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벽을 뚫는 남자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2013. 12. 8. 09:29공연&전시★리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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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리뷰는 11월 19일 프레스콜 행사와 11월 24일 마이클 리(듀티율)/임철형(듀블 외) 출연버전 리뷰입니다. *

 

 

[벽을 뚫는 남자] 심심타파 현실격파 연애완성

이종혁, 김동완, 마이클 리가 트리플 캐스팅된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가 한창 공연 중이다. 이 작품 2006년 처음 한국 무대에 오른 뒤 꾸준히 재공연되고 있다. 원작은 프랑스의 단편소설이다.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에메가 1943년 발표한 단편소설 ‘벽을 뚫는 남자’는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암울한 프랑스의 몽마르트가 배경이다. 우체국에서 일하는 한 남자(듀티율)는 일상의 무료함에 지쳐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아무도 믿지 못할 초능력을 하나 갖게 된다. 벽을 뚫고 지나갈 수 있는 능력이다.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의 패트릭 스웨이지처럼, ‘터미네이터’에서 T1000처럼. ‘소심남’ 듀티율은 이 능력을 조금씩 사회를 위해 사용하기 시작한다. 빵집에 몰래 들어가 빵을 꺼내 배고픈 자에게 나눠주고, 보석가게에서 목걸이를 훔쳐 의욕상실 여인네의 목에 걸어준다. 용기를 가지라고. 그러다가 한 여자에게 빠진다.

 

뮤지컬 버전은 1996년에 만들어졌다. ‘쉘브르의 우산’으로 유명한 미셀 르그랑이 곡을 붙였다. 프랑스에서 대성공한 뒤 미국 브로드웨이에도 진출했다. 미국에서는 ‘아모르’라는 제목으로 변경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제목을 옮길 때 고민이 많았던 모양이다.  프랑스 소설 원제는 “Le Passe-muraille”으로 딱히 옮기기 어려운 말이었단다. 영어로는 “The passer-through-walls”로 번역되었고 우리나라에서 2002년 마르셀 에메 소설집이 번역 출간되었을 때의 제목은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였다. ‘벽을 뚫는 남자’하면 왠지 ‘파괴적인 드릴 작업남’이 떠오르긴 하다. 하지만 뮤지컬 제작사 측에서는 뭔가 강한 상징적인 남자가 맘에 든 모양이다. 여하튼 주인공 듀티율은 벽에 흔적하나 남기지 않고 넘나드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할리우드 특수효과는 없다. 굉장히 저렴(?)하고도 아날로그 방식의 모습을 선보인다. (중요한 것은 비주얼이 아니다!)

 

우체국 공무원 듀티율은 오늘도 판에 박힌 일상 업무를 하고 있다. 직장 동료는 듀티율이 따분하고 재미없고 요령 모르는 한심한 남자로 취급한다. 듀티율은 “소박한 하루하루 만족하며 사는, 장미에 물을 주고 우표수집을 하는, 벽이 있는 삶을 사는 그저 보통남자.....”라고 노래한다. 그런데 정전이 된 어느 날 밤, 자기도 모르는 사이 벽을 뚫고 자기 집안으로 들어와 있는 것이다. 거듭 확인해도 자신의 놀라운 능력이라니. 걱정이 되어 병원을 찾는다. 술주정뱅이 정신과 의사 듀블은 전혀 놀라지도 않고 장황한 설명을 해주더니 약을 하나 지어준다. 듀티율은 이제 일상의 무료함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재미있는 삶을 즐기게 된다. 그러다가 이사벨을 보게 된다. 마치 자신이 이전 모습처럼. 일상의 무료함에 꽉 막혀 지내는 이사벨을 보며 연민과 사랑을 느끼게 되고 함께 세상의 벽을 뚫고 사랑의 도망을 가자고 말한다. 하지만 만만한 세상에서 초능력은 영원하지 않다. 영원한 것은 사랑 일려나....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가 사랑받는 이유는 ‘마블 히어로’같은 엄청난 슈퍼파워의 영웅이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구 평화를 위해 에펠탑을 들어 올리는 일은 절대 없다. 몽마르트의 작은 마을에서 단지 빵가게와 보석가게의 벽을 드나들 뿐이다. 자기처럼 일상이 무료한 사람, 삶이 지겨운 서민들을 위해 작은 기적을 행사할 뿐이다. 그리고 이사벨을 만나서도 빅쇼를 펼치는 것이 아니다. 관객들은 ‘큰 초능력’이 ‘신의 작은 선물’로 인식하게 된다.

 

듀티율 역을 맡은 이종혁, 마이클 리, 김동완은 각자의 매력을 선보인다. 이종혁은 TV에서 자주 본 연기자다운 편안함을 안겨준다. 이제는 미국 스탠퍼드 의대를 걷어치우고 뮤지컬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가 전설로만 느껴지는 마이클 리의 듀티율은 아기자기한 소시민의 느낌을 완벽하게 전해준다. 신화의 김동완도 이제 뮤지컬에 완전 적응했다.

 

닥터 듀블과 변호사, 형무소장, 경찰 등으로 1인 4역을 하게 되는 고창석, 임철형도 제각기 ‘정신없는’ 매력을 선보인다. 이사벨 역은 최수진이 맡았다. 신문팔이로 등장하는 손승원의 깨끗한 이미지가 마지막까지 기억에 남는 것도 ‘벽을 뚫는 남자’의 매력이다.

 

소박한 삶에 작은 기적을 원한다면, 연말 따뜻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싶다면 이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추천할 만하다. (박재환, 2013.12.8)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출연: 이종혁, 마이클 리, 김동완, 고창석, 임철형, 최수진, 이정화,심재현,강연종,손승원,조진아,이경미
공연기간: 2013/11/13 ~ 2014/01/26
공연장소: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기획 제작: 쇼노트, CJ E&M
연출: 임철형 음악감독: 변희석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출연: 이종혁, 마이클 리, 김동완, 고창석, 임철형, 최수진, 이정화,심재현,강연종,손승원,조진아,이경미
공연기간: 2013/11/13 ~ 2014/01/26
공연장소: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기획 제작: 쇼노트, CJ E&M
연출: 임철형 음악감독: 변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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