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킹즈] 보기드문 미국산 전쟁코미디

2019. 9. 17. 15:32미국영화리뷰

반응형



>> 이 영화 & 이 리뷰에 대한 코멘트 대환영 ^^

  * 우리나라에서 개봉되는 미국영화는 일부 식자층, 혹은 일부 잘난 체 하는 무리들에 의해 '문화제국주의적 괴물영화', '무뇌아를 위한 오락영화'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성조기나 미국 군인이 한명이라도 등장하는 영화라면 네티즌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기세이다. 이 영화도 그러한 대접을 받은 영화이다. 물론, 이 영화가 근래보기 드문 걸작 코미디전쟁영화라고 평하는 사람도 있긴 하다. 이 영화는 분명히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이래로 힘들게 만난 무척 잘 만든 블랙코미디이다.

 Alternative Movies
<쓰리 킹즈> (1999)

 Reference


gulfweb.org
pbs.org/gulf-war
Sandy's Army Page
종군기자 피터 아네트
 Sites & Shouts
Movie Review Query Engine
imdb|하이텔
  이 영화는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중동 아라비아 반도에 위치한 인구 200만도 안되는 작은 나라, 하지만 석유가 펑펑 쏟아져서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훌쩍 넘는 쿠웨이트는 입헌군주제 국가이며, 20세기 초부터 강대국의 보호국-속령으로 현대사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웃한 이라크와 이란, 그리고 사우디 아라비아에 둘러싸여 민족주의적 성향을 간혹 보이면서도 여전히 친서방주의적 국가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이란과 이라크가 그렇게 오랫동안 싸울때에도 여전히 국가의 안위를 보존한 것을 보면 굉장한 '실리적' 외교노선을 가지고 있는 것도 같다. 

  미국의 군사작전 암호명인 <사막의 폭풍> 작전(Operation Desert Storm)으로 유명한 걸프전쟁은 1990년 8월 2일 이라크의 전광석화같은 쿠웨이트 함략으로 시작된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를 세우기 위해 고심하던 사담 후세인은 쿠웨이트가 원유시장에 물량(석유)을 과잉공급하여 유가를 하락시키고 이라크 경제를 파탄에 몰아넣었다고 비판하더니 이내 쿠웨이트를 이라크의 속주로 삼아 통치권을 행사한 것이다. 물론, 정의의 용사 미국은 유엔안보이사회의 이름으로, "91년 1월 15일까지 쿠웨이트에서 철군하지 않을 경우 이라크를 쑥대밭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고, 그 말대로 33개 다국적국으로 구성된 '정의의 십자군'은 1991년 1월 17일 이라크를 공습하기 시작했다. 이 전쟁은 TV로 생중계된 최초의 전쟁으로 기록될 정도로 CNN과 미국 공중파 방송들이 경쟁적으로 전쟁장면을 미국내 시청자와 전세계인에게 생생한 화면을 전달하였다. 처음 1개월간 무려 10만 회에 이르는 공중폭격으로 이라크는 정말 쑥대밭이 되었고, 2월 24일에야 전면적인 지상작전이 시작되었다. 100시간만인 2월 28일이라크는 15만명의 사망자를 남기고 쿠웨이트에서 물려나고 사실상 패전을 선언해야했다. 물론, 이라크는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말이다. 어쨌든 미국이 주도한 걸프전쟁은 중동을 다시한번 미국의 절대적 영향하에 두는 새로운 질서를 재편했고, 후세인 같은 나쁜 악당은 CNN에 한번 걸리면 거의 초죽음이 되도록 얻어터진다는 미국식 정의를 확립시켰다.

  우리나라야 국회-나아가 베트남 참전의 악몽이 있는 국민의 여론에 따라, 그리고 중동특수를 누렸던 과거가 있어 함부로 '다국적군'에게 군사를 내보내진 못했지만 수송기와 전쟁자금을 현금으로 내놓아야했다. 그 덕에 CNN을 통해 전쟁을 경험한 우리들은 이 전쟁의 두 가지 다른 모습에 관심을 가졌다. 하나는 중동의 오염된 유정.- 이라크는 쿠웨이트를 떠나면서 유정에 불을 질렀다. 그리고, 기름밭이 된 바닷가 해변가에는 기름을 뒤집어선 물새들이 환경보호단체의 입지를 강화시켜주는 볼거리를 제공해주었고 말이다. 그리고, 나처럼 풀리쳐상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CNN의 용감한 리포터를 기억할 것이다. 피터 아네트 특파원과 크리스틴 아만포어 (루빈 미국 국무부 대변인과 결혼하여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자, 철저히 진 게임이 되어버렸던 베트남전쟁의 악몽을 잊어버리고 미국의 위신과 체면을 살려준 걸프 전쟁이 끝난후 헐리우드에서는 무슨 생각을 할까? 물론, 맥 라이언의 <라쇼몽>스타일의 맥 라이언 주연의 <언더 더 커리지>라는 영화도 배경은 걸프전쟁이었다. 데이비드 O. 러셀이라는 감독이 내놓은 <쓰리 킹즈>는 걸프전쟁이 갖고 있는 여러 모습들 - 그러니까, 세계전략차원에서의 미국의 역할, TV정치학, 민족과 석유의 관계, 민생정치의 현장 등이 골고루 화면에 투영된다. 

  영화는 걸프전쟁이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고 전쟁의 마무리를 할 무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군 아치 게이츠 소령 (여전히 매력적인 조지 클루니)와 성실한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흑인상사 칩 엘진(아이스 큐브), 그리고 전쟁이 끝나면 고향에서 아내와 태어난지 겨우 한달 된 아이와 행복한 민간인 생활을 꿈꾸는 발로 병장(마크 왈버그)에게 뜻밖의 기회가 주어진다. 이라크 포로 한명의 몸에서 '보물지도'를 획득한 것이다. 그 지도에는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 왕정에서 탈취한 금괴를 숨겨둔 지점이 그려져 있었다. 황금에 눈이 먼 이들은 짚차를 몰고 보물을 찾아나선다. 

  물론, 베트남전때에도 그러했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이산가족이 생기고 삶의 터전은 폭격으로 재가 되어버리는 것이 일상사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엄청난 돈을 버는 '뛰어난 수완의 사업가'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보통 전쟁군수 물자를 옮기거나 보관하거나, 빼돌려 엄청난 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한국전쟁을 통해 일본이, 베트남 전쟁을 통해 한국이 그러한 덕을 본 케이스이라고도 한다. 어쨌든 어느 면에서보자면 무정부상태라고할 수 있는 전쟁에서 금괴사냥을 나가는 일이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전쟁이 끝나갈 무렵 이들 미군은 '이라크 패잔병-이라크 반군- 쿠웨이트 떨거지' 기타 등등 각종 패거리에 끼어 3천만 달러가 넘는 금괴를 두고 액션을 벌이게 된다. 그 와중에 빠질 수 없는 것이 특종에 눈이 먼 여자 앵크 아드리아나(노라 던)가 카메라를 들이대며 미국적 애국주의와 인류보편의 휴머니즘을 창조해내려 열심이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이 감독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국적 정의'나 '카메라의 눈' 같은 고리타분한 주장을 거듭 내놓지는 않는다. 어쨌든 황금에 눈이 먼 미군이 어떻게 정의로운 용사가 되어 쿠웨이트를 도왔냐는 것은 겉치레이다. 그 우스꽝스런 모습에서 전쟁의 또다른 코믹한 모습을 섬뜩하게 보여준 셈이다.

  참, 금괴와 좀도둑하니 '삼풍백화점'이 생각난다. 백화점이 붕괴되고, 경찰과 구조대가 몰려오고 방송카메라가 생방송을 하기 시작한 그 짧은 순간동안 그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폐허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백화점 각 매장에 있던 고급 상품은 물론이고 그 수많은 금전등록기마다 10원 한푼까지 거의 모두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참, 무서운 나라이다.....

 박재환 200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