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리뷰(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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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여론은 막는 게 아니고, 만들어내는 거야~ (안국진 감독, 손석구 주연)
‘생계밀착형 코믹잔혹극’이라고 홍보된 를 감독했던 안국진 감독이 신작 로 다시 한 번 ‘한국사회’를 잔혹하게 들여다본다. 이번엔 ‘여론’이다. 사람들은 어떤 말에 귀가 솔깃하여 자신의 주의주장을 보강/합리화하고 개인과 사회의 운명을 결정지을 ‘판단’을 내리게 될까. 이건 결국 인간의 뇌를 자극하는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발휘되는 대중심리전이다. 단순한 루저들의 키보드전쟁으로만 봐서는 절대 안 될 고도의 정치적 수단인 것이다. 정.말.로! 2015년 출판된 장강명 작가의 는 ‘온라인으로 대동단결한’ 한국사회의 맹점을 지적한다. 온라인(인터넷)세상이 얼마나 대단하고도 허술한지를. 인간 자체의 순진함에 기댄 온라인 댓글부대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먼저 원작소설부터 읽어보자. 소설은 임상진 기자라는 인터넷매체, ..
2024.04.09 -
[1980] 그 날, 그들의 마지막 만찬 (강승용 감독, 김규리 백성현 주연)
1980년 5월의 광주 이야기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의 함성과 피로 채워진 그날들의 비극은 이제 역사의 유물이 되어간다. 해마다 5월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그날의 함성, 그날의 피울음을 되새기지만 피해자도, 가해자도, 방관자도 늙어가고, 죽어가고, 기억에서 사라져간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독특하다. 아직도 잊지 않고 기억해준다는 것이, 잊지 말라고 보여준다는 것이. 영화 ‘1980’은 영화 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전두환과 군인들이 광주시민들의 숭고한 민주화 의지를 총과 탱크, 그리고 헬기 소사로 무참하게 짓밟아버린 이야기이다. 이 장대한 비극의 서사시를 어떻게 영화에 다 담을 수 있을까. 강승용 감독은 광주도청 뒷골목에서 중국집을 하는 철수네 가족 이야기를 통해 그날의 이야기를 전한다. ..
2024.04.09 -
[당신이 잠든 사이] "리멤버 썸딩" (장윤현 감독, 추자현 이무생 주연)
장윤현 감독이 오랜만에 돌아왔다. 장윤현 감독은 ‘충무로’로 대변되던 한국영화가 새로운 물결로 꿈틀거릴 때 독립영화단체 ‘장산곶매’에서 활동하며 독립영화 를 찍었던 인물이다. 그는 1997년 한석규, 전도연 주연의 영화 을 통해 화려하게 상업영화계에 데뷔했다. 이어 이라는 하드코어 스릴러를 내놓으며 한국영화의 장르적 확장을 주도했다. 이후 그의 행보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중국에서 한 작품을 만들었지만 ‘정치적 유탄’을 맞아 개봉이 좌절되었고, 사드로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에 돌아왔지만 이번에 코로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만든 작품이 바로 오늘(20일) 개봉하는 라는 소품이다.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혹은 미스터리 멜로이다. 그의 대표작 멜로와 미스터리를 기억하는 영화팬에게는 반가운 귀환작이 아닐..
2024.04.09 -
[닭강정] "힘내세요,넷플릭스" (이병헌 감독, 류승룡 안재홍 주연)
2013년 [힘내세요,병헌씨]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주인공을 통해 청춘의 열정과 현실을 그린 유쾌한 작품이다. 극중 주인공 이름이자, 그 영화감독의 이름이 무려 ‘이병헌’이었다. ‘배우 이병헌’ 말고! 톱스타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메리트가 되거나 혹은 항상 (검색에서) 발목이 잡히는 모태 딜레머의 화신이다. 이병헌 감독은 과 을 거치더니 에서 드디어 “빵~” 터뜨린다. 그리고 그에겐 항상 ‘영화미학’이라는 영화감독의 잣대 말고 ‘말맛’이라는 미슐랭가이드 같은 기대심리가 덧붙었다. 지난 15일(금) 공개된 도 그러하다. 공개 전부터 류승룡과 안재홍의 말맛과 닭강정의 레시피가 더 궁금하다니! 영화는 ‘박지독’의 원작 웹툰을 따라간다. 인천 송도인지, 서울 여의도인지 그런 도심..
2024.04.09 -
[로기완] “원웨이 티켓” (김희진 감독, 송중기-최성은 주연)
넷플릭스 영화 은 멜로드라마인가, 정치드라마인가, 액션물인가. 용필름이 제작했다고 하니 느와르를 기대했을 수도, 송중기가 나왔으니 멜로가 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런데, 탈북자가 주인공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분명 자유를 찾아, 목숨 걸고 사선을 넘었을 테니. 그런데 이상하다. 적어도 원작을 읽은 사람이라면 은 자유를 위한 투쟁은 아닐지라도 ‘살아야한다는 절박함’은 느껴야할 것인데 말이다. 이야기는 송중기가 한밤에 차가운 도로를 적신 핏자국을 걸레로 문지르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누군가 죽은 차가운 땅. 이곳은 중국 연길이다. 로기완은 2019년 엄마와 함께 탈북, 연길에 숨어살다가 공안의 단속에 쫓기다 엄마가 트럭에 치어 죽고, 기완만이 어렵게 위조여권으로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한 것이다. 로기완은 ..
2024.04.09 -
[파묘] “나 한국 사람이에요!” (장재현 감독)
장재현 감독이 꾸준히 한 우물을 파고 있다. 과 에 이어 이번엔 로 오컬트 무비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파묘’는 파 들어간 땅의 깊이만큼, 첩첩이 쌓인 관의 무게만큼 한국적 신비로움과 우리 땅의 소중함을 전해준다. 덤으로 공포감과 긴장감, 극강의 몰입감으로 영화 감상의 재미를 더한다.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가 나뉜다. 이 둘은 하나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감독은 영화의 허리를 동강 자른다. 영화를 처음 볼 때는 이상했지만, 두 번 볼 때 더 많은 것이 보이고, 그 ‘동강난 허리’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영화가 시작되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이른바 ‘MZ세대’ 무속인인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을 만난다. 스튜어디스는 화림이 일본사람인줄 알고 일본말로 서비스하고 화림은 ..
2024.03.08 -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호기심은 지구소녀를 각성시킨다” (김다민 감독)
진화론을 이야기하거나 인간의 지적 능력의 획기적 도약 순간을 설명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그때 외계인이 지구에 왔다!”이다. 도 그랬고, 에서도 그랬다. 이제 한국 영화판에서 엄청난 우주 비밀을 밝히는 초특급 SF가 만들어졌다. 와 와 함께 나란히 극장에서 영화팬을 매혹할 영화 이다. 김다민 감독의 장편영화 감독데뷔작이다. 넷플릭스의 의 극본작업에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다. 특이하다. 어쨌든 일단 이 막걸리를 마셔보자. 이 영화는 저예산 독립영화이다. UFO도 광선검도, ET도 등장하지 않는다. 애당초 그런 할리우드 SFX는 기대하지 마시라. 영화는 유치원 나이의 어린 동춘이가 아빠의 휑한 정수리를 쳐다보다가 질문을 던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아빠, 대머리가 영어로 뭐에요?”라고. 질문은 좋은 것이다. ..
2024.03.08 -
[만추 리마스터링] “탕웨이는 왜 편지를 뜯어 삼켰을까?” (김태용 감독,2010)
탕웨이와 현빈이 주연을 맡은 김태용 감독의 (2010)가 10여년 만에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다시 극장에 내걸렸다. 탕웨이는 김태용 감독과 2014년 결혼하였고, 현빈은 손예진과 결혼했다. 는 10년이 지나서 다시 봐도, 잘 만든, 완숙한 멜로 드라마이다. 아마 시간이 갈수록 더 가치를 발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된다. 탕웨이가 한적한 주택가 도로를 정신없이 뛰어내랴오더니, 순간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누군가 쓰러져 있고, 탕웨이는 허겁지겁 편지를 뜯어서 꾸역꾸역 삼킨다. 경찰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그리고, 7년 뒤, 탕웨이가 연기하는 안나는 엄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사흘의 가석방을 얻는다. 쓸쓸한 모습의 안나가 장거리버스에 앉아 하염없이 허공을 바라볼 때, 누군가 ..
2023.11.24 -
[5시에서 7시까지의 주희] '생의 마지막 2시간' (장건재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1998)에서는 사람이 죽은 뒤 머무르는 1주일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들은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에서 ‘자신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소중했던 순간을 박제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누군가는 첫사랑이었을 것이고, 누구에게는 엄마의 따뜻한 품속을 기억할 것이다. 그렇게 그 사람은 그 순간을 기억하며 정말 세상과 헤어지는 것이다. 장건재 감독의 영화 라는 영화에서도 그런 삶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게 만든다. 물론, 다른 식으로 진행되는 기억의 정리인 셈이다. 주희(김주령)는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는다. 유방암이란다. 이제 자신의 삶을 차분히 정리하든지, 건강을 되찾기 위해 운동을 하든지 할 것이다. 주희가 돌아간 곳은 대학 연구실. 교수로서 그..
2023.11.24 -
[화란] “형님이라 하지 말고 형이라 해!” (김창훈 감독)
영화 ‘화란’속 17세 소년 연규는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 술만 마시면 폭력을 행사하는 의붓아버지의 집에서, 좁은 방에서 의붓 여동생과 생활하면서, 시궁창 같은 삶이지만 꿋꿋하게 버틴다. 연규는 악착같이 돈을 모아 이곳을 뜰 생각이다. 대학도, 군대도, 연애도 그의 목표가 아니다. 그가 꿈꾸는 도피처는 뜬금없이 ‘화란’이다. ‘네덜란드’ 말이다! 떠들썩한 운동장. 연규는 한참 생각한 끝에 돌멩이를 하나 움켜지더니 달려가서 학생 하나의 머리를 내리친다. 이복여동생 하얀을 괴롭힌 것에 대한 응징이다. 하지만 연규는 정학 당하고, ‘합의금 300만원’을 고스란히 떠안아야한다. 그의 편은 아무도 없다. 엄마도, 아빠도, 선생님도, 그 어떤 어른도 없다. 그때 그에게 손을 내민 사람은 동네 건달 치건이다. 치건..
2023.11.24 -
[해야 할 일] ‘구조조정 앞에 선 노동자의 불안과 고뇌.. 인사담당자의 경우’ (BIFF2023 리뷰)
2021년, 정재영, 문소리가 나온 드라마 는 직장인의 치열한 생존기를 다루었다. 이 땅의 회사원, 직장인들은 그 드라마에서처럼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를 위해 보낸다. 직장으로 가기 위해 만원 지하철에 시달리고, 죽도록 일하고, 다음날 다시 출근하기 위해 잠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일하고, 그렇게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한다. 아이들을 키우고, 집을 장만하고, 애들 대학, 결혼까지 생각하면서 말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직장이란 그런 곳이다. 개인의 영달이나 인간관계의 확장 같은 이야기는 한가로울 때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여기 그런 직장인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인사팀이다. 인사팀이 평소, 그러니까 한가할 때 무슨 일을 하는지는 익히 안다...
2023.11.24 -
[독전2] 리선생을 쫓았는데, 왕선생이었다니...
2018년 개봉된 이해영 감독의 은 배우들의 색깔 있는 연기와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 그리고 복잡하면서도 매력적인 스토리로 영화팬의 사랑을 받았다. 글로벌한 마약조직(판매/유통)이 있고, 미스터리에 싸인 보스가 있고, 야심에 불타는 중간책이 있고, 모든 것을 내걸고 이들을 쫓는 형사가 있다. 1편은 라스트의 한 발의 총소리 때문에 더욱 영화의 재미를 살렸고, 속편에 대한 기대감, 혹은 궁금증을 키웠다. 결국, 극장용이 아니라 넷플릭스 무비로 완성되었다. 지난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무비 에서는 전편에 이어 살아남은(!) 인물 조진웅(형사)과 차승원(중간보스 브라이언), 그리고 무서운 남매, 김동영과 이주영이 계속 출연한다. 서영‘락’ 역에 류준열 대신 오승훈이 출연하고, 한효주가 진하림(김주혁)의 의붓동..
2023.11.24 -
[서울의 봄] 밤은 길었고, 봄은 짧았다 (김성수 감독)
박정희 대통령이 자기가 한때 믿었던 심복의 총에 유명을 달리한 것은 1979년 10월 26일이다. 독재자의 갑작스런 퇴장은 권력의 공백을 불러왔고, 야심만만한 군인들은 “다음 차례는 나야!”라며 청와대로 줄을 세운다. 그 길목에 ‘1212 군사반란’이 자리하고 있다. 김성수 감독이 재현한 그날의 이야기가 영화 으로 완성된다. 영화는 궁정동 안가에서 대통령과 경호실장을 총으로 쏘아죽인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보안사로 끌려가 고초를 당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보안사령관이자 합수부장(1026사건합동수사본부장)이 된 전두환은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기관인 중정과 청와대 경호실을 장악한다. 천생 문관이었던 최규하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지만 계엄사령관인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에 기대어야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전두..
2023.11.24 -
[30일] “우리 이전에 사랑했던가요?”
“I am loving you.”가 문법적으로 맞는 말인가? 사랑엔 국경도, 남녀도, 시제도 없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그대를 너무나 사랑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철석같이 믿었으니 둘은 결혼은 한 것이리다. 주위의 반대나, 둘의 현격한 차이도 잠시 잊고서 말이다. 그런데, 이런 결혼은 눈꺼풀에서 콩깍지가 떨어지면 금세 파경에 이른다. 여기 정열(강하늘)과 나라(정소민)가 그런 잘못된 선택으로 잘못된 길을 가게 된다. '만년 백수' 정열은 변호사가 되기 위해 미친 듯이 공부한다. 사이키조명이 신나게 돌아가는 디스코텍에서도 말이다. 그곳에서 운명의 여인 나라(정소민)를 만난다. 로코 드라마의 정석대로 둘은 주위의 극심한 반대를 이겨내고 결혼에 이른다. 그리고 온달과 평강처럼 산다...
2023.11.24 -
[거미집] “놀라운 걸작을 보여줄 거야!” (김지운 감독,2023)
영화잡지 과 의 편집장을 지냈던 이연호 기자가 2007년에 쓴 (한국영상자료원)에는 , , , , , 등 ‘지금 보아도 놀라운’ 작품을 남긴 고(故) 김기영 감독(1919~1998)의 온갖 기담이 담겨있다. 이연호 기자는 김기영 감독이 비극적인 화재사고 죽기 바로 전날 통화를 했단다. 그날 김 감독은 자신의 차기작인 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곧 놀라운 걸작을 보여줄 것이다”고 장담했었단다. 그리고, 2023년, 김지운 감독의 새 영화 에서는 송강호가 연기하는 김열 감독을 통해 ‘온갖 장애물과 훼방꾼이 가득한 영화판’에서 자기만의 걸작을 내놓으려고 발버둥치는 한 영화감독을 만나보게 된다. 1970년대, 서울 외곽의 커다란 촬영장 건물. 가건물 같이 보이지만 엄연한 당시 충무로 영화사의 스튜디오이다. 이곳..
2023.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