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워 킬링 문] “좋은 인디언은 죽은 인디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2023. 11. 24. 13:07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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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워 킬링 문


1776년 영국에서 독립한 미국은 남북전쟁을 거친 뒤 그 약속의 땅을 독차지한다. 원래 이곳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여러 인디언 부족들이 말 타고 뛰어다니던 신의 땅이었다. 탐욕적인 백인은 광활한 서부로 내달리기 시작했고, 그 땅의 인디언들은 백인들에 의해 죽고, 학살당하고, 도륙당하고, 박멸 당한다. 살아남은 인디언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백인들에게 빼앗기고 수 백 킬로 떨어진 황야로 내몰린다. ‘인디언보호구역’이라는 아주 성스러운 이름을 가진 황무지로. 당시 인디언을 내몰아내던 군사작전을 펼쳤던 필립스 세리던 장군이 코만치 족 토사휘(Tosahwi) 추장에게 했다는 말은 여러 버전으로 전해지는데 바로 “좋은 인디언이란 죽은 인디언이야!”라는 말이다. 당시 미국 백인들은 원주민 인디언을 그런 식으로 대우하고 취급한 것이었다.

여기까지는 <나를 운니드 힐에 묻어줘>나 기타 수정주의 서부극(‘블루 솔져’나 ‘작은 거인’ 같은 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익히 아는 내용이다. 대부분의 서부극에서는 주점 앞에 고주망태가 되어 엎어져 있는 인디언을 만나볼 수 있다. 그런데, 지난 주 개봉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플라워 킬링 문>(원제:Killers of the Flower Moon)을 보면, 우리가 잘 몰랐던 지점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이른바 ‘부유한 인디언’의 이야기이다. 그들이 어떻게 부유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부유한 인디언은 행복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영화의 배경은 1920년대. 오클라호마주 페이팩스 지역이다. 오세이지족 인디언들이 백인에게 내몰려 살고 있는 ’인디언보호구역‘의 하나이다. 방금 한 명의 인디언이 죽고, 그들의 방식으로 장례식을 치른다. 한 많은 세상을 떠나 영혼의 자유를 누리라고 춤을 춘다. 그런데 이 땅에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온다. 황무지로 알았던 이 땅에, 그 땅 밑에 엄청난 유정(油井)이 있었던 것이다. 거대 석유회사들이 이곳으로 몰려오고, 황무지 곳곳에 시추공이 뚫리고, 검은 석유(원유)가 콸콸 쏟아진다. 어쨌든 이곳은 인디언의 땅. 이제 석유와 돈에 눈이 먼 백인들의 음모가 시작된다.  

플라워 킬링 문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은 데이비드 그랜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 원제는 ‘플라워 문의 살인자들’이다. ‘플라워 문’은 책 초반에 소개된다. 오클라호마 주 오세이지 영토의 광활한 초원에 4월이면 수많은 작은 꽃들이 은하수의 별처럼 펼쳐진다. 그러다가 커다란 달 아래 코요테들이 울부짖는 5월이 되면 키가 좀 더 큰 식물들이 자라나서 전 달에 핀 작은 꽃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한다. 작은 꽃들은 목이 부러지고 꽃잎들이 팔랑팔랑 날아간단다. 그래서 이곳 오세이이지 인디언들은 5월을 ‘꽃을 죽이는 달’(플라워 킬링 문‘)이라 부른단다. 인디언들의 이런 조어법/작명의 방식은 ’주먹 쥐고 일어서‘나 ’늑대와 춤을‘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라면 대번에 알아들을 것이다.

소설은 1921년, 이곳에서 생긴 일련의 살인사건을 다룬다. 오세이지 인디언들은 앞 세기, 1870년대에 캔자스에서 이곳 오클라호마의 바위투성이 인디언보호구역으로 이주해야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석유가 발견되고, 상황이 급변하게 된 것이다. 영화에서는 마치 그 시절의 생생한 모습을 전해주듯 흑백의 뉴스필름을 보여준다. 오세이지 인디언들은 모두가 벼락부자가 된다. 갑작스런 부는 졸부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마치 유럽의 귀족들처럼 잘 차려입고,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모습. 뉴스릴에서는 이곳이 미국에서 ‘피어스 애로우’가 가장 많은 카운티라고 소개한다. 미국 대통령 전용차로 지정된 최초의 자동차 메이커 ‘피어스 애로우’는 럭서리 카의 대명사였다. 그런 부자 인디언을 위한 운전사는 물론이고, 요리사, 하녀, 은행원, 보험업자들이 ‘오세이지 인디언’ 근처에 가득하다. 백인들은 질투를 넘어 마각을 들어내기 시작한다. ‘오세이지 인디언’의 땅과 돈과 부, 모든 것을 빼앗고 싶은 것이다. 어떻게? 결혼과 살인으로. 백인들이 인디언과 결혼하고, 인디언 여자들이 죽기 시작하고, 인디언 자녀들이 죽기 시작한다. 그래야 유산을 합법적으로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가능하냐고? 1920년대 오클라호마 오세이지 인디언 보호구역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줄곧 로버트 드니로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앞세워 뉴욕의 백인남자의 거만함과 자존심, 승부욕을 과시해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미국 건국신화의 허상, 찬란한 백인의 금자탑을 뿌리부터 파헤치기 시작한 것이다.

플라워 킬링 문

미국의 역사를 영화로 배울 때는 존 포드와 존 웨인의 서부극을 거치며 인디언의 비극을 보았다. 이제는 거의 완전히 망각한, 100년 전 범죄를 파일에서 끄집어내어 오래된 먼지를 털고, 가해자를 솎아내고, 피해자의 영혼을 위로하는 것이다. 205분의 긴 상영시간동안 마틴 소코세이지 감독은 당시의 비극을 세밀하게 재현해 낸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마지막은 조금 뜻밖이다. 스코세이지 감독이 직접 나서, 황망하게 마무리 짓는다. 마치 그 시절, 그렇게 사건을 종결지어버린 것을 각성시키기라도 하듯이.

데이비드 그린의 논픽션은 오세이지 인디언들의 비극과 함께, 그 거대한 백인의 음모극을 분쇄하기 위한 연방정부의 노력, 수사국(FBI)의 탄생을 그린다. FBI 국장 J. 에드가 후버는 그렇게 야심차게, 정의롭게 미국의 사법시스템을 만들어나간 것이었다. 감독은 소설을 영화로 옮기면서 이야기의 초점을 인디언 몰리(릴리 글래드스톤)와 그의 백인남편 어니스트 버크하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서사에 집중한다. 어니스트는 삼촌(로버트 드니로)의 꼭두각시였지만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 몰리에 기운다. 원작에서는 사건의 전개과정과 ‘수사국’의 수사과정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사법시스템이 갖춰지는 과정에서의 각종 범법행위들과 그 수사과정, 아직도 미국영화에서 볼 수 있는 지역 ‘마셜’과 ‘연방정부’의 수사관할권 문제, 중앙정부-주정부의 마찰, 재판 관할권 다툼 등을 엿볼 수 있다. 소설에서는 후버의 명을 받은 수사관 화이트(제시 플레먼스)의 활약을 멋지게 서술한다. ‘화이트 수사관’이 펼치는 수사는 ‘X파일의 멀더-스컬리’ 만큼이나 매혹적이다. 아마, 미국 서부극의 전통이나, 1920년대의 미국 사회상에 익숙하지 않으면 영화 속 장면들이 일상의 범죄극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 점에서는 원작을 읽거나, 쏟아질 유튜브 TMI를 참고하기를 권한다. 

몇 가지 팁을 주자면, 당시 인디언들은 자기의 재산을 마음대로 써지는 못했다. 후견인 제도 때문이다. 화이트의 수사국은 신분을 숨기고 비밀리에 잠입수사를 펼쳐야 했다.(인디언 출신인 존 렌도 그런 언더커버 중 한 사람이다) 영화에서는 인디언의 풍습에 대해 알려준다. 장례식 장면도 흥미롭지만 론의 죽음 이후, 인디언 집 처마에는 모두 밝은 조명이 장식된다. 크리스마스도 아닌데 말이다. 그들은 그런 불빛이 액운을 물리친다고 믿었단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아마도 가장 궁금했던 것은 당뇨를 앓고 있는 몰리에게 인슐린 주사와 함께 넣는 약물은 무엇일까. 그것이 독극물이라는 것을 어니스트는 알고 있었을까. 영화는 명확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팔라워 킬링문>은 영화도 재밌고, 소설도 흥미진진하다. 극장상영에 이어 애플 TV+에서도 만나볼 수 있으니, 보고 또 보시라!  그 땅에서 죽어간 그 인디언들을 기리며.

 

[리뷰] ‘플라워 킬링 문’ “좋은 인디언은 죽은 인디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1776년 영국에서 독립한 미국은 남북전쟁을 거친 뒤 그 약속의 땅을 독차지한다. 원래 이곳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여러 인디언 부족들이 말 타고 뛰어다니던 신의 땅이었다. 탐욕적인 백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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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워 킬링문 (원제:Killers of the Flower Moon)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출연: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로버트 드 니로, 제시 플레먼스, 릴리 글래드스톤, 탄투 카디날,          존 리스고, 브렌든 프레이저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 2023년 10월19일/ 청소년관람불가/2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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