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17. 15:23ㆍ미국영화리뷰
>> 이 영화 & 이 리뷰에 대한 코멘트 대환영 ^^
이 영화는 미국에서 지난 (2000년) 4월에 개봉되어 현재(6월 넷째 주)까지 6천만 달러를 벌어들인 작품이다. 노근리가 어디이고, 무슨 일로 유명한지 아는 사람에게는 이 영화가 우리 나라에서 개봉된다는 것이 너무나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이런 영화가 개봉된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는 성조기 휘날리는 애국심으로 초무장한 작품이니 그런 영화에 닭살 돋는 사람은 애시당초 극장에 가지 말기를 바란다는 언급부터 해두어야겠다. 미국에서 미국사람 보고 좋아하라고 만든 이 영화를 우리나라 사람이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다른 이야기부터 해야할 것 같다.
Alternative Movies
<룰스 오브 인게인지먼트> <블랙 호크 다운>
Reference
'Rules of Engagement' is entertaining, though not Engaging
Entertainment ArabAmericans call for boycott of Rules of Engagement
Review: An unengaging 'Rules'
Sites & Shouts
Movie Review Query Engine
imdb|하이텔|Yahoo
듀나 리뷰
1974년 8월 15일 서울 국립극장.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8.15경축사를 읽고 있었다. 이때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문세광이라는 사람이 저편 관객석에서 총을 꺼내들고 정면을 향해 마구 쏘아댄다. 물론 박정희는 단상 밑으로 몸을 숙여 살아 남았고, 대신 육영수 여사가 '흉탄'에 맞았다. 여기까지는 다 아는 이야기이고. 이때 대통령 경호실장이던 박종규의 반응은 어땠는가. 단상의 모든 인간들이 총소리에 놀라 몸을 최대한 낮추고 혹시 유탄에라도 맞지 않을까 버둥댈 때, 박종규는 '땅' 소리에 용수철처럼 단상 앞으로 뛰쳐 나온다. 눈 깜짝할 사이 관중석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고, 어디선가 총소리는 계속 난다. 박종규는 총소리가 나는 곳으로 그냥 방아쇠를 당겨버린다. 그때 행사장에 동원된 여고생이 그 총에 맞아 절명했다. 문세광도 나중에 잡혔고 말이다.
요즘같이 푹푹 찌는 1980년대의 어느 여름날, 재수없이 전경으로 차출된 놈은 맨날 두터운 방석복으로 시위진압 훈련을 받아야했다. 돌멩이와 화염병에 맞서 전경들에게는 진압수칙이라는 걸 배워야한다. 최대한 뭉쳐다니고, 최대한 위압적으로 나서며, 최류탄 발사시 각도는 몇 도이며, 치명상을 줄 둔부 등에 대한 직접적 가격은 삼가라는 것 등을 말이다. 물론, 용맹한 민주투사 아저씨와 덜 떨어진 전경들이 뒤엉켜 생사를 내걸고 붙을때 이런 수칙이 통할지 여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특히나 당신은 시위대가 아니고 진압전경의 입장이라고 가정한다면 말이다.
10년 쯤 전에 걸프 만을 항해하던 미국의 최첨단 이지스함 방공망에 이란 전투기가 포착되었고, 즉각적으로 대공 미사일을 쏘았다. 그 미사일은 목표물은 정확히 맞추었고 한방에 격추시켜버렸다. 그런데 추락한 것은 이란 전투기가 아니었고, 이란의 민간항공기였으며, 300명 가까운 '아무 죄없는 민간인'이 눈 깜짝할 사이에 아라비아만에 수장되고 말았다. 미국 해군함장의 말인즉슨 "앗, 실수였다!"정도 였을 것이다.
그리고, 노근리, 미국 참전 군인의 주장. "그 시절 한국에 와서 누리끼리한 종족들 틈에서 총싸움을 몇날동안 계속하다보니 어느 편이 우리 편이고, 어느 편이 저편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누리끼리하면 드드륵 한 적이 있다." 며 그런 이야기. 불행하게도 월남전 참전 한국군인들도 그러했단다. 정글에서 전우는 죽어가고 말은 안 통하고, 어느놈이 베트콩인지 우리 편인지 구별도 안 가고 말이다.
이 영화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의 불편부당한 감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몇 가지 주관적인 경험담이 모여야만 그런대로 "아, 그럴수도 있겠구나"하고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 영화의 내용은 이러하다. 용감한 해병대 샤무엘 잭슨 대령에게 특수임무가 떨어진다. 예멘의 미국대사관이 극렬시위대에 둘러싸여 상당한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명령에 의해 함정에서 헬기로 대사관 옥상에 도착한다. 수백 명의 시위대가 대사관에 돌을 던지고, 여기저기서 위협사격을 가하고 있다. 군중심리에 의해 이들 시위대의 행동은 점차 과격해지고, 미국 대사는 황급히 이곳을 철수하기로 하고, 성조기를 뚤뚤 말아 헬기를 타고 가 도망가버린다. (대사관 건물은 미국 땅이다. 이건 어느나라, 어느 상황에서도 똑같다. 미국대사관이 그곳에 있는게 싫으면 단교하는 수 밖에 없다!) 이제 건물 밖의 시위대는 더욱 열을 내며 콩알 볶듯 총을 쏘아댄다. 이들 시위가 장난이 아님을 눈치챈 샤무엘 대령은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옥상의 해병대원들은 시위대를 향해 기관총소사를 시작한다. 드드륵... 눈 깜짝할 사이 시위대는 피투성이가 된다. 그 과정에서 73명이 죽는다. 총 가진 놈은 한 놈도 안 맞고 시위대에서 있던 비무장 민간인들만이 희생당한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펼친 신문에는 비무장 민간인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미국의 조치를 비난하는 외국 반응 일색이다. 미국은 중동의 평화를 위해 희생양이 필요했고, 사무엘 대령의 월권행위를 군사법정에 세운다.
여기서부터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은 몇 가지 판단오류에 빠진다. 사무엘의 유무죄에 따라, 미국의 국가 도덕성이 살아나느냐 하는것. 물론 미군은 미국이니까 미군의 잘못은 미국의 잘못이라는 단선적 평가에서부터, 미군이었든 대통령이었든 미국의 가치관에 어긋나면 그 사람은 유죄판결 받아 미국의 장기적인 국익을 챙겨야한다는 지극히 미국적인 법정의까지.
물론, 이 영화에서는 미국영화답게 사무엘의 무죄가 선고된다. 여기서 이 영화의 원제목 <룰스 오브인게이지먼트>에 관심이 간다. <교전수칙>이라고 군인이 전투 중에 꼭 지켜야하는 규칙들이다. 물론, 이런 수칙이 베트남 정글에서, 화염병 속에서, 게릴라 독침 틈에서 지켜질지는 의문이지만, 미국은 그러한 것까지 만들었다는것이 중요한 것 아닌가. 영화홍보사가 준 보도자료에 미국의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가 몇 조항있다. 잠깐 보면,
1. 사격받지 않는 한 사격하지 말라
3. 사격 받았을 경우 지역 내의 모든 민간인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라.
4. 사격 받았을 경우 즉각적인 총격을 종식시킬 만큼의 화력만을 사용하라.
9. 편향된 입장을 취하지 말라. 우리의 임무는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며 갈등을 심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뭐, 이런 것이다. 민간 시위대를 마치 전투중의 적처럼 취급한다는 발상이 무섭지 않은가?
어쨌든 말도 안되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말도 안되는 영웅을 만들어내더니, 말도 안되는 법정 드라마를 펼치고, 말도 안되는 종말을 이끌어낸다. 법정드라마다운 마지막 대반전도 미약하고, 무엇보다도 주인공의 행동에서 한국 관객이 공감할만 정의도 없다.
이런 영화가 왜 미국에서 실패하지 않았을까? <유령>이 한국에서 실패하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라고? 1990년대초에 아프리카 모 국가에서 쿠테타가 일어났고, 미국 기자 하나가 성난 군중에게 잡혀 맞아 죽는다. 그리고 그 시체는 하루종일 그 더러운 아프리카 신생국가의 장터에 질찔 끌려다녔다. 뉴스위크지는 그 사진을 대문짝하게 미국에 보도했다. 미국인은 분노했지만, 그 아프리카 국가에 원자탄을 떨어뜨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만약, 그 자리에 미군이 -장교가 되었든, 졸병이 되었든, 스파이가 되었든, 취사병이 되었든- 그 꼴을 당했다면, 미국 여론은 눈 깜짝할 사이에 아프리카 전부를 지구상에서 날려버리려 할 것이다. 미국의 번창 뒤에는 기자보단 군인이 중요해서일까? 이제 헐리우드 영화까지 자신들만의 정의를 만들어간다.
어쨌든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는 잘난 미국의 잘난 국익을 잘도 엿보인다. 비바 아메리카! 이거 보느니 <정>을 한번 더 본다.
박재환 20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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