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리뷰(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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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해적, “그래 네가 넘버 투다”
올 여름 극장가만큼이나 흥행대전이 치열했던 적은 없었다. 그것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은 뒷전이고 한국영화들끼리 이렇게 화제가 된 적은 더더욱 없었다. ‘지리산 웨스턴’이라는 유별난 민중봉기(!)를 소재로 다룬 ‘군도:민란의 시대’가 스타트를 끊었고 뒤이어 영원한 민족영웅 이순신장군의 ‘필사즉생’의 영화 ‘명량’이 극장가를 완전장악했다. 그리고 연이어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라는 순전히 오락영화의 본령에 충실한 영화가 개봉되어 극장주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어느 것을 걸어야 더 많은 관객을 불러들일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해적’은 용케도 ‘군도’와 ‘명량’이 이야기하고자한 것을 다 이야기할 뿐 아니라, 그것이 갖추지 못한, 그 어떤 것까지 용해시켜 영화팬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명나라가 새로 개..
2014.08.29 -
[명량] 이순신 장군의 심정으로…. (김한민 감독 ROARING CURRENTS 2014)
박시백의 ‘만화 조선왕조실록’ 같은 우리나라 역사서를 읽다보면 머저리 같은 임금에 등신 같은 신하들, 그리고 그런 상전에게 전혀 신뢰가 없던 백성들이 어울러 살던 조선이 “왜 하루라도 일찍 망하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조선 선조 때가 대표적이다. 임진왜란을 앞두고 일본을 다녀온 통신사들이 조선은 물론 명을 칠 준비를 차곡차곡 진행하던 일본에 대해 정세분석이랍시고 내놓았다는 논쟁의 극한이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쥐같이 생긴 몰골로 두려워할 만한 인물이 못 돼 보입니다”였으니. 어쨌든 일본은 쳐들어왔고 불쌍한 백성들만 도륙된다. 그리고 잠깐의 수습기간. 어이없게도 이순신은 쫓겨나고, 고문당하고, 백의종군한다. 그리고 또 다시 왜군이 쳐들어온다. 정유재란이라고도 하고 임진왜란의 연장이라고도 한다. 바로..
2014.07.30 -
[리뷰] ‘신의 한 수’, 사각의 링
‘바둑’은 참여하는 사람에게 적극적이며 전략적인 사고를 요하는 유희이다. 가로 세로 각각 19줄이 그어진 딱딱한 바둑판 위의 361개 교차점에 흰색과 검은색 돌을 번갈아 놓아 최종적으로 ‘차지한 집’의 많고 적음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아마도’ 중국에서 처음 개발되어 ‘적어도’ 2천 년은 되었을 인류의 문화적 게임이다. 지난 2010년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선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스포츠이기도 하다. 그런 바둑을 소재로 영화로 만든다면 은행금고를 노리는 하이테크 갱들의 치밀한 두뇌게임을 연상할지 모른다. 그런데 지난 주 개봉된 한국영화 ‘신의 한 수’는 예상 밖으로 ‘육체와 육체’가 맞부딪치는 액션영화로 세상에 등장했다. 근사한 전략적 포석과 치열한 수 싸움은 없다. 대신, 기원에서 펼쳐지는..
2014.07.10 -
[리뷰] 도희야, 유유상종 혹은 동병상련
도희야, 유유상종 혹은 동병상련 정주리 감독의 데뷔작 ‘도희야’는 많은 이야기를 담은 것 같지만 단 한 가지 감정을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영화이다. 상처받은 영혼을 어루만져줌으로써 자신의 영혼도 치유된다는 것을. 너무나 힘든 삶을 사는 두 영혼의 어울림이 영화의 전편을 묵직하게 울려준다. 여학생 김새론, 여경 배두나를 만나다 생수통의 물을 글라스에 따라 벌컥벌컥 마시고 있는 영남(배두나)은 바닷가 파출소 소장으로 새로 부임해온다. 노인네밖에 없는 외딴 바닷가마을에 사건사고란 것이 뭐 있으리오. 거의 유일한 젊은 남자 용하(송새벽)는 불법체류 동남아 노동자를 데리고 바다 일을 시킨다. 이 평화로운(?) 마을에서 영남은 도희(김새론)를 만난다. 한밤에 울면서 뛰어가는 도희를, 그리고 친구들에게 맞고 있는 도희..
2014.05.23 -
[리뷰] ‘인간중독’ 지상에서 영원으로 1969년 버전
오래 전 이미숙과 이정재의 아찔한 사랑이 담긴 영화 ‘정사’의 시나리오를 썼던 남자, ‘방자전’과 ‘음란서생’으로 재밌는 사극을 만들었던 남자. 바로 그 남자 김대우 감독이 이번엔 1969년의 군(軍) 관사로 시선을 돌린다. 그것도 베트남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른 1969년. 신록이 푸르던 어느 여름날부터 펼쳐지는 은밀하고도 불안스런 영관급 장교의 불륜드라마이다. 한류스타 송승헌과 미지의 신인 여배우 임지연의 뜨거운 만남은 진작부터 화제가 되었다. 김진평 대령, 종가흔을 만나다 월남전에서 놀라운 무공을 세웠고, 군단장 장인어른의 백 그라운드까지 있는 김진평 대령은 지금 너무나 평화롭고 고즈넉한 곳에 자리 잡은 교육대대의 부대장이다. 주위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그이지만 월남전의 악몽으로 불면과 공황장애에 시달..
2014.05.14 -
[표적] 광수대의 개들 (창감독 2014)
(박재환, 2014. 5.8) 살인범으로 의심되는 총상 환자가 병원으로 실려 왔고 강력계 형사와 광역수사대가 잠깐 관할권 다툼을 한다. 범인을 제때 잡아 인질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까. 지금 극장가에서는 ‘창감독’의 액션물 ‘표적’이 개봉되어 현빈의 ‘역린’과 함께 쌍끌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 누가 악인인가 비가 추적거리며 내리는 어느 날 밤. 한 낡은 빌딩에서 한 남자가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 이 남자는 총을 맞았고 겨우 도로로 도망 나왔다가 달리는 차에 친 뒤 병원으로 옮겨진다. 용병으로 단련된 여훈(류승룡)이란 사람이다. 그 빌딩에선 누군가가 살해되었고 여훈이 살인용의자가 된다. 병원에서 여훈을 응급조치한 의사 태준(이진욱)에겐 뜻밖의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눈앞에서 만삭..
2014.05.08 -
[리뷰] 역린, '죄인의 아들, 정조를 죽여라!
조선 22대 임금 정조가 다시 한 번 극화되었다. 이번엔 현빈이 정조를 맡은 영화 ‘역린’이다. 아버지 사도세자가 뒤주 속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고, 숨죽인 듯 살아서 마침내 용좌에 올랐던 인물 정조. 아버지가 그렇게 비명횡사했듯 정조 또한 세손시절부터 늘 죽음의 위협에 시달려야했다. 영화 ‘역린’은 정조 이산(李祘)이 왕의 자리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발생한 ‘정유역변’의 이야기를 다룬다. ‘정유역변’은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1777년 7월 28일 밤, 정조의 서고이자 침전인 경희궁 내 존현각(尊賢閣)에서 발생했던 암살미수를 말한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지, 그리고 기타 여러 사료에 그 내용이 실려 있다. 물론, 영화에서는 훨씬 많은 상상력과 설정이 동원된다. 정조를 죽이려는 자 vs. 정조 ..
2014.04.24 -
[레바논 감정] 지푸라기 인간 (정영헌 감독,2013)
작년(2013년) 전주국제영화에서 상영된 후 호평을 받고 곧바로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 참가하여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 있다. 정영헌 감독의 ‘레바논 감정’이란 독립영화이다. 충무로에서 조감독으로 현장실력을 다지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나온 정 감독의 극영화 데뷔작이다. 영화제목 ‘레바논 감정’은 시인 최정례가 2005년에 발표한 시의 제목이다. 정 감독은 그 시를 읽고는 강한 영감을 받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렇게 자신의 데뷔작 제목으로 삼은 것이다. 영화 내용에 어울리는 멋진 제목이긴 하다. 남자, 여자와 만나다 어머니 기일을 맞아 헌우(최성호)는 납골당을 찾는다. 무슨 사연인지 몰라도 헌우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여전히 애통해한다. 비틀거리듯 초점 잃은 눈빛의 헌우는 선배의 집에 잠시 머무르게 된다. ..
2014.02.28 -
찌라시:위험한 소문, ‘카더라와 유비통신의 신뢰도는?’
찌라시:위험한 소문, ‘카더라와 유비통신의 신뢰도는?’ 2005년 무렵,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연예인 100여 명의 실체라는 이른바 ‘연예인 엑스파일’ PPT문서가 인터넷에서 나돌았다. 삼성정치비자금 폭로파일이라도 이만큼은 인구에 회자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남의, 특히 스타에 대해서라면 호기심을 갖고 귀를 쫑긋 세운다. 당연히 KBS 9시 뉴스에도 안 나오고, 연예가중계에도 안 나오고, 디스패치에서도 사진 찍기 못한 그런 은밀한 이야기를 누군가 처음으로 목격하고, 또 친절하게 6하 원칙에 따라 '믿을만하게 기사화되어' 유통이 시작되더니 어떻게 하면 하룻밤 지나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아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찌라시 위험한 소문'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라이징 스타..
2014.02.20 -
[또 하나의 약속] 황유미 vs. 삼성
세상에 분명히 존재하는 사실과 그것을 애써 감추려하는 자들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놀랍게도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알 수 없는 병으로 쓰러져 죽어간 사람의 한 맺힌 투쟁기이다.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것도 놀랍지만, 기어코 극장에 내걸려 관객들의 주목을 받는다는 것이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영화가 보여주고 들려주고 알려주고 싶어 한 바로 그 이야기를 소개한다. 믿을 수 없다면 ‘추적 60분’을 찾아보거나 기사를 검색하거나 극장으로 가서 이 영화를 직접 꼭 보시라 권하고 싶다. (상영관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고등학교를 나온 뒤 곧바로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한 뒤 1년 8개월 만에 알 수 없는 병으로 시름시름 앓다 결국 2007년 3..
2014.02.07 -
용의자, ‘시효인간’ 공유
지난 연말에 개봉되어 '변호인'의 흥행 돌풍에 밀려 관람 후순위로 밀린 영화가 있다. 원신연 감독의 '용의자'이다. 이미 와 등 남파된 북한 특수공작원의 실력과 속사정을 충분히 보아왔기에 "또 무슨 간첩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공유’라는 배우가 가지는 아우라와 영화 속 '자동차 추적 씬'에 대한 입소문 덕에 만만찮은 흥행력을 보여주고 있다. 2014년 북한의 정세만큼 다이내믹한 '용의자'를 한 번 보자. 공유, 북한에서 버림받고 남한에서 표적이 되다 공유가 연기하는 지동철은 서울에서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그의 숨겨진 과거와 현재 그가 처한 상황은 영화 초반에 다 드러난다. 그는 한때는 날리던 북한의 최정예 특수공작원. 귀신같은 솜씨를 자랑하던 그였지만, 그가 목숨 바쳐 충성하고자 했던 조국으..
2014.01.22 -
[청야] 1951년 1월 거창 겨울골짜기 (김재수 감독 2013)
몇 년 전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심각하게’ 토론회를 가졌을 만큼 용어정리/개념정립이 안 된 것이 있다. 바로 ‘일군의 독립영화들에 대한 명칭문제’이다. ‘독립영화’란 것이 ‘충무로 거대자본의 스튜디오에 종속되지 않은 저예산영화’를 일컫는 말이긴 한데 딱 들어맞는 말은 아니다. 수입영화의 경우 예술영화, 인디영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요즘와서는 ‘다양성영화’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인다. 여하튼, 송강호가 나오고 CJ가 만든 영화가 아닌, 지루한 영화, 혹은 감독이 생업(?)을 포기하고 뭔가 주제의식을 전하려 6밀리 카메라로 고생하며 찍은 의식 있는 영화를 일컫는다. 아닐 경우도 있겠지만 말이다! 최근 나온 이런 영화들은 주로 정치적이거나 논쟁 지향적이다.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나, ‘천안함 프로젝트’..
2013.12.26 -
[변호인] 노무현이 아니라 송강호의 영화 (양우석 감독 The Attorney,2013)
변호인, 노무현이 아니라 송강호의 영화 작년 12월 19일, 온 나라를 둘로 쪼개놓을 듯 한국을 뒤흔든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때부터 딱 1년이 지난 바로 그날, 12월 19일에 정치색 짙은 영화 한 편이 개봉된다. ‘변호인’(양우석 감독, 제작 위더스 필름)이란 영화이다. 개봉도 되기 전부터 이 영화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담은 영화로 널리 알려졌다. 줄거리도 대강 노출되었다. 1980년대 초 부산에서 세무전문변호사로 이름을 떨치던 ‘학벌 낮은’ 송우석 변호사가, 어떻게 빨갱이로 내몰린 대학생의 변론를 맡게 되면서 당시 전두환 정권의 용공조작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명백히 ‘부림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의외로 빨리 만들어진 ‘노무현 대통령의 영화’이고, 예상..
2013.12.13 -
[잉투기] 찌질이들의 파이트클럽
[잉투기] 찌질이들의 파이트클럽 ‘잉여’(剩餘)라는 단어는 사실 일상생활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단어이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배고픈’ 우리나라 사람에게 먹을거리로 (남은) 밀가루나 분유 등을 주었을 때 ‘잉여물자 공여’라는 말로 사용될 때가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된 예일 것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인터넷사회가 되면서 ‘잉여’라는 말이 ‘찌질이’,‘마이너’라는 개념으로 널리 사용된다. 경제적 의미에서 사회적의미로 확장/재발견된 사례일 것이다. 여하튼 최근 개봉된 영화 ‘잉투기’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감독은 “-ing’와 ‘투쟁기’를 합쳐서 ‘여전히 싸움이 진행 중이다’라는 다이내믹한 의미로 ‘잉투기’라 지었단다. 그런데 어느 모로 보나 이 작품은 인터넷 잉여인간들의 머저리 같은 ‘쌈박질’을 다룬..
2013.11.22 -
[영화 롤러코스터 리뷰] 하정우, 멀미나겠네
영화‘배우’에겐 영화‘감독’에 대한 어떤 로망이 있는 모양이다. 수십 년 영화를 찍다보면, 그리고 연기분야에 있어서 일가를 이뤘다는 소리를 듣게 되면 “나도 한 영화 찍을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욕심이 생기는 모양이다. 감독이 뭐 대단한 것이라고 배우도 영화를 잘 알 터이고 연기에 대해선 감독보다 더 잘 디렉팅할 수 있을 것 같다. 감독이 배우 연기하는 것만큼, 배우도 감독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연출에 대한 욕심이다기 보다는 자기작품에 대한 욕심 때문일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로버트 레드포드도 감독에 대한 열정으로 성공했다. 서부극만 찍던 존 웨인도 서부영화 감독을 했다. 믿거나 말거나 이연걸도 영화감독을 딱 한 편 했었다. 물론 액션영화.(▶중화영웅 리뷰보기) 이번에 한국에서 하정우가 영화감..
2013.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