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영화리뷰(88)
-
[택시2] 마르세이유 특급택시 (제라르 크라브지크 감독 Taxi 2 2000)
(박재환 2000.9.1.) 이라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기도 했던 프랑스 감독 뤽 베송이 제작을 맡은 에서는 절대 같은 감동은 기대하지 마시길. 전형적인 팝콘 무비이다. 시속 300Km이상 미친 듯이 내달리는 프랑스 택시기사의 휘황찬란한 활약상을, 간간히 웃음 터뜨리며 지켜보면 만사 끝인 ‘진짜’ 오락 영화이다. 를 기대하지 말고 같은 속편 스타일임을 명심한다면 그런대로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영화이다. 이 영화가 프랑스 현지에서 엄청난 흥행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은 아무리 고상한 프랑스 예술족속이라도 결국은 오락영화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는 유행성향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아닐까도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는 (1편)의 흥행성적이 그다지 높지 않다. 서울관객 14만 명. 이 영화는 프랑스 일반 대중의 오..
2019.08.03 -
[안달루시아의 개] 개도 없다, 인식도 없다 (루이스 브뉘엘 감독 Un chien andalou,1929)
(박재환 1998) 어제(2003/7/19) EBS-TV에서 루이스 브뉘엘 감독의 을 방송했는데 생각나서 다시 올립니다. 이 영화를 몇 번씩이나 돌려 보았다. 17분짜리 짧은 필름이지만, 왜 그리 어려운지. 사실 어려운 것은 전혀 아니다. 원래 내용도 없고, 의미도 없고, 목적도 없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아니, 목적이 있다면 스페인 출신의 두 천재작가- 감독 Luis Bunuel과 화가 Salvador Dali가 기존 영화의 틀을 깨는 괴상망측한 영화를 만들어 보자는데 성공한 셈이다. 이 영화는 이 괴짜들의 뜻대로 1928년 파리 개봉당시 돌팔매 맞은 것부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거의 알 수 없는 영화의 전형으로 손꼽혀왔다. 봐도 봐도 모르긴 마찬가지이다. 이른바 “슈아레알리즘”이란 것이다. 황당하..
2019.08.03 -
[웨이킹 네드] 한통속, 공모, 작당, and… Be Happy~~ (커크 존스 감독 Waking Ned, 1998)
이 영화는 코미디다. 시작 1분만에 폭소를 터뜨리고는 영화 끝나기 1분 전에 또 한 번 엄청난 폭소를 터뜨리게 되는, 그 과정이 모두 스릴 만점의 코미디이다. 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외부와는 단절된 그들만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네드’라는 사람에 얽힌 비밀이다. 툴리모어라는 북아일랜드의 외떨어진 마을은 주민수가 딱 52명이다. 젊은 애들은 전부 돈 벌려 도회로 나가버렸고, 할아버지 할머니만이 바닷가 자기들의 집을 지키고 있는 그러한 마을이다. 이들 마을 사람들의 꿈은 참 소박하다. 복권에 당첨되어 보는 것이다. 그들은 매주 텔레비전의 복권프로를 지켜보며 나도 한번 걸려봤음 한다. 그런데 이번 주 당첨자가 툴리모어에 팔렸단다. 이들 마을의 누군가 당첨된 것이다. 마을사람들은 누가 걸렸을까 ..
2019.08.03 -
[오! 그레이스] 대마초의 합법화?! (나이젤 콜 감독 Saving Grace,2000)
(박재환 2001-6-22) 영국식 유머는 따분하다. 영국식 신사도란 것도 조금 답답하다. 아마, 에서의 앞뒤 꽉 막힌 선원들을 본다면 조금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영국에서 가끔 흥행에 성공을 거두는 자국 영화를 보면 분명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나 프랑스 영화와는 다른 무거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작년 영국 내 최고의 히트작 가 탄광 노동자를 아버지로 둔 천재 발레리노 소년의 고달프지만 희망에 찬 삶을 볼 수 있었다면, 같은 영화에서는 암울한 경제상황 아래서의 무거운 페이소스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에 새로 개봉되는 또 한편의 영국영화 또한 그러한 묵직한 웃음이 있다. ◇ 심의와의 전쟁 **2001년의 상황임!!!!** 먼저, 이 영화가 우리 나라 극장가에 걸리기까지에는 조금의 우여곡절이 있었..
2019.08.03 -
[말레나] 모니카 벨루치와 몽정기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Malena 2001)
“감동 깊게 본 영화가 뭐에요?”라는 질문에 “시네마천국!”이라는 대답이 정해진 적이 있었다. “군대 가기 전 애인에게 선물하기 딱 좋은 O.S.T. 시디는?”에 “엔니오 모리코네의 !”이 모범 답안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나도 그 영화 너무 좋아했고, 그 시디를 두 장이나 갖게 되었다. 영화 좋아하는 사람치고 을 싫어하는 사람 없을 것이다. 그다지 연관이 없는 1940년 이탈리아 시실리의 연애담에 한국인이 열광한 것은 ‘열정’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영화에 대한 열정, 사랑에 대한 열정, 인생에 대한 열정 말이다. 그리고 10여 년이 훌쩍 흘러 쥬세페 토나토레 감독은 를 들고 왔다. 신부님의 가위에 잘려나간 헐리우드 영화에 울고 웃던 이태리인들은 이제 말레나라는 육감적인 여인네에 어른이고 아이이고 환장할..
2019.07.31 -
[스완의 사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 Un amour de Swann,1984)
정통 수면제 영화 (–;)를 한 편 보았다. 어쩌면 영화를 이렇게도 지루하게 만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끔찍한 영화였다. 물론 폴커 쉘렌도르프 감독을 은근히 기대했었지만, 생각해보니, 말고 뭐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원작 1권을 읽으려고 책을 샀지만 열 페이지도 채 넘기질 못하고 있다. 난해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끔찍할 줄은 몰랐다. 그럼, 내가 왜 찾는 사람도 거의 없는 이 오래된 필름을 어렵게 구해 보게 되었는지 설명하겠다. 이 영화의 원작은 프랑스 문단에서 금세기 최고의 작가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장편 대하소설 의 1부에 해당한다. 이 소설을 읽을 생각을 한 이유는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때문이었다. 그 영화 보면 여자가 남자의 순수한 마음을 확인하는 매개체로 이 책이 이..
2019.07.31 -
[위!] 유로파, 무서운 10대들 (르네 엘러 감독 Wij/We 2018)
굳이 부산국제영화제가 아니어도, BIFAN의 심야극장이 아니어도 이런 영화를 볼 수 있다. 그것도, 멀티플랙스에서 말이다. 여름을 맞아 CGV에서 ‘CAV’라는 특별한 영화제를 하나 기획했다. ‘CINEMA ADULT VACATION’이다. 상영목록 중에는 ‘감각의 제국’이나 ‘나인 송즈’ 등 유명영화들과 함께 가 있었다. 는 네덜란드 르네 엘러(Rene Eller) 감독의 청춘(?)물이다. 엘비스 피터스(Elvis Peeters)의 원작소설도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모양이다. 영화의 배경은 네덜란드와 접해 있는 벨기에의 북쪽 마을, 바흐테베케(Wachtebeke)이다. 영화에서 ‘주로’ 쓰이는 말은 독일어와 함께 플라망어(Flemish)란다. 언어나 지역이 말하는 그들의 정치적/사회적 위상을 정확히 모..
2019.07.30 -
[모넬라] 여자는 충동한다? (틴토 브라스 감독, Monella 1998)
이 영화를 보면서 컴퓨터그래픽의 발전을 실감한다. 이전에 란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될 때는 신체 특정부위가 노출되는 장면에서는 전체 장면을 삭제하는 대신 이른바 ‘보카시’(ぼかし) 처리가 되었다. 이 영화는 그런 장면이 많다보니 영화상영 내내 특정 신체부분을 가린 하트가 따라 다닌다. 이 영화의 수입가가 5만 달러로 저가 상품에 해당한다. 그런데 극장에 내걸 때 그러한 특수처리-컴퓨터그래픽 작업에 또 그만큼 돈을 썼다고 한다. 로라는 곧 빵집 청년 타마소와 결혼할 여자이다. 영화가 처음 시작되면 이 로라가 자전거로 마을을 휘젓는 것을 보여준다. 바람에 치마가 나풀거리며 속옷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런 것으로 다 가리기에는 어림도 없을 만큼 엄청난 엉덩이와 치부를 적나라하게 내보여준다. 이 엄청난 도입부 ..
2019.07.30 -
[아틱] 설원의 조난자 매즈 미켈슨 (조 페나 감독 Arctic, 2017)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꿈에 그리던 아카데미 트로피를 안긴 영화 는 미국 서부시대의 실존인물 휴 글래스가 겪었던 일을 극화한 것이다. 1993년 작 는 1972년 안데스 산맥에 추락한 우루과이 비행기의 생존자들이 72일 동안 눈 덮인 산을 걸어 살아 돌아온 일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한 걸을 한 걸음 내딛으며 끝내 살아서 가족을 재회하는 이야기는 평범하게 도시민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 준다. 그런 ‘서바이벌 드라마’가 극장에 막 도착했다. 이번에는 북극 극지방이다. 끝없이 하얀 눈이 덮인 곳. 강추위와 백곰의 습격까지 우려되는 극한의 동토이다. 조 페나 감독의 영화 (원제:Arctic)에는 출연자가 단 두 사람뿐이다. (마지막 장면은…) 그 중 대사가 있는 사람은 매즈 ..
2019.07.29 -
[리틀 드러머 걸] 나를 사랑한 스파이 (박찬욱 감독 The Little Drummer Girl -Director's Cut 2018)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으로 전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데에는 ‘세익스피어의 영어’뿐만 아니라, ‘정보의 힘’도 주효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실존인물 T.E 로렌스는 아랍문화를 사랑해 마지않은 군인이었고, 007 제임스 본드의 작가 이언 플레밍도 모스크바 특파원과 정보관련 부대에서 일했다. 금세기 최고의 스파이소설 작가 존 르 카레는? 그는 냉전시대에 영국 외무부와 MI6에서 일했단다. 음험한 정보의 나라 영국이 느껴지는 작품 하나가 공개됐다. 존 르 카레가 1983년에 쓴 소설 을 원작으로 한국의 박찬욱 감독이 영국 BBC와 미국 AMC를 위해 만든 6부작 TV드라마이다. 유대인과 관련된 장구한 역사, 그리고 이스라엘 건국과 관련된 짧은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 땅은 ‘영국의 외교적 실책’의 압축판인..
2019.07.29 -
[청년 마르크스]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 ((라울 펙 감독 The Young Karl Marx, 2017)
지금은 대한민국의 건실한 중추가 ‘386세대’란 것은, 기실 88서울올림픽을 전후하여 대학가 및 한국사회에 커다란 ‘이념적 자유’ 의지를 던져준 시대조류와 연관이 있다. 당시 수많은 사회과학 출판사들이 이념서적을 쏟아냈다. 때로는 조악한 번역에, 넘치는 열정으로 각종 이데올로기 책들을 찍어낸 것이다. 그리고, 전두환-노태우 정권의 탄압에 꺾이지 않고, 캠퍼스는 때늦은 이념공부에 열중이었다. ‘사회변혁에 대한 열망’과 억압된 ‘이데올로기에 대한 호기심’이 한꺼번에 분출된 셈이다. 아나키스트, 공산주의, 해방신학 등이 그 당시 대학서클의 스터디 주제였다. 물론, 최종스타, 아니, 최종관문은 마르크스의 일 것이다. 얼마나 어려운 이야기인가. 그러나, 정서적으로, 사회변혁의 청년에게는 등불 같은 주제였다. 무려..
2018.07.11 -
[풀 스피드] 통제불능 프랑스 바캉스 시네마 (니콜라스 베나무 감독 A fond, Full Speed 2016)
[박재환 2017-09-05] 프랑스 영화 중 칸이 보증한다는 예술영화 말고 볼 게 있는가? 최근에 극장에 개봉된 프랑스 영화 중 (원제: A fond, Full Speed 감독: 니콜라스 베나무)라는 영화가 있다. 몇 년 전 뜬금없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의 제작사가 만든 영화라고 홍보하고 있다. 흑백영화든가, 예술영화일 줄 알았는데 100% 오락영화이다. 그것도 가족용 오락영화. 보는 내내 , 처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하면 더 재미있을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프랑스 영화 좋아하시거나, 2% 모자라지지만 조금 특별한 영화를 보고 싶은 분에게 권한다. 영화는 바캉스 시즌을 맞은 한 프랑스 패밀리의 요란법석 휴가전쟁이 펼쳐진다. 성형외과 의사 톰은 가족들과 함께 꿈같은 휴가를 즐길 생각에 신이 ..
2017.09.05 -
[모놀리스] 마미 vs. AI자동차 (이반 실베스트리니 감독 Monolith 2016)
(박재환 2017-04-21) 이번 주 개봉된 신작 중 (Monolith)라는 작품이 있다. 미국영화인 줄 알았는데 이탈리아 영화란다. 미국 배우들이 나와 영어로 대화하고, 촬영지도 미국인데 말이다. 혹시 미국영화가 아닐 수도 있다는 단서는 감독이 ‘이반 실베스트리니’라는 생소한 이름에서 뿐. 는 주말에 방송되는 영화정보 프로그램에서 얼핏 보면 인공지능 자동차가 무슨 반란이라도 일으켜 사람(운전자)를 지옥에 빠뜨리는 공포물 같다. 그런데, 보면 호러물의 규칙에 기대면서도 모성애적 드라마를 잘 녹여낸 B급 스타일의 킬링타임 무비이다. 왕년의 팝스타 산드라(카트리나 보우든)은 어린 아들 데이빗(닉슨 호지스)과 함께 로스엔젤레스의 남편 부모 집을 찾아간다. 그녀가 탄 차는 모놀리스 자동차 회사가 생산한 최신형..
2017.08.22 -
[나의 딸, 나의 누나] 또 다른 수색자 (토마스 비더게인 감독,Les cowboys,2015)
(박재환 2017-03-23) 23일 개봉하는 프랑스 영화 (Les cowboys)는 과 등의 시나리오를 쓴 토마스 비더게인(토마스 비더갱)의 감독 데뷔작이다. 그리고, 이런(?) 영화의 거장 다르덴 형제(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가 제작을 맡았으니 관심이 갈 수 밖에. 영화 는 1994년 프랑스의 한 마을 축제에서 시작한다. ‘카우보이 축제날’ 알랭(프랑소와 다미앙) 가족은 낡은 트럭을 타고 축제장에 온다. 청바지 차림에, 카우보이 모자로 한껏 폼을 내고, 컨츄리송까지 부르면 마을축제의 기쁨에 흠뻑 도취했을 때, 16살 딸아이 켈리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다. 그 때부터 지옥 같은 시간이 시작된다. 아버지는 딸의 행방을 찾다 딸애가 학교친구 ‘모하메드’를 사귀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딸아이 방에서는..
2017.08.22 -
[내일의 안녕] 페넬로페 크루즈의 사랑 (훌리오 메뎀 감독, Ma ma, 2015)
(박재환 2017-08-22) 1974년 스페인 마드리드 출신의 여배우 페넬로페 크루즈는 비가스 루나 감독의 영화 ‘하몽 하몽’으로 데뷔하면서 주목받은 이후,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라이브 플레쉬’(1997), ‘내 어머니에 관한 모든 것’(1999) 등에 출연하며 유럽의 대표 미녀 배우가 되었다. 이후 톰 크루즈의 ‘바닐라 스카이’(2001), 와 우디 앨런 영화에 잇달아 출연하면서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그녀가 출연한 2015년 작품 을 보면 단순히 예쁜 여배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로 소개된 은 시한부 인생을 사는 스페인 여자 마그다(페넬로페 크루즈)의 이야기이다. 대학교 철학과 교수 남편은 어린 여제자와 눈이 맞아 떠나가 버렸고, 어린 아들 다니(테오 플라..
2017.08.22