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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살인의뢰, “우리들의 불행한 시간”

한국영화리뷰

by 내이름은★박재환 2015. 3. 1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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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살인의뢰, “우리들의 불행한 시간”

 

흉악범은 자신이 저지른 죄에 해당하는 무거운 벌을 받아야한다. 인륜을 저버린, 도저히 인간이 저지른 짓이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는 죄를 지은 자들은 마땅히 극형을 받아야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된 것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 임기를 두 달 남겨둔 1997년 12월 30일이었다. 이날 그동안 집행이 미뤄진 사형수 23명이 한꺼번에 교수형 당했다. 이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 까기 그 어느 법무부장관도 사형집행을 결재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는 국제엠네스티가 인정한 ‘사형제도는 폐지되지 않았지만’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하고 있단다. 현재 사형판결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된 자는 58명에 이른단다. 사형제도가 중범죄에 어느정도 예방효과가 있는지, 사형제도 존폐문제가 우리나라 국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겠지만, 사형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한번 쯤 깊게 생각해볼만한 영화가 개봉되었다. 손용호 감독의 ‘살인의뢰’라는 작품이다.

 

서울의 베테랑 형사 태수(김상경)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날 의심스러운 뺑소니차량을 발견한다. 그런데 잡고 보니 운전수는 일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잔인한 연쇄살인마 강천(박성웅)이었다. 그리고 이 놈이 저지른 마지막 살인행각의 피해자가 바로 자신의 여동생이었다! 나쁜 놈은 이렇게 영화 초반부에 잡혀버리지만 피해자 가족의 고통을 끝나지 않는다. 강천은 사형선고를 받고 ‘집행되지도 않을’ 집행일을 기다리며 교도소 내에서 나름 편안한 생을 유지한다. 대신, 태수의 삶은 엉망이 되고 순박했던 매부 승현(김성균)의 삶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다. 사랑한 아내는 임신상태였고 살인마의 손에 잔인하게 살해된 뒤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3년의 세월이 지난 뒤, 승현은 감옥 속 강천을 끄집어내 복수를 펼칠 계획은 세운다. 태수는 공권력 집행자인 형사이기에 복수는 아니지만 제발 수경을 어디에 파묻었는지 알려달라고 바짓가랭이에 매달려 애원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손용호 감독은 ‘살인의뢰’에서 잔인한 범죄자를 통해 사형제도를 이야기한다. 사형수라면? 적어도 십년 전이라면 언제 사형이 집행될지도 몰라 불안해할 것이고, 잠재적 흉악범에게는 어느 정도 심리적 제어효과가 있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은 사회가 흉포화되고, 사형수도 ‘생물학적 삶’은 공인받고 있지 않은가. 반대로 피해자 가족의 삶은 극도로 황폐화될 것이다. 알코올 중독이 되거나, 이혼 등 가족의 해체를 겪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죽었고, 그 살인마는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을 것이다. 손용호 감독은 그런 부조리함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특히 박성웅의 놀라운 살인마, 흉악범 연기는 전혀 공감이나 인간적 용서를 줄 여지를 주지 않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흉악한 박성웅에 분노하고, 형사든 가족이든 피해자 측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에 좌절하고 말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강한 이야기를 전해주는데 목적을 두다보니 나머지 감성은 어처구니 없이 휘발되고 만다. 김상경과 김성균의 연기가 괜찮았음에도 범죄자의 손길에 가려져 버린 셈이다. 만약 이 영화가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면 제대로 칼을 꽂을 셈이다. (by 박재환 2015.3.16.)

 

 

살인의뢰 (2015년 3월 12일 개봉/청소년관람불가)
감독: 손용호
출연: 김상경, 김성균, 박성웅, 조재윤, 김의성, 윤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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