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칼이 온다] 재중의 날

2012. 11. 10. 21:59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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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포사이드의 베스트셀러 소설 ‘자칼의 날’은 알제리의 독립을 허용한 프랑스의 샤를르 드 골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프로페셔널 킬러 자칼과 이를 막으려는 프랑스 경찰들의 활약상을 숨 막히게 묘사한 작품이다. 원작소설도 걸작이지만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영화도 걸작 스릴러이다. 그 ‘자칼’이 온단다! 이번엔 여자 킬러이고 제거해야할 대상은 한류 톱스타이다. 여자킬러는 (영화홍보문구에 따르면) ‘레옹에게 사사받고 솔트에게 인정받은’ 전설의 킬러이다. 한류 톱 가수는 돈 많은 재벌 마나님의 은밀한 스폰서를 받는 안하무인 스타이다. 생뚱맞은 구조지만 기획성 영화로는 쏠쏠한 재미가 있을 듯하다. 한류 톱스타로는 진짜 한류 톱스타인 JYJ의 김재중(영웅재중)이 나오고 킬러는 인기 TV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의 히로인 송지효가 나온다. 대충 만들어도 관객이 들 기세이고 적당히만 만들어도 대박칠 아이템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막상 막이 오르니. 헐~

 

호텔이라는 이름의 여관

 

영화의 구조는 그랜드호텔식으로 이어진다. 한적한 시골마을(성주라고 나오지만, 영화 크레디트를 보면 파주인 듯)의 한 호텔에서 집중적으로 전개된다. 말이 호텔이지 얼마 전까지 ‘모텔’이었던 신장개업 장급여관 같다. 시설이나 용도로 보아. 결정적으로 카운터 보는 매니저가 그렇단 이야기. 이곳에 선글라스를 쓴 한 남자가 투숙한다. 한류 톱가수이지만 한적한 이곳에 은밀히 들어온 이유는 스폰서인 재벌마나님과의 밀회 때문이다. 그런데 이 한류 톱스타를 죽이기 위해 킬러가 바로 윗방에 투숙한다. 이 킬러는 그동안 수많은 청부살인을 저질렀지만 흔적하나 남기지 않아 경찰의 애를 태우던 놈이었고 이번에 경찰이 사전에 정보를  입수한다. 정확히 어디서 누구를 죽일지는 모르지만 유명킬러가 떴다는 것. 이를 저지하기 위해 경찰이 잠복에 들어간다. 서울에서 내려온 경찰과 시골마을의 닳아빠진 형사가 한 방에 머물면서, 실제 있을지도 모를, 누군지도 모를 킬러를 찾기 시작한다. 킬러는 어떻게 짜릿한 밀회를 기다리는 한류스타의 방에 침입하고 어떻게 그를 처치할까. 한류스타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자 어떤 ‘비굴모드’로 돌변하여 관객에게 웃음을 줄까.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이 정도면 적당히만 만들어도 재미가 넘쳐날 영화이다. 문제는 김재중이 얼마나 원맨쇼를 완벽하게 할지, 킬러의 정체가 얼마나 진상일지, 그리고 민완형사와 열혈형사의 코믹 앙상블과 호텔 매니저의 잔재미가 어느 정도인지가 이런 영화의 성공관건이다.

 

 

김재중, 망가지자 망가지자 망가지자

 

이미지로 먹고살 것 같은 한류스타 김재중이 이런 영화를 선택한 것은 그동안의 반듯한 이미지를 한 번에 깨고 싶은 과욕이 있었는지 모른다. (아님 영화판을 너무 쉽게 보았거나 감독을 너무 맹신했거나!) 김재중 입장에서는 이번 영화는 감정이입하기가 쉽다. 상상 가능한 구조이니. ‘미저리/팬’유의 극단적 봉신자(사생팬)의 일희일비하는 감정기복에 따라 생사가 좌우되니 말이다. 게다가 흥미로운 것은 김성령과 펼치는 스타와 귀부인의 스폰서밀회는 얼마 전 TV 드라마 <추적자>에서 본 설정이지 않은가. 김재중은 정말 물불 가리지 않고 망가지기에 나섰다. 처음 드러내는 상반신이 ‘초콜릿 복근’이 아니라 ‘잔뜩 바람을 집어넣은 중년아저씨 올챙이배’ 이었다는 것이 그가 이번 영화에 임하는 자세 같다. 이후 계속되는 망가짐에는 한 치의 주저함도 없다. 사실 이런 영화는 그가 망가질수록 돋보이는 유일한 전략이다. 그가 비굴해지거나 몰골이 되거나 과도한 핍박을 받을수록 그의 팬들은 흥분하고 관객들은 정서이반의 쾌감을 받을지 모른다. 뮤직비디오와 다른 점이 있다면 멋진 스타이미지를 뛰어넘는 조화가 있어야한다는 것.

 

 

자칼이 가고 나면?

 

 

 

 

주연의 우월적 존재감을 떠받친다는 점에 있어서는 ‘조연’ 오달수를 능가할 자가 누가 있으랴. 오달수는 아마 가장 쉽게, 편하게, 즐기며 자신의 캐릭터에 몰입했을 것이다. “한류스타가 별거 있냐. 내가 전지현, 이병헌, 정지훈이랑도 작업해본 사람인데...”일테니. 오히려 TV에서 나름 열심히 연기공력을 쌓던 한상진의 영화투혼이 돋보인다. 그도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작품이 사는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선 김재중과 동병상련이다.

이런 영화에선 의외의 캐릭터가 기억에 남기도 한다. 시골파출소에서 커피나 나를 것 같은 단순캐릭터에서 영화의 전체이미지에 활력을 불어넣은 유순경 역이나 호텔매니저가 그렇다. 물론 호텔매니저는 나머지 코믹 캐릭터가 지지부진한 바람에 오히려 주목받은 케이스이기는 하다.

 

 

앗, 그럼, 송지효는? 송지효는 분장하고 화장하고 변신하느라 킬러의 카리스마를 내뿜지 못했다. 그래서 <친절한 금자씨>에서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저렴한 패러디 연기까지 딱 이 영화에 어울리는 캐릭터에 만족해야할 듯하다.

 

 

전체적으로는 예상했듯이 이 영화는 스타캐스팅의 기획성 오락물이다. 한때 쏟아지던 홍콩의 스타캐스팅 오락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영화계 현실에서는 이런 캐스팅의 이런 기획영화는 다시 만나기 어렵다는 사실. 그것이 이 영화관람의 유일한 유인책인지도 모르겠다.  (박재환 201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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