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 아워2] 성룡, 크리스 터커, & 장쯔이

2019. 9. 17. 15:23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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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의 성룡은 개런티 2,000만 달러의 국제적인 스타가 되었지만 그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눈물이 절로 날 정도이다. 성룡의 집안이 워낙 가난하여 그가 병원에서 태어났을 때 그의 아버지는 병원비가 없다며 그를 병원에 그냥 두고 오려 했다. 아버지의 친구가 입원비를 대신 내어주어 성룡은 퇴원할 수 있었고, 가족들은 그 돈을 갚느라 2년동안 두부만 먹어야 했다고 성룡은 최근 회상했다. 계속되는 가난 때문에 결국 그의 아버지는 성룡이 7살되던해에 경극학원에 보낸다. 성룡은 첫 3일동안은 배불리 먹을 수 있어 너무 좋았지만 그날 이후 그의 고달픈 연기 생활이 시작된다. 성룡은 매일 얻어맞으면서 스파르타식으로 경극과 무술, 노래, 기예등을 배웠다. 지금도 그때 일을 기억하면서 "다른 사람을 때리는 것은 아주 나쁜 일이다. 폭력은 반대다. 내 영화의 철학도 그러하다."고 말한다. 실제 성룡은 자신의 영화에서 어린이에게 악영향을 주는 흡연장면이나 섹스장면은 결코 넣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아 왔다. 성룡은 무술을 체계적으로 배운 후 영화판에 진출했다. 물론, 이소룡 영화에서 얻어맞는 대역배우, 얼굴이 반만 나오는 엑스트라 등 무명배우 생활을 10년여 지내야했다 그런 그가 이소룡 사후 공백이 생긴 홍콩영화계를 '코믹액션물'로 단순간에 스타로 부상한다. 그는 1978년 <취권> 등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코믹무협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 후, 해마다 스케일을 키워왔다. 그는 홍콩에서 명성을 얻자마자 곧바로 미국시장 진출을 노렸다. 그는 1980년대 초반에 이미 두 편의 미국영화에 출연했다. <베틀크리크>와 <캐논볼>이라는 미국인 영화감독의 미국영화였다. 이들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보잘 것 없었다. 특히 <캐논볼> 같은 영화는 성룡 팬뿐만 아니라 아시아 영화팬으로서는 절망스러운 역할이었다. 서양 톱스타들 사이에서 재주넘기를 하는 아시아의 기예인 느낌이 들었으니 말이다. 성룡도 자신의 상품성이 아시아에 머물고 있음을 알고는 일단 아시아 시장에 매진한다. 그후 20년동안 그는 수많은 영화에서 여전히 위험하고 아찔한 연기를 해낸다. 몸을 아끼지 않고 내던지는 그의 프로정신은 아시아에서만은 확실한 흥행스타로 자리잡게했다. 하지만 그의 나이가 40을 넘어서면서 그의 연기가 어쩐지 불안해 보이고, 그의 주름살에 팬들이 조금씩 안쓰러워하기 시작했다. 성룡은 그제서야 미국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20년 전의 실패를 거울삼아 '영어'대사로 '홍콩'식 액션을 해내었다. 이미 <러시아워>와 <샹하이 눈>은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환영받았다. 지난 8월에 개봉된 <러시 아워2>도 미국에서는 폭발적인 흥행성공을 거두어 관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였다. 

▷동서양 투캅스

전편에서 콤비를 이루어 맹활약을 했던 홍콩경찰성 소속의 리 반장과 LA경찰 제임스 카터는 홍콩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안달이다. 특히 수다쟁이 카터는 홍콩의 야경과 홍콩의 무희들에게 반하여 들떠 있지만, 이들 앞에 엄청난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홍콩주재 미국대사관과 홍콩경찰청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고 이 사고의 배후에는 엄청난 규모의 미국 달러위조범들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다. 미국과 홍콩의 공안당국은 곧 삼합회 보스 리키를 추적하기 시작하고, 모든 사건에 미모의 여자가 끼어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리 반장과 카터는 다시 한번 손을 모아 홍콩에서, 그리고 미국으로 건너와서는 라스베가스에서 일대 액션을 벌이게 된다.

▷성공의 조건

미국판 <러시 아워2>포스터에는 개런티 1,700만 달러를 받았던 성룡이 입담 세기로 유명한 크리스 터커와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고, 홍콩쪽 영화포스터는 장쯔이까지 가세한 세 명의 배우가 발차기를 하는 모습을 메인 포스터로 삼고 있다. 국내용 포스터는 성룡과 장쯔이가 화면을 가득 차지하고 있다. 이 영화는 어느 모로 보나 미국시장과 세계시장(특히, 아시아권)을 철저히 염두히 두고 만든 영화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미국 뉴라인 시네마가 <패밀리 맨>이라는 미국식 가족주의를 그려내었던 브렛 래트너 감독이 만든 미국 영화이다. 영화의 메인 주인공은 크리스 터커이다. 그의 끝없는 수다는 극중에서 나오듯이 (쉬지않고 떠든다는 의미에서) '세븐 일레븐'이다. 미국 관객들이 그토록 이 영화를 좋아한 것은 아마 크리스 터커의 따발총 대사와 성룡의 전광석화같은 코믹액션이 찰떡 궁합같이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물론,영화의 전반부를 차지하는, 성룡의 안방인 홍콩에서의 촬영 씬들은 다소 산만하다. 그것은 후반부 미국에서의 촬영장면과 비교하면 특히 두드러진다. 미국까지 진출한 성룡의 입지를 증명해주듯이 홍콩당국은 대사관과 경시청 폭발장면이나 번화가 촬영장면에서는 적극적인 행정지원을 해주었다지만 홍콩의 영화산업과 미국의 영화산업의 격차를 생각해보게끔 하는 어설픈 장면이 눈에 띈다. 아마도 미국인 작가가 시나리오를 맡아서인지 홍콩을 그다지 매력적인 도시로 보이게하지는 않는다. 단지 홍콩경찰서 사무실에 걸려있는 '홍콩관광청'의 홍콩 관광 포스터만이 홍콩임을 상기시켜준다. 성룡이 비록 굉장한 에너지를 내뿜지만 결국 미국 관객에게 남기는 홍콩의 인상은 좋지만은 않을 것 같다. 

이 영화에서 장쯔이가 출연한 것은 전적으로 성룡의 선택이었다. 성룡은 <와호장룡>의 장쯔이를 캐스팅하여 다시한번 인상깊은 악역을 맡긴다. 장쯔이는 모든 대사를 중국어로 하며, 성룡과 크리스 터커를 죽도록 고생시킨다. 영화의 비밀을 하나 말하자면 장쯔이의 최후는 논란거리이다. 최근 장쯔이는 <러시아워3>가 만들어진다면 다시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쯔이는 현재 미국영화제작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시아 여자배우가 된 것이다. 

영화가 끝나면 성룡표 영화가 늘 그러하듯이 풍요로운 NG장면을 선사하여 관객들을 즐겁게 해준다. 이번에는 크리스 터커 까지 NG대열에 합류하여 정신이 없을 정도이다. 크리스 터커는 촬영내내 성룡의 극중이름 대신 '재키' '재키'를 연발한다. 악당이 건물에서 떨어져 죽자, 크리스 터커의 애들립이 걸작이다. "오, 저 친구 3편에는 못 나오겠군." 

역시 명절에는 성룡영화 보는 것이 즐거운 일이다.

좋은 의견 부탁합니다 ^^

 박재환 200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