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소설(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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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무앗딥의 각성, 퀴사츠 해더락의 탄생 (드니 빌뇌브 감독,2021)
“a long time after in a galaxy far far away...”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2015)로 영화팬을 열광시킨 드니 빌뇌브 감독은 소설을 영상화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테드 창의 아주 짧은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컨택트](Arrival)로 만들었고, 필립 K. 딕의 매혹적인 소설(안드로이느는 전기양을 꿈꾸는가)과 그 영화(블레이드 러너)를 바탕으로 속편 [블레이드 러너 2049]를 완성시켰다. 그리고 그 기세를 이어 마침내 SF소설계의 오르지 못할 산으로 여겨지던 [듄]의 영화화에 뛰어든 것이다. [듄]은 프랭크 허버트가 쓴 연작소설이다. [듄]을 필름에 담을 때는 마치 김용의 무협소설을 영화 혹은 TV드라마로 만들 때처럼 취사선택의 기로에 서야한다. 세상에 없는 ..
2021.11.20 -
[화이트 타이거] 닭장 속의 닭이 봉황이 되는 법
지난 200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8개 부문을 휩쓴 영화 는 감추고 싶은 비참한 인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의 원작소설을 읽어보면 영화보다 훨씬 쓰레기 같은, 막장의 인도 모습에 놀라게 된다. 그런데 소설을 쓴 작가가 인도 외교관이었다는 사실에 더 놀라게 된다. 자기 나라 얼굴에 먹칠을 하는 작품을 쓰다니. 그에 맞먹는 작품이 하나 더 나왔다. 지난달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The White Tiger, 감독:라민 바흐라니)이다. 하얀 호랑이(백호)이다. 백년에 한번 나올까말까 한 대단히 성스러운, 영물이다. 개천에서 용 나듯이, 인도 쓰레기 하수구에서 과연 백호가 나올 수 있을까. 인구가 14억이나 되는 이 나라는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라고 한다. 소와 사람이 나란히..
2021.04.09 -
[미드나이트 스카이] 마지막 지구인 (조지 클루니 감독 The Midnight Sky 2020)
할리우드의 파워맨 조지 클루니가 에 이어 다시 한 번 우주재난극의 외피를 두른 연약한 지구인의 이야기를 전한다. 지난 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원제:The Midnight Sky)는 2016년 미국 작가 릴리 브룩스돌턴의 소설 를 영화로 옮긴 것이다. 조지 클루니는 제작, 감독과 함께 주연을 맡아 열일을 한다. 소설에서는 정확한 시점을 밝히지 않지만 영화는 ‘2049년 2월’에 이야기가 시작된다. 북극의 과학탐사기지인 바르보 관측소에는 이제 오거스트만이 남아있다. 3주 전 기지의 모든 사람들이 허겁지겁 수송기를 타고 떠났다. 전 지구에 걸쳐 무슨 엄청난 재앙이 닥친 듯하다. 꾸준히 수혈을 받지 못하면 죽은 거나 다름없는 오거스트는 이곳에서 최후를 맞이할 생각이다. 외부와의 연락도 뚝 끊긴다. 그런데..
2021.01.04 -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 뻐꾸기둥지 위를 날아간 새 (디자이리 아카반 감독 The Miseducation of Cameron Post 2018)
에는 인류역사에 오랫동안 존재해온 성적 취향에 대한 간절한 종교적 치료법이 등장한다. 물론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그다지 효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미국 청소년’ 카메론 포스트가 동성에 끌려 키스를 하게 되고, 그 현장이 발각되어 특별한 기관에서 정신적 치료를 받게 된다. 독실한 기독교에서 개설한 ‘캠프’에 입소하여 같은 증세의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회개하고, 기도하고, 간증하면 새로운 삶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가능할까? 아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 영화는 우리나라에 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에밀리 M. 댄포스의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은 열두 살 캐머런부터 따라간다. 캐머런은 소꿉친구 아이린과 장난스런 키스한다. 그리고 소녀는 성장을 한다. 10대 청소년의 흔들리는 성(性)정체성이 제도권 학교와 종교라는..
2020.06.09 -
[콜 오브 와일드] “그 개는 훌륭하다” (크리스 샌더스 감독 The Call of the Wild,2020)
영국 작가 잭 런던(1876~1916)은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잡초같이 자랐다. 어릴 때부터 온갖 힘든 일과 사회 밑바닥 생활을 다 경험했던 그는 뱃사람이 되어 세계 곳곳을 다니기도 했다. 그의 인생역정 가운데는 ‘1904년의 조선사람 엿보기’ 기행도 있다. 사회주의자였던 그가 남긴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소설이 이다. 오래 전에 ‘야생의 절규’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것 같다. 이 원작이 다시 한 번 영화로 만들어졌고 지난 주 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벅은 훌륭하다 소설의 주인공은 ‘벅’이라는 이름의 개다. 양지바른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밸리에 있는 밀러 판사의 대저택에 사는 개다. 세인트버나드와 셰퍼드의 피를 이어받은 벅은 커다란 덩치를 자랑한다. 어느 날 판사 집에서 일하는 사람 하나가 도박빚을 갚기..
2020.05.22 -
[작은 아씨들] 150년간 이어온 소녀의 꿈 (그레다 그윅 = Greta Gerwig 감독, Little Women 2019)
소싯적 읽은 세계명작동화전집에는 도 끼어 있었다. 지은이는 ‘올코트’였을 것이다. 로 할리우드의 차세대 유망감독으로 부상한 그레타 거윅은 영리하게도 가 아니라 로 1860년대의 미국을 보여준다. 멀리 보면 역사, 가까이로는 가족의 소중함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녀의 꿈을 이야기한다. 지금 와서 더욱 주목받는 자의식 강한 여성을 앞세워서 말이다. 루이사 메이 올코트가 1868년 발표한 소설 은 그동안 수도 없이 많이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번에 그레타 거윅 감독은 엠마 왓슨, 시얼샤 로넌, 플로렌스 퓨, 티모시 샬라메, 메릴 스트립을 캐스팅하여 다시 한 번 고전적 품격에 도전한다. 이 영화는 이 휩쓸던 이번 아카데미시상식에서 6개부문 후보에 올랐었고, ‘의상상’을 수상한다. 확실히 ‘의상’만큼은 볼..
2020.02.21 -
[루빙화(魯氷花)] 아름답고 슬픈 대만영화 (양립국 감독,魯氷花 1989)
는 의 이미지와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대만영화이다. 가난한 시골 소년의 순수한 꿈과 좌절을 통해 빈부 격차와 교육 문제, 그리고 독재 정치에 대한 풍자를 하나 가득 담고 있는 영화로, 가족 관계에 대한 묘사도 뛰어나다. 먼저, 영화보기 전에 대만에 대한 진짜 짧은 브리핑. 대만의 장개석 독재와 우리나라 박정희의 개발독재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아마 이 영화가 아스라한 추억들을 상기시켜줄지 모른다. 개인의 창의력이 말살되고, 국가-민족 문화창달이라는 거창한 국정지표에 내몰리던 그런 시절의 이야기이다. 오늘날 대만은 ‘자유중국’이라는 국가명칭 때문에 꽤나 민주국가로 이해하지만, 그 나라도 한때는 백색테러와 공산대륙수복이라는 허황된 이데올로기로 온 국민이 신음하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장개석이 죽고, ..
2020.02.14 -
[넷플릭스 드라큘라] 색(色),계(戒) (Dracula 2020)
‘드라큘라’는 가상의 캐릭터이다. 인적 드문 깊은 산속에 우뚝 솟은 고성에 사는 이 불쌍한 존재는 햇빛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다. 그래서 낮에는 지하실 자신의 관속에서 다소곳이 잠들어 있다가 해가 지면 밖으로 나와, 사람의 목을 깨물어 그 피를 빨아먹는다. 브램 스토커가 1897년 발표한 소설 (Dracula)에서 묘사된 흡혈귀의 모습이다. 당연히, 브램 스토커의 소설 속 드라큘라는 이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전설과 인간이기에 가능한 상상력이 결합한 이야기이다. 연약한 인간, 영생을 꿈꾸는 존재, 피와 죽음의 공포를 찬란한 태양 빛과 버무린 이 괴담은 오랫동안 사랑받는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와 연극, 뮤지컬, 그리고 그림으로 공포심과 경외감을 담아냈다. 그리고, 마침내 넷플릭스에서도 ‘드라큘라’를..
2020.01.16 -
[뮤지컬 빅 피쉬] 나의 영웅, 아버지 (2020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신해철의 노래 중에 ‘아버지와 나’라는 불멸의 곡이 있다. 어릴 적엔 올려단 본 ‘그’(아버지)의 어깨는 까마득한 산처럼 높았다. 그는 젊고 정열이 있었고, 야심에 불타고 있었단다. 아이에겐 아버지란 존재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내 키가 그보다 커진 것을 발견하고서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눈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신해철의 그 노래를 듣고, 이 뮤지컬을 보면 감흥이 새로울 듯하다. 지난 연말에 한국 초연무대로 막이 오른 이다. 는 팀 버튼 감독의 영화(2003)로 유명하지만 원작은 따로 있다. 1998년 미국의 다니엘 월러스가 쓴 동명의 소설이다. 월러스의 소설은 판타스틱하다. 나(윌 블룸)와 아버지(에드워드 블룸)의 이야기가 환상동화처럼 펼쳐진다. 에드워드가 어떻게 ..
2020.01.10 -
[유랑지구] “중국SF, 태양계를 뛰어넘어 안드로메다로~” (곽범 郭帆 감독 流浪地球 The Wandering Earth, 2019)
중국영화를 이야기할 때 주의할 점은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표현의 자유와 공산당국과 치열하게 싸우는 작가주의 독립영화부터, 해외영화제에서 중국의 영광을 휘날리는 영화, 그리고 10억이 훨씬 넘는 중국영화팬들을 사로잡는 대중영화까지 그 스펙트럼은 넓고도 찬란하다. 여기에 그런 중국 영화토양에서 급속성장한 최신 흥행대작을 만나게 된다. 지난 2월, 우리가 설이라 부르는 대목인 ‘춘절’에 개봉된 SF영화 이다. 충무로에서도 성공적인 SF영화는 만들지 못했다. 중국이 선수를 친 것이다. 중국이라면 ‘마데 차이나’로 이야기하는 ‘믿지 못할 짝퉁’을 먼저 떠올리지 모르겠지만 중국SF는 무시 못 할 무언가가 있다. SF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황당한 이야기의 기원은 중국이 단연 앞..
2019.12.10 -
[우묵배미의 사랑] 멋진 인생 (장선우 감독 1990년)
KBS는 매주 금요일 밤 ‘한국영화 100년 더 클래식’ 연작물을 방송 중이다. 1919년, 서울 단성사에서 선보인 우리영화 ‘의리적 구투’의 개봉 100년에 맞춰 KBS와 한국영상자료원이 함께 기획한 ‘100년의 한국영화 걸작 12편’이다. 지난주에는 일곱 번째 시간으로 장선우 감독의 (1990)이 시청자를 찾았다. 실업자로 놀고 지내던 배일도(박중훈)는 치마공장에 취직되어 처(유혜리)와 어린 자식을 이끌고 서울을 떠나 경기도 외곽의 한적한 시골마을 우묵배미로 오게 된다. 공장에서 함께 일하는 민공례(최명길)에게 끌리게 된다. 평소 남편(이대근)의 폭력에 시달렸던 공례는 능청스럽기까지 한 일도의 저돌적인 접근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되더니, 끝내 둘은 밤기차로 ‘외도’에 나선다. 1970년대 산업화..
2019.11.29 -
[바보들의 행진] 하길종 감독의 꿈, 죽은 자의 꿈 (하길종 감독 The March Of Fools, 1975)
한국영화 역사 100년을 맞아 KBS가 마련한 의 네 번째 작품은 하길종 감독의 눈물과 한이 서려있는 1975년 작품 이다. 이 작품은 당시 대표적 청년작가였던 최인호가 신문에 가볍게 연재했던 청춘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시절, 캠퍼스의 청춘이 맞닥쳤던 이야기가 해학적으로, 현실적으로, 절망적으로 그려낸다. 영화는 입대를 앞둔 병태(윤문섭)과 영철(하재영)의 신검장면부터 시작된다. 병태는 합격, 영철은 불합격 받는 모습과 함께 그들의 캠퍼스생활이 시작된다. 배경은 신촌 Y대학이다. 당시 대학생들의 캠퍼스 생활은 이렇다. 학과대표가 “이웃 여대랑 단체미팅 잡았다”부터 시작하여, 당구장, 학사주점, 과 대항 축구, 과 대항 술마시기 등등으로 일면 낭만적인 캠퍼스 라이프, 따분한 ..
2019.11.01 -
[오발탄] (유현목 감독, 1961)
한국영화 탄생 100년을 맞아 KBS와 영상자료원이 마련한 대형 프로젝트 ‘한국영화 100년 더 클래식’이 지난 주 김기영 감독의 방송에 이어 오늘 밤 두 번째 시간으로 유현목 감독의 을 방송한다. 영화와 함께 백승주 아나운서와 영화잡지 의 주성철 편집장이 영화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눈다. 은 소설가 이범선이 1959년 발표한 단편소설 을 유현목 감독이 영화로 옮겼다. 당대 충무로 최고의 스타였던 김진규, 최무룡과 함께 서애자, 김혜정, 노재신, 문정숙, 윤일봉 등이 출연한다. 계리사 사무소 서기인 철호(김진규)는 전쟁통에 미쳐 끊임없이 “가자!”를 외치는 어머니(노재신), 영양실조에 걸린 만삭의 아내(문정숙)와 어린 딸, ‘양공주’가 된 여동생 명숙(서애자), 실업자인 퇴역군인 동생 영호(최무룡)..
2019.10.30 -
[귀신이 온다] 우리 안의 적 (강문 감독,鬼子來了 Devils on the Doorstep 2000)
(박재환 2000-10-12) ‘강문'(姜文,지앙원)의 역사인식은 독특한 면이 있다. 일본이 만주에 주둔하고 있던 시기에 벌어지는 이 블랙코미디는 표피적으로 바보 같고 노예근성에 사로잡힌, 혹은 일본의 침략을 자포자기 받아들이는 용기 없는 중국민초의 이야기를 포복절도할 정도로 극도로 희화화시키고 있으며, 같은 방식으로 군국주의 일본의 잔인무도함과 국민당 해방군의 형편없는 역사의식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단지 깐느에 출품되었다는 이유로 중국정부가 중국내 상영을 금지하고 외국영화제의 출품을 막았다는 것은 다소 아이러니이다. 그 깊은 내막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이 영화는 보기에 따라 상당히 곤혹스런 영화이기도 하다. (2000년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기간동안 이 영화가 상영된 극장 ..
2019.09.18 -
[타임 머신] 백 투 더 퓨쳐 (죠지 팔 감독 The Time Machine 1960)
(박재환 2002/11/21) 많고 많은 케이블/위성 TV채널 중에 가장 인기 있는 채널은 단연 만화채널 '투니버스'라고 한다. 투니버스는 케이블TV에서도, 위성채널인 스카이라이프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올 연말 계약 갱신을 앞두고 투니버스 채널이 스카이라이프에서 철수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인기콘텐츠인 투니버스의 행보에 스카이라이프 측에선 당황스러울 듯. 영화채널 중에 'TCM채널'은 오히려 스카이라이프에만 있고 케이블TV에는 없는 경우이다. 이 채널은 제인 폰더의 남편으로 더 잘 알려진 CNN사장 테드 터너가 만든 클래식영화 전문 채널이다. '테드 클래식 무비!' 이 채널은 스카이라이프를 이용하는 영화팬에겐 굉장히 반가운 채널이다. 우리가 보기 힘든, EBS-TV에서 어쩌다 한번쯤 방영하는 1930..
2019.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