른 성격과 ‘마피아적’ 특성을 빠지지 않고 보여준다.

영화 미학

동명의 원작소설을 기반으로 원작자인 마리오 푸조가 코폴라 감독과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하였다. 엄청난 대하 범죄소설을 오롯이 영화로 뽑아내는데 성공한 셈이다. 코폴라 감독은 원작 소설에서 크게 빗겨나가기 보다는 전적으로 곁가지를 쳐내는 방식을 택했다. 첫째 아들 소니의 여성편력 관련, 그리고 당시 암흑가와 영화계의 추악한 커넥션을 보여주는 죠니 폰테인 관련 이야기가 콤팩트해진다. 그 외에도 등장인물과 사건이 영화용으로 적절히 압축된다. 이 영화 초반에 30분이나 이어지는 결혼식 장면은 호평을 받고 있다. 한정된 공간에  수많은 인물군상을 절절히 배치하여 향후 펼쳐질 대결과 배신, 알력을 예고해 주는 것이다. 또한 후반에서는 보스의 죽음 뒤에 새로운 보스의 급부상을 ‘쿨’하게 보여준다. 실제 영화팬들은 꽤나 긴 영화임에도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속편을 기대한다.

영화의 오명

이 영화는 많은 비평가단체나 영화저널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아왔다. 일반 영화팬들의 평가도 마찬가지이다. 세계적인 영화사이트 imdb.com에서는 수만 편의 영화중에서 <대부>가 전체 순위에서 2위, 그 속편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1위는 <쇼생크 탈출>이다) 물론 이 영화의 폭력성이나 소재의 불온함과 관련하여 ‘안티’도 많다. <대부>는 미국의 교육단체와 종교관련 평자로부터 미국의 영혼을 오염시키는 쓰레기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항상 옳고, 바르고, 밝은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영화 참으로 위험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다루는 범죄의 양상과 폭력의 정도는 40년의 세월이 지날 동안 빛이 발했다. 피범벅의 말 대가리(동물의 머리를 가리킬 때 대가리라 함. 비어/속어 아님)나 기관총 세례 속에 벌집이 되어 쓰러지는 장면은 사지절단과 유혈낭자의 영화미학 시대인 요즘 영화세대에게는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 게다가 대공황시기의 범죄조직-경찰의 검은 커넥션이란 것도 오늘날 대한민국 PD수첩식 현실을 생각해보면 그다지 유별난 것도 아닌 셈이다.

콘텐츠의 재발견

 이 영화는 결국 그 옛날 보았던 사람들을 다시 한 번 극장으로 불러오는 방식의 문제인 것이다. 영화홍보사는 <대부>의 한국상영을 2006년경부터 시작된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의 찬란한 결과로 홍보하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직접 파라마운트사의 브래드 그레이 회장을 만나 위대한 영화 <대부>의 디지털 복원작업을 설득했고 마침내 성공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파라마운트 말고도 많은 제작사들이 그 옛날의 ‘위대한’ 영화들을 찾아서 선명한 화질의 디지털 리마스터링이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존하는 최상의 프린트를 찾아내어, 최고의 기술자를 투입하여 최선의 디지털 화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리고는 극장에서 잠깐 선보이고 블루레이 DVD로 영화팬에게 배달되는 것이다. <대부>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 이번 <대부>의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담당했다는 MPI사의 홈페이지에 작업 전후의 이미지를 비교한 것이 있다. 작업이란 것은 결국 스크래칭되거나 흠집이 잔뜩 묻은 원본 필름을 대상으로 이른바 뽀샵질(이미지 보정작업)을 하는 셈이다. 구분이 가는가? 대부의 최고 명장면이라고 손꼽히는 마이클 꼬를레오네(알 파치노)가 이탈리안 식당에서 펼치는 저격 장면이 항상 디지털 작업의 최고의 명작업으로 거론된다.


 이런 올드 필름의 재발견은 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벽화를 완벽하게 복원하는 것과 같은 문화적 의미를 지닌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꾸준히 한국의 옛날 영화를 복원하고 있다.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브이>의 복원과 김기영 감독의 영화들의 복원들이 화제가 되었다. 영화 역사가 100년이 넘다보니 어느 나라, 어느 극장 창고에서 어떤 영화가 갑자기 발견되어 나타날지 모른다.  나운규의 <아리랑>도 그렇게 발견/발굴되어 디지털 복원되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영화창고에 고이 모셔둔 필름들을 끄집어내어 먼지를 털고, 디지털로 변환시켜, 블루레이로, 아이튠스로, 또 다른 새로운 포맷으로 다양하게 릴리스하고 있다. 이전에는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검열로 잘려나간) <대부>를 보거나 여러 수십 번 복제한 <역마차> 비디오를 보았을 터인데 요즘은 어쩌면 원본보다 더 선명한 초고화질 영상을 보고 있다. 그런다고 원래의 영화 수준이 더 높아진다거나, 수용자가 더 행복해지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그렇게 본 <대부>가 어땠냐고? 솔직히 밋밋했다. 시대가 바뀐 모양이다. 확실히. (박재환 2010.5.18)


보너스:  말론 브란도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을 거부한다. 시상식장에 등장한 인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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