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개봉영화(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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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훗날 우리] 첨밀밀 중국현실버전 (유약영 감독 後來的我們 2018)
홍콩 진가신 감독의 1996년도 작품 은 지금 봐도 그 시대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다. 1997년 홍콩이 영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조국 중국으로 영예롭게 복귀’하는 그 시점을 배경으로 ‘자유와 기회의 땅’ 홍콩으로 건너온 중국남자 여명과 역시 돈을 벌기 위해 이곳에 온 장만옥이 만나 가슴 아련한 로맨스를 펼친다. 그들에겐 청춘도, 사랑도, 낭만도 덧없는 사치이다. 흘러가는 시간처럼, 등려군의 노래와 함께 변해가는 중국/홍콩의 위상에 보는 사람의 가슴이 먹먹해질 뿐이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또 한 편의 ‘첨밀밀’이 도착했다. 지난 4월말, 중국에서 개봉된 (後來的我們)라는 작품이다. 감독은 대만출신의 유약영(劉若英)이다. 유약영은 원래 가수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영화는 2007..
2018.07.11 -
[디트로이트] 1967년,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 Detroit, 2017)
201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와 캐슬린 비글로 감독의 가 각기 9개 후보에 오르며 최대 경쟁을 펼쳤다. 두 사람은 한때는 부부였고, 영화동료였었다. 그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은 캐슬린 비글로에게 돌아갔다. 이 놀라운 여감독은 ‘폭풍 속으로’, ‘스트레인지 데이즈’, ‘제로 다크 서티’ 등의 작품을 통해 여느 할리우드 남자감독 못지않게 호쾌한 액션과 묵직한 영화적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그녀의 최신작품은 1967년의 불타는 미국을 다룬 (원제:Detroit)이다.베트남에서는 전쟁이 한창이던 1967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폭동이 일어났었다. 백인사회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던 흑인(African Americans,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일으킨 폭동이..
2018.07.11 -
[독전] “니가 이 선생이니?” (이해영 감독,2018)
* 스포일러 주의 * ‘천하장사 마돈나’와 ‘페스티발’, 그리고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의 이해영 감독이 이번에는 제작비가 113억 원에 이르는 꽤 영화를 만들었다. 액수만 클 뿐 아니라 마약유통을 둘러싼 범죄조직과 경찰이라는 스케일 큰 이야기를 다룬다. 기대도 될 뿐만 아니라 우려도 되는 지점이다. 이 영화는 두기봉(조니 토) 감독 작품을 리메이크한 것으로 알려졌기에 말이다. ‘마약’과 ‘경찰이야기’라면 세계최고의 조련사 아니던가. 게다가 중국마약을 다룬다면 급이 다를 것인데 말이다. 여하튼 이해영 감독은 엄청난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전쟁을 펼친다. 조진웅은 오랫동안 마약조직의 수수께끼 같은 우두머리 ‘이 선생’이란 놈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마약팀 형사이다. 오늘도 함정수사까지 ..
2018.07.11 -
[518 힌츠페터 스토리] 현장의 이방인, 역사의 기록자 (장영주 감독 5.18 Hinzpeter Story, 2018)
사건사고의 현장이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는 순간이 있다. 어디선가의 작은 움직임이 모여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경우가 있다. 데, 그 모든 것이 수월하게, 발생과 동시에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1980년 5월의 광주가 그러했다.1979년 10월 박정희 대통령이 심복의 총탄에 쓰러지며 유신의 세월은 막을 내리지만 곧바로 또 다른 군부실력자가 정권을 장악하고, 서울의 봄은 얼어붙는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함성은 광주에서 크게 터진다.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은 거리로 몰려나왔고 그들의 목소리는 금남로를 뒤덮는다. 그리고 비극은 시작된다. 지금은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불리는 역사이다.오늘날처럼 인터넷도, 1인 미디어도 없던 그 때 광주의 실상은 완전히 차단된다. 당시 현지의 언론인들은 좌절하고, 서울의 언론은 입..
2018.07.11 -
[청년 마르크스]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 ((라울 펙 감독 The Young Karl Marx, 2017)
지금은 대한민국의 건실한 중추가 ‘386세대’란 것은, 기실 88서울올림픽을 전후하여 대학가 및 한국사회에 커다란 ‘이념적 자유’ 의지를 던져준 시대조류와 연관이 있다. 당시 수많은 사회과학 출판사들이 이념서적을 쏟아냈다. 때로는 조악한 번역에, 넘치는 열정으로 각종 이데올로기 책들을 찍어낸 것이다. 그리고, 전두환-노태우 정권의 탄압에 꺾이지 않고, 캠퍼스는 때늦은 이념공부에 열중이었다. ‘사회변혁에 대한 열망’과 억압된 ‘이데올로기에 대한 호기심’이 한꺼번에 분출된 셈이다. 아나키스트, 공산주의, 해방신학 등이 그 당시 대학서클의 스터디 주제였다. 물론, 최종스타, 아니, 최종관문은 마르크스의 일 것이다. 얼마나 어려운 이야기인가. 그러나, 정서적으로, 사회변혁의 청년에게는 등불 같은 주제였다. 무려..
2018.07.11 -
[버닝] 여자, 사라지다 (이창동 감독 2018)
*스포일러 주의 * 이창동 감독은 노무현 정부에서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했었다. 그 전에는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기도 했고, 신춘문예에 당선된 소설가이기도 하다. 그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그것도 단편 ‘헛간을 태우다’를 영화로 만들었다기에 궁금해졌다. 하루키의 오리무중 같은 작품을 장편으로 만들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확실히 원작소설은 이야기 구조가 너무 짧고, 맥락이 없는 듯하다. 할리우드에서 필립 K. 딕의 단편 하나를 블록버스터로 옮길 때처럼 ‘인상적인 설정’과 ‘기발한 아이디어’만 가져와야 2시간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영화는 2시간 27분이란다) 하루키의 는 ‘한’ 남자가 ‘옛’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 여자가 ‘새’ 남자를 소개해주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옛 여자의 행적은 흐..
2018.07.11 -
[안녕, 나의 소녀] 101빌딩이 나오지 않는 대만영화 (사준의 감독 帶我去月球 Take Me to The Moon,2017)
후효현(허우샤오시엔) 감독의 ‘비정성시’나 채명량(차이밍량) 영화로 대표되던 대만영화의 아우라는 진작에 사라졌다. 최근 한국영화팬에게 대만영화란 아련한 그 시절의 추억과 첫사랑을 강조하는 말랑말랑한 노스탤지어 감성영화가 대세이다. 해마다 부산과 부천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를 통해 빠뜨리지 않고 대만의 그런 최신 감성영화가 소개된다. 영화제를 통해 충분히 입소문이 난 영화는 시간이 조금 지나서도 극장에서 꼭 개봉된다. 비록 보는 사람은 제한적이지만, 본 사람들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마도, 대만을 여행하며 지우펀의 아날로그적 풍광과 101타워의 현대적 아름다움, 그리고 각종 먹거리와 함께 묘하게 겹치는 회고적 동질감을 대만영화에서 느끼는 모양이다. 16일 개봉하는 대만영화 (감독: 사..
2018.07.11 -
[리뷰] 데드풀2 “(뻔뻔하게)우리는 가족영화다!”
* 스포일러 주의 * 마블이 창조한 수십 명의 히어로, 수백 명의 캐릭터 중에 ‘데드풀’(Deadpool)은 독특한 위상을 갖고 있다. 아이언맨이나, 스파이더맨처럼 지구평화를 지키는 영웅(히어로)이 아니(었)다. 엑스맨 같은 신체적 고뇌를 갖고 있는 그는 거의 악당(빌런)에 가깝다. 최근 나온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타노스보다 더한 놈이다. 마블 카툰 중에 ‘데드풀의 마블유니버스 죽이기’(Deadpool Kills the Marvel Universe)를 보면 그의 캐릭터가 극명하다. 그는 우리의 마블 히어로를 다 죽인다. 칼로, 폭탄으로, 입심으로.다행히 20세기폭스사의 ‘데드풀’은, 그리고 ‘데드풀2편’에서는 확실히 마블(팬)을 위해 ‘성질죽이기’(톤다운)에 나섰다. 악당이면서도 영웅으로 등장하는 ..
2018.07.11 -
[클레어의 카메라] 홍상수 감독이 영화제를 즐기는 법 (Claire's Camera,2016)
홍상수 감독의 스무 번째 쯤 되는 가 개봉되었다. 재작년 칸 영화제 기간에 촬영하고, 작년 칸에서 상영된 작품이 이제야 개봉된다. 그렇다고 홍상수스캔들 때문에 개봉이 지연된 것은 아닌 듯하다. 그런 것에 영향 받을 작품도, 인물도 아니기에. 여하튼 광풍 속에 확실하게 자기 색깔의 한국영화가 걸렸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는 재작년 홍상수 감독이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했을 때, ‘간 김에 후다닥’ 찍은 작품이다. 100% 칸 현지로케이션 작품인 셈이다. 와우~ 홍상수 감독은 칸 영화제만 가는 것이 아니라 부산영화제와 전주영화제도 다‘녔’다. 어느 해인가 부산영화제 기간에 만났던 기억이 떠오른다. 부산영화제 스타들의 메인 숙소는 해운대그랜드호텔이다. 해질녘 호텔 인근 작은 술집에는 영화제에..
2018.07.11 -
[리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타노스, 악의 손길”
영화 (감독: 안소니 루소 & 조 루소)를 본 뒤, 마블 팬이라면 누구나 충격을 받을 것이다. 도대체 케빈 파이기는 이 거대한 우주영웅담을 어떻게 마무리 지으려고 이런 만행(?)을 저질렀을까. 특히나 ‘앞으로 벌어들일 돈’이 더 많을 것 같은 마블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이 말이다. 이 영화는 개봉하기 한참 전부터 “누가 죽는다더라”의 영화였다. 자. 개봉되었다. 이제 부고를 돌려야할 타임인가.영화는 와 등의 이야기를 이어받는다. 토르와 동생 로키가 그들의 고향별 아스가르드를 떠날 수밖에 없었지만 그들의 우주선은 우주/역대/마블 최강의 빌런, 타노스의 공격을 받는다. 타노스가 누구인가. 이른바 6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저 혼자 다 끌어 모아 전 우주를 쥐락펴락할 야심에 불타는 놈 아닌가. 영화는 어벤져스..
2018.07.11 -
[리뷰] 몬태나 “죽거나,죽이거나, 살아남거나”
미국 서부개척사 시대를 다룬 책 중 인디언의 몰락을 연대기적으로 가장 잘 설명한 디 브라운의 에는 인디언의 명운과 관련된 아주 유명한 말이 나온다. “좋은 인디언은 죽은 인디언”이라는 말. 원래 이 말은 그 유명한 커스터의 상관이었던 셰리던 장군이 인디언 이주정책을 폭력적으로 밀어붙일 때 나온 말이다. 학살과 추위, 굶주림에 지친 토사위라는 이름의 코만치 추장이 셰리던 앞에서 떠듬떠듬 영어로 “토사위, 좋은 인디언”이라고 말했단다. 그때 셰리던이 한 말이 “내가 본 좋은 인디언은 다 죽었어”였단다. 이 말이 옮겨지면서 “좋은 인디언은 죽은 인디언뿐이다”로 전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인디언멸망사의 헤드카피가 된 셈이다.존 웨인이 활약하던 서부극(웨스턴 무비)의 시대는 영원히 끝나버렸지만, 그래도 매년 ..
2018.07.11 -
[리뷰] 레이디 버드 “뻐꾸기 둥지 위를 날아간 새”
[스포일러 주의!] 영화는 뜬금없이 새크라멘토를 찬양(!)하는 문구로 시작된다. "캘리포니아에서 쾌락을 추구하는 자는 새크라멘토에서 크리스마스를 지내봐야 한다." 이 말은 새크라멘토 출신의 저널리스트 존 디디온의 말이란다. 화려한 LA와는 달리 (같은 캘리포니아에 있으면서도) 왠지 촌스러울 정도로 평온한 새크라멘토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글이리라. 영화는 바로 그 새크라멘토 출신의 ‘여성감독’ 그레타 거윅이 그린 여고생 성장드라마이다.크리스틴(시얼샤 로넌)은 새크라멘토의 서민 맥퍼슨 집안의 딸이다. 우리가 보아온 풍요로운 미국 중산층 가정보다는 (경제적으로) 더 위태위태한 삶을 살아가는 가족이다. 프로그래머인 아버지는 실직 위기이고, 어머니는 야간 잔업수당을 받아가며 집안 경제를 힘겹게 꾸려가고 있다. ..
2018.07.11 -
[리뷰] 사라진 밤 “살아나는 시체들의 밤” (이창희 감독 The Vanished, 2018)
충무로에 외국영화 리메이크 열풍이 거세다. , , 같은 일본영화 뿐만 아니라 유럽영화들도 가세했다. 프랑스영화 를 다시 만든 이 흥행에 성공을 거둔 뒤, 잘 안 알려졌지만 괜찮은 이야기구조를 가진 작품들이 제작자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여기 도 추가된다. 2014년 개봉된 오리올 파울로 감독의 가 원작이다. 호세 코로나도, 휴고 실바, 벨렌 루에다라는 낯선 배우가 등장하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스페인 영화가 어떻게 충무로에서 다시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영화는 굉장히 ‘경제적인 작품’이다. 제한된 공간과 단출한 출연진, 그리고 ‘리메이크를 결심하게될만큼’ 굉장한 반전의 스토리가 타이트하게 펼쳐지는 소극이다. 충무로에서, 신인감독에게 맡겨도 크게 손해 볼 작품은 아니란 말일 것이다. 이창희 감독은 기대..
2018.07.11 -
[리뷰] 쓰리 빌보드 “#ME_TOO 시대, 피해자의 방식”
5일 오전(한국시각) 열린 제90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7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마틴 맥도나 감독의 (원제: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는 여우주연상(프란시스 맥도먼드)과 남우조연상(샘 록웰)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15일 개봉될 예정이다.영화는 미국 미조리 주 에빙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미조리에는 에빙이라는 마을이 없단다. 가공의 마을이다) 한적한 이 시골마을, 더욱 한적한 진입도로에 입간판 세 개가 서 있다. 오랫동안 방치되어있던 이 입간판에 새로운 광고가 들어선다. 붉은 바탕에 하얀색 글씨가 커다랗게 쓰여 있다. 놀랍게도 내용은 “죽을 때까지 강간당했다”, “아직도 못 잡냐”, “윌로비 뭐 하냐”라는 내용이었다. 관객은 곧바..
2018.07.11 -
[리뷰] 리틀 포레스트, ‘김태리의 음식남녀’ (임순례 감독 Little Forest, 2018)
청춘의 모습은 아름답다? 88만원 세대에게도 과연 그럴까. 여기에 ‘서울’에서 ‘시골’로 내려온 2018년의 청춘이 있다. 김태리이다. 김태리는 진학과 함께 서울로 간다. 하지만 졸업, 취업준비, 임용고시 탈락, 힘든 편의점 알바를 하다 결국 남친을 두고 다시 시골로 돌아온다. 그 ‘시골’이란 것은 기댈 가족이 전혀 없는 빈집이다. 하지만 가슴 한 켠에는 엄마에 대한 추억과 친구라는 아름다움이 남아있다. 자, 김태리는 어떻게 ‘아픈 청춘의 한때’를 극복할까. 임순례 감독은 ‘대작영화’들이 폭포같이 쏟아지는 충무로에서 작심하고 작은 영화를 만든다. 일본 원작만화 를 한국적 정서에 맞게 다시 만든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영화로, 그것도 두 편이 만들어졌다. 임순례 감독은 강단 있게 밀어붙인다. ‘리틀 포레..
2018.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