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17. 15:27ㆍ미국영화리뷰
스플래터 무비를 오늘날 수준으로 정착시킨 헐리우드 감독 샘 래이미 작품들은 일단은 재미있다. 물론 예외가 있지만 말이다. 그가 <이블 데드>시리즈 세 편으로 소위 호러 매니아의 든든한 우상이 되었지만 코엔 형제와 내놓은 몇 작품은 굳이 호러 영화팬이 아니더라도 열광할 만한 작품이었다. 래이미 감독은 <다크맨>을 TV시리즈로 만들고, <여전사 제니>같은 오락물도 열심히 만드는 와중에 지난 98년 소품 <심플 플랜>을 내놓았다.
이 영화는 코엔 형제의 96년 작품 <파고>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눈 덮인 미네소타에서 벌어지던 어이없는 살인극들이 또다시 펼쳐진다. 소박한 소시민들이 그렇고 그렇게 살아가던 중에 그들 앞에 돈 다발이 떨어진 것이다. 추락한 소형비행기 안에서 400만 달러를 발견한 행크와 제이콥, 그리고 루는 이제 그 돈을 아무도 모르게 차지하기 위해 위험한 모험을 하게 된다. 이 눈이 녹고 비행기 동체가 발견되면 돈의 임자가 나타날 것이지 그때까지만 돈을 숨겨두자고. 그래서 소동이 끝나면 돈을 나누어 가지고 이 마을을 영원히 뜨자고.. 하지만 봄이 오기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나 많은 난관이 있다. 행크만이 그럭저럭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듯 하다. 제이콥과 루는 알코올 중독에 인생 낙오자 같은 생활을 더 이상 영위하기 싫었고 돈이 아쉬웠다. 게다가 어이없는 살인은 계속되고, 이들이 어떻게 마지막까지 남아 돈을 차지하게 될지는 의문이다. 누가 살아남을지 말이다.
물론 돈을 차지하는 사람은 가장 현명하고, 가장 이성적인 사람일 수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돈을 차지하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지는 극의 끝에 가서야 느낄 수 있다. 주위의 사람들을 하나씩 잃어가며 자신의 양심을 조금씩 타락시켜가며, 범죄적 유혹에 빠져드는 것은 대부분이 소시민일 관객에게는 색다른 초조감을 안겨준다.
대니 앨프먼의 여유 있는 음악과 곁들여 배우들의 튀지 않는 안정된 연기, 그리고 눈 덮인 미네소타의 설경은 돈의 재앙을 심플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행크를 연기한 배우 빌 팩스톤은 <타이타닉>에서 바다에 가라앉은 선박에서 목걸이를 건지려는 탐사선 선장으로 나온 배우로 낯이 익다. 빌리 밥 손튼은 최근 국내에서 개봉된 <U턴>에서 보여주었던 개성 있는 연기, 절대 따라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여지없이 재생한다.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볼 만한 비디오. 보고 나선 알랑 드롱의 <태양은 가득히>를 찾아보시기 바람.
박재환 20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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