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의 침묵] 음메헤~ 뚝!

2019. 9. 17. 15:27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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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외신을 보니 조디 포스터가 얼마 전에 백만 달러짜리 '베이비 시스템'을 설치했다고 한다. 미국에서의 어린아이 사랑은 끔찍할 정도이다. 베이비시터라고 해서 애 봐주는 사람에게 갓난애기 맡겨놓아도 실제 애기를 보는지, 학대하는지는 알 수 없다. 실제로 학대하는 경우가 많아서 미국에서는 그걸 감시하는 산업-집안 곳곳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엄마는 직장에서 인터넷으로 그걸 모니터링하는 방식-이 우리나라 시큐리티사업(에스원같은)만큼이나 돈 많이 버는 사업이란다. 조디 포스터에게는 특별한 사연이 있는 몇 개월된 아기가 있는데 이 아기를 보기 위해서 백만 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했다고. 무슨 소린가 했더니 위성시스템이란다. 조디 포스터가 현재 태국에서 주윤발과 함께 <안나와 왕> - 대머리 율 브리너 나왔던 유쾌한 뮤지컬 <왕과 나>의 리메이크 작품임- 을 촬영하고 있다. 이제 촬영하며 한시름 놓게 되었다고. 정말 스타는 스케일이 다르고, 자식사랑도 남다른 것 같다.

음. 영화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부터 하자면, 나에겐 여동생이 하나 있다. 이미 시집가서 애까지 있는 여자애인데, 학교 다닐때 같이 나가면, 누나냐는 소리까지 들은 적이 있다. 그 애가 조디 포스터를 무척 많이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내가 군에 있을 때 - 전라도쪽이었음- 면회왔었더랬는데, 광주 나가서 영화를 한편 보았는데 그 영화가 바로 이 <양들의 침묵>이었다. 내 동생은 정말이지 조디 포스터를 많이 닮았다. 조디 포스터 닮은 동생은 (서울로 시집왔고) 가끔 서울에 혼자 사는 나를 위해 반찬을 장만해 준다. 그거 먹고 힘이 나서 이렇게 영화평을 쓰는 모양이다. ( <-개인홈페이지는 이래야한다는 것을 보여줌 ^^) (1999년 결혼 전 이야기임 ^^)

다음. 영화와 조금 상관있는 이야기를 하자면, 역시 군에 있을 때 일이다. 우리 부대는 특별한 점이 한 동안 있었으니 외박, 휴가 갔다오는 병사는 꼭 책 한 권씩을 사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소설이든, 잡지든 간에 말이다. 그러다보니, 우리 내무반은 어느 새 신간서적이 가득했었다. 그중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던 것이 바로 이 토마스 해리스의 소설 <양들의 침묵>이었다. 이는 각자 하루씩 (밤에 근무세워 놓으면 다음 사람 깨울 생각도 않고 혼자서 지키며 밤새 내리 읽는 것이다) 정말이지 한번 잡으며 손에서 놓지 못할 재미가 있다는 것은 내 전우들이 보증할 것이다.

자, 그럼 이제 영화이야기 시작합니다. 음메헤...

<엑스 파일>이 대표적이지만 범죄사건을 해결하는 수사기관의 형태는 보통 일정한 룰이 있다. 사려깊은 상사가 있다. 그는 사건을 맡을 부하직원인 남자와 여자에게 적절한 임무와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알려주고, 위험에 처할 경우는 더 높은 어떤 사람과의 적당한 타협을 통해 막후실력자가 되어준다. 그들은 보통 가부장적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직장상사로서뿐만 아니라, 가족애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나이가 더 어리고, 경험이 더 적은 요원들을 지휘, 감독, 조종하는 것이다. 보통 여자 부하직원과 상사와의 로멘스는 흔치 않다. 이 영화에서는 그러한 경향이 조금 보일듯 하면서 그냥 알 수 없는 시선으로 처리된다. 물론 엄격하게 이야기하자면, 조디 포스터에게는 그 상사 잭 크로포드 국장(반장)는 어릴때 죽은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불려일으키는 존재이다. 어린 날의 상처에 대한 연민, 추억, 화신 그런 장치말이다. 그리고, 사건을 실제 맡은 요원들은 동료애, 혹은 좀 덜한 경우로는 경쟁심으로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러한 정통 플롯과는 조금 다른 버디무비의 형태를 띈다. 수사관은 정식 FBI가 아닌 훈련상태의 여자요원이며, 그와 함께 사건을 풀어나갈 인물은 감옥 속에 꽁꽁 묶여 감시받고 있는 살인자이다. 그들은 각자 자신이 그 방면에 있어서는 최고의 대가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여자는 비록 처음 사건에 투입되었지만, 자신은 언제나 자신감과 야망에 불타오르고 있고 말이다. 

남자 살인마. 감옥에 있는 사람은 한니발 렉터 박사이다. Dr. Hannibal Lecter는 소설에서도 영화에서도 식인 한니발(Hannibal the Cannibal)로 알려져 있다. 왜냐하면, 그는 사람을 죽이고, 그 시체를 먹기 때문이다. 그는 나중에 탈옥할때, 혹은 위협할 때 곧잘 사람의 귀나 코를 물어 뜯는다. 식성에 어울리지 않게도 한니발 박사는 아주 해박하고, 날카롭고, 사려깊으며, 사건의 전말을 통찰하는 혜안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심리학자이며 살인마인 것이다. FBI가 아쉬워서 손을 내밀만큼 말이다. 이 희대의 살인마이자, 호러영화사에 큰 획을 장식할 성격파 연기를 해낸 배우는 앤소니 홉킨스이다. 영국 출신의 연극배우출신인 그는 마치 무거운 연극의 주인공처럼 품위있고, 카리스마 철철 넘치는 살인귀역을 해낸다. 그가 처음 등장하는 감옥씬에서부터 사실 무시무시한 느낌이 든다. 그는 그에게 찾아온 풋나기 애송이 FBI를 농락하듯이 조금씩 조금씩 사건을 풀어나가게 한다.

사건이 뭐냐고?
현재 감옥밖에서는 연쇄 살인범이 설치고 돌아다닌다. 버팔로 빌이라고 불리는 이 살인마는 소녀를 납치하여 죽인다. FBI는 그 일련의 살인극의 연관성이나 피해자의 공통점을 찾고 있지만 도대체가 뚜렷한 동기나 목적을 알수가 없다. 그래서 FBI의 행동과학팀의 국장이 렉터가 호기심을 가질만한 젊은 애송이 조디 포스터를 감옥에 보낸 것이다. 렉터는 곧바로 이 매력적인 여자 Clarice Starling 요원의 아픈 과거를 읽어내고, 사건 해결의 열정이 있음을 알고는 살인과 괴기, 변태와 비정상이 판을 치는 이 영화의 미스테리를 조금씩 조금씩 풀어나가게 도와준다.

연쇄살인범(Buffalo Bill이라 불리지만 실제는 Jame Gumb이다. 미국에서는 이와 유사한 연쇄살인 사건이 종종있었다. 그중 버팔로 빌의 모델이 된 것은 Ed Gein사건이란다. 경찰이 그의 집에서 발견한 것은 조각난 시체, 피부껍질, 엄청난 신체 기관들이었다)이 납치한 마지막 희생자는 상원의원의 딸이었다. 하지만, 살인자에겐 애당초 그런데는 관심도 없다. 그가 필요한 것은 바로 여자의 껍데기 - 부드러운 신체 피부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는 여자가 되고 싶어 하는 남자였다. 그래서 재봉기술도 배운다. 그는 병원에서의 정식 성전환수술을 신청했지만 까다로운 조건에 의해 거부당한다. (미국에서는 성전환 수술을 시술하는 병원이 세 군데이며, 엄격한 기준이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여자 되고 싶다고 다 여자 되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여자의 껍질을 벗겨 그 피부를 자신에게 뒤집어 씌울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미치광이의 광적인 집착인 것이다. 여기서 이 영화는 호러이며, 사회현상을 다룬 하나의 섭컬쳐 텍스터로 인식되게 된다.

실제 미국에는 이런 종류의 범죄가 종종 있다. 납치, 엽기적 살인, 피해자 신체에 가해지는 온갖 가학적 변태적 난도질, 그리고 시체에 대한 끔찍한 처리 등등... 그들의 살인동기 또한 갈수록 복잡해지고 분석 불능의 형태를 띄게 된다. 그것은 이른바 전기톱-면도날 영화의 광범위한 유포와 유사사건에 대한 언론의 떠들썩한 선정적 보도로 인해 더욱더 많은 살인귀와 모방범죄를 양산해 내었다. 물론 이러한 살인형태는 미국의 KKK같은 흑인에 대한 테러에서 기인한다고도 한다. 인종차별적 경향을 띄기도 하고, 반여성적 성향을 띄는 이러한 살인행각은 분명 현대미국의 한 병폐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러한 인간은 보통 집안에 쳐박혀 그런 비디오만 보거나, 그런 잡지만을 구독한다. 이런 괴상한 사건만을 다루고, 괴상한 기구만을 선전해대는 잡지는 많다. 인터넷에서도 그런 혐오성 사이트가 꽤 된다. 살인, 시체, 기형, 고문도구, 신체의 특정부위만에 대한 괴기적 집착 등을 다루는 사이트말이다. 미국의 경우에만 그런 것이 아니다. 몇 년전 일본 열도를 뒤흔든 엽기적 살인자가 잡히고 나서 경찰이 그의 집을 수색했을때 나온 것은 엽기적 살인만을 다룬 엄청난 양의 비디오라는 것이다. 차라리 포르노를 보면 사람을 죽이지 않지만, 그런 비디오는 사람을 죽인다며 더 위험하다고 목청을 높이는 사람이 있다.(포르노 비디오업자!) 우리나라도 사회적 영향으로 방에 쳐박혀 지내는 사람이 많이 생겼다. 실업자라고 방안에 쳐박혀 그런 비디오만 보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번쯤은 바람쇠려 극장에라도 가기 바란다. 그리고 국가차원에서 이러한 끔찍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실업자에 대한 무료시사회를 연다거나, 우수영화비디오에 대한 대여료 대폭인하 등의 건설적인 조처를 하루빨리 취해야한다고 본다. --;

무작위적 납치와, 비인간적 살인의 동기는 보통 어처구니 없다. 재미와 광기, 따라하기 같은 것이 대부분이다. FBI에는 그러한 살인 케이스만을 전담하여 연구하며, 조사하는 부서가 있다. 강력계나, 특수부 같은 것이 아니라, <행동과학국 FBI Behavioral Science Unit>에서 말이다. 그런 부서에는 심령술에 심취한 폭스 멀로나 스컬리처럼 변태와 엽기, 피부껍질 벗기기 전문가가 즐비하다. 실제로 그렇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이러한 범죄의 살인자는 보통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보통 이들은 어린시절의 성학대, 유아학대, 계부의 폭행(아버지에 의한 딸의 성폭행은 고전적이고, 이젠 남녀 구분없이 가해진다) 등의 추악한 경험이 있다. 버팔로 빌의 경우 소설에서는 그의 어머니가 지독한 알코올 중독자였던 것으로 나온다. 학교생활에선 왕따같은 집단 기피의 경험이 있고, 연애시절엔 여자에게 엄청 차였다거나, 사회적으로 매장될 엄청난 충격적 소리를 들은 그러한 과거가 있다. 물론, 이들이 정신적으로 덜 성숙하였거나, 악마적인 사람이 있는 반면, 굉장한 학구파가 있기도 하다. (닥터 한니발의 모델이 된 Ted Bundy같은 살인마는 법률학도였다) 사람의 껍질을 벗기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에 충만한 사람, 사람의 고통의 끝은 어딜까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 심리학 박사, 정형외과 의사...등등 전문가까지 말이다. 게다가 또한 요즘같이 현대문물에 대한 광신적 반대자까지 생겨서는 첨단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만을 테러하는 사람까지 생겨났다.(몇 해전에 끝내 잡히고 만 유나버머같은 사람말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신창원이나 누구누구 유괴사건 식으로 미국인에게는 그러한 연쇄살인범에 대한 인지도는 높고, 대중적이다. 요즘엔 한니발 렉터나 버팔로 빌이 대명사처럼 쓰이듯 말이다. 

영화 <양들의 침묵>은 그러한 미국내 사회적 분위기에 맞추어 나온 명작이다. 물론 영화내용이나, 소설의 기반이 나타내듯이, 이 영화는 그저그런 오락물로 끝날 수 있었던 작품이었지만, 이것이 아카데미를 휩쓸고, 영화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어떠한 것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는 91년도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작품, 감독, 각본, 남우주연, 여우주연이라는 알짜배기 부문 다섯 개를 모두 석권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아카데미라면 흥.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와 똑같이 깐느라는 소리만 들어도 잠들어 버리는 사람이 있다!) 영화라는 것이 대중문화의 첨단이며, 오스카라는 것이 그 바로미터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 영화는 상당히 호기심을 유발시키며-좀 과장하자면, 지적 흥분을 자아내게까지 한다. 그래서 풋내기 스칼리가 되어, 어쩐지 인간적으로 보이는 (사실은 엄청난 살인마임) 한니발의 도움으로 복잡하게 얽힌 실푸레처럼 미스테리를 하나씩 이어 나가는 것이다. 소설에선 나방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영화포스터에도 그것이 큰 면적을 차지하고 말이다. 그래서 과학적인 호기심까지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는 조디 포스터라는 매력적인 여배우가 신참 FBI를 맡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이 여자는 물론 아픔이 있다. 어릴적의 아픈 과거 말이다. 아버지는 보안관이었고, 범인의 총에 죽었고, 혼자 남아 친척집에 보내져서는 두 달도 못 버티고 집을 나와 고아원에서 자란다. 그가 친척집을 나올때, 어린 나이에 남아 있는 기억은 공포에 질려서 울고 있는 어린양들의 울음소리이다. 클라리스 스타일링은 언제나 그 울음소리에 괴로워 하고, 벗어나러한다. 닥터 한니발은 그러한 그녀의 심리를 쪽집게처럼 집어내어서는 마치 퍼펫 쇼(꼭두각시 인형)의 주재자처럼 그녀를 원격조종하는 것이다. 안소니 홉킨스 연기하는 렉터가 클라리스에게 내뱉던 인사말 "헬로우 클라리스"라는 대사는 그 어감이나 무게가 생각나는 영화가 있을 것이다. 홉킨스의 말로는 자신은 <2001 우주의 오딧세이>에서 반란을 일으키는 인공지능 로봇 HAL9000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Hello Dave"라는 대사가 떠오른 사람이라면 그 무게감과 신비로운 공포감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기계로봇은 친근한 것 같으면서도 언제 어디선가 당신을 죽일수도 있는 냉철한 로봇이니까 말이다.

결국, 사건은 해결된다. 클라리스의 용감무쌍한 활약으로 말이다. 버팔로 빌의 집에서 벌어지는 마지막의 지하실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일반적인 살인귀의 집안구조와 유사하다고 한다. 완벽히 갇힌, 격리된 땅속의 두려움을 느낄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는 두렵고, 무섭고, 스릴이 있다. 소설도 그렇다.

 박재환 1999/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