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ed by 박재환 1999-12-?] 연초 CNN에서는 헐리우드 디지털 영화의 미래에 대해 보도한 적이 있다. <타이타닉>의 제임스 카메론이나 <쥬라기공원>의 스티븐 스필버그, 그리고 픽사의 디지털 팀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한 것이 미래의 영화가 결코 디지털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일반 영화팬들은 CG의 끝없는 발달과 첨단과학 기술의 가능성에 의지하여 곧 마릴린 몬로와 제임스 딘이 공연하는 초특급 SF가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21세기형 영화감독이란 것이 e 메일 주소를 갖고 있다거나 디지털에 대해 좀더 긍정적인 자세를 갖고 있을 뿐이지, 결코 미래의 영화란 것이 디지털이란 괴물로 인간의 몸과 마음, 그리고 상상력을 대체해 버린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제 아무리 스케일이 크고, 말도 안 되는 영상이 펼쳐지더라도 인간은 그러한 외적 화려함에 만족하지는 결코 않으리라는 것이다. 주제는 다시 처음으로. 바로 스토리이다. 두 시간 남짓한 영화에서 관객을 철저히 옭아메는 스토리 라인과 적당한 시간 안배로 진실이 드러나는 깜짝 쇼, 주인공의 헌신적 자세, 이교도와의 사랑, 절망 속에 피는 가느다란 희망의 빛.... 이런 것들이 그래도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장치인 것이다.
여기 그런 디지털 기술의 외피에 둘러싸인 영화 한편이 나왔으니 바로 생쥐가 인간세계에 입양되어 펼치는 휴먼(?)드라마 <스튜어트 리틀>이다. 톱 스타들의 개런티를 넘어서는 막대한 디지털 제작비와 감탄을 절로 자아내게 하는 디지털 예술이 만들어낸 생쥐 한 마리는 이제 더 이상 영화가 현재의 예술이며, 인간의 드라마임을 부정하고 있다. <동물의 왕국>이 자연 그대로의 감동이라면 이제 가짜 <동물의 왕국>이 디지털 그대로의 감흥을 안겨준다.
영화에서 특히 감탄스러운 것은 보트 레이스 장면과 고양이무리와 생쥐의 목숨을 건 추격전 장면이다. 이 영화에서 <프렌치 커넥션>만큼이나 신나게 달린다.
미국 어린이들이 자라며 평균적으로 듣게 되는 동화 중에 E.B.화이트의 <스튜어트 리틀>이란 게 있단다. <식스 쎈스>로 전 세계 영화팬들을 그야말로 깜짝 놀래켰던 M.나이트 샤말란이 대본을 써고 <라이언 킹>의 롭 민코프가 감독을 맡아 신나는 모험활극을 펼친다. 이 새앙쥐는 뉴욕의 한 평균적인 가정에 입양된다. 그를 기다리는 것은 그를 달갑잖게 생각하는 꼬마와 하루아침에 찬밥 신세가 된 고양이다. 이야기가 여기까지 오면 이 영화는 영락없는 <디즈니 가족극장>이 된다. 이제 이들 서먹서먹했던 가족들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서로를 이해하게되고, 서로를 아끼고, 마침내 가족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미국적 가족의 의미이며, 헐리우드 영화의 공식인 것이다. 여태까지와 다른 점이 있다면, 동물 -쥐새끼-마저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래 전 미국에서 독신으로 살던 사람이 남긴 유언은 자신의 모든 재산을 고양이에게 물려준다는 것이었다. 아마 그런 유언이 나올 정도라면 이런 드라마도 전혀 얼토당토한 것만은 아니리다. 그러나, 건전한 백인 가족의 마냥 해피한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네 시궁창의 지저분한 쥐새끼가 생각나서 서글프다. 영화는 영화일 뿐인데 말이다.
어쨌든 이런 영화도 미국 박스 오피스 정상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은 미국 영화팬들의 다양한 입맛, 혹은 가족 중심적 가치관의 승리 아니겠는가. 우리에게도 온 가족이 모두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나왔음 한다. (박재환 199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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