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영화리뷰(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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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을 찾아서] 알고 보면 백배 재밌는 중국영화
지난 주말 밤 EBS 시간에 흥미로운 영화가 한편 방송되었다. 평소 보고 싶었지만 구해 보기 힘들었던 중국영화인 닝잉 감독의 (找乐)라는 작품이었다. ‘닝잉’(寧瀛,녕영)은 한국 사람에겐 발음하기도 힘들다. 그의 언니는 닝다이(寧岱,녕대)이다. 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두 사람 다 중국영화계에서는 유명인사이다. 1980년 중국이 개혁개방의 거대한 바다로 뛰어든 해. 문혁 이후 오랫동안 문을 닫았던 북경전영학원이 다시 신입생을 받아들였다. 이때는 아직 학교 체계가 잡히지 않았다. 진개가(천카이거)는 감독 파트에, 장예모(장이머우)는 촬영 파트에, 그리고 닝잉은 녹음 파트에 입학했다. 그의 누나는 문학 파트에 진학하여 영화를 배운다. 이후 닝잉은 국비 유학시험에 합격하여 이탈리아로 영화공부를 떠났고 이것이 계기..
2009.08.03 -
[24시티]二十四城 지아장커의 중국 한 도시 이야기
지아장커 만세만세만만세! 중국에는 지아장커(賈樟柯,가장가)라는 감독이 있다. 1997년 그의 영화 가 세상에 처음 알려졌을 때 세계영화(비평)계는 이 깜짝 놀랄만한 중국의 신예감독에게 열렬한 찬사를 보냈었다. 10년 만에 그는 장예모나 진개가가 빠져나간 중국영화계에 ‘예술혼의 상징’으로 급속히 자리매김했다. 1970년생 감독이 말이다. 물론 그의 작품들은 장예모나 진개가의 최근 작품들과 비교하자면 대중성은 지독히도 없다. 하지만 그의 놀라운 예술적 성취는 그를 이 시대 가장 유망한 중국영화감독으로 당당히 올려놓기에 족하다. 작년 한국의 영화주간지 에서는 창간 13주년을 맞아 국내외 영화감독과 영화평론가를 대상으로 ‘신세기 영화 베스트10’을 뽑은 적이 있는데 그때 당당 1위를 차지한 작품이 바로 지아장커..
2009.02.02 -
[다다의 춤] 장원(장위앤) 감독의 복귀작
13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무려 315편의 영화가 상영되는데 팬들을 몰고 다니는 '울트라'스타가 출연하는 영화도 있고,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영화도 포함되어 있다. 영화제 측은 이들 영화 준비하느라 지난 1년을 고생했겠지만 몇몇 영화에 대해서는 도무지 그 열정과 사랑을 감추지 못하고 따로 특별한 세레모니를 마련했다. 바로 ‘갈라 프레젠테이션 기자회견’이란 것이다. 중국 장원(張元,장위앤) 감독의 신작 [다다의 춤](達達)이 그 첫 번째 선택작품이다. 지난 3일 진행된 [다다의 춤] 갈라프레젠테이션 행사에는 이용관 부산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까지 나서서 장원 감독에 대한 애정을 내보였다. 물론 아시아영화에 대해서는 달인의 수준에 오른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까지 거들었다. 영화 리뷰 들어가기 전에 이..
2008.10.09 -
[황시] 중국판 쉰들러 리스트
우리나라 관객에게는 그다지 흥미를 못 느낄 영화이지만 중국사-특히 모택동과 장개석이 중국대륙의 운명을 걸고 건곤일척의 대결을 펼치던 시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꽤 흥미로울 영화이다. 그렇지 않은 영화팬이라도 나름대로 감상할 수 있는 간단한 정보를 먼저 소개한다. 영화는 1930~40년대 전란의 와중에 휩싸인 중국이 배경이다. 중국대륙은 모택동의 공산당과 장개석의 국민당이 싸울 때였고 일본이 남경(南京,난징)에서 30만 명의 민간인을 대학살할 때였다. 중국에 갓 건너온 영국 옥스퍼드 대학 출신의 젊은이 죠지 호그는 중국에서 펼쳐지는 아비귀환의 지옥장면을 직접 목도하고는 인생과 가치관이 바뀌게 된다. 죠지 호그는 전란으로 부모를 잃은 중국인 고아 60명의 보호자가 된다. 전란이 심화되자 영국인..
2008.09.23 -
[천하무적] 흥행감독 풍소강의 드라마
[Reviewed by 박재환 2005-1-6] 원제는 天下無敵(천하에 대적한 상대가 없다)이 아니라 天下無賊(세상에 도적이란 없다)임 몇 해 전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아시아 각 국의 독립영화인들이 모여 심포지엄을 연 적이 있다. 당시 '지하전영' 등 특별한 정치적인 고려말고는 중국의 독립영화가 한국 영화팬에게 어필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이후 로우예나 지아장커 영화가 한국에 이런저런 경로로 소개는 되지만 13억 중국인 대부분은 이들 영화 감독의 존재를 잘 모른다. 마치 우리나라 일반 영화 팬들이 박찬욱이나 강제규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지만 그 이외의 수많은 영화감독에 대해선 잘 몰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듯이 말이다. 오히려 중국 인민들은 풍소강이란 감독을 더 잘 알고 있다. 그는 해마다 중국적인 코미디 영..
2008.04.20 -
[도화읍혈기] 완령옥과 김염의 로맨스 (복만창 감독 桃花泣血记 The Peach Girl 1931)
(박재환 2005-6-24) 장만옥이 출연한 관금붕 감독의 [완령옥]이란 영화는 1930년대 중국영화의 최고 인기 스타배우 완령옥을 다룬 영화이다. 스물 여섯이라는 짧은 삶을 자살로 마감했던 이 여배우는 아직까지도 무성흑백영화 시절의 영화여왕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일반 영화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이 시절 완령옥과 함께 '영화황제' 소리를 듣던 '김염'이란 배우가 있었고 그가 바로 한국인이라는 사실이다. 1910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염은 일제의 탄압을 피해 두 살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러 중국으로 이주한다. 의사였던 아버지는 북간도와 중국 동북지방에서 한국독립을 위해 삶을 바쳤고 김염은 어린 나이에 천진과 상해 등을 전전하며 학교를 마쳐야했다. 그가 결국 상하이의 영화판에 정착한 것은 어..
2008.04.20 -
[수쥬] 상해인의 사랑
[Reviewed by 박재환 2001-11-11] 蘇州는 중국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 상하이를 흐르는 강이다. 정확한 중국어 발음은 수쥬가 아니라 수죠우(suzhou)이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어김없이 중국의 5세대, 6세대 감독 작품들이 소개되었다. 12억이라는 엄청난 영화 관람층을 가지고 있는, 지구상 최대 규모의 영화시장인 중국의 영화산업은 1976년 모택동 사망이후, 그리고 등소평의 개혁개방정책에 의해 조금씩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문화대혁명이라는 전대미문의 10년의 암흑기동안 다른 모든 인문 사회교육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중국의 일상적인 영화산업은 중단되었다. 그때 문을 닫아야했던 북경전영학원은 1980년에 다시 영화계의 인재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때 북경전영학원에 입학한 학생들 가운데..
2008.04.17 -
[여름궁전] - 뜨거운 연인들 (로우예 감독 頤和園 Summer Palace, 2006)
중국을 곤궁에 빠뜨린 영화 작년(2006년) 5월에 열린 59회 깐느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은 홍콩의 왕가위 감독이 맡았었다. 이해 공식 경쟁부문에는 중국의 로우예(婁燁)감독의 [여름궁전](頤和園)이 포함되었다. 로우예는 [수쥬]로 평론가의 절찬을 받았던 중국의 떠오르는 6세대 감독. 베일에 가렸던 그의 신작 [여름궁전]이 깐느에서 공개된다는 것은 중국영화 애호가에겐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의 깐느 상영이 수월하지는 않았다. 중국 당국의 반출허가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2년에 제정된 중국영화법(전영관리조례)에 따르면 중국내 상영영화는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하고, 해외영화제에 출품될 중국영화도 중국당국의 상영허가를 받아야한다고 규정되어있다. 이런 규정이 들어간 이유는 뻔하다. 중국의 어두..
2008.04.17 -
[만연] 재밌는 6세대 영화
[Reviewed by 박재환 2004-4-27] 장예모와 천카이거(진개가)로 대표되는 5세대 영화를 제외하고도 현대 중국영화의 경향을 살펴볼 수 있는 중국영화는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를 통해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이번 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흥미로운 중국영화가 한 편 소개된다. 하건군(何建軍;허지엔쥔) 감독의 [만연]이란 작품이다. 하건군 감독의 작품은 전주영화제를 통해 꾸준히 소개되었다. 그가 전주영화제와의 특별한 인연을 가진 것은 이 영화를 통해서 확인해 볼 수 있다. 하건군 감독은 1982년에 중국 4세대 감독인 황건중(黃健中) 밑에서 영화인생을 시작했다. 5세대 감독인 천카이거 감독의 [황토지], [대열병]에서는 스크립터를 맡았고 88년 북경전영학원에 들어가서 영화공부를 한다. 그리고 장..
2008.02.23 -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강문 판타스틱 No.3
[Reviewed by 박재환 2007-11-1] 강문(姜文,지앙원)은 장예모 감독의 [붉은 수수밭]에서의 그 ‘번뜩이는’ 연기로 잘 알려진 배우이다. 그가 배우로서 최정점에 서 있던 시기에 [햇빛 쏟아지던 날들]로 감독 데뷔를 하였고 해외 영화제에서 격찬을 받았다. 중국에서도 꽤 큰 흥행성공을 거두었다. 두 번째 감독작품 [귀신이 온다] 역시 주로 해외영화제에서 열정적인 환호를 받았다. 그가 최근 - 7년 만에 세 번째 감독 작품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발표했다. 문혁의 뒤안길을 다룬 [햇빛 쏟아지던 날들]과 항일 전쟁시기 산동성 민초의 생존기를 다룬 [귀신이 온다]에 이어 지난 1950~60년대의 중국 모습을 담은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 작품은 지난 9월 열린 ..
2008.02.22 -
[국화차] 맑고 청순한 중국 사랑이야기 (김천 金琛 감독,2001)
'중국영화리뷰' 카테고리의 글 목록 www.kinocine.com [Reviewed by 박재환 2001-4-30] 한국영화팬들이 일반 극장을 통해 관람할 수 있는 중국영화는 연중 몇 편에 불과하다. 최근에도 , 등이 아주 제한적으로 개봉되었고, 이나 같은 '특별한' 영화가 수입사의 '특별한' 배급정책에 의해 개봉될 뿐이었다. 상당수의 중국영화들이 수입되고 있지만 실제 개봉되지 못하는 이유는 이들 영화의 국내 흥행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홍콩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는 낮은 인지도의 중국배우로는 한국내 흥행이 거의 무망하다고 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은 이웃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에서는 홍콩영화나 중국영화, 그리고 가끔은 대만영화 등이 아트계열 극장에서 이벤트 형식으로 순회상영..
2008.02.22 -
[말등 위의 법정] 마상법정
[리뷰 by 박재환 2007/9/4] 이번 CJ중국영화제를 통해 상영되는 영화중에 ‘중국학도’들에게 가장 흥미로울 작품은 아마도 [말 등위의 법정](馬背上的法庭)일 것 같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오랜 역사를 통해 정치제도만큼이나 정제 발전된 사법체제의 모습을 보여준다. 모택동의 농민혁명이 성공하여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가 된 이후에도 나름대로 완비된 사법체제를 갖추었다. 그것이 자본주의 물결을 타며 현대화되면서 나타나는 문제는 장예모 감독의 [귀주 이야기]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 그 후 10여 년. 중국은 더욱더 자본주의 체제로 가속 페달을 밟아왔고, 인민의 요구에 따라 법의 세밀화와 개인화를 이루고 있다. 이때에 중국의 산간오지에서는 어떤 범죄가 일어나고 어떤 법률적 구제조치가 이루어지는지 관심을 갖게 ..
2008.02.16 -
[운명의 해] 북경건달
[리뷰 by 박재환 2001/4/29] 이른바 5세대, 6세대 중국 영화감독들의 해외영화제 수상작 혹은 그들의 최신작품들은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영화제의 단골 메뉴이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되는 는 그동안 서구인의 관점에 의해 필요이상으로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있는 5,6세대 감독군들의 작품과는 달리 중국의 중견감독 시에 페이(謝飛)가 1989년도에 내놓았던 작품이다. 참고로 이야기하자면 시에 페이감독은 4세대 감독군에 속한다. 영화는 오래된 중국 베이징의 남루하고 좁다란 골목길을 걸어가는 한 남자의 뒷모습을 카메라가 거칠게 뒤쫓아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혜천'은 막 감화원에서 출소하여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하지만, 가족으로부터 냉대를 받고는 홀로 골방에서 자신의 새로운 삶을 꾸려가게 된다. 영화는 ..
2008.02.16 -
[북경자전거] 베이징의 17세 소년은 무엇을 꿈꾸는가 (왕샤오슈아이 王小帅 감독 十七歲的單車 Beijing Bicycle 2001)
'중국영화리뷰' 카테고리의 글 목록 www.kinocine.com (박재환 2001.4) 이번 (2001년) 전주국제영화제 기간에 상영되는 영화 중 가장 주목받은 작품은 이다. 이 영화는 중국 6세대 대표주자 왕샤오슈아이 감독의 최신작으로 지난 2월의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인 은곰상을 수상하여 더욱 관심을 끈 작품이다. 실제로 부산국제영화제의 아시아영화 담당 프로그래머인 김지석 교수는 이 영화를 전주에 뺏긴 것에 대해 아쉬워하기도 했다. 전주영화제 상영을 위해 왕 감독과 두 주연배우, 그리고 제작자인 페기 차오까지 전주를 방문하였다. ◇ 삶의 터전 자전거, 삶의 장식 자전거 영화는 한 무리의 중국 젊은이들이 면접을 보고 있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들의 시골에서 갓 상경한 두려움과 촌스러움을 간..
2008.02.15 -
[야상해=상하이의 밤] 사랑에는 통역따윈 필요없어 (夜,上海 2007)
이번에 열리는 2회 CJ중국영화제(2007)에는 문예물 위주의 중국현대 영화에서 조금 벗어난 트랜디한 경향의 러브 스토리가 몇 편 선보인다. 그 중 주목할 만한 작품은 장일백(張一白) 감독의 [상하이의 밤](夜,上海)란 작품이다. 중국의 많은 도시 중에서 ‘상하이’는 중국 문학작품이나 영화에서 독특한 경향성을 나타낸다. 지난 세기 초 상하이가 낳은 최고의 작가 장애령이 쓴 많은 작품의 배경이 바로 근대와 현대가 교차하고, 부패와 전위가 공존하는 1930년대의 상하이였다. 그리고 후효현 감독이 그려낸 근대중국의 초상화였던 [해상화]도 이 시절 상하이에 대한 묘한 매력을 불러낸다. 이후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나 관금붕 감독의 [장한가]에서도 꾸준히 ‘올드 상하이’의 독특한 매력을 그려낸다. 최근 와서 ..
2008.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