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17. 15:28ㆍ미국영화리뷰
>> 이 영화 & 이 리뷰에 대한 코멘트 대환영 ^^
바비 패라리와 피터 패라리(Bobby, Peter Farrelly)는 친형제다. 그들의 공동연출작품 <덤 앤 더머>는 보는순간 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았다. 그것은 아마 짐 캐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킹 핀>은 사실 놀랬다. 은은한 감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형제의 3번째 공동 연출작품인 이 영화는 미국에서 엄청 큰 흥행성공을 거두었고, 우리나라에서도 히트친 편이다. 게다가 비디오 대여순위도 여전히 높고 말이다. 이 영화는 이른바 전형적인 미국 코미디로 분류된다. 그러니까 우디 앨런식의 말 많은(대사가 너무 많아 자막으로 옮겨놓으면 따라읽기도 어렵고 그 미국식 상황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그런...) 영화라기 보다는 음담패설적(아주 유쾌한) 대사가 능청스레 나오고, 숨기려고 하는 어떤 대상(페니스, 정액, 자위행위 기타등등)을 소재로 내보임으로써 보는 사람 모두가 갖고 있는 황당한 공감을 유도해 내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의 미국식 코미디가 한국에서 먹혀들까하는 것은 개봉 전부터의 관심항목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먹혀들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감독의 깜찍한 이야기진행과, 여배우 카메론 디아즈의 더욱 깜찍한 매력과, 맷 딜런 - 벤 스틸러의 끝내주는 연기가 이룬 완벽한 연기화음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모든 조연들도 모두들 호연하였고, 단역 출연자까지 깜찍한 연기를 해준 덕분일 것이다.
Alternative Movies
<메리에겐 특별한 것이 있다> (1996년) <몽정기> (2002)
Reference
카메론 디아즈 팬사이트(한글)
Sites & Shouts
Movie Review Query Engine
imdb|하이텔
워낙 재미있게 보아 당연히 미국인들은 어떻게 봤을까 하고 로저 에버트(시카고타임즈 영화평담당자이고 꽤나 지명도 높은 영화평론가이다. 우리나라 영화잡지 <스크린>에서 그의 글을 독점 번역하고 있단다. 그는 영화 줄거리를 거의 영화평의 반을 차지하게 쓴다) 영화평에 들어가 보니 그는 이 영화를 아주아주 재미있게 본 모양이었다. 그가 이 영화평을 쓰며 고민한 모양이다. 첫째, 가족이 보는 신문에, 둘째 이 재미있는 영화에 대해 스포이러 없이 옮기기는 불가능하다고 본 모양이다. 사실 영화는 재미있었다.
재미있게 옮기자면, 촌뜨기 고등학생 테드는 이 학교 남학생 모두가 침흘리는 여자 메리와 졸업생파티에 함께 가기로 약속한다. 그래서 잘 차려입고- 벤 스틸러는 치아교정기를 해서 더욱 멍청해 보인다. 아니 메리에겐 귀엽고 순진해보였다 - 메리 집에 그녀를 데리려간다. 그런데 메리의 정박아 오빠의 귀를 건드리는 바람에 일은 꼬이기 시작한다. 한대 얻어맞고 화장실에 갔다가 쉬-를 한다.(이는 패럴리 형제의 전형적인 화면구성이다) 그때 열린 창문으로 나뭇가지에 앉은 한쌍의 새를 보게 된다. 너무나 행복해 보이기에 그는 아주 황홀해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맙소사, 근데 그 열린 창문 저 너머 메리와 엄마가 보다가 이 테드의 황홀한 표정을 보게 된다. 테드는 마치 다른 짓을 하다 들킨 사람처럼 너무나 놀라 지프를 후다닥 올린다. 그러다가 그만 자신의 거시기가 지퍼에 걸려버린다. 이때부터 그의 불행한 페니스 고행담이 시작되는 것이다. - 자아, 여기처럼 이야기를 일일이 쓰는 것을 "스포일링"한다고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친절과 호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직접 영화를 보게 되면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
그리고 둘은 헤어지고 13년이 흘러 마이애미 플로디다에서 다시 재회하게 된다. 이번엔 더욱 황당한 일이 그의 거시기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음. 영화 감상문이 때로는 쓸데없는 호기심과 기대감을 가져다 줄때도 있다. 특히 이렇게 거시기가 나오고, 페니스가 나오고, 자위행위 라는 단어가 나온다면, 적어도 영화를 안 본 사람은 묘한 연상과 희망을 가지고 비디오숍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직접 보고나서는 "이런 속았다..."하고는 두번 다시 박재환 영화평을 안 보든지, "우와 진짜 재밌다.."하고는 공감하든지 뭐 그렇겠지뭐...
그래 이 영화는 미국에서 R등급이다. R등급은 17세 이하가 관람할때는 보호자가 동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동행해서 갈 가족 단체 관람객은 드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식으로 온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비디오 보기에는 누나가 낯 뜨겁고, 호기심 많은 남동생이 보기엔 너무나 궁금하고, 그걸 관장해야할 부모가 감당하기엔 너무 황당한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벤 스틸러는 카메론 디아즈를 13년동안 못 잊어 사설 탐정 멧 딜런을 마이애미로 보내어 카메론 디아즈를 좀 찾아달라고 한다. 멧 딜런은 스파이처럼 카메론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 도청 하기 시작한다. 카메론이 여자친구랑 깔깔대며 남자이야기를 한다. "누구누구.. 어쩌구 저쩌구.. 난 그런 남자 필요없어. 나에겐 바이브레이터가 있으니..." 이 대사에 몰래 듣고 있던 멧 딜런이 그만 웃음을 터뜨린다. 만약 바이브레이터가 무언지 모르면(근데 난 어떻게 알았지?) 이 대사가 안 우습다. 옆에 남자 같이 앉아볼 때 여자는 웃지 말 것. 짖궂은 남자라면 왜 웃지 하고 꼬치꼬치 물어볼테니.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의 자위행위에 얽힌 개그는 남녀의 구별이 없는 것이다. 아빠 닮아 과격한 농담을 좋아하는 카메론이 갑자기 그런다. "난 바이섹슈얼이야"라고. (난 양성애자야!)할때 순간 당황해하는 벤 스틸러. 그리고, 마이애미로 올 때 테드가 다시 쉬-하러 차에서 내렸다가 그만 동성애자들 집단 성애 장소에서 체포될때의 일련의 상황들-그걸 뉴스로 보는 사람 이야기 포함-은 지극히 미국적이다.
그런 수준의 개그부터 시작하여, 틈틈이 나와서 노래 불려주는 가수 Jonathan Richman같이 카미오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 카메론의 한때의 연인이었던 미식축구선수 브렛이다. 이 사람은 진짜 그린베이 페커즈의 인기 쿼터백으로 미식축구를 좋아하는 미국인들은 다 아는 운동선수란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에게야 미식축구의 인기만큼이나마 이 사람에 대한 인식도 바닥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조금 웃음과 감동이 반감되는 것도 사실이다.
처음 지퍼에 그것이 걸렸을때 카메론의 아빠가 와서 묻는 말이 "Is it the frank or the beans?"이었다. 하나 배웠다... 음.. 소시지야 콩이야.. 음. 인간 신체 구조를 이렇게 비하하거나 환치시키는 것이 결국 이들 바비7 패라리와 피터 패라리 형제 영화의 특징인 것이다. 그들에게선 고품격, 한참 머뭇거리다가 의미를 파악하여 웃게 되는 그런 코미디가 아니라, 그냥 직감적으로 웃게 되는 그런 형식이다. 그렇다고, 슬랩스틱이나 사오정식 황당개그는 결코 아니다. 있음직한 아슬아슬한 개그-코미디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디 높은 곳에서 사람이 뭔가를 집으려고 아슬아슬하게 손을 밑으로 내밀고 있다. 손에 안 닿는다. 그는 몸을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더 내민다. 그럼 보는 사람은 아이구 저 사람 곧 떨어지게네.. 하고 지켜본다. 조금씩 더 손을 내밀다 그만, 그 사람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높은 곳이 뜻밖에 폭싹 내려 앉는다. 이럴 경우 사람들은 전혀 뜻밖의 상황전개에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건 글로 써놓으면 안 웃는다)
자-자-. 카메론 디아즈의 <이완 맥그리거의 인질>을 보면 카메론이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서 이완에게 인질범으로서 돈 받아내는 협박전화 거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장면이 있다. "어쩌구 저쩌구.. 니 딸 살리고 싶으면 돈 내. 알았어? ****" 그때의 그 와일드한 귀여움이 카메론의 매력이었다. 여기선 그냥 뭐. 가만히 있어도 매력덩어리이다. 그래서 온갖 남자들이 그녀에게 매달리는 것이다. 벤 스틸러는 핵심을 잡아낸다. "당신을 사랑한 것이 아니었어, 그저, 남들처럼 당신의 아름다움에 반한 거였지."
그래서 어쨌냐고? 가수는 총 맞고, 후반 대 역전 드라마가 벌어진다. 카메론이 말한다. "어머 귀에 이게 뭐지? 헤어젤인가? 어때 이뻐?"
기대하시라.. 이렇게 쓰는 이유는 스포일러에 대한 보상이다. 이렇게라도 해야 비디오 빌려볼 것 같아서 말이다. 물론 다들 보았겠지만, 주말에 애인이랑 같이 보면 재미있을 영화 같다.
박재환 1999/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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