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리뷰(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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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1938년, 케이죠(京城) 쇼조(少女) 사라지다 (이해영 감독,2015)
1938년의 한반도 풍경을 상상만이라도 해볼 수 있는 영화가 한 편 개봉된다. ‘천하장사 마돈나’와 ‘페스티발’이라는 독특한 영화를 만들었던 이해영 감독의 세 번째 감독 작품이다. 만약 그 두 영화를 봤다면 이번 영화도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박보영이 ‘늑대소년2’를 찍은 것은 아니니 말이다. 1938년 녹음이 푸르른 어느 여름날, 세단차 한 대가 수풀 우거진 산길을 달려 경성에서 가까운 한 요양학교에 들어선다. 계모의 손에 이끌린 주란(박보영)은 소녀들만 있는 학교에 편입한다. 처음엔 폐병 환자처럼 쿨럭이던 주란에게 교장(엄지원)은 매일 아침 주사를 맞힌다. 모든 학생들은 건강해진다는 약을 먹고, 체육시간에는 멀리뛰기를 한다. 잘 달리고 멀리 뛰는 우수학생에게는 일본유학이라는 달콤한 약속도 주..
2015.06.17 -
[못] 죄와 벌 (서호빈 감독 2013)
KBS독립영화관 2015년 6월 16일 방송분 리뷰 16일 밤 12시 30분, KBS 1TV에서 방송된 KBS독립영화관 시간에는 서호빈 감독의 2013년도 작품 ‘못’이 방송될 예정이다. ‘못’은 부산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영화사 새삶’이 만든 독립영화로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서 상영된 작품이다. 한국독립영화답게 낯선 연기자들이 출연하여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를 전달한다. 영화는 시골 읍내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어느 고등학교 3학년의 겨울방학 바로 전날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10대의 마지막방학을 앞두고 담임은 공자같은 잔소리를 한다. “실수는 되돌릴 수 있기 때문에 실수라는 거야. 하지만 실수를 감추면 더 이상 실수가 아니야. 분명히 나쁜 일이고 잘못된 일이다..
2015.06.17 -
무뢰한 (오승욱 감독,2015)
[무뢰한 리뷰] 못난 사랑 '무뢰한' ‘무뢰한’을 감독한 오승욱 감독은 서울대 미대(조소과) 출신이다. 그렇다고 그의 작품에서 유려한 미장센을 먼저 논할 필요는 없다. 미술 대신 영화가 좋아 박광수 감독의 ‘그 섬에 살고 싶다’(93) 연출부를 거쳐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97) 조감독을 했다. 심은하가 출연한 멜로 ‘8월의 크리스마스’(98)의 각본도 썼고, 마침내 지난 2000년에 하드보일드 액션 ‘킬리만자로’로 영화감독 데뷔전을 치른다. (전국 관객은 겨우 9만 5천 명!) 그리고 15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감독작품이 바로 이 ‘무뢰한’이다. 15년의 세월이 걸린 것은 그만큼 충무로에서 작가주의 영화, 혹은 장르영화를 제대로 만든다는 것이 어렵다는 말일 것이다. 몇 번의 좌절 끝에 전도연과 ..
2015.06.03 -
[들개] 변요한-박정민 누가 ‘들개’인가 (KBS독립영화관 6/2)
KBS독립영화관 2015.06.02 화요일에서 수요일로 넘어가는 날, 밤 12시 35분에 KBS 1TV에서 방송되는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아니 대한민국 극장에서 만나보기 어려운 영화들이 주로 편성, 방영되고 있다. 늦은 시간까지 기다리고 있으면 재기발랄한 인디영화계의 새 얼굴을 만나볼 수 있는 기쁨이 주어진다. 오늘 밤(2015.6.2) 방송되는 작품 ‘들개’도 그러한 발견의 기쁨이 있는 ‘독립영화’이다. ‘들개’는 작년 봄에 극장에서 개봉된 김정훈 감독의 작품이다. 독립영화답게 혼자서 각본과 편집까지 해치운다. ‘들개’는 두 주연배우의 케미가 폭발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정구(변요한)는 고등학생 시절 ‘과학적’ 사고를 친 전력이 있다. 꼴도 보기 싫은, 폭력적인 선생 하나를 응징..
2015.06.02 -
[결정적 한방] 대한민국 판타지 정치드라마 (박중구 감독)
KBS독립영화관 2015.4.22 오늘 밤 자정을 지난 야심한 시간에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충무로에서는 잘 만들어지지 않는 장르에 속하는 ‘정치(적 소재를 다룬) 영화’가 한편 방송된다. 박중구 감독의 ‘결정적 한방’이라는 작품이다. 아마, 제목만 봤을 때는 ‘코미디’ 아니면 ‘케이프 무비’ 쯤으로 생각될 영화이다. 내용은 평생을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으로 몸 바친 4선 국회의원이 대한민국 장관이 되어, 부정부패비리로 얼룩진 대한민국을 순수한 열정 하나로 올바르게 만들어보려고 ‘용을 쓴다’는 내용이다. 그야말로 2015년 대한민국 상황에서 보자면 판타지 영화임에 분명하다. KBS사극 ‘정도전’에서 이성계 역을 맡아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중견배우 유동근은 이 영화에서 ‘시대가 원하는 정치인, 우리가..
2015.04.22 -
[보호자] 랜섬 게임(유원상 감독 Guardian,2013)
KBS독립영화관 2015년 4월 14일 방송 어제 밤 KBS 1TV 시간에는 보기에 따라 굉장히 잔인한 영화 ‘보호자’가 방송되었다. 영화 ‘보호자’는 유원상 감독의 2014년 작품이다. 평범한 가정의 초등학생 딸이 유괴되면서 그 가족이 겪는 불안과 공포를 극대화한 작품이다. 놀라운 것은 전화기 넘어 들러오는 유괴범의 요구사항이다. “딸을 무사히 돌려받고 싶으면 다른 아이를 유괴하라!”라는 것이다. 이제 자신의 딸을 되찾기 위해 아버지는 ‘옳고 그름’을 생각할 틈도 없이 극한의 선택에 내몰리게 된다. 아담한 꽃집을 운영하는 전모(김수현 분)는 아내와 딸, 아들과 함께 여느 가정처럼 행복하게 산다. 어느 날 학원에 갔어야 할 딸애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걸려오는 전화 한통. “당신 딸, 내가 데리고..
2015.04.15 -
[이쁜 것들이 되어라] KAFA 독립영화 (한승훈 감독 2014)
KBS독립영화관 2015년 4월 7일 방송 어제 KBS 1TV 시간에는 한승훈 감독의 ‘이쁜 것들이 되어라’가 방송되었다. 이 영화 독립영화 맞다. 작년 이맘 때 KAFA(한국영화아카데미)작품으로 ‘들개’(김정훈 감독), ‘보호자’(유원상 감독)와 함께 기자시사회를 갖고 영화 팬을 찾았었다. ‘이쁜 것들이 되어라’는 사랑스런 작품이다. 남자주인공 한정도(정겨운 분)는 한 마디로 ‘찌질하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위인이다. 비록 서울대 법대를 나온 사시준비생이지만 말이다. 사연은 이렇다. 초등시절, ‘타이거 맘’의 표본이라고 할 엄마의 성화에 ‘공부, 공부, 또 공부’에 내몰린다. 물론, 주인공이 되돌아보는 회상 씬은 조금 다르다. 어린놈이지만 예쁘고, 섹시하고, 짧은 스커트에 가슴골 깊이 파인 과외선생..
2015.04.15 -
[조난자들] 강원도 펜션 서스펜스 (노영석 감독 Intruders, 2013)
KBS독립영화관 2015.3.17 오늘(2015.3.17) 밤 12시 30분, KBS 1TV 시간에는 가슴이 오싹해지는 스릴러 영화 한편이 방송된다. 지난 2008년 독립영화 ‘낮술’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노영석 감독이 다시 한 번 제작/감독/각본/음악 등 혼자 재주를 다 부린 스릴러 ‘조난자들’이다. 이 영화에는 TV드라마 ‘미생’에서 얄미운 하 대리 역으로 얼굴이 알려진 전석호가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조난자들’은 한겨울, 눈 덮인 강원도 어느 산장(펜션)에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찾아온 한 남자가, 고립된 곳에서 전혀 반갑지 않은 인간들을 차례로 만나면서 펼쳐지는 불쾌하고, 불안하며, 위험한 하룻밤 이야기가 펼쳐진다. 상영시간 99분 내내 단 1초도 그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흡입력이 대..
2015.03.17 -
[리뷰] 살인의뢰, “우리들의 불행한 시간”
[리뷰] 살인의뢰, “우리들의 불행한 시간” 흉악범은 자신이 저지른 죄에 해당하는 무거운 벌을 받아야한다. 인륜을 저버린, 도저히 인간이 저지른 짓이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는 죄를 지은 자들은 마땅히 극형을 받아야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된 것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 임기를 두 달 남겨둔 1997년 12월 30일이었다. 이날 그동안 집행이 미뤄진 사형수 23명이 한꺼번에 교수형 당했다. 이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 까기 그 어느 법무부장관도 사형집행을 결재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는 국제엠네스티가 인정한 ‘사형제도는 폐지되지 않았지만’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하고 있단다. 현재 사형판결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된 자는 58명에..
2015.03.16 -
[리뷰] 순수의 시대, ‘세 남자와 한 여자’
이안 감독의 영화 ‘색,계’(色,戒 Lust,Caution)는 제목부터 철학적이었다. 더군다나 중간에 ‘쉼표(,)’를 넣은 것은 뭔가 한 단계 더 생각하게 만든다. 내일 개봉하는 안상훈 감독의 ‘순수의 시대’는 제목부터 문학적이다. 게다가 이방원이 일으킨 ‘왕자의 난’을 다룬다니 뭔가 근사한 작품이 나올 것도 같다. 그런데 이 영화는 제목부터 관객을 단단히 속인다. 아무리 보아도 순수하지 않은 캐릭터가 치명적이지도 않은 사랑이야기를 펼치기 때문이다. ‘순수’의 상징은 주인공 김민재 장군(신하균)일 것이다. 여진족 어미의 소생으로 정도전이 거둬 키운 민재는 정도전의 승승장구와 함께 태조 이성계의 오른팔이 될 정도로 출세가도를 달린다. 강골 무사 기질의 그에게 태조가 직접 자신의 왕권과 조선의 운명을 부탁할..
2015.03.04 -
[리뷰] 연애의 발견 이승기와 문채원이 연애를 한다면...
오늘의 연애, ‘밀당의 가치’ 젊은 사람들의 연애 방정식은 정해져 있다. 최근 개봉된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에서도 확인(!)된 바이지만, 적정연령에 도달한 청춘남녀는 생물학적으로 이성에 끌리게 되고, 각자의 재능이나 현재수준에 맞게 작전을 짜고, 없는 시간과 돈마저 투자하여 상대의 마음을 끌어당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 그러고는 마침내 소기의 목적을 이루는 것이다. 물론 이런 표준화된 정석보다는 찰라적 선택의 성과담이 주위에 넘쳐난다. 보통 “그놈이 술이 웬수”거나 “불타는 금요일밤의 추억”으로 연애가 완성된다. ‘죽어도 좋아’(02), ‘너는 내 운명’(05), ‘내 사랑 내 곁에’(09) 등 범상치 않은 남녀의 이야기를 그려낸 박진표 감독이 이번에는 요즘 젊은 사람들의 연애의 모습에 눈을..
2015.01.15 -
[리뷰]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리뷰] 님아, 그 강을 '혼자' 건너지 마오 서로 사랑하여, 서로 인연이 되어 부부의 연을 맺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운명의 시간은 얼마나 될까. 백년해로(百年偕老)라고는 하지만 한 남자가 한 여자를, 한 여자가 한 남자를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하고, 같이 삶을 마무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문학적 수사일 뿐이리다. 그런데 최근 개봉된 영화 한 편이 블록버스터 공세 속에서 그야말로 아날로그적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바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독립영화이다. 영화는 강원도 횡성군 산골마을에 사는 조병만 할아버지와 강계열 할머니의 오순도순 백년해로극이다. 지난 2011년 KBS 인간극장에서 ‘백발의 연인’으로 소개된 커플-노부부이시다. 두 분의 러브스토리가 얼마나 리얼하냐면 실제 나이가..
2014.12.29 -
[ 현기증] 악몽의 시작 (이돈구 감독 Entangled, 2014)
(박재환 2014.11.5)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58년 ‘현기증’(Vertigo)는 오늘 현재 세계적인 영화사이트인 imdb닷컴에 67위에 랭크되어있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현기증을 느끼는 고소공포증을 가진 전직 형사 제임스 스튜어트가 금발미녀를 뒤쫓다 미스터리에 빠지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반세기가 더 지나 한국에서 같은 제목의 영화가 한 편 개봉된다. 조두순사건에 분노를 느껴 단돈 300만원으로 ‘가시꽃’이란 작품을 완성시켜 영화계를 놀라게 한 이돈구 감독이 만든 두 번째 장편영화이다. 이 영화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소개되면서 영화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영화는 ‘현기증’ 느끼는 한 여자로 인해 행복해야할 한 집안이 완전히 붕괴되는 비극을 보여준다. 그러나 단순한 메디컬 공포물이 아니라 ..
2014.11.05 -
[리뷰] 나의 독재자, 나의 아버지
‘김씨 표류기’라는 작품을 내놓았던 이해준 감독의 신작 ‘나의 독재자’가 최근 개봉되었다. ‘나의 독재자’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청와대에서 기발한 준비과정을 했었다는 신문기사에서 모티브를 찾은 영화이다. 1972년 박정희 대통령시절, 당시 이후락 중앙정부부장이 직접 평양를 다녀와서는 중대발표를 했었다. “청산가리를 품고 죽을 각오로 북한에 다녀왔다. 곧 김일성과 정상회담을 할 것이다.”는 것이었다. 이후 중정에서는 김일성 대역을 내세워 정상회담을 준비한다. 그의 말투는 기본, 사고방식까지 수령에 가깝도록 연습 또 연습한다. 물론, 유신과 함께 이 프로젝트는 파기되었다. 그럼, 김일성이 되기 위해 발버둥쳤던 그 대역배우는 이후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이해준 감독은 평범한, 아니 사실 연극판에선 형편없었던 ..
2014.11.03 -
[리뷰] 해무, 뜻밖의 호러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이 이 영화의 제작에 적극 참여했다는 사실을 과도하게 홍보하지만 않았더라면 영화 ‘해무’에 대한 기대치가 달라졌을지 모른다. ‘해무’는 자유를 찾아 목숨 걸고 거친 바다를 건너는 ‘보트피플’의 드라마, 혹은 공산사회에서 막 자본주의의 맛을 깨닫기 시작한 연변조선족들의 ‘코리안 드림’을 다룬 위대한 사회드라마로 인식될 뻔한 작품이다. 2001년 한국에 밀입국하려는 중국인들이 바로 그 배에서 처참하게 죽은 실제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이 영화는 실제사건을 얼마나 충실하게, 아니면 얼마나 더 보탰는지 모르겠다. 그 최종결과물은 어정쩡한 호러에 공감이 덜 가는 순정드라마가 되고 말았다. 김 선장의 위험한 선택 여수에서 20년 넘게 안강망어선 전진호로 고기잡이를 해온 철주 선장(김윤..
2014.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