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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종말의 기억 (곽경택 감독, 2002)
영화 을 보고 글을 쓰려니 나의 아버지가 생각난다. 아버지는 권투선수도 아니었고 영화인도 아니었다. 나의 아버지는 ‘하면 된다’는 박정희 시절의 산업역군이셨다. 부산의 소문난 공단인 사상공단(부산시 사하구 학장동)의 꽤 규모가 큰 공장에서 책임자로 일하셨다. 6.25때 홀몸으로 부산으로 피난 와서는(그렇다고 이북출신은 아니고…) 자수성가 바로 문턱에서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아직도 살아계실 때 문화생활 혹은 여가활동이라곤 낚시 밖에 모르셨던 당신이 어느 날 공장에 영화촬영팀이 들러 영화를 찍어갔다고 한다. 나도 대학 1학년 때 그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금형을 만드는 주물공장이었는데 종일 쇳덩이와 불과의 싸움을 벌이는 오염지대였다. 아버지는 영화촬영이란 것이 순전히 엉터리라고 하셨다. 커다란 망치로..
2008.02.18 -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 스물 일곱 정윤희의 문예물 (정진우 감독 Does Cuckoo Cry at Night, 1980)
광주의 아픔은 가둬지고 전두환이 집권한 80년대 초반 서울 극장가는 어떠했을까? 그해 과 등이 극장가에서 관객을 끌어 모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듬해 열린 19회 대종상에서는 어떤 영화가 상을 받았을까? 기록에 따르면 그해 정진우 감독의 가 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이대근), 여우주연상(정윤희), 촬영상, 여우조연상, 음악상, 미술상, 녹음상, 조명상, 영화상 등을 수상했다. 참고로 그해 ‘최우수영화상’은 유현목 감독의 에게 돌아갔고, 아역 출신의 안성기가 군대 갔다와서 출연한 로 신인상을 수상했다. 별다른 뾰족한 오락수단이 없었던 그 시절, 온 국민의 유일한 오락거리였던 영화는 6~70년대 영화의 황금기를 보낸 후 80년대 들어 이른바 호스티스 영화의 범람으로 대변되는 쇠퇴기에 들어선다. 하지만 ‘유지..
2008.02.18 -
[베사메무쵸] 낙지와 1억 원의 유혹 (전윤수 감독 Kiss Me Much, 2001)
IMF는 우리 국민에게 엄청난 문화충격을 주었고 사회의 제반 현상에 대한 시각교정을 강요했다. 얼마 전 TV의 한 시사프로그램에서는 우리나라 주부가 매춘전선에 뛰어들었다는 내용을 보도한 적이 있다. 치솟는 사교육비, 남편의 실직, 여성취업의 한계 등으로 젊은 주부들이 갈 수 있는 곳은 노래방과 전화방, 그리고 은밀한 매춘업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곤 이 리포터는 그러한 주부들을 모자이크 처리하고선 한다는 말이 “손쉽게 돈을 벌려는 여성주부가 많은 것이 안타깝다”였다. 아마도 그 프로를 본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시각에 불만을 나타내었을 것이다. 세상에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던 우리나라 표준 주부 중에 누가 ‘외간 남자와의 섹스’가 좋아서, ‘돈’에 환장하여 밤거리로 나선단 말인가. 는 그러한 시대적..
2008.02.18 -
[나쁜 남자] 'Boxing'여대생 (김기덕 감독 2002)
같은 기괴한 영화를 곧잘 만들던 데이빗 린치 감독의 딸 제니퍼 린치의 유일한 감독작품 (93)라는 영화가 있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외과의사가 여자친구 ‘헬레나'(쉐릴린 펜)에게서 헤어지자는 말을 듣게 되고, 충격을 받은 그 외과의사는 ‘헬레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헬레나’를 납치하여 자신의 저택에 가두어둔다. 헬레나는 눈도 깜짝 하지 않는다. 외과의사는 최악의 방도를 생각해낸다. 헬레나가 눈을 떴을 때 자신의 두 다리가 사라진 것을 보게 된다. (외과수술로 다리를 제거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헬레나는 외과의사에게 차가운 경멸의 눈빛만을 보낸다.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이번엔 자신의 두 팔마저 사라진다. 외과의사는 그렇게 헬레나를 자신에게 잡아두려고 하는 것이다. 경찰은 실종된 헬레나를 ..
2008.02.18 -
[비천무]규화보전 vs.비천신기 (김영준 감독 飛天舞: Bichunmoo, 2000)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온전한 재미를 위해 마가렛 미첼의 원작소설을 다시 읽어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비천무> 시사회장에서 흘러나온 한숨과 안타까움을 이해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김혜린의 원작만화를 찾아봐야할 것 같다. 원작만화는 김혜린이란 작가가 1986년 무렵부터 그리기 시작한 만화이다. 대원문화출판사에서 여섯 권짜리 단행본으로 묶여 재발행된 이 만화는 당시까지 한국에선 보기 드물었던 무협과 순정이 혼합된 형태의 만화이다. 물론 당시에는 홍콩영화의 전성기였고 신필(神筆)이라고 불리는 김용의 소설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번역 소개되기 시작한 때였으니 만화계에서 그런 시류에 편승했음직하다. 북해의 별>의 김혜린이 굳이 중국 중세를 배경으로 만화를 이끈 것은 그러한 엑조티즘의 연장일 수가 있을 것이..
2008.02.18 -
[수취인 불명] Les Miserables (김기덕 감독 2001)
김기덕 감독을 몇 번 대면한 적이 있다. 키도 작고, 입고 있는 옷이 언제나 작업복 스타일이며, 중광스님 이후 가장 인상적인 모자를 언제나 눌러쓰고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어떻게 보면 아직 얼굴에 동안이 남아있기도 하지만, 그의 작품을 몇 편 보고 그의 인생의 고난사를 건네 들었다면 사실 한 자리에 있기가 조금 무서운 것도 사실이다. (자신의 영화에 대한 리뷰에서 혹평을 했을 때 칼 들고 달려들며 “당신 왜 작품을 모욕하냐?”하고 할 감독이 있다면 아마도 김기덕 감독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다행히 김기덕 감독은 나의 리뷰를 잘 읽었다고 공치사해준 적이 있어 안심이 된다만.) 그가 ‘충무로의 이단아’나 별종 취급 당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는 그런 평가에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자기의..
2008.02.18 -
[도학위룡] 주성치, 학교로 돌아가다 (진가상 감독, 逃學威龍 Fight Back to School 1991)
(박재환 2005.1.28.) 오늘(2005/1/29) 현재, 주성치의 [쿵푸 허슬]이 자신의 전작 [소림축구]의 홍콩 최고 흥행 기록 경신을 위해 막바지 스퍼트를 다하고 있다. 아마 이번 주말을 전후하여 홍콩 영화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길 것 같다. 주성치는 눈물겨운 무명 배우시절을 접고 90년대 들어 성룡을 꺾고 홍콩최고 흥행배우로 등극한다. 주성치는 90년 [도성](4,100만 元)을 시작으로, 91년 [도학위룡](4,300만 元), 92년 [심사관], 93년 [당백호점추향]으로 4년 연속 홍콩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물론 해마다 이들 영화 말고도 서너 편씩을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올려놓았고 94년 이후에도 성룡과 함께 치열한 정상 쟁탈전을 벌였다. 90년대 (그리고 2005년에 이르기까지) 홍콩..
2008.02.18 -
[풍월] 천카이거 감독, 다시 풍월을 읊다 (진개가 감독 風月, Temptress Moon1996)
‘중국 5세대‘ 대표감독 천카이거(진개가) 감독의 1984년 작품 가 소개되면서 서구세계에 경천동지할 문화적 충격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서양인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대신 소수의 서구권 영화평론가들은 그렇게 떠들고, 믿고 있다. 천카이거의 자서전을 보면 그가 문혁 때 무척 고생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소년기에 겪은 심신의 고통은 그로 하여금 그의 첫 작품을 문혁당시 중국 오지에서 펼쳐지는 ‘기다림’과 ‘해탈’을 다루게 했는지 모른다. 이 작품 이후 그는 줄곧 중국적 특성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주로 ‘장엄한 역사’ 속의 ‘먼지 같은 인간’에 초점을 맞추면서 말이다. 그러다가 라는 지극히 패셔너블한 감각의 영화로 깐느 황금종려상을 차지..
2008.02.18 -
[신도협=도협지인정승천] 장가휘의 도박영화 (정위문 鄭偉文 감독 賭俠之人定勝天 Fate Fighter 2003)
(박재환 2004.12.22.) 한동안 홍콩영화라 하면 황비홍류 아니면 도박(갬블링) 영화가 다였다. 특히 왕정 감독이 만든 수많은 도박영화(도신/도협/도성)는 우리나라에서도 꽤 인기가 있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국민 레저스포츠였던 화투를 밀어내고 트럼프를 주류 게임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주윤발과 유덕화가 한동안 휘젓던 도박판을 이어받은 적자는 장가휘이다. 최근에는 두기봉 감독의 드라마 [대사건]에서 심각한 연기를 보여준 장가휘이지만 그는 주성치의 [희극지왕]에서 새로운 얼굴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그가 작년에 나왔던 도박영화 중에 [도협 인지승천[(賭俠之人定勝天)이란게 있다. 왕정은 빠지고 왕정 밑에서 함께 일을 하던 정위문이 감독을 맡은 이 영화에는 장가휘와 두덕위가 도박의 귀재로 등장한다. 이 영..
2008.02.17 -
[발렌타인데이] 여명과 장백지의 만남
[리뷰 by 박재환 2002/8/27] 꼭 수준높은 영화 팬만이 아니라 평균적인 문화인-그러니까, 1년에 교과서 말고도 에 소개되었던 책 한 권 정도는 읽는 사람-이라면 홍콩영화에 대해 어떤 정의를 내릴 수 있다. 아무리 애둘러 말하더라도 결론은 결국 '기본도 안되어 있는 한심한 쓰레기'라는 것이다. 그러한 경향성을 좀더 세분화하기 위해 '왕가위 영화를 제외하면...'이라는 조건을 붙인다든지, '오우삼이 활약하던 시절엔 작가영화란 것이...'어쩌구하는 따분한 이야기를 첨가한다. 이연걸이나 성룡이 짐싸들고 나가버린 홍콩은 사실 엄청난 경제난에 허덕인다. 실업률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으니 잘먹고 열심히 일하던 시절에 심심풀이 땅콩으로 보던 홍콩식 오락영화가 오늘날에도 잘 팔리기를 기대한다면 그건 어불성설이..
2008.02.17 -
[에로스-손] 왕가위 감독의 에로티시즘 (왕가위 감독, 愛神:手 Eros:The Hand 2005 )
(박재환 2005/4/22) 왕가위 감독이 [2046]을 만들고 나서, 아니 재촬영과 재편집에 매달리면서 잠깐 짬을 내어 단편을 하나 만들었었다. 바로 [에로스](愛神)라는 작품이다. 이미 나이 92세인 이태리의 노장 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와 할리우드의 재능 있는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와 함께 각자 30분 정도 분량의 단편을 만든 것이다. [에로스]의 주제는 세 감독이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는 ‘에로와 욕망’에 관한 것이었다. 안토니오니 감독은 이미 오래전에 [욕망]이란 작품으로, 소더버그 감독은 [섹스, 비디오테이프, 그리고 거짓말] 등의 작품을 통해 이런 주제를 다룬 적이 있다. 세 감독은 ‘에로스’를 다룬 작품을 만들기로 뜻을 모은 뒤 상대 감독들이 무슨 내용으로 어떻게 찍는지 전혀 모른 채 자신들..
2008.02.17 -
[최후승리] 왕가위와 담가명 (最後勝利,1987)
우리나라에는 1년에 몇 개 정도의 국제영화제가 열릴까. 단순히 부산국제영화제만 생각하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 거의 매주 하나 이상의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국제영화제란 것이 어디 UN에서 공인해 주는 행사도 아니고, 문화관광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만 하는 국제행사도 아니다. 외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매니아 중심의 영화제가 하나둘씩 생겨나고 그들만의 팬들을 거느린 채 나름대로 생존해 가고 있는 것이다. 호러만 다룬다든지, 흑백영화만 다룬다든지, 아니면 요즘은 여성관객을 위한 핑크빛 영화만을 다룬 영화제도 열렸다. 프로그래머의 미학에 따라 영화제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 열린 충무로국제영화제는 흥미로운 영화제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를 역임했고 한국영상자료원장으로 있으며 한국..
2008.02.17 -
[서검은구록] 건륭황제, 청향비, 그리고 진가락
[리뷰 by 박재환 2005/4/14] 무협종사 김용의 첫 소설작품은 1955년에 쓴 [서검은구록](書劍恩仇錄)이다. 우리나라에선 (이젠 부도로 없어진 출판사인) 고려원에서 [소설 청향비]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판되었었다. [서검은구록]을 원작으로 한 TV드라마는 홍콩-중국에서 몇 차례 만들어졌다. 영화로는 쇼 브러더스에서 초원 감독에 의해 1981년도에 영화화되었다. 그 후 허안화 감독에 의해 [서검은구록]과 [향향공주]라는 연작물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선 이 두 편이 [진가락]이란 타이틀로 재편집=압축 비디오 출시되었다. 김용의 원작소설 [서검은구록]은 무척 흥미로운 두 가지 역사적 내용을 담고 있다. 하나는 만주 오랑캐가 세운 '청나라'의 최절정 시대를 다스린 건륭 황제의 출생의 비밀을 담고 ..
2008.02.17 -
[음식남녀] 살며 사랑하며 먹으며… (이안 감독 飮食男女/ Eat, Drink, Man, Woman 1994)
(박재환 2002/10/31) 난 개인적으로 대만영화를 좋아한다. 불행히도 최신 대만영화를 만나보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지난 10여 년간 대만영화는 내리막길을 걸어야만 했다. 이안과 채명량, 후효현이 (외국자본으로) 빠져나간 자리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독립영화나 실험영화들 뿐이었는데 올해 들어 대만영화가 다시 활기를 찾을 조짐을 보인다고 하기에 기뻤다. 으로 서구인들을 열광시킨 이안 감독의 1994년도 작품 는 지금 보아도 여전히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이안은 대만에서 태어나 자랐다. 다 커서 미국으로 건너가서 영화공부를 하였다. 대학다닐 때 써놓은 시나리오가 대만 신문국(우리나라 문광부+국정홍보처 같은)이 주최한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되어 대만에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안은 , 을..
2008.02.17 -
[생사결] 정소동, 실력 발휘하다
[리뷰 by 박재환 2004/6/3] 홍콩의 재능 있는 영화인 중에 정소동이란 사람이 있다. [천녀유혼], [소오강호], [동방불패], [녹정기] 게다가 [진용] 같은 끝내 주게 재미있는 홍콩영화를 만든 사람이다. 때로는 감독으로, 무술감독으로 맹활약을 하는 사람이다. 그의 1982년 감독 데뷔작인 [생사결]은 두 가지 면에서 검토해볼 수 있다. [생사결]은 쿠엔티 타란티노가 [킬 빌]을 만들면서 참조로 했다는 수많은 홍콩 쇼 브라더스의 걸작 중의 하나이다. [킬 빌]을 보면서 이 영화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나름대로 생각해보면 될 듯하다. 하나 신기한 것은 타란티노 감독이 그렇게 많은 영화에서 어떻게 그런 장면을 다 생각해내어 오마쥬(?)로 바쳤는지가 궁금해질 뿐이다. 또 하나 당시 한국의 ..
2008.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