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환 2010.4.7.) 대세는 3D이다. 제임스 캐메런의 <아바타>가 가져온 후폭풍은 대단하다. 할리우드에서는 올해 수십 편의 3D영화가 쏟아진다. IT와 영상산업에서는 ‘우리가 아는 것 이상으로’ 앞서가고 있는 한국영화계에서도 발 빠르게 3D영화가 제작되고 있다. 삼성과 LG에서는 프리미엄급 TV시장 우위를 계속 지켜나가기 위해 올해에는 3D TV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방송계에서도 ‘적어도’ 뒤처지지는 않기 위해서라도 3D 콘텐츠 제작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즈음에 3D의 효용성과 발전가능성을 되짚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하필이면 그 대상이 <아바타>가 아니라, 진짜 애들 영화 - 그렇다! 디즈니영화이다! - <G-포스: 기니피그 특공대>란 영화이다.
이 영화는 작년 여름 미국에서 개봉되어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였고 최종적으로 1억 2천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3D영화 전체로는 당당 10위에 랭크되었다. (1위는 당연히 <아바타>이고, 그 뒤를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업> 등이다) 3D영화 <G-포스: 기니피그 특공대>를 통해 3D영화의 가능성과 한계를 살펴본다. 이 영화는 이달 중 한국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기니피그, 두더지, 지구를 구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 중에 <출동 원더팻>이 있다. (우리 애도 너무너무 좋아한다!) <출동 원더팻>은 정말 단순함의 극치이다. ‘진짜’ 햄스터가 등장하여 애벌레도 구하고, 비둘기도 구하고, 황소개구리도 구하고, 놀랍게도 돌고래도 구하고, 코끼리도 구한다는 내용이다. 아마도, 친근한 애완동물을 통하여 아이들의 사회성을 키우고, 희생정신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을 유아적 시각에서 적절히 완성시켰기에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G-포스 기니피그 특공대>는 TV애니메이션(?) <출동 원더팻>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마이더스가 초대형 스크린 판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것도 3D로 말이다. 제작은 초특급 영화의 대가 제리 브룩하이머이다. 배급은 디즈니계열 브에나비스타이다. 제리 브룩하이머가 누구냐고? <탑건>, <진주만>, <캐리비안의 해적> 등을 만든 사람이다. 그가 ‘햄스터’ 데리고 ‘트랜스포머’를 만든 셈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기니피그’이다. 엽기영화 좋아하는 영화팬이라면 ‘기니피그’가 끔찍하게 다가오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햄스터만큼 귀엽고, 앙증맞게 등장한다. FBI요원 벤은 기니피그 몇 마리로 최강의 공작조를 만든다. 이들 기니피그는 특수 장치로 인간과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신체적 특성(작고, 민첩하다!)을 십분 활용하여 비밀리에 목표지점에 잠입할 수 있다. FBI본부에서는 이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를 뒤엎을 생각이고(=기니피그를 쫓아낼 참이고), 벤은 그것을 막기 위해 이들도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미션 임파서블’을 지시한다. 세이버 컴퍼니 회장 집에 잠입하여 지구정복을 꿈꾸는 비밀공작 증거를 가져오는 것이다. 자, 기니피그는 <트루 라이즈>의 슈왈츠네거처럼, <미션 임파서블>의 이던 헌트처럼, 첨단 스파이 장비를 활용하여 잠입성공하고, 복귀에 성공한다. 하지만 관료적이며, 멍청한 FBI들에 의해 이들 특수 공작조는 해산되고 애완동물가게에 내몰린다. 하지만 좌절할 동물들이 아니다. 이들은 애완동물 가게의 우리를 탈출하여 지구평화를 위해 ‘비공식적으로’ 대활약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답게 액션 어드벤처로서의 스토리 라인은 탄탄하고, 브룩하이머 작품답게 액션 씬은 폭풍처럼 후반부를 장식한다. 인간(자동차)과 애완동물(비이클)의 도로 추격 씬은 그 나름대로 볼만하고, 전자레인지, 커피 메이커 등이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트랜스포머’는 막강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 점에서는 어린이동반 부모까지 시각적 만족과 영상적 즐거움을 충분히 제공한다. 하지만, 그게 3D영화라서? 지난 주 열린 기자시사회에서 보여준 <G-포스 기니피그 특공대>는 3D버전에 한국어 더빙이었다.
재미있는 어린이영화
<G-포스 기니피그 특공대>는 디즈니 영화답게 가족형 무비이다. 동료애, 형제애, 우정 같은 것을 느끼는 영화이다. 모험도 하고, 좌절과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 마지막에 모두가 해피해지는 그런 영화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미국 개봉 당시 평단의 호평을 받지는 못했다. 픽사 작품이 평단의 열화 같은 찬사를 받던 것과는 달리 그저 그런 디즈니 가족영화의 범주에서 적당히 흥행수익을 챙긴 영화로 취급받은 것이다. 3D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런 평가는 직접 영화관에서, 혹은 극장개봉 사실이 무색하게 곧 풀릴 것으로 보이는 DVD나 (이미 풀려버린) 불법 동영상으로 어느 정도 공감을 가질 것이다.
2D와 3D의 차이
똑똑한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아바타>이후, 아니 그 이전부터 3D영화에 뛰어든 것은 단 한 가지 이유이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바타>를 비롯한 3D영화들의 입장료가 얼마인지를 생각한다면 말이다. 영화사들, 그리고 그들보다 극장주들이 더 먼저 3D를 요구하는 것이다. <아바타>가 그 선두에서 열심히 붐업을 조성해 주었다.
3D는 사실 사람의 왼쪽과 오른쪽 눈의 시각인식의 물리적 제한에서 오는 착시현상이다. 카메라 두 대를 동시에 찍어 그 화면을 겹쳐 보이게 영사하면, 인간들은 특별한 안경장치를 통해 마치 튀어나오는 듯 한 입체영상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제임스 카메론이 개발한 것도 아니다. 이미 100년도 더 전에 그 원리가 ‘발견’되었고, 수많은 입체영상 감상 장치가 ‘발명’되었으며, 영화발전과 함께 그리고 TV와의 경쟁을 통해 ‘3D입체영화’가 대중화된 것이다. 1953년 미국에서 첫 장편 3D영화 <Bwana Devil>이 나온 것도 그런 TV와의 경쟁, 새로운 영상방식의 모색 등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이 영화 이후 미국에서는 한동안 입체영화 붐이 일었다. 하지만 일시적 유행이었다. 그리고 이후 입체영상 방식은 유원지의 깜짝쇼에서나 볼 수 있는 진기한 볼거리로 전락한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 또 한 번 잠깐 입체영화 붐이 일었다. 물론 그것도 잠깐이었다. 일단 3D영화 제작비가 일반 영화제작비에 비해 너무 고비용이란 것. 그리고 그렇게 비싸게 찍어도 상영할 영사시스템이 갖춰진 극장이 제대로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3D는 ‘영화산업의 미래, 극장산업의 미래’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대중화가 안 되었던 셈이다. 그러다가 2009년 말, <아바타>가 등장하며 그런 기우와 우려를 단박에 날려버린 것이다. 30년 만에 찾아온 또 한 번의 유행일 뿐인지, 아니면 진짜 영상혁명인지는 지금으로선 예단하기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는 영화사도, 극장도, TV업체도 모두가 ‘3D영화가 성공하길’ 기원하다는 것이다. 돈이 되니 말이다. 산업적으로!
3D로서의 G-포스
그 동안 흥행에 성공한 3D영화는 애니메이션이 대부분이다. 우선 실사영화보다는 만들기가 쉽기 때문이다. 공통점은 판타지 영화라는 것이다. 3D영화에서라면 사람들은 자기 앞으로 무언가가 휙- 휙-- 날아오는 자극을 기대하고, 그것을 확인하는 것이 관람의 주포인트이다. 그래서 총알이 날아오거나, <T2>에서 예리한 금속성 손가락 침이 두 눈의 미간 정중앙을 찌르는 것에 기겁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단지 그 3초를 보기 위해 3D를 보진 않을 것이다. 장기적으론 말이다. 모든 영화에서는 그런 돌출형 이벤트가 반드시 포함되어 있기 마련이고, 자연풍광을 배경으로 인간이 등장하든 비행기가 가로지르든 3D효과는 일상적인 영상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런데 <G-포스 기니피그 특공대>를 굳이 3D로 볼 필요는 있을까? 몇 번 튀어나오는 폭탄 파편과 쏟아지는 쓰레기더미에 “악악” 고함지르는 것이 실사영화보다 더 감동과 재미를 안겨주는 것일까? 글쎄올시다~
영화의 미래
어쩌면, 우리는 ‘3D’에서 망치가 튀어나와 우리의 머리를 강타하여 코피를 쏟아내는 ‘리얼 익스피리언스’를 기대하고 있는지 모른다. 100여 년 전, 뤼미에르 형제가 <역에 도착하는 기차>를 영화로 찍어 카페에서 사람들에게 “이게 영화요”라며 공개하였다. 그 당시 사람들은 연기를 뿜고 다가오는 기차영상에 혼비백산했었다. 귀가 예민한 사람은 <레이더스>에서 해리슨 포드를 향해 날아오는 원주민의 화살소리에 깜짝 놀랐었다. 이제는 안경만 쓰면, 적절한 AV장비만 있으면 2차 대전 한복판에 내던져지고, 아프리카 사자 무리 속에서 진땀 흘리는 것이다.
3D 다음으로 4D, 5D.... 열심히 개념을 만들고 있다. 아마도 최종 단계는 눈을 감고, (<스트레인지 데이즈>에서처럼) 뭔가 뇌에 직접 연결된 장치를 통해 어너더 월드로 접속/ 동참하는 것이리라.
참, <G-포스 기니피그 특공대>는 ‘전체관람가’ 어린이 영화이다. 이 점 절대 명심하고. (박재환 2010.4.7)
[인셉션] 천재를 위한 바보 같은 영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Inception, 2010 ) (1) | 2010.07.14 |
---|---|
[나잇 & 데이] ‘선남선녀’ 톰 크루즈와 카메론 디아즈 (0) | 2010.07.05 |
[대부] 어제의 클래식, 오늘의 콘텐츠 (0) | 2010.05.20 |
[로빈 후드] 왕, 봉건영주, 전쟁, 그리고, 화살꾼 (1) | 2010.05.13 |
[허트 로커] 이 군인, 미쳤다! (1) | 2010.04.29 |
[무법자/아웃로] 팻 개럿과 빌리 더 키드. 혹은 하워드 휴즈와 제인 러셀 (1) | 2010.03.22 |
[닌자 어쌔신] 비의 이 영화, 잔인하다 (1) | 2009.11.18 |
[2012] 지구 종말의 날을 즐겨라! (롤런드 에머리히 감독 2012, 2009년) (0) | 2009.11.04 |
[디스 이즈 잇] 지상 최대의, 그리고 ‘마지막’ 쇼 (2) | 2009.10.28 |
[허트 로커] 이라크 전 폭발물해체팀원의 트라우마 (1) | 2009.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