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17. 15:29ㆍ미국영화리뷰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순전히 그놈의 <스타워즈> 때문이다. 곧 다가올 5월이면 또다시 헐리우드로부터 불어오는 장대한 우주드라마 <스타워즈 프레퀼>이 전지구적 소동을 선도할 것이기에 미리미리 전작(시기상으론 後代이지만) 스타워즈 3편을 리뷰할까 해서였다. 그래서 스타워즈를 다시 빌려서 보는데 한 5분정도 돌아가더니 비디오가 멈춰버리고, 또 리모컨 조작으로 좀 넘겨보자니 또 멈춰버리고 - 비디오 기계가 고장인지, 원래 불량 비디오였는지 - 그래서 그만 루커 스카이워크가 외삼촌에게 "아버지를 아세요? 벤 케노비 할아버지랑 같은 세대라니요?" 뭐 그 쯤해서 계속 보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비디오 가게에 가서 뭘볼까 둘러보다가 이 영화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 영화는 멜 브룩스 팬에게는 아주 손꼽히는 작품이다. 그의 몇몇 패러디 작품을 본 적이 있는 나는 이 영화를 못내 그리워하다가 결국은 오늘 보게 된 것이다. 각설하고.
이런 영화를 두고 이른바 패러디 무비라고 한다. 유명한 영화, 명장면을 다시 리바이블하는 것이다. 물론 코미디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전함 포템킨>의 오뎃사 계단 장면을 패러디한 <언터처블>처럼 말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코미디가 가장 베끼기 쉽고, 관객에게 부담없이 먹혀든다. 이 영화는 그 유명한 <스타워즈>를 패러디했다. 멜 부룩스는 이 영화에서 레슬리 닐슨 스타일의 저가불량 패러디 방식을 벗어나서 아주 스펙터클하게, 아주 창의력 넘치게 <스타워즈>를 재해석해내었다. 기본적으로 <스타워즈>는 대하드라마이다. 루커 스카이워크가 레이아 공주를 구하고, 정의의 사도 한 솔로가 나와서 행성의 평화를 구해낼 동안, 다스 베이더는 보기에도 육중한 검은 갑옷과 마스크 뒤에서 "포스"운운하며 "난 네 애비다..라고 떠든다. 이 영화도 그러한 스타워즈의 줄거리를 따른다.
Druidia행성의 롤란드 황제는 그의 딸 Princess Vespa (Daphne Zuniga)를 Prince Valium에게 시집 보내러한다. 행성에 남아있는 왕자라곤 쪼다같은 발리움밖에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베스파는 결혼식장에서 도망나온다. 그리곤 우주에서 Spaceballs군단의 전투함에 납치된다. 스페이스볼은 롤란드에게 끔찍한 요구조건을 내놓는다. Druidia행성의 모든 공기-깨끗한 대기를 내놓으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스페이스볼 행성의 대기가 심각하게 오염되었기 때문이다. 롤란드 황제는 우주의 해결사 Lone Star(스타워즈에서 해리슨 포드가 맡았던 역할임)에게 거액을 줄테니 딸을 구해내라고 부탁한다. 그래서 론 스타는 공주를 구해내고, 결국은 스페이스볼의 전함 - 변신 로봇임-을 폭파시키고, Druidia행성을 위기에서 구해낸다. 그리고, 물론 사랑도 차지하고 말이다.
이 <스페이스 워즈-국내비디오 출시제목임>의 본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는 팬 서비스 요량으로 두개의 영화를 더 패러디하여 관객을 즐겁게 해준다. 하나는 폐허가 된 자유의 여신상을 보여주었던 <혹성탈출>. 말을 탄 원숭이가 나온다. 그리고, <에어리언1>이 나온다. 존 허트의 배에서 튀어나온 그 징그러운 외계인이 여기서 복제된다. 물론, 알고 보니, 그 장면-노래하는 에이리언은 미국인에겐 익숙한 워너 브러더스의 개구리 만화에서 패러디한 것이란다.
음. 사실 이런 영화는 웃고 봐야하는데 - <스크림>에서처럼 저 장면은 어디에서 패러디한 것이다..라고 알더라도 일단 "으악" 하고 고함을 지르게 되지만, 이 영화는 저 장면은 어디에서 패러디한거네 하며 "우하하" 웃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가 않네... 사실 처음 그 유명한 글자 올라가는 장면 - 우주를 배경으로 자막이 올라가며 원스 어폰 어 타임 어쩌구 저쩌구 하고 한참이나 배경 설명을 해 주는 자막. 그런데, 깨알같은 글자가 장중한 음악에 맞춰 한참 올라가더니 마지막 문구에서 "당신이 이 글을 읽을 수 있다면 안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라는 문장에서 "윽.."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다스 베이더 아니 다크 헬멧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웃음이 터져나온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땅딸보 키에 머리만 엄청큰 헬멧을 뒤집어 쓴 다크 헬멧이 이 영화에선 그야말로 <로보트 태권브이>의 깡통로봇 역할을 해준다. 몇 개의 잔 재미가 있던 개그 씬들. 미스터 커피(커피 자판기)와 미스터 레이더(레이더)앞에서의 소극과, 광속 항행에서의 코미디 말이다. 공주와 론 스타가 비상착륙한 행성을 뒤지기 위해 그들이 시도하는 것은 바로 <스페이스 볼>비디오를 찾아 보는 것이다. "아니 어디 도망갔지?" "스페이스 볼 비디오 나왔지? 비디오로 찾아보자" "뭐라고? 이 영화는 아직 제작 중인 것인데 비디오로 나왔다니?" "요즘 헐리우드제작 형태는 비디오가 먼저 출시됩니다." 그래서 비디오를 가져와서 플레이 시킨다. (자세히 보면 멜 부룩스영화들 <제작자들>을 위시하여 그의 작품 비디오 자켓이 쭈욱 전시되어 있다) 아마, 영화사상 가장 황당한 장면일 것이다. 마치 커다란 거울을 앞뒤에 둔 것처럼 끝없이 보이는 영상들처럼, 다크 헬멧은 자신들이 출연한 비디오를 통해 공주의 행방을 추적하는 것이다. 또하나 웃기는 장면은 Ludicrous Speed scene이다. 광속보다 더 빠른 속도인데 참 웃긴다. 다크 헬멧이 제일 웃긴다. 뭐니뭐니해도 말이다. 광속을 돌파할때 그가 하는 말 "My brains... are going into my feet!" 무슨 말이냐 하면 보면 안다. 그리고, 스타워즈에서 루크와 다스 베이더가 칼 싸움할때 난 네 아버지다..그러는 것처럼, 이 영화에서 다크 헬멧이 론 스타에게 엄숙하게 그런다. "I am your father's brother's nephew's cousin's former roommate." 무슨 관계냐고? 그러니까 아무 관계도 아닌 셈이다. 그리고, 포스를 가져라..하고 말하던 요가는 여기서 "요구르트"로 나와서는 줄곧 "슈와츠"를 가져라고 한다. 그게 무슨 말인진 사실 모르겠다만.. "And may the schwartz be with you!"
한 솔로로 해리슨 포드가 나와서 은막의 스타가 되었다. 여기에 론스타로 나온 인물은 참 미끈하게 잘 생겼다. 보니 빌 풀먼이었다. 빌 풀먼이 이런 영화에 나왔었구나.
어쨌든 부담없이 웃고 보기에는 괜찮지만, 이 영화를 순전히 SF적 지식만을 갖고 보기에는 우리에겐 무리다. 적어도 영화적 상황에 걸맞은 개그를 100% 이해하기에는 말이다. 그것은 순전히 미국식 대중문화의 개그이기 때문이다. 몇 장면에서는 저 대사가 왜 나오고, 저 인명이 왜 거론될까 했는데 imdb에 몇가지 설명이 되어 있었다. 이런 대사를 제대로 알아듣는 미국인에게나 '개그'가 '개그'다운 '개그'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 내막을 모르는 우리에게는 그러한 대사가 개그임에는 분명할 터이지만 왜 개그인지는 모르고 말이다.
- Skroob대통령이 쌍둥이 여자에게 "껌이나 씹게나(chew their gum)"한 것은 "Doublemint" 껌 선전에 나오는 쌍둥이에서 따온 것이란다.
-Sanders대위의 이름은 Kentucky Fried Chicken의 설립자이라고. 그래서 극중에서 Dark Helmet이 하던 말 "What's the matter, Colonel Sanders? Chicken?"이라고 할때 왜 "닭"이 나왔지? 그냥 닭대가리라는 소리인가? 하고 넘어갔었는데 그제서야 음.. 개그였군.. 이런 대사가 여러번 나온다. 하지만, 나처럼 한국 관객은 그저 우와 스타워즈랑 똑같다. 우와 멋있다. 우와 ..그러면 다 될 영화이다.
의외로 멜 부룩스 영화는 거의 다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정통영화에 질린 사람들이라면 머리 식힐 겸 이런 영화 한번쯤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박재환 19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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