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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롤러코스터 리뷰] 하정우, 멀미나겠네

한국영화리뷰

by 내이름은★박재환 2013. 10. 19.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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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에겐 영화‘감독’에 대한 어떤 로망이 있는 모양이다. 수십 년 영화를 찍다보면, 그리고 연기분야에 있어서 일가를 이뤘다는 소리를 듣게 되면 “나도 한 영화 찍을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욕심이 생기는 모양이다. 감독이 뭐 대단한 것이라고 배우도 영화를 잘 알 터이고 연기에 대해선 감독보다 더 잘 디렉팅할 수 있을 것 같다. 감독이 배우 연기하는 것만큼, 배우도 감독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연출에 대한 욕심이다기 보다는 자기작품에 대한 욕심 때문일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로버트 레드포드도 감독에 대한 열정으로 성공했다. 서부극만 찍던 존 웨인도 서부영화 감독을 했다. 믿거나 말거나 이연걸도 영화감독을 딱 한 편 했었다. 물론 액션영화.(▶중화영웅 리뷰보기) 이번에 한국에서 하정우가 영화감독으로 데뷔한다. 연기에 관해선 신이란 소리를 듣는 하정우가 말이다. 같은 시기에 박중훈도 영화감독으로 데뷔한다. 한국영화에 대해선 너무나 잘 아는 박중훈이 말이다. 하정우 감독은 무엇을 잘 알기에  ‘롤러코스터’의 감독에 뛰어들었을까.

 

한류 톱스타, 비행기를 잘못 타다

 

 

꼬마, "와, 스타다! 야, 너 영화에서처럼 욕해봐!"

 

 

마준규(정경호)는 한류 톱스타이다. 온갖 상스러운 욕을 내뱉는 영화 <육두문자맨>이란 영화가 일본에서 만들어지고 일본 극장가에서 대박흥행을 친다. 그런데 일본 여배우와의 스캔들 기사가 스포츠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면서 그는 서둘러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처량하게 귀국길에 오른다. 대한항공도 아시아나도 아닌 바비항공사. 자신이 스타임을 숨기고 싶고, 스캔들 기사를 감추고 싶지만 그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부터 뜻대로 되지 않는다. 우선 탑승객들이 하나같이 이상하고, 승무원들은 하나같이 수상하다. 비행기 조종을 맡은 기장과 부기장은 위험하기 그지없다. 만약 지상 수 킬로미터 상공, 비행기 안에서 한류 톱스타를 만나게 된다면? 팬이라고 달려들어 사인공세를 하는 승객부터 제 까짓 게 뭐라고 하는 안하무인 승객까지. 마준규 영화에 투자한 회장님도 있고 목탁 두드리는 스님도 있다. 마준규는 속으로 꾹꾹 참으며 빨리 공항에 도착하기만을 기대한다. 그런데, 아뿔싸 기상악화로 비행기는 요동치기 시작하고 비행기 안은 아수라장이 된다. 비행기는 김포, 인천공항에 차례로 착륙시도를 하지만 실패하고 마지막으로 제주도로 기수를 돌린다. 욕쟁이 톱스타도, 수상한 승무원도, ‘싸가지 없는’ 승객도 공동운명체가 된다.

 

그랜드호텔식 아수라극

 

제한된 공간에서 특징적인 사람 여럿이 나와 저마다의 이야기를 펼치는 것을 그랜드호텔식 구성이라고 한다. 이 영화는 김포공항행 바비항공기의 비즈니스 석을 배경으로 갖가지 행태의 인간군상을 보여준다. 영화는 스캔들난 한류스타 한 명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와 나머지 승객들을 잘 모시고 가야할 조종사와 승무원들은 겉과 속이 다른, 아니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궁극의 서비스맨 ‘스튜어디스’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하정우 감독의 이번 작품의 일본 미타니 코기 감독의 코미디 작품을 연상시킨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재미있는 상황을 끝없이 연출시키고, 수많은 수다와 상황이 연속되더니 결론에 가서는 먹구름이 걷히며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고 최종적으로 사람들의 관계가 ‘인간적’으로 승화되는 구조 말이다.


하정우 감독의 욕심

 

 

 

하정우는 자기 작품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 완성도에 대한 열정이랄까. 연기도 그러하지만 이번 작품에 쏟아 부은 열정도 만만찮다. 촬영 전 출연배우들과 충분한 사전 미팅을 갖고 공을 들여 시나리오 리딩 타임을 가졌다고 한다. 그렇게 가다듬은 결과 배우들이 쏟아내는 대사가 보통 수다가 아니다. 입에 완전히 배도록 연습한 배우들은 마치 욕쟁이 한류스타가 된 것처럼, 문제투성이 스튜어디스가 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연극판에서 활동해온 조연진들은 하정우 감독이 바라는 방향으로 연기를 해낸 것으로 보인다. 하정우 감독이 ‘작품성’이나 ‘상’에 욕심을 내는, 어깨에 힘이 들어간 작품을 감독데뷔작으로 선택하지 않고 이처럼 가볍게, 즐겁게 웃고 끝낼 영화를 택한 것은 조금 다행스럽다. 바비항공사의 비행기는 온갖 소동을 펼치며 가까스로 공항에 착륙했지만 하정우 감독의 비행은 즐겁고, 유쾌한 처녀비행임은 확실하다. (박재환, 201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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