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화리뷰(421)
-
[디즈니+ 왓 이프.. 시즌3] "만약, 황동혁이 감독했다면...”
디즈니플러스의 앤솔로지 시리즈 (원제:What If...?)가 이번 크리스마스 즈음하여 ‘시즌3’으로 돌아왔다. ‘왓 이프’는 마블 코믹스 시리즈를 기반으로 MCU 영화에서 주요 사건의 결정적 순간이 달라진다면 그 후과(後果)가 어떻게 되는지 멀티버스의 대체 타임라인을 그린다. 2021년(9편), 2023년(9편)에 이어 또 한 번 마블 팬들에게 그들 슈퍼 히어로 군단의 무궁무진한 조합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시즌이 마지막 시즌이라고 한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상상력이 고갈 되었든지, 이런 무한증식이 더 이상 참신하지 않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는 '마블 만화책'에서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존재 '왓쳐'(Watcher) 우아투의 내레이션으로 무한대의 상상이 펼쳐진다. '왓쳐'는 전지적 시점..
2025.01.11 -
[서브스턴스] 노인을 위한 TV쇼는 없다 (코랄리 파르자 감독,2024)
영화 는 정말 놀라운 영화이다. 일단 데미 무어의 용감함에 놀라고, 마가렛 퀄리의 대담함에 놀라고, 코랄리 파르쟈 감독의 공격성에 놀라게 된다. 영화는 남성적 시선의 욕망을 다루는 듯하지만 결국은 젊음에 맞서려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담고 있다. 다시 젊어질 수 있다면, 다시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기꺼이 내놓을 수 있을까.온라인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Walk of Fame)에 황금빛 별을 수놓은 엘리자베스 스파클(데미 무어)은 오스카 수상자로 모든 이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여배우이다. 지금은 TV 아침 방송에서 타이트한 옷으로 에어로빅을 펼치고 있다. 영광은 사라지고, 몸매만 TV화면을 가득 채우면서. 하지만 더 젊고 더 핫한 여배우를 찾는..
2025.01.09 -
[더 폴] 스토리텔러와 리스너가 함께 완성하는 판타지
인도 북부 펀잡 주 출신의 타셈(타르셈/Tarsem Singh) 감독이 제니퍼 로페즈 주연의 사이파이 심리호러 (2002) 이후 내놓은 두 번 째 작품 이 최근 ‘4K 복원’이라는 거창한 명분으로 극장에 다시 내걸렸다. 이 영화는 2008년 연말 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되었었다. 그 때 관람객 수는 2만 8천명. 을 기억한다면, 그리고 의 미학적 소문을 들었다면 극장에서 확인해볼만한 작품이다. 영화는 1915년, 미국 캘리포니아가 배경이다. 오렌지농장이 있고, 넓은 들판과 강물이 흐는 이곳은 나중에 ‘할리우드’가 되는 곳이다. 영화의 시작은 아마 흑백무성 촬영현장인 듯하다. 강물을 가로지르는 철교 위. 기차가 달려오고, 배우가 다리에 뛰어내리는 액션을 펼친다. 마치 사고가 난 듯 모든 사람들..
2025.01.09 -
[랜드 오브 배드] 라스베이거스 워게임 (리암 헴스워스, 러셀 크로우 주연)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의 뉴스화면을 장식한 것은 러시아 탱크를 저지하는 RPG의 위력을 보여주는 영상들이었다. 그런데 전쟁이 길어지면서 전쟁의 양상은 미사일과 드론으로 넘어가는 듯하다. 드론이 가성비 최고의 전쟁무기로 자리 잡는 최초의 전쟁이 되어버린 듯하다. 13일(수) 개봉되는 할리우드 전쟁영화 (원제:Land of Bad)에서도 그런 ‘전쟁무기’ 드론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 나온다. 미 공군 TACP(전술항공통제관) 하사 키니(리암 헴스워스)는 켈로그의 시리얼 중 어떤 걸 먹을지 영양정보를 보며 고민 중이다. 이어 곧바로 필리핀 팔라완 군 기지에서 델타포스팀과 함께 작전에 투입된다.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인 아부 사야프에 피랍된 CIA요원 구출작전이란다. 키니의 역할은 델타팀과 함께 정글을 ..
2024.04.09 -
[패스트 라이브즈] "두유 노 '인연'?" (셀린 송 감독)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언제부터 알고, 언제부터 사랑했었나요? 셀린 송 감독의 영화 를 보고 나면 옆에 앉은 사람을 잠시 안아보고, 손을 잡고, 등을 두드리고, 살포시 안아볼지 모르겠다.만약, 오래된 연인이라면. 오늘(6일) 개봉하는 영화 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 그 인연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어진 사랑일 수도 있고, 지나간 사랑일 수도 있다. 여하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로맨스이다. 영화는 뉴욕의 한 바에서 시작된다. ‘동양 남자, 동양 여자, 그리고 서양 남자’ 이렇게 셋이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내레이션처럼 이들은 어떤 관계일까. 누가 누구와 연인인지, 혹은 지금의 연인은 누구일지, 혹은 누가 관찰자일지 궁금해진다. 영화는 24년 전으로 거슬러..
2024.03.08 -
[더 킬러] "프로페셔널 킬러의 길" (데이비드 핀처 감독)
‘세븐’과 ‘파이터클럽’의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에 이어 다시 넷플릭스과 손잡고 만든 영화 (원제:The Killer)가 내달 10일 공개된다. 네온사인 조명과 스타일리쉬한 액션이 펼쳐질 영화를 작은 핸드폰, 혹은 좀 큰 TV화면으로 본다는 것은 영화팬으로서는 억울한 일일 것이다. 다행히 오늘(25일)부터 극장에서 잠깐 상영된다. 우리나라 CGV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극장(잠깐)공개 – OTT’방식으로 선보인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애플TV+ 무비 도 그런 방식이다. 어쨌든 영화팬으로서는 다행인 셈이다. 영화는 ‘킬러’가 주인공이다. ‘레옹’보다는 스마트하고, ‘존 윅’보다는 육체적 부딪침을 덜 하는 살인청부업자이다. ‘킬러’ 마이클 파스팬더는 지금 초고성능 저격총을 앞에 두고 새로운 타켓을 ..
2023.11.24 -
[플라워 킬링 문] “좋은 인디언은 죽은 인디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1776년 영국에서 독립한 미국은 남북전쟁을 거친 뒤 그 약속의 땅을 독차지한다. 원래 이곳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여러 인디언 부족들이 말 타고 뛰어다니던 신의 땅이었다. 탐욕적인 백인은 광활한 서부로 내달리기 시작했고, 그 땅의 인디언들은 백인들에 의해 죽고, 학살당하고, 도륙당하고, 박멸 당한다. 살아남은 인디언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백인들에게 빼앗기고 수 백 킬로 떨어진 황야로 내몰린다. ‘인디언보호구역’이라는 아주 성스러운 이름을 가진 황무지로. 당시 인디언을 내몰아내던 군사작전을 펼쳤던 필립스 세리던 장군이 코만치 족 토사휘(Tosahwi) 추장에게 했다는 말은 여러 버전으로 전해지는데 바로 “좋은 인디언이란 죽은 인디언이야!”라는 말이다. 당시 미국 백인들은 원주민 인디언을 그런 식으로 ..
2023.11.24 -
[크리에이터] “인간은 AI를 만들었다. HAL~” (가렛 에드워즈 감독)
올해 들어 AI와 챗GPT가 인간계(界)를 흥분에 빠뜨리고 있다. 인간이 만든 로봇이, 소프트웨어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어 아예 인간을 지배하거나 어쩌면 파멸에 이르게 한다는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젠 ‘AI’에 감성을 입혀 '인간미'를 뛰어넘는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마 할리우드계(界)에 잠입한 AI들이 시나리오 작가의 펜을 원격제어하여 그렇게 AI프로파간다를 만들고 있는 모양이다. 여기 할리우드 최신작 ‘크리에이터’가 그런 세상을 보여준다. 영화는 2055년 AI의 위협에 대항하는 미국의 모습을 보여준다. AI가 LA상공에 핵폭탄을 터뜨려 엄청난 인명피해가 생겼던 것이다. 미국은 AI에 맞서기 위해 초강력/초대형 무기(우주항모 NOMAD)를 하늘에 띄우고 지구를 ..
2023.11.24 -
[오펜하이머]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오펜하이머(Julius Robert Oppenheimer) 같은 과학자, 트루먼 같은 정치인, 그리고 여기에 히틀러 같은 적(敵)이 있을 경우, 지구는 굉장히 불안정할 것이다. (원자핵처럼 말이다) 지난 달, 광복절에 개봉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는 다양한 레이어의 감상을 안겨준다. 놀란 감독은 ‘지구인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할 여러 요인 중에 ‘핵문제’를 내놓았고, 그 이야기를 ‘핵폭탄의 아버지’라는 오펜하이머를 통해 불안정한 세계촌을 그린다. 이제 “칼을 휘두른 사람을 단죄해야지, 칼을 만든 사람을 단죄할 수 없다”는 이야기에서 한걸음 나아가 후쿠시마 앞 바다의 삼중수소에까지 이어질 원죄론을 살펴보자. 오펜하이머는 미국으로 건너온 유태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런데 유태인으로서의 자부심이나, 정체..
2023.11.24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가모라의 슬픈 기억, 로켓의 아픈 과거”
‘슈퍼맨’과 ‘배트맨’만이 존재하던 슈퍼히어로 마켓에 ‘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이 한동안 완전 장악하더니 어느 날 우주 공간의 이상한 것들만 잔뜩 끌어 모아서는 거창하게 ‘우주 보호자’라고 자처하고 나선 작품이 있다. 제임스 건 감독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Guardians of the Galaxy)이다. 말하는 너구리(라쿤)와 “아임 그루트”라는 말밖에 못하는 나무뭉치라니. 놀랍게도 1편(2014년), 2편(2017)이 차례로 박스오피스에서 대박 흥행기록을 세운다. 그리고, 코로나가 물러가고, 마블이 몇 차례 죽을 쑤더니 드디어 다시 한 번 놀라운 존재들의 집합체인 ‘가오갤’의 마블러스한 ‘우주보호자’의 파워를 보여줄 요량이다. (‘가오갤2’이후 지구 시간으로 6년이 흐른 뒤) ‘Knowhere..
2023.07.23 -
[라이스보이 슬립스] “하얀 쌀밥, 빨간 김치, 까만 김, 그리고 마더랜드”
윤여정에게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안긴 정이삭 감독의가 공개되었을 때 가장 놀란 사람은 아마도 캐나다에서 작품을 준비 중이던 앤소니 심 감독이었을 것 같다. 는 1980년대 미국으로 이민 간 ‘한국인의 피’에 대한 이야기라면 그가 준비 중이던 작품은 캐나다로 떠난 ‘한국인의 수구초심’에 관한 영화였으니 말이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소개된 그 영화 (원제:Riceboy Sleeps)가 오늘 개봉된다. 영화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혹시 요즘 보신 분 있을지 모르겠지만) TV방송 시작과 끝에 나오는 ‘애국가’에서 보았을 것 같은 장엄한 한국의 산하가 보이며 주인공 ‘소영’의 짧은 인생사가 소개된다. 1960년 어느 겨울,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소영은 열심히 살았고, 한 남자를 사랑했고, 아이를 ..
2023.07.23 -
[똑똑똑] “종말의 지연, 무명의 희생” (M.나이트 샤말란 감독,2023)
인도에서 태어나 갓난아기 때 미국 필라델피아로 건너온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를 보는 사람은 당연히 무언가를 기대한다. ‘엄청난 대반전’ 혹은 ‘깜짝 감동스토리’를. 은 그런 샤말란 감독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개봉된 영화이다. 예상대로 미국 극장가를 한동안 지배하던 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2월 첫 째주) 어떤 대반전이, 어떤 인류애적 감동을 전해줄지 기대를 갖게 한다. 먼저 제목, ‘똑똑똑’은 운명의 노크 소리이다. 그 문을 열어야할지, 말아야할지 인류적 운명이 달려있다!영화가 시작되면 숲속의 작은 오두막집이 보이고, 어린 웬(크리스틴 쿠이)이 들판에서 메뚜기를 잡아 유리병에 담는다. 그런데 멀리서 한 낯선 인물이 다가온다. 거구의 남자, 레너드(데이브 바티스타)이다. 이어 몇 명이 더 나타난다..
2023.07.22 -
[더 웨일] 역겨운 육신과 위~대한 유산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2022)
지난 1일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 (원제:The Whale) 속 주인공의 몸무게는 273킬로그램이다. 엄청난 육신을 가누지 못하고 연신 숨을 헐떡이는 가련한 남자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남자는 육신만 가련한 것이 아니라, 그의 가족 관계와 살아온 과거가 모두 가련하다. 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이 유력해 보이는 브렌든 프레이저가 연기하는 영화 속 주인공이다. 물론 그는 고래가 아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미국 아이다호의 호젓한 시골길에 버스가 정차하고 한 남자가 내린다. 선교사 토마스(타이 심프킨스)이다. 그가 찾아간 곳은 찰리(브랜드 프레이저)의 집. 273킬로의 그 남자는 지금 한참 게이 포르노를 보면 수음 중이다. 이 남자는 순간 숨을 헐떡이며 곧 죽을 것 같다. 선교하려 왔다가, 뜻..
2023.07.22 -
[보 이즈 어프레이드] 쫄보의 천로역정, 혹은 첫 경험에 대한 공포 (아리 애스터 감독,2023)
과 라는 유별난 영화로 호러영화팬을 도전의식을 자극한 아리 애스터 감독이 신작 (원제:Beau Is Afraid)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이 영화는 지난 주 개막한 부천국제판타스틱(BIFAN) 개막작으로 상영된 후, 곧바로 극장에서 개봉됐다. 언젠가부터 한국을 찾는 해외 영화인들은 한국의 영화감독 이름을 나열하며 ‘좋아한다’, ‘존경한다’, ‘흠모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제 거의 관례가 된 듯하다. 그런데 아리 에스터 감독은 봉준호, 나홍진과 함께 유현목, 김기영 감독 이름까지 거명하며 ‘K콘텐츠’에 심취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오발탄’을 이야기하고 ‘김기영 감독’의 괴작을 들먹이다니. 놀랍다! 는 무려 2시간 59분 영화이다.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있을 것이라 했다. ‘재밌다’고 하..
2023.07.20 -
[프레이] 약탈자 프레데터, 디즈니 수정주의 영화로 거듭나다 (디즈니플러스,2022)
디즈니+에서 지난 5일 공개된 ‘프레이’(Prey)는 1987년 개봉한 아놀드 슈왈츠네거의 ‘프레데터’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프레데터'는 1980년대 남미의 정글을 배경으로 미군(코만도)이 눈에 보이지 않는 외계 약탈자와 죽음의 전투를 펼쳤다. 이 'B급 영화'는 ‘외계침입자’의 독특한 형상과 공격방식, 그에 대항하는 인간의 모습이 꽤나 역동적이고, 창의적이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그 덕분에 ‘프레데타2’, ‘프레데터즈’, ‘더 프레데터’ 등이 30여 년간 이어질 수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 ‘에일리언 VS. 프레데터’라는 변종 스핀오프 작품도 나왔고 말이다. ‘프레이’ IP를 가지고 있는 20세기폭스가 디즈니로 넘어가면서 ‘프레데터’는 디즈니의 손에서 지구인 사냥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2022.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