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있다.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남자의 고달픈 자아 찾기를 다룬 영화 <메멘토>로 평단의 대환영을 받았었다. 물론 그의 최고 작품은 <다크 나이트>일 것이다. 그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캐스팅하여 만든 영화 <인셉션>은 세계 영화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올해 최고의 기대작이었다. 어제, 영화담당 기자에겐 이른 시간이 분명한 데 오전 10시에 시사회가 열렸다. 그런데 시사회장은 빈 좌석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기대가 높았다.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작품답게 ‘비주얼’하며, ‘스마트’하며, ‘클레브’하며, ‘파워풀’하다. <<할리우드 리포트>>지에서의 평처럼 이 영화는 적어도 3번은 봐야 제대로 된 영화평을 하거나 놀란의 미학적 완성도를 품평할 수 있을 듯하다. 이 영화평은 아침에 자다 말고 본 블록버스터에 대한 단평이니 2번 더 보면 달라질지 모른다. 그 점 이해하고 이 글을 읽고 영화를 기대하시라! 디카프리오가 누군가. ‘보고 보고 또 보고’의 원조 영화 <타이타닉>의 히어로 아닌가. 이 영화 조금 어렵다.
꿈을 훔쳐라, 생각을 가로채라, 의식을 바꿔버려라!
감독은 16살 때 처음 이 영화의 콘셉트를 생각했고 지난 10년 동안 시나리오를 가다듬었다고 한다. 수십 년 묵힌 영화의 콘셉트는 의외로 단순하다. 누군가가의 ‘꿈=인식=이해영역=생각에 잠입하여, 그 ’아이디어‘를 읽어내는 것이다. 좀 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타인의 그 ’아이디어‘를 조종하여 다른 생각으로 바꾸어 놓는다는 것이다. 여기 문어 ’폴로‘가 있다고 하자. 사람들이 월드컵 내기를 하려고 한다. 폴로는 월드컵 우승후보로 스페인을 찜한다. 그러면 배당은 낮아진다. 디카프리오가 폴로의 꿈에 침투(!)한다. 폴로에게 네덜란드를 찜하도록 조종한다면? 결국 이 영화는 독심술사, 심리술사, 그리고 조금의 사기꾼 마인드로 이루어지는 ‘마음의 범죄’를 다룬 영화인 셈이다. 물론 <다크 나이트>의 감독 작품이다 보니 두 눈이 황홀해지는 엄청난 볼거리와 경이적인 현대 건축물의 비선형적 해체장면을 목도하게 된다.
디카프리오, 아내를 잃고 가족을 꿈꾼다
영화의 배경은 ‘아마도’ 근(近)미래이다. 공중부양 택시가 떠다니거나 사이보그가 사람인양 숨을 쉬는 동네는 아니다. 코브(디카프리오)는 코볼이란 회사 소속의 최고 ‘인셉션’ 기술자이다. 그는 다른 사람의 꿈속에 침투해 그 사람의 생각을 훔칠 수 있는 특별한 스킬을 가지고 있다. 한 일본인 재벌(거대 기업가)의 꿈속에 잠입하려다 그 사람에게서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그가 노리는 다른 거대기업의 후계자 꿈속에 잠입하여 자신의 의도대로 기업합병을 막아달라는 것이다. 꿈속에 들어가서 속마음을 읽어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 그로 하여금 다른 경영상 중대결단을 이끌어내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조건은 코브가 자기의 집(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힘써주겠다는 것이다. 코브는 아내 살해범으로 쫓기는 신세였다. 코브는 날마다 꿈속에서 결코 만나볼 수 없는 어린 아들 딸을 쳐다만 봐야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아바타>의 감독 제임스 카메론의 엣 연인 캐슬린 비글로의 1999년 작품 <스트레인지 데이스>를 보면 특이한 장치가 등장한다. ‘스쿼드’라는 신경기억 흡수장치를 이용하면 다른 사람의 기억을 빨아들여 미니디스크에 옮겨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다른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기억, 해피한 과거일 수도 있고, 결정적 범죄의 순간이 기록되어 있을 수도 있다. <매트릭스>에서는 '니오'가 이 쪽 세상에서 가수면 상태에 빠지면 그의 뇌에 연결된 장치를 통해 저쪽 세상에서 쿵푸를 하고 영웅이 되는 것이다. 어? 그러고 보니 <아바타>에서도 말총머리가 이어짐으로써 소통의 연결고리가 된다.
디카프리오는 최고의 실력가들을 끌어 모아 팀을 구성한다. 목표물이 되는 사람의 꿈속으로 잠입한다. 나란히 누어서 이상한 기계장치를 사이에 두고 사이좋게 잠드는 것이다. 꿈속의 5분은 현실 세계에서는 훨씬 더 시간의 흐름이 길다. 디카프리오 팀은 목표물의 꿈속, 심층에 잠입하여 그(사람)의 꿈을 읽는 것이다. 영화가 단순하지 않다. 일당이 다섯이나 나올 필요가 없을 테니 말이다. 우선 대상을 끌어들여야한다. 납치를 하든, 약을 먹이든. 그래서 팀원에게는 약재사가 필요한 것이다. 단순한 마약거래상이 아니라. 그리고 가장 특이한 멤버는 디자이너이다. 공통의 꿈의 배경이 되는 공간을 마음껏 조작할 수 있다. 바로 설계사이다. 꿈의 내용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꿈의 공간적 배경을 설계한다. 국회의사당을 설계하여 그 속에서 난장판을 벌일 수도 있고, 4대강 운하 속에서 싱크로나이즈 수영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영화에서는 엄청난 볼거리를 제공한다. 기하학적 현대건물이 자유자재로 변신을 하고, 비오는 로스앤젤레스 거리에서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카 체이싱을 펼치기도 한다. 도쿄의 황홀한 야경도 조감해볼 수 있으며, 파리의 낭만적 카페거리가 산산조각 나는 세상도 꿈꿀 수 있다. 물론, 캐나다 캘거리의 설산에서 007스타일의 고전적 스키 액션도 볼 수 있다.
꿈꾸는 사람이 또 꿈을 꾼다. 그런데 그 속에서 또 꿈을 꾼다
디카프리오의 위험한 임무는 그의 목표물이 하필이면 액션 꿈만 꾼다는 것. 꿈속의 꿈은 점점 ‘하드’해진다. 그야말로 ‘증강’현실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설정은 이렇다. 꿈속에서의 뇌 활동은 평소의 10배가 되고, 꿈속의 꿈에서는 배가 된다. 이는 시간의 흐름으로 적용되는데 1단계에서의 10초는 2단계에서는 3분이 되고 3단계에서는 60분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실에서 누군가를 깨우지 않으면 저쪽 세상에서는 10년이고, 20년이고 계속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려야한다는 것이다.
콘셉트(시나리오)는 상당히 흥미롭다. 그런데 아이슈타인적 물리개념과 필립 K.딕 스타일의 상상력에 대해 너무 많은 설명체적 해설을 해준다. 그래서 실제 꿈의 복잡함보다 더 심오한 꿈의 세계에서 허덕이게 만든다. 마치 프로이드와 아이슈타인이 점심 메뉴에 대해 이야기할 뿐인데 “이펜로즈 계단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하게 되고, 무의식의 심층에서 자아와 림보 쟁탈전을 펼치는 것이다.”며 게임채널 스타일의 해설을 하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고. 이 영화를 세 번 보면 자연히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영화평은 듀나와 심영섭 씨(영화평론가)가 함께 해야 제대로 답이 나올 듯하다. 물론, 주석은 정재승 교수가 달아야하고 말이다. 7월 21일 개봉된다. (박재환,201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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